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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무당이 하는 의식은 특별한 힘을 가진다.

       

       지금 하는 행동은 단순한 시늉이 아니다. 

       

       저놈을 능욕하는 행동을 통해 저놈의 분노를 이끌어내야 했다.

       

       의식안에 이놈의 사념을 묶어야 한다.

       

       카앙 –

       

       단검과 방울이 부딪치며 소리가 났다.

       

       영기가 방울에서 칼로 옮겨붙었다.

       

       딸랑 –

       

       놈의 시선이 나에게 달라 붙었다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보기 싫겠지. 나는 지금 저놈을 자극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입을 모아 휘파람 소리를 만들어 냈다.

       

       휘잇 –

       

       영기를 담은 이 휘파람은 귀신들의 시선을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놈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달라붙었다.

       

       “잘 보거라. 이게 네놈이 당할 모습이니.”

       

       단검을 들어 마수의 몸에 비비며 몸을 흔들었다.

       

       나는 마치 마수가 저놈이라도 된 듯 그 몸 위로 칼을 놀렸다.

       

       스윽 –

       

       가죽 사이로 칼을 찔러 넣었다.

       

       푸욱 –

       

       악귀들의 가장 강한 특징.

       

       그것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에게 강한 적대감을 들어낸다는 것.

       

       부정한 기운들이 나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딸랑 –

       

       방울을 흔들며 정신을 보호했다.

       

       아직 저놈을 끌어내려면 부족하다.

       

       계속해서 칼을 찔러 넣었다.

       

       푸욱 –

       

       찌를수록 나를 향한 기운들이 커져갔다.

       

       다시 한번 휘파람 소리를 내며 시선을 묶었다.

       

       휘잇 –

       

       어깨에 단도를 바치고 방울을 흔들었다.

       

       막아보라는 듯이 으시대며.

       

       딸랑 –

       

       딸랑 –

       

       곧장 놈에게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환상들이 시작됐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마수의 몸이 멀게만 느껴졌다.

       

       놈이 점점 의식 속으로 이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멀어지는 마수에게 달려들어 다시 한번 칼을 내질렀다.

       

       푸욱 –

       

       “우욱…”

       

       찌른 건 마수의 몸이었지만 내 배에서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멈춰 선 안 된다.

       

       이건 모두 환상이며, 저놈의 술수였다.

       

       칼과 방울을 치며 영기를 가득 담았다.

       

       순간, 눈앞이 일렁이며 마수의 모습이 변했다.

       

       상처 입은 엘프의 모습이었다.

       

       떨리는 눈이 나를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

       

       눈을 감았다.

       

       내 앞에 있는 마수의 존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번 칼을 내질렀다.

       

       푸욱 –

       

       “….”

       

       손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허공을 찌른 느낌이다.

       

       분명히 마수를 찔렀음에도 말이다.

       

       꿈에서 들었던 섬뜩한 웃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소리와 느낌은 모두가 저놈이 만들어 낸 것이다.

       

       다시 한번 칼을 내질렀다.

       

       이번에 귓가에 들린 것은 섬뜩한 비명이었다.

       

       엘프의 환상이 내지르는.

       

       “썩을 놈이….”

       

       딸랑 –

       

       온갖 형상들로 나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놈이 점점 나에게 스며들어왔다.

       

       사념들이 내 생각이라도 된 듯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마치 강신을 했을 때의 느낌과 같았다.

       

       이것이 내가 하는 생각인지 저놈이 하는 생각인지 구별이 힘들었다.

       

       사념이 내 몸에 깃든 신령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딸랑 –

       

       “이런….”

       

       방울을 흔들 때마다 느끼던 나와 연결된 신이 저놈의 사념에 가려져 가고 있었다.

       

       딸랑 –

       

       “이게 그거네…”

       

       언젠가 스승님께 들었던 말이 있다.

       

       악귀와 마주하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다고.

       

       그럴 때 일수록 신명이 함께함을 꼭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한 줄기의 의심이 신과의 연결을 끊어 놓는다며···.

       

       이 사념을 확실히 떨쳐 내야 했다.

       

       “후우…”

       

       칼을 쥔 손이 움직이며 한곳을 겨냥했다.

       

       그 칼이 향한 곳은 마수가 아닌 내 얼굴이었다.

       

       경악하는 파라몬 영감의 목소리가 환청 사이로 들렸다.

       

       “크리스…!정신 차리게!”

       

       영감이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나보다.

       

       나는 지금 온전히 제정신이니까.

       

       나는 칼을 움직여 날을 얼굴에 가져다 대고 그었다.

       

       귓가로 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는 듯했다.

       

       “새끼…착각하기는…”

       

       칼날이 내 피부를 지나 갔지만 그 어느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마수를 찔렀던 칼날은 내 얼굴에 어떤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작두를 탈때와 같았다.

       

       강신은 끊어지지 않았다.

       

       한 줄기의 확신이 놈의 사념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내 몸 안에서 발버둥 치는 그놈이 느껴졌다.

       

       “너 이제 못 나가 새끼야.”

       

       바로 지금이 기회다.

       

       이 녀석과 세계수와의 연결을 끊어 놓아야 했다.

