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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0

    <300 – 수상한 동향>

     

    아무것도 없는 모래성에서 보물상자가 나타났다.

    사실 모래성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쓰인 소재는 타고 남은 재나 교수의 대마법이 지면에 스며들어 남은 얼음블록.

    그것도 넓은 의미로는 모래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오크노디는 기뻐했고, 모래 없는 모래성에서는 기어이 보물상자가 나오고 말았다.

    상자를 열자 안에서는 정체불명의 빨주노초파남보 액체가 들어있는 50ml 포션앰풀 7개가 나왔다.

     

    “와! 레인보우 셋! 1티어 보상 너무 좋아!”

    “…보상의 가치를 분류하신다는 것은 전에도 이런 보물상자를 얻은 적이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죠! 잘 만든 모래성에 보물상자가 생기는 건 상식이잖아요? 앞으로도 같이 잔뜩 만들어요. 리프가 도와주니까 훨씬 잘된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해도 리프는 손재주가 있는 편이다.

    고문을 위해서라면 살을 1mm 단위로 회 뜨도록 훈련을 받아온 몸.

    세상에는 뭐든 부수고 엎지르는 것만이 능사인 도짓코메이드가 있는가하면 그녀처럼 섬세한 손놀림을 지닌 유형의 정교한 암살메이드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 그 어떤 메이드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유년시절에 모래성을 쌓고 논 어린애들 역시 산타클로스도 아니고 갑자기 어른들이 달려와서 성에 몰래 보물상자를 채워 넣는 이벤트를 겪었을 리 없다.

    그런 일이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기념일이 아니라 모래성데이가 기념일이겠지.

     

    “아가씨는 아무래도 신의 총애를 받고 계신가봅니다.”

    “제가요?”

    “설마 조나 님이 매번 모래성에 보상을 넣었을 리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안전구역 안에서 조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금속조작 능력으로 지하에 관을 뚫어 모래성 내부로 금속상자를 올려 보내는 짓 따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나보다.

    훈련을 돕는 것도 아니고 놀이에 어울리려고 그렇게까지 공을 들일 남자는 아니지.

     

    “조나 님이 아니라면 이런 짓이 가능할 사람은 역시 신밖에 없지 않습니까.”

    “아항. 일퀘보상은 신이 주는 거였구나!”

     

    자각은 없는가.

    리프는 참 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보통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기쁨.

    혹은 두려움.

    힘을 선사하는 것은 감사를 바라기 때문이고, 벌을 주는 것은 두려움을 바라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인간에게서 리액션을 바란다.

    그 강도가 크면 클수록 받는 이는 누가 자신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느낄 수 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교장의 포인트를 의식하듯이.

    재단에 엮인 자들이 이사장의 포인트를 의식하듯이.

    신성에 엮인 자들은 신의 포인트를 의식하게 된다.

    그런데 오크노디가 이 사실을 모른다?

    신이 원치 않았다는 뜻이다.

    감사받는 것을.

     

    ‘이유가 뭘까.’

     

    경매가 시작하기 전, 리프는 조나에게 자신이 품은 의문을 물었다.

    조나는 오크노디가 상자 속에 숨어서 숨기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신이 자신의 뜻을 감추는 것은 그 대상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아낀다면 더욱 중히 여기며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높은 지위에 오른 자의 선의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킬 수 있습니다. 권력자가 서자에게 호의를 내비쳤다가 정실부인의 모략에 독살되는 경우가 허다하듯이.”

    “…!”

    “교단의 경우에는 신자들의 질투심이 문제가 되겠죠. 심지어 오크노디에게는 암흑마나라는 약점과 재단의 사람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귀족가의 서자보다 불리한 입장이군요.”

     

    이렇게 들으니 이해가 갔다.

    재단은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재단의 일원은 세계에서 경멸받고 있음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재단의 장학생들이 두려운 것이지, 정체를 드러낸 오크노디는 경계와 적의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니 오크노디와 놀아주던 신께서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신은 어떤 신일 것 같습니까? 알다시피 신은 유일신 외에도 무려 주류로 손꼽히는 신격들만 24신격이나 있지 않습니까.”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신이 무엇에 홀려서 아가씨를 지켜보고 있는지.”

     

    그래도 아마 이유가 될만한 것이 있다면 저것 때문이겠지.

    바람에 덜컥 닫혀버린 상자 안에서 빠져나오겠다고 상자를 때리다가 실시간으로 손발만 상자에서 삐져나온 오크노디.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우다다 달려가다가 나무에 상자가 부딪쳐 뒤로 나자빠지는 모습은 어이없음 반 귀여움 반의 감정을 일으켰다.

     

    “신께서도 우리 외로움을 많이 타는 혼자 노는 아가씨를 위로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모래성 쌓기처럼 긴 시간을 들이는 놀이에 ‘보상’을 내리는 것이죠.”

    “선신일지도 모르겠군요.”

    “악신이라고 귀여움을 모르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럼 더욱 보고해야만 하겠군요.”

     

    뭐가 됐든 이 건은 상당히 중요한 정보다.

    윗선에의 보고도 피할 수 없다.

