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00

   연인, 사랑.

   인간에게 있어 이 두단어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너무나 증오스로운 곳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사랑하는 이가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아서가 데리고 회귀한 세여자에게도 이와 같은 것이 똑같이 적용 됐다.

     

   그녀들은 연인이 있다면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총사령관 자리에 올라간 메리는 연인의 조언을 수용하여 최흉을 막아낼 수 있다.

   시그린은 자신을 늘 지지해주는 연인을 통해 황제의 자리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아벨라는 마법보다도 더 소중한 연인이 있는 세상을 마법을 위해 팔아 넘기지 않는다.

     

   셋에게 있어 연인이라는 것은 일종에 제어 장치였다.

   그리고 아서는 멸망을 막기 위해 기꺼이 그 자리를 택했다.

     

   세사람은 아서가 회귀를 한 시점에는 이미 상당한 위치에 있었다.

     

   한 명은 미래가 보장된 대마법사.

   다른 한 명은 벌써부터 창술로 그 이름을 넓게 떨치며 제국의 창 후보가 된 이.

   또 다른 한 명은 무려 제국의 황녀였다.

     

   아서가 그들을 무턱대고, 제거한다면 당연히 그들이 소속된 모든 곳이 아서의 적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 제거하는 것을 마냥 기다리는 것도 그럴 수 없었다.

     

   세 명의 여자는 그 사이에도 착실하게 세계를 망쳐 놓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멸망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그러니 아서는 방향성을 바꿨다.

     

   세 명을 제거하고자 시간과 전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그들의 연인이 되면 된다.

     

   실제로 아서가 셋의 연인이 된 당시, 셋은 꽤나 좋은 활약을 해주었다.

     

   비록, 그럼에도 결국 멸망은 막지 못했지만.

   아서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셋과 연인이 된 채 회귀한다면 그들을 설득하고, 연인이 되는 과정을 없애고 시작할 수 있다. 이로써 더더욱 시간 낭비 없이 촉박하게 다가오는 멸망에 맞설 수 있게 되겠지.”

     

   아서는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크라슈는 그저, 막연하게 아서가 회귀에서 지친 자신을 지지해줄 세 명을 필요로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에 이면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그들의 연인이 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서의 눈이 크라슈에게 다시금 닿았다.

     

   “네 손으로 이 세상에서 영영 지워버렸으니까.”

     

   세계의 멸망을 지키기 위해 회귀한 자신을 지워버린 이.

   그게 너가 아니냐고 아서는 말하고 있었다.

     

   아서라는 안전 장치를 잃은 세 명은 아니나 다를까 폭주하고 있었다.

     

   아서의 말을 받은 크라슈는 침묵했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어떻게 지금까지 나아가며 살았는지 크라슈도 분명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아서를 이해해보려 하지 않았는지 또한 알았다.

     

   그러나.

     

   “그럼 결국 회귀 전 우리 세계는 버리는 세계였단 소리네.”

     

   크라슈의 눈동자에 담긴 것은 아서보다도 더한 열기였다.

     

   아서는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회귀를 반복했다.

     

   그것도 세계의 멸망의 씨앗 중 세 명을 데리고 회귀까지 할 정도로.

   그또한 나름대로 회귀를 막고자 필사적으로 살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서의 이야기였다.

     

   크라슈는 어째서 아서가 덤덤히 세계의 멸망을 받아 들였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왜 최선의 수단을 쓸뿐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는지 또한 깨달았다.

     

   ‘내 세계는 아서에게 처음부터 버리는 세계였다.’\

     

   아서는 멸망을 일으킬 세 명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크라슈가 살던 세계를 소모했다.

     

   아서에게는 어차피 회귀를 한다면 다음 세계가 있고, 새로 시작하면 그만인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나 크라슈는 그 세계를 직접 살았다.

     

   크라슈는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아끼던 친구가 죽는 모습을 보았고, 첫사랑의 죽음을 마주했으며 사랑했기에 기꺼이 대신 희생한 이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크라슈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그들의 일생이 분명 크라슈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여전히 그들이 이전 회차에서 겪었던 고통과 죽음을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크라슈가 이토록 멸망을 막기 위해 매달린 또다른 이유였다.

     

   크라슈는 그러한 회차를 알기에 똑같은 결과를 만들지 않고자 더욱 필사적으로 살아왔다.

     

   “아서, 새삼 너에게 세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았다.”

