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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0

        

         

       진성의 주언(呪言)이 흐르자 나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밤에 내려앉은 어둠이 꿈틀대는 것처럼 천천히 흘러 나무에 스며드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고, 땅이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나무의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산들바람임에도 폭풍이라도 지나가는 것처럼 휘청휘청 움직였으며, 이윽고 뿌리가 땅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땅 밖으로 드러난 뿌리는 거미의 다리처럼 움직이며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의 역할을 하였다.

         

       뿌리는 꼿꼿하게 세워져 말뚝처럼 땅에 박혀 나무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뿌리를 모두 뽑아낼 때까지 단단하게 고정해주었고, 이윽고 뿌리가 모두 드러나자 꿈틀대며 뭉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밧줄이라도 만들려는 것처럼 단단하게 얽히기 시작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의 근육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 뭉친 뿌리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주위의 흙을 긁어모아 자신의 겉 부분에 발랐고, 흙이 제대로 붙지를 않자 뿌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혹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내며 흙을 머금을 수 있는 빈 곳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혹은 흙을 머금으면서 점차 커졌고, 그렇게 커진 흙은 납작하게 변하며 뿌리의 피부가 되었다.

         

       그렇게 두 갈래로 나뉘게 된 뿌리는 굵은 형태가 되었는데, 그 모습이 사람의 다리와 똑 닮았다.

         

       그리고 몸통 역시 변했다.

         

       쩌억.

       쩌저적.

         

       쩍쩍 갈라진 나무껍질은 기이하게 휘어지기 시작하였고, 곳곳이 쩍쩍 갈라지면서 금방이라도 토막이 날 것처럼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었다. 갈라진 틈 사이에서는 붉고 진득한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액체는 조금 흐르다가 멈추더니 다시 나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스며들자 갈라진 틈 사이에서는 실핏줄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하였는데, 그 실핏줄은 앞서 뿌리가 그러했듯 한곳으로 뭉치면서 눈알 비슷한 것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의 숫자를 세보면 넷이었다.

         

       그리고 위에 뻗은 가지 역시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다만 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데 뭉친 가지들이 나무의 몸통을 액체처럼 이리저리 유영하더니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 모습이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으니 사람의 손과 똑 닮았음이요, 그 길이가 뿌리의 허벅지 부근에 닿을락 말락 하였으니 그것이 사람의 팔과 비슷한 비율이요, 그 숫자가 여섯이었으니 괴물의 형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카아아악.

         

       나무는 마지막으로 입을 만들어냈다.

       여섯 개의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 꼭대기 부근을 길게 찢어내었고, 바닥에 떨어진 자갈과 나무 부스러기를 주워 찢어진 틈 사이로 붙였다. 그 모습이 이빨이 끔찍하게 자라난 짐승과 흡사했으니, 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몰골이었다.

         

       “목기가 세월과 함께 비대해지고 거기에 피를 양분으로 삼았으니 요괴로 거듭남이라. 혹이 넷이요, 팔이 여섯이요, 다리가 둘이요, 양분을 모두 써서 말라붙은 이파리를 둘렀으니 그 색은 황금의 색과 닮았음이다.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다시 없을 괴력으로 세상을 누비고 다니니 이와 같은 흉물이 어디에 있으랴?”

         

       하지만 그 끔찍한 모습에도 진성은 그저 웃음뿐이었다.

         

       “다만 일말의 정이 있어 사람의 형상에 가까운바, 제사를 위하여 마땅히 이름을 주었으니. 그 이름을 은수자라 붙이겠니라.”

         

       끄극.

       끼이익.

         

       진성은 요괴에게 이름을 내리는 것으로 주술을 마무리하였다.

         

       지금 그가 행한 것은 요괴 모방체 생성 주술 의식.

         

       이제순이 행한 요정 모방체 생성 주술 의식과 같이, 인외의 존재를 흉내 낸 것을 만들어내어서 부리는 주술 의식이었다.

         

       하지만 이제순이 행한 것과 차이가 있다면, 이제순이 행한 것은 요정을 부리기보다는 주물(呪物)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고, 지금 그가 행한 것은 요괴 모방체를 만들어서 부리는 것에 집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진성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말이다.

         

       “흐. 훌륭하게 잘 만들어졌구나.”

         

       그것은 ‘은수자 모방체 생성 주술 의식’이, 진성이 회귀 전과 회귀 후를 통틀어 처음 써보는 주술이라는 것이다.

         

       회귀 전에는 일본이 멸망해서 사용할 수 없었던 주술을.

       지금 무사히 손에 넣고, 무사히 발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훌륭하구나, 훌륭해. 나쁘지 않은 주술이야….”

         

       진성은 감개무량한 듯 자신이 만들어낸 나무 요괴를 바라보았다.

         

       살기(殺氣)를 한껏 품은 네 개의 눈.

       사람의 목덜미를 당장이라도 씹어버릴 것 같은 입.

       문헌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던 여섯 개의 팔.

       거대한 바위를 짊어지고도 너끈히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하는 튼튼한 두 다리.

         

       참으로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모습이었다.

         

       “백병전에서는 나름의 쓸모가 있겠다. 쯧, 옛적에 이런 주술이 실전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진성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공에 가지고 온 짐들을 띄웠다.

       그리곤 짐을 풀어 은수자를 향해 날려 보냈다.

         

       캬아아악-!

         

       그러자 은수자는 진성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팔을 움직였다.

         

       은수자가 팔을 움직여 잡은 무기는 총 다섯 개.

         

       볼품없는 언월도가 한 개.

