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00

        나는 홀로 떠나는 위프를 바라보았다.

        헤이즈 부인이 부른 사람은 오로지 ‘위프’ 혼자였기에, 이번에는 내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들의 대화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디 보자…….”

       

        위프에게 달아 놓았던 소형 단말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위프의 목소리와 상황이 나에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 그거 도촬 아님?

        – 헐.

        – 라나님? 혹시?

        – ㅎㄷㄷㄷㄷ

        – ㄷㄷㄷ

        – 결국 스토커까지……

       

        “음? 그게 무슨 소리냐?”

       

        시청자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런 시청자들이 참으로 귀여워 보였다.

       

        “도촬이라 함은, 대상 몰래 그 대상을 기록물로 기록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난 기록한 적이 없다.”

       

        – 틀린…. 말은 아니야!!

        – 맞는 말이긴 함.

        – 아닠ㅋㅋㅋ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욬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것은, 본인의 허락도 받았다.”

       

        나와 떨어진 상황에서 위프가 위험한 일을 겪게 된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프가 사망한다면?

        위프는 죽어서 슬프고, 나는 내 신원을 증명해 줄 인간을 잃어서 슬프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위프가 원할 때, 원거리에서 그의 상황을 살피게 된 것이다.

        본인의 허락을 받은 상태로 말이다.

       

        – 아

        – 본인 허락 맡은 거라면 할 말 없짘ㅋㅋㅋ

        – ㅋㅋㅋㅋ

        – 철저하신 라나님ㅋㅋㅋ

        – ㅋㅋㅋㅋㅋ

       

        “어쨌든, 위프는 한스 집사를 따라 헤이즈 부인을 만나러 향했단다.”

       

       

        *            *            *

       

       

        똑똑똑!

       

        = 들어오세요.

       

        위프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응접실로 보이는 곳에선, 헤이즈 부인이 먼저 온 상태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헤이즈 부인?”

       

        “잘 오셨습니다.”

       

        위프는 늘 그렇듯, 미소를 지으며 헤이즈 부인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자신 몫의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으음~! 좋은 홍차로군요.”

       

        “호호호. 칸에서 들여온 상급의 홍차랍니다.”

       

        “평소 커피를 주로 마셨는데, 부인 덕분에 홍차의 참맛에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오호호호! 이 늙은이를 기쁘게 만드시는군요.”

       

        위프의 말솜씨에 헤이즈 부인이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둘은 잠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지지하는 의원이라느니, 요즘 유행하는 것들이라느니…….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드디어 위프만을 따로 불러낸 이유가 나왔다.

       

        “위프씨. 유언장은 혹시…….”

       

        “하하하. 걱정이 되셨나 봅니다?”

       

        “아무래도, 벌써 5일이나 지났으니…….”

       

        헤이즈 부인의 말에, 위프가 미소를 지었다.

        겉으로는 여유를 가장한 채, 그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부인. 이제 겨우 5일째입니다.”

       

        “하지만 소문이 자자하신 위프씨라면, 벌써 찾으셨지 않으실까요?”

       

        “하하하. 제가 뛰어난 명탐정이긴 하지만 이 넓은 곳에서 겨우 5일 만에 유언장을 찾아낼 수는 없답니다.”

       

        위프는 사실을 말하듯, 실제로 사실인 정보를 담담히 말했다.

        그런 위프의 대답에, 헤이즈 부인은 초조한 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분명 총관의 짓이 분명할 텐데, 무엇을 망설이시는 건가요?”

       

        “흐음…….”

       

        위프의 눈빛이 일순간 번뜩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에 헤이즈 부인은 눈치채지 못했으나, 단말을 통해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부인은 총관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지 않나요? 총관이 아니라면, 누가 유언장을 탐내겠습니까?”

       

        죽은 가주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정당한 후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후순위의 계승 서열’이고, 그것이 바로 ‘헤이즈 부인’과 ‘아돌프 헤이즈’였다.

        그 둘 이외엔 다른 계승자가 없는 것!

       

        하지만 법적상 가장 유리한 후계자는 ‘아돌프’다.