     

   회귀를 무한히 가진 아서는 세계를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서는 자신의 회귀를 크라슈에게 손쉽게 빼앗길 만큼 가치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크라슈의 말을 받은 현재의 아서는 오히려 헛웃음을 흘렸다.

     

   “무의미하게 느끼도록 만든게 이 세계라는 건 모르는 모양이야.”

     

   아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느샌가 창밖 앞에 다가가 섰다.

     

   “나는 네가 기억하는 아서가 아니다. 내 기억은 네 말대로 아벨라가 이어준 거니까. 나는 모든 시간선의 기억을 이어 받지 못했다. 하물며, 내가 이어 받은 시간선 조차 뿌리가 빠진 것 투성이였다.”

     

   크라슈는 아서가 왜 시간선을 이어받았음에도 제 힘을 내지 못했는지를 눈치챘다.

   그는 시간선의 기억을 통째로 이어 받은 게 아니라 띄엄띄엄 이어 받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서야말로 정말 반푼이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네가 알던 아서의 생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해줄 수는 없겠지. 그러나.”

     

   그는 비치고 있는 바깥을 가리키며 물었다.

     

   “늘 배신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이 세계였다.

   내게 이어진 수많은 시간선 속, 나는 수없이 많은 배신을 당했고, 버려졌으며 영웅이라며 억지로 숭상 당했다.

   그것도 원하지도 않았는데 세계의 멸망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쥐여 준채로.”

     

   아서는 띄엄띄엄 이어진 시간선에서 자신이 겪어온 고통 만큼은 확실하게 느꼈다.

     

   세계가 멸망하면 죽고, 또다시 회귀한다.

   아서는 살아 남기위해서라도 억지로 영웅이 되어야 했다.

     

   “크라슈, 고작해야 한 번의 회귀로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네 눈에 이 세계가 얼마나 잘 풀리고 있는지 몰라도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아서의 얼굴에 부서질듯한 웃음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때가 왔을 때, 너라고 과연 무너지지 않을까?

   내 회귀를 빼앗고자 했을 때처럼.

   이미 회귀를 겪어본 네가 과연, 회귀를 다시 찾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웃음에 담긴 참혹한 감정은 아서의 몸을 천천히 떨게 만들었다.

   어쩐지 크라슈는 아서가 웃고 있지만 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크라슈, 회귀란 저주다. 이 세계는 이미 예전부터 저주의 구렁텅이에 깊이 빠져 영원히 반복 되고 있어.

   회귀를 맛본 이들은 또다시 회귀를 택하게 되는 저주에 반드시 걸리게 된다.”

     

   아서는 자신의 추악함과 약한 면에 몸서리쳤다.

     

   비록, 그것이 시간선으로 이어진 기억일 뿐이더라도.

   아서는 수없는 시간선 속에서 자신이 했던 선택과 실패를 엿보고 말았다.

     

   크라슈는 현재의 아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탑처럼 보였다.

     

   “……난 평생 무너져서만 살았어.”

     

   그러니 크라슈는 입을 열었다.

     

   “다리 따위 이미 분질러진 채로 질질 끌며 바닥만 기어 다녔어.

   그런데도 기었다. 기어야만 나아가는 세상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남들이 걷고, 달리는 것을 수도 없이 봤음에도.

   크라슈는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기고 또 기었다.

     

   그들과 동일 선상에 서지 않더라도 쫓고자 수도 없이 기고, 또 기었다.

     

   “하하, 그래서 너는 네 두 발로 섰다는 거야? 이미 무너져본 놈이니 다시 서면 된다. 이 소리라도 하려고?

   웃기지마라. 무너져 봤던 놈이라고 다시 일어 서지 못해. 이미 마지막 힘까지 다 쥐어짜내 일어난 놈이 또 일어선다고?

   그것도 힘이 남아 있는 놈이나 할 수 있는 소리야.”

     

   마치, 자신을 말하기라도 하듯.

   아서는 크라슈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아직도 못 일어 났으니까 하는 소리다.”

     

   그러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아서가 멈칫하였다.

   크라슈는 그런 아서를 바라보며 씁쓸히 웃었다.

     

   “난 아직도 내 두발로 서본 적 없어. 지금도 여전히 악착같이 기어갈 뿐이다.”

     

   두 발로 선 이들은 보다 많은 세상을 넓게 볼 줄 알 것이다.

   거기에 바닥을 기어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잘 알기에 더더욱 무너지지 않으려 애쓴다.

     

   스스로를 보신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안전이 보장된 길도 조심조심 걷는다.