     

    “아가씨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할 겁니다. 거대한 존재의 관심은 어떻게든 작은 것들을 뒤바꾸기 마련이고, 관심이 클수록 변화 또한 커질 테니.”

     

    전사의 신에게 총애를 받는 자는 이성을 상실한 광전사가 되어 반영구적인 광기와 분노에 휩싸인 미치광이가 된다.

    마법의 신에게 총애를 받는 자는 넘쳐나는 지성과 깨달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치광이가 되어 세속을 떠나 은둔자가 된다.

    오크노디 또한 신의 총애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기만 했다가는 끔찍한 말로를 겪을지도 모른다.

     

    “조나. 만일 사랑의 신처럼 무해한 선신에게 총애를 받으면 어떻게 됩니까?”

    “세상에 무해한 신은 없습니다.”

     

    조나는 단언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영원히 그 사랑을 독점하고자 냉동실에 얼려 가두거나 본인이 얼려 가둬질 수도 있습니다.”

    “들은 이야기입니까?”

    “재단의 지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목격했던 일입니다. 아카데미가 위험한 이유기도 하죠.”

     

    학년이 오를수록 아카데미 학생들은 부족한 실력을 대체할 신의 은총에 의지하려 드니까.

    아가씨의 천진난만함만큼은 신들의 농간에 더럽혀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무인도 경매 구일 차의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상품은 <메이드용 마나연공법 비급서>입니다.”

     

    경매에는 참가자들의 약점이 나온다.

    어떤 약점은 사회적인 입장을, 어떤 약점은 경제적인 약점을, 어떤 약점은 심리적인 약점을 노린다.

    리프를 노린 약점은 무력적인 측면이었다.

     

    “경매 시작가는 100만 포인트. 시가는 100만씩 올리겠습니다.”

    “백만.”

     

    리프는 주저 않고 입찰을 개시했다.

    마나연공법은 신체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인간이 처음으로 손을 뻗은 이능의 영역.

    외법을 어떻게 활용하면 어디가 어떻게 강화되는가.

    데이터를 쌓고 쌓아 목숨을 갈아가며 개척해낸 효능이 연공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립된다.

    그 연공법의 비전을 고스란히 유출한다.

    약점이 될 수밖에 없는 보상이다.

    재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은 재단의 자산.

    그런 것을 왜 경매에 풀어놓는단 말인가.

     

    “어제 사백 만에서 포기하셨죠?”

     

    그리고 오크노디는 왜 저것에 흥미를 보이는가.

     

    “그럼 사백만 부를게요!”

    “오크노디. 400만 포인트.”

     

    저 많은 포인트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모든 것이 다 의문이었다.

     

    ‘그래도 이유가 있겠지. 아가씨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메이드후보감도 있고.’

     

    티토소가라는 아이는 천생 메이드로 타고난 아이처럼 보였다.

    그 곁의 성주가문의 딸이나 프릴을 탄생시켜 유행시킨 장사치 친구도 마찬가지다.

    오크노디는 재단의 손을 거치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자신만을 따르는 메이드를 만들려는 건지도 모른다.

     

    ‘차라리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저리 많은 포인트를 허비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을.’

     

    안쓰럽긴 해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내일의 상품은 자신이 매입하고 경매를 끝내자.

    끝자락부터 떨어져나가며 이제는 성한 지면이 반도 채 남지 않은 9일차 경매에서의 생각이었다.

    리프의 자비로운 생각은 불과 하루 뒤인 10일차의 경매가 시작되며 끝을 맺었다.

     

    “사백만 포인트요!”

     

    이만하면 포인트를 다 쓰고 배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던 아가씨의 입에서 보란 듯이 다시 나오는 사백만 포인트.

    아무리 아가씨에게는 관대한 리프라도 이만큼이나 마르지 않는 포인트는 이상했다.

     

    “이의를 제기합니다.”

    “말하십시오.”

    “아가씨가 정말로 그만한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해주십시오.”

     

    입찰가 사기 치는 거 아니야?

    리프의 노골적인 지적을 조나는 받아들였다.

     

    “오크노디 참가자. 승선티켓을 제시하여 소지한 포인트의 확인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요!”

     

    오크노디는 부담없이 티켓을 내밀었다.

    그리고 좀처럼 놀라는 일이 없던 조나가 티켓을 받고 말문이 턱 막혔다.

     

    [오크노디, No.99999999]

     

    9999만 9999포인트.

    최대치를 찍고 있는 승선포인트.

    이미 지출한 포인트를 생각하면 하룻밤 사이에 이미 소비한 포인트만큼을 더 채워 넣었다고 봐야 할 수준의 거액.

    혹은 1억을 가뿐히 돌파했기에 포인트가 줄어도 최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수준.

    어느 쪽이든 정상이 아니다.

    적어도 조나가 아는 한으로는 그러했다.

    애당초 저 크루즈선에 존재하는 모든 승선포인트를 합쳐도 9999만 9999포인트는 나올 수 없는 수치였으니까.

     

    “부정행위를 저지르셨습니까?”

    “증거 있어요?”

     

    헤헹 웃으며 당차게 되묻는 오크노디.

    조나는 확신했다.

    우리 아가씨가 대범하게도 포인트 사기를 쳤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돈 무한 치트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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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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