        만약 죽은 가주의 유언장이 없다면, 그 유언장으로 ‘헤이즈 부인’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선언이 없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헤이즈 부인의 말은 일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부인의 말씀은 타당합니다.”

       

        “그렇다면…….”

       

        “하지만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문제는 ‘증거’의 유무.

        아무리 심적으로 ‘총관의 짓이 분명한데……’라고 말하더라도, 명확한 증거 없이 그를 범인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유언장이 보관되어 있었던 금고는 특수한 금고였고, 그 금고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헤이즈 부인에게 있었다.

       

        “총관이 어떻게 금고를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유언장을 빼돌렸는지 밝혀낼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끄으응…….”

       

        위프의 ‘정론(正論)’에 헤이즈 부인이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성적으로는 그의 말이 맞음을 알고 있으나, 그런데도 조급함을 버릴 수 없는 것이겠지.

       

        결국 불편한 듯한 신음을 흘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헤이즈 부인.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위프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시간을 드리면 될까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랬다간 부인께 원망을 받을 것 같군요.”

       

        작은 말장난을 한 위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창문 앞으로 걸어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산 관리인이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앞으로 7일 후였던가요?”

       

        “그렇습니다.”

       

        위프가 말한 ‘유산 관리인’이란, 유산이 상속되기 전까지 그것들을 잘 보관해 주는 일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모은 재물과 식량 따위를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습성을 지닌 동물이다.

        하지만 만약 자식이 여러 명이라면? 그리고 그들이 유산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한다면?

        그 과정에서 유산이 손상되는 것은 필연적이지 않겠는가?

       

        ‘유산 관리인’은 그 과정에서 유산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탄생한 직업이라고 한다.

        그들은 의뢰받아, 지정된 유산을 일시적으로 보호한다.

        그 후 정당한 승계인이 나타났을 때 그에게 유산을 넘기고, 만약 유산을 승계받을 인간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그 유산을 국가에 환속 시킨다.

        즉, ‘유산 관리인’은 ‘국가 공무원’인 것이다.

       

        “유산 관리인이 오기 전까지, 유언장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위프씨만을 믿겠습니다.”

       

        헤이즈 부인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수상하단 말이지?”

       

        “흠…….”

       

        나는 과자를 먹으며 위프를 바라보았다.

        헤이즈 부인을 만나고 온 이후로, 계속 저 상태였다.

       

        “미스 라그나. 헤이즈 부인이 거짓말하지는 않았지?”

       

        “그래. 그 여자는 계속 진실만을 말했다.”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위프가 머리를 부여잡은 채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총관하고 싸우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서, 뜻밖에 사이가 좋은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그것도 아니야.”

       

        “…….”

       

        “그렇다고 유언장을 본인이 날름했다고 생각했더니, 그것도 아니야.”

       

        “…….”

       

        “도대체 뭔데?!”

       

        “…….”

       

        위프가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추리 하느라 머리가 아픈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조금 시끄럽긴 하다.

       

        먹던 과자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날이 많이 어두워졌으니, 이젠 내 방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잠깐! 미스 라그나? 어딜 가는 거야?”

       

        “음? 어디긴. 내 방으로 가야지.”

       

        위프의 추리를 들어 주느라 그의 방에서 과자를 먹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헤이즈가에선 나와 위프에게 각각 따로 방을 내주었다.

        낮에는 명탐정의 조수라는 신분으로 그와 함께 움직이지만, 잠을 자야 할 시간에는 내 방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는가?

       

        “아아…… 그렇지. 참. 그래.”

       

        “???”

       

        어딘가 지쳐 보이는 위프의 모습을 바라보다 방을 나섰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위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 라그나.”

       

        “왜 그러느냐?”

       

        “그…… 아니. 아니야. 잘 자.”

       

        “……그래.”

       

        탁!

       

        나는 방문을 닫고 나의 방으로 향했다.

       

       

        *            *            *

       

       

        – 와. 위프 악질이네.

        –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것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 갸아아악!

        – 뭘 말하려고 했던 건데?!