     

   그러나 크라슈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크라슈는 미래를 보지 않는다.

   그는 살얼엄판이라고 할지라도 악착같이 기어 나갔다.

     

   이 현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다 끌어 모아 쏟아내어 부딪친다.

     

   멸망을 막아내야 미래도 오니까.

   크라슈는 여전히 바닥을 악착같이 기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기는 놈이 무너질게 뭐가 있다고 무너지겠냐.”

     

   조금 미끄러지기는 할지언정, 무너질 일은 없다.

     

   아서의 입에 침묵이 감돌았다.

   왜냐하면 크라슈가 이야기 하는 바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서와 크라슈는 근본적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달랐다.

     

   크라슈는 그의 말대로 정말 오직 멸망만을 막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있었다.

     

   반대로 아서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크라슈처럼 바닥을 기지 않고, 두 다리로 선 채 멸망을 막으려 했다.

     

   그러니 그는 모든 걸 다 내던질 수 없었다.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을 쥔 채로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크라슈와 아서의 대조 되는 점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불어 들어온 바람은 창문을 지나 크라슈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발하임의 상징인 검푸른 머리카락.

   그러한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아래, 크라슈는 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왜 친해질 수 없었는지. 조금은 알겠다.”

     

   크라슈의 얼굴에 미안함이 담겼다.

     

   아서 또한 회귀를 말해줄 만큼 자신을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그런 아서를 배신했다.

     

   그가 나아 가는 길과 크라슈가 나아 가는 길은 너무나 다른 방식이었기에.

   크라슈는 모든 걸 쥐고 가려는 아서의 회귀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 두 사람은 어긋나고 만 것이다.

     

   “……내가 욕심 부렸다는 건가?”

   “아니, 그저, 내가 비뚤어진 거겠지.”

     

   크라슈는 자신이 마모된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회귀 전, 일들을 겪으며 크라슈는 분명 마음 속 한켠 어딘가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멸망을 막겠다는 목표로 자리 잡아 지금의 크라슈를 유지시키고 있었다.

     

   “아서, 나는 멸망을 막을 거다.”

     

   그러니 크라슈는 이것만큼은 확고한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었다.

     

   “설령, 그 세계에 내가 한줌의 재조차 남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멸망을 막을 거다.”

     

   그것이 크라슈가 살아온 삶의 목표였으니까.

     

   “그러니 이번엔 네 손에 쥔 것들은 잘 챙겨둬.”

     

   멸망을 막는 역할은 이쪽이 맡을테니.

     

   크라슈가 몸을 돌려 사자반을 나서고자 문고리를 잡았다.

   어차피 다들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하니 거기로 갈 생각이었다.

     

   “……크라슈.”

     

   그러는 순간 뒤편에서 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아서의 눈에 아련함과 쓸쓸함이 깃들었다.

     

   “그 시간선에 나는 널 죽인 그 날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었다.”

     

   아서는 자기 입으로 시간선을 전부 이어 받은 게 아니라고 말하였다.

   그래서인지 크라슈는 자신이 아서를 배신한 시간선을 전부 아는 게 아님을 눈치챘다.

     

   “그것이 후회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크라슈를 향해 보이던 증오, 그러나 그 증오 너머 아련함과 후회 등.

   아서의 눈에는 여러 감정이 비치고 있었다.

     

   아서가 자신의 가슴가를 꽈악 눌러 쥐었다.

     

   “적어도 내가 그때 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너와 난 다른 관계를 쌓았을까.”

     

   아서의 질문을 들은 크라슈는 침묵했다.

   현재의 아서는 자신이 이어 받은 시간선 안에 갇혀 버린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 사실을 눈치챘다.

     

   아벨라에 의해 시간선을 이어 받지 않았던 아서는 과연 어땠을까.

   적어도 그가 저런 괴로운 얼굴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모르지.”

     

   아서가 말한 시간선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가 바라는 말을 해줄 수 없었다.

     

   “이 망할 세계는 원래 뜻대로 되는 법이 없었잖냐.”

   “……그렇지.”

     

   아서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단지, 크라슈가 기억하던 외모와 달리 여성스러움이 담긴 외모이기 때문인지.

   아서는 유달리 외로움과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스스로를 자책할 뿐이었다.

     

   아서와 자신은 그 세계에서 어떻게 살았던 걸까.

   어쩌면 지금처럼 자신도 꽤나 강해져서 아서와 등을 맞댈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크라슈는 그리 생각하며 사자단의 문을 닫고 나갈 뿐이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