       

       방울을 휘두르려는 그때, 이놈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우욱…”

       

       목구멍으로 피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소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놈이 내 몸에 들어와 있는 만큼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이 지금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가지를…”

       

       시커먼것이 가지를 흔드려고 하고 있었다.

       

       남의 집에 자리를 잡은 허주가 세계수를 흉내 내려는 것이다.

       

       그 흔들림 속에는 놈의 의지가 들어 있었다.

       

       내가 세계수를 위협하고 있다는 의지가.

       

       “로메넬…! 지금 흔들리는 가지는 세계수가 아니예요! 이놈이 세계수를 흉내…!”

       

       나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로메넬의 눈에 초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수의 그릇을 나눠받은 로메넬은 이미 놈의 의지와 싸우고 있었다.

       

       나에게 달려들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증거이겠지.

       

       놈이 발버둥을 치며 세계수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었다.

       

       “….!”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울을…!”

       

       방울을 흔들 때마다 신령의 기운이 강해진다는 것을 안 것일까.

       

       이놈은 내 팔을 억지로 틀어막아 놓고 있었다.

       

       다른 엘프들이 가지에 현혹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때 담담한 클로셀 영감의 목소리가 들렸다.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였다.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하시게.”

       

       파라몬 영감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일주일 정도는 막을 수 있겠군.”

       

       이미 엘프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파라몬 영감과 클로셀 영감이 그 앞을 막아섰다.

       

       “우리를 아는 엘프가 있는가? 혹여나 크리스를 건들 생각이라면… 어디 한번 해 보시게나.”

       

       엘프의 얼굴에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얼른 방울을 흔들어야 했다.

       

       신의 힘을 빌어야만 이놈의 연결을 끊어 놓을 수가 있다.

       

       엘프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아이린의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

       

       “아이린! 지금 흔들리는 가지는…”

       

       “걱정 마세요. 엘프들은 멍청하지 않답니다. 저희가 세계수님의 의지를 못 알아볼 것 같나요?”

       

       “…!”

       

       다시 엘프들을 쳐다 보니 그 시선이 모두 세계수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들의 분노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감히 그들의 신을 흉내 내는 부정한 것에 향하고 있었다.

       

       엘프들 뿐만이 아니었다.

       

       숲에 있던 엘프의 영혼들 역시 이곳으로 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염이 느껴졌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세계수의 안에 이놈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걸.

       

       마지막으로 전해졌던 세계수의 의지를 따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혼들이 세계수의 가지에 달라붙었다.

       

       “…!”

       

       시커먼 것의 기운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그리고 나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딸랑 –

       

       방울이 흔들렸다.

       

       딸랑 –

       

       방금까지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사념들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신령의 느낌이 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 몸이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올리며 방울을 흔들었다.

       

       딸랑 –

       

       스으으으 –

       

       “가…가지가 흔들린다!! 세계수님이시다!”

       

       내가 방울을 흔들때마다 온 숲의 나무들이 응답해 왔다.

       

       세계수의 육신이라 불리는 큰 나무가 몸을 떨었다.

       

       딸랑 –

       

       나무와 내 몸이 하나가 된듯하다.

       

       느껴본 적이 없었던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몸에 자리 잡은 시커먼 기운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딸랑 – 

       

       어마어마한 기운이 나에게로 모여 들었다.

       

       모든 나무들이 나에게 영기를 보내 왔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양이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영기로 놈의 연결을 끊어냈다.

       

       자리를 잡았던 사념들이 목적지를 잃었다.

       

       울컥.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지금, 이 놈은 그저 부정한 기운들의 덩어리 일 뿐.

       

       신가물과의 연결이 끊기며 그 이지 역시 상실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영혼을 타락시켜 레이스로 만든 것과 비슷한 방법이었다.

       

       저번에 짐작했듯이 네크로맨서들의 소행이 맞았다.

       

       “이 새끼들이 자꾸…”

       

       원래는 이 시커먼 것을 그대로 소멸시킬 작정이었다.

       

       지금 나에겐 아직 막대한 양의 영기가 모여 있으니까.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저주를 걸어 이런 것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돌려받을 차례였다.

       

       눈 주위가 뜨거워졌다.

       

       아마 피가 흘러내리고 있을 것이다.

       

       “또 눈감고 살아야 하네.”

       

       조각난 저주들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게 느껴졌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하아…하아…”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버렸다.

       

       좀 좋은 일로 이렇게 돼야 하는데, 어째 요즘 들어 저주만 다루는 기분이다.

       

       무당이 저주를 만지라고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이제 끝났는가?”

       

       파라몬 영감이었다.

       

       “네… 이번엔 기절 안 했어요.”

       

       “기절 직전이로군.”

       

       “로메넬님은요?”

       

       “방금 기절했네.”

       

       “하이 엘프도 몸이 약하네요.”

       

       이제 시커먼것도 처치했으니, 보이지 않을까?

       

       영기도 좀 남아 있는 상태고···.

       

       방울을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파라몬 영감에게서 기운이 느껴졌다.

       

       손재수였다.

       

       “이제 점사가 나오네…영감님 물건 안 잃어버리게 조심하세요.”

       

       “허허…자네 몸이나 걱정하시게.”

       

       아무래도 예지몽처럼 파라몬 영감이 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염병….”

       

       “자네 지금 기절 직전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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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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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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