        – 답답하다!

        – 라나님은 아세요? 뭘 말하려고 했는지?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그 내용은, 하나같이 위프가 미처 하지 못한 말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한 것이냐?”

       

        – 네

        – ㅇㅇㅇㅇ

        – ㅇㅇ

        – 넹

        – 네ㅔㅔㅔㅔㅔ

        – 너무 궁금해요.

        – 신경 쓰임.

        – 오늘 잠 못 자요!!

       

        과장이 좀 섞여 있으나, 신경 쓰인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나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위프가 그때 못다 한 말을 추측해 보았다.

       

        “아마…… 그때 위프는 나에게 ‘진실’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천룡안으로 과거의 시간을 관찰한 나는, 그 유언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든 것들을 본 상황이다.

        즉, 그때 진실을 알고 있었던 존재는 나만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위프가 자기 힘으로 진실을 유추하겠다고 한들, 바로 옆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

       

        심지어 그때 위프는 추리가 막혀 버린 상황이었다.

        수집한 증거와 단서가 서로 상충하는 상황!

        잘 풀려나가던 추리가 막혀 버렸으니, 자연스럽게 내 도움을 바라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뭐,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가 스스로 추측해 본 것에 불과하단다. 진실은 위프만이 알고 있겠지.”

       

        – 그래도 그럴듯하긴 하네요

        – ㅎㄷㄷ

        – 하긴. 정답지 바로 옆에 있으면 못 참긴 해.

        – 그럴듯하긴 함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비록 추측뿐이라고는 하지만 내 설명에 다들 납득한 모양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꾸나.”

       

        그렇게 이튿날이 되었다.

        푹 자고, 일어나서 식사하고, 나와 위프는 다시금 모였다.

        그리고 그날도 단서와 증거를 얻기 위해 나서려 했을 때였다.

       

        “아돌프가 우리를 불렀지.”

       

        – 오

        – 드디어 총관쪽도 나오네

        – 언제 나오나했다

        – ㅎㄷㄷ

        – 두근두근

        – 도키도키하다!

       

       

        *            *            *

       

       

        “어서 오시게.”

       

        아돌프가 우리를 맞이했다.

       

        응접실에서 위프를 맞이했던 헤이즈 부인과는 달리, 아돌프는 자기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테이블의 위에서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커피가 하얀 수증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과자가 놓여져 있었다.

        적어도 그가 우리를 정중하게 맞이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맞겠지?’

       

        인간 사이의 예의범절에 대해 공부하긴 했지만, 도통 신경 쓰지 않다 보니 헷갈린다.

        그렇기에 나는 철저하게 위프의 뒤에 선 채, 철저하게 그에게 묻어가기로 했다.

       

        “부르셨습니까?”

       

        “하하하. 이른 아침부터 그대들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노부의 잘못을 용서하시게.”

       

        위프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아돌프가 손수 따라주는 커피를 받아 마셨다.

        ……쓰다.

       

        “……커피의 향이 좋군요?”

       

        “내가 직접 볶은 커피라네.”

       

        “오. 영광입니다.”

       

        내가 과자를 먹는 사이, 위프는 아돌프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둘 다 내가 없다는 것처럼, 서로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결코 ‘본론’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경제’나 ‘정치’ 따위와 같은 이야기하는 둘.

        하지만 결국 아돌프가 먼저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래. 형수님과 독대를 했다지?”

       

        “…….”

       

        위프의 눈빛이 일순간 날카로워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과자를 꿀꺽 삼켰다.

        과연 위프는 여기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하하! 그렇습니다.”

       

        위프는 미소와 함께 진실을 말하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은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환한 미소. 동시에 거짓을 섞지 않은 언어.

        그런 위프의 모습을 관찰하던 아돌프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으나, 결코 긴장감을 풀지 않는 둘.

        나는 그들을 흥미롭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재미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이 벌써 300화를 맞이했습니다!!

    심심풀이겸, 공모전 경험으로 올렸던 글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여러분의 도움 덕분입니다.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는 더욱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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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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