       고물상에서 주워온 것 같은 이가 나간 검이 한 개.

       녹이 슬어서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 것 같은 도(刀)가 한 개.

       통나무를 대충 깎아다가 만든 것 같은 거대한 몽둥이 한 개.

         

       그리고, 전기톱 하나.

         

       그렇게 총 다섯 개의 무기를 든 은수자의 모습은 참으로 흉흉했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보스 몬스터가 현실에 튀어나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은수자야, 은수자야.”

         

       진성은 그 은수자를 앞에 두고 몸 안에 태극을 움직였다.

       그는 천천히 몸 안에 품은 냉기를 끌어모아 손끝으로 이동시켰고, 그렇게 손끝에 모인 냉기를 하나로 뭉쳤다. 그렇게 뭉친 냉기는 계절에 맞지 않는 끔찍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으며, 그 기운은 점차 번져나가며 주위의 기온을 떨어뜨렸다.

         

       하아-

         

       진성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탄생케 한 은인의 이름으로 이르는 것인즉 너는 나의 말을 마땅히 들어야 할 것이니라. 너는 봄과 가을에 제사를 받기 위하여 마땅히 이 산이 풍요롭게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를 위하여 산의 풍요를 훔쳐나가는 이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지켜야 할 것인즉, 마땅히 길의 시작점에 문을 세우고 그 문에 철옹성같이 서 들어오려는 모든 이들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니라. 하여 봄에 피어난 새싹이 무사히 자라 번성하여 겨울이 지나도 세를 불릴 수 있도록 하라.”

         

       진성은 그렇게 말하곤 냉기를 품은 손을 움직였다.

         

       마치 물속에서 천천히 주먹을 뻗는 것처럼, 아주 느릿느릿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인 손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때렸다.

         

       파앙-!

         

       그렇게 허공에 손이 다다르자 파공성이 퍼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물풍선을 친 것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모여 있던 냉기가 퍼져나갔고, 그 냉기는 식물들을 얼리고 주위에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본 은수자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고,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어디론가 향했다.

         

       그것이 향하는 곳은 산의 아래.

         

       등산로의 시작점이었다.

         

       ‘보자. 기록에 따르면 저것을 만드는 대가는 목기(木氣)에 해당하는 간에 무리가 가는 것이라 하였으니….’

         

       진성은 앞으로 다가올 대가를 생각하며 웃었다.

         

       ‘간은 회복이 빠르니 여럿을 더 만들 수 있겠다.’

         

       진성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주술을 떠올렸다.

         

       일본에서 리세에게 수집하게 한 주술들.

         

       ‘나무와 관련된 주술이 여럿이 있었지.’

         

       나무는 목(木)이며, 사람의 몸에서 목(木)에 해당하는 것은 비교적 회복이 빠른 장기와 끈질긴 생명력이라.

         

       거기에 젊은 몸까지 가지고 있으니.

       무리하지 않고도 몇 개 정도는 더 시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자. 다음에 시험할만한 주술이 무엇이 있을까.’

         

         

         

         

        * * *

         

         

         

       『 제목 : 황장산 등산로에 이상한 게 나타났어요.

       내용 : 오늘 등산하려고 왔는데 등산로에 이상한 게 있더라고요.

         

       (사진1)

       (사진2)

       (사진3)

         

       멀리서 볼 땐 무슨 나무로 만든 조형물? 조각상 같았거든요.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니까….

         

       (동영상1)

         

       보여요?

       저거 움직이더라고요.

         

       무슨 로봇인 줄 알았는데 눈알도 굴리고, 게다가 손에는 무기 같은 것도 들고 있고.

         

       이런 소환수도 있나요?

       진짜 무섭게 생겼네요. 』

         

       『 제목 : 이런 미친 황장산에 이거 뭔가요?

       내용 : 이거 뭡니까 대체?

         

       (동영상 1)

         

       어떤 아재가 등산하려고 하다가 저거한테 썰려 죽을뻔했어요.

         

       쫓아와서 죽인다거나 하는 건 없으니까 못 올라가게 막는 거 같은데.

         

       저거 진짜 뭐예요?

         

       소환수 맞아요? 』

         

       …

       …

       …

         

       『 제목 : 황장산 수문장.jpg

       내용 : 황장산에 이상한 거 나옴.

         

       (사진1)

       (사진2)

       (사진3)

       (사진4)

         

       저 새끼 때문에 이 등산로로는 못 감.

         

       다른 등산로로는 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등산했다가 저 새끼 마주치면 난 그 자리에서 오줌 지릴 자신 있음. 』

         

       『 제목 : 황장산도 그럼? 월봉산에도 이상한 거 있는데?

       내용 : 무슨 나무로 만든 말미잘 같은 거 월봉산에 나옴.

         

       (사진1)

       (동영상1)

         

       촉수물 찍기 싫으면 여기로 오지 마라. 』

         

       『 제목 : 뭐임? 용두산에도 저런 거 나타남.

       내용 : 보이냐?

         

       (사진1)

         

       나무에 사람 머리통 같은 게 잔뜩 열렸다.

       죄다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거 소환수 같은 게 아니라 악령이나 악귀 같은데? 』

         

       『 제목 : 칼봉산에도 이상한 거 나옴!!!

       내용 : 일단 사진.

         

       (사진1)

       (사진2)

       (사진3)

         

       존나 큰 메기가 스님 옷 입고 길 막고 있어요!!!

       등산객이랑 불교 신자들 아무도 못 가고 있음!!!

       신고했는데 지금 전국에 난리 났다고 바로 못 온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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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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