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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1

        

       전국에 소동이 일어났다.

         

       난리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단순히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사건.

         

       그렇기에 소동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전국 단위로 일어났다.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경상도, 강원도….

         

       말 그대로 ‘전국’에 말이다.

         

       『 작성자 : ㅇㅇ

       제목 : 엌ㅋㅋㅋㅋㅋ요새는 이런 돼지도 등산하냐? ㅋㅋㅋㅋ

         

       (존나 큰 멧돼지랑 마주친 사진)

         

       ㅅㅂ

       도망가야 해서 질문 안 받는다. 』

         

       『 한마음등산동호회김춘식 : 이 새끼 앞으로 갤에서 못 볼 거 같으면 개추 ㅋㅋ 』

       『 한마음동호회경리 : 엌ㅋㅋㅋㅋ보니까 강원도네? 있는 감자 다 바치면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어봐라 ㅋㅋㅋㅋ 』

       『 ㅇㅇ(46.182) : 여기는 또 어디야 ㅅㅂ 산이 죄다 사냥터가 되어버렸네 니미 』

         

       『 작성자 : ㅇㅇ(46.182)

       제목 : 어떤 새끼가 지옥문 봉인이라도 풀었냐?

         

       (새랑 인어가 합쳐진 것 같은 괴물 사진)

         

       이거 뭔데 씨발

         

       등 보이면 저 새끼 덤벼들 거 같아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있다

         

       뒈지기 전에 개념글 한번 가고 싶으니까 개추나 박아라. 』

         

       『 가능충 : 흠 』

       『 ㅇㅇ(46.182) : 흠은 무슨 흠이야 ㅅㅂ 』

       『 한사랑등산회장 : ㅎㅎ,,,개추,,,두번,,,눌러드렸,,,읍니다,,ㅎㅎ 』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소동이 전국의 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등산이라는 것은 꽤 인기 있는 취미였다.

         

       국토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진 것도 있었지만, 돈도 별로 들이지 않고 자연을 체험하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등산을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개중에는 관심이 없음에도 윗사람의 취미에 동참하느라 등산을 따라가는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그리고 그 말은…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등산을 갔다가 저런 괴물과 마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냥 공기 좋은 곳에서 땀 좀 빼면서 운동도 좀 하고 힐링도 좀 해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사람들이, 아무런 무기나 각오도 없이 저런 괴물과 마주한다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우, 저거 뭐야!”

       “부장님! 저게 뭔진 몰라도 빨리 내려가죠! 이러다 큰일 나겠습니다!”

       “어, 어 그래야지. 빨리 내려가자고.”

         

       회사 차원에서 단체로 산에 올라갔던 무리는 괴물을 보고 공포에 질려서 하산하기도 하였고.

         

       “아니, 산장에 올라가야 하는데…. 저거 뭔데…?”

         

       산장 관리인은 졸지에 괴물이 길을 막아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하였고.

         

       “아이고, 행님. 저거 뭔진 몰라도 참 흉하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래 마, 독이 바싹 오른 게 화났을 때 내 마누라 같구먼.”

       “그거는 형수님이 화내실 만했습니다. 무슨 게임기를 공기청정기라고 속이고 사지 않았습니까.”

       “아니 뭐 비싼 것도 아닌데 그거 가지고….”

       “아니 행님. 그거 게임기 본체만 가격이 250만 원이라면서요. 그게 어떻게 안 비싼 겁니까.”

       “어허! 동생! 이러기야? 이러면 나도 동생이 아들내미 선물에 편승해서 한정판 레고 잔뜩 구매했던 거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

       “이미 다 이야기했구먼 뭘! 그리고 거 한정판 다 합쳐봐야 얼마나 한다고….”

       “그거 다 합쳐서 100만 원이 넘는 거 안다. 그거 느 마누라는 아나?”

         

       취미가 맞아서 등산하려던 사람들 역시 괴물에 가로막혀 산을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런 경우는 나은 편이다.

         

       가장 상황이 나쁜 것은 바로 저들과 반대 위치에 있는 사람.

         

       산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괴물이 길을 막고 있는 경우였다.

         

       “아이고. 이거 어쩐댜.”

       “불공 좀 드리고 내려갈라 캤더니 웬 야차 같은 게 저기에 있네.”

       “스님. 어찌 불경으로 저거 쫓아내지 못하겠심꺼?”

       “허허. 시주님. 불경이 주술도 아닌데 어떻게 읊는 거로 저걸 쫓아낼 수 있겠습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시지요. 곧 사람들이 와서 정리해주지 않겠습니까.”

         

       피해자는 다양했다.

         

       절에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사이 괴물이 나타난 덕분에 하산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절에서 살아가고 있는 스님.

       산장에 있었던 관리인과 등산객.

       산 곳곳을 누비며 약초를 캐던 약초꾼.

       사냥개를 훈련하겠답시고 산에서 개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던 엽사.

       산을 누비며 훈련하고 있던 운동부원이나 무인 지망생들.

       산을 거점으로 삼고 훈련하고 있던 무인 등….

         

       그 피해자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특히 이번 소동의 범위가 ‘전국’이었기에 그 숫자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난리가 난 곳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으레 전화를 거는 곳.

         

       119와 112였다.

         

       “네, 119입니다.”

       [ 아이고, 119죠? 거기 내가 산에 있는데 하산을 할 수가 없어서 전화했거든요? 지금 아주 죽겠습니다. 빨리 출동 좀 해요! ]

       “네, 산에 계시는데 하산을 할 수 없다고요? 조난인가요?”

       [ 아니 조난이 아니라 그 뭐냐 웬 나무 같은 게 길을 떡하니 막고 있다니까요? ]

       “네, 나무 때문에 이동을 할 수 없으시다…. 혹시 부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는 건가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이거 답답하네! 이거. 웬 나무 같은 게 걸어 다니고 있어요. 걸어 다니고 있다고. ]

       “아, 부러진 나무가 길을 막은 것이 아니라, 나무를 닮은 이상한 괴물 같은 게 있어서 이동할 수 없으시다는 말씀이시죠?”

       [ 그래요. 그거! 그거라니까! 이제 말이 통하네! 그거 때문에 내가 길을 갈 수가 없는데 어떻게 좀 해주쇼. 이러다가 산에서 굶어 죽을 거 같은데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겠습니까?”

       [ 사진? 아 거 따지는 거 더럽게 많네. 위치추적 해서 여기 오면 되는 거 아니에요? ]

       “그게 위치추적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길을 막고 있는 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아야 해서요. 상황에 따라서는 경찰이나 그 지역 자율방범대와 연계해야 할 수도 있어요.”

       [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하, 이거 귀찮네. 됐어요. 찍어서 보냈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확인했습니다. 소환수로 추정되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혹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무인 한 분과 같이 대원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현 위치가 헬기가 진입하기 좋지 않은 위치인데, 혹시 위치를 옮기실 수 있나요?”

       [ 지금 저거 보고도 그럽니까? 이동했다가 저게 나 따라오면 어떻게 해요. 이거 상식이 있는 사람이야? ]

       “알겠습니다. 그러면 되도록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상한 모습이 보이면 나무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빨리 와요, 빨리! ]

         

       119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그냥 평소랑 다른 상황인 것이랑, 신고 건수가 조금 늘어난 것 말고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평소처럼 신고하는 사람들은 다급했고, 퉁명스러웠고, 그들이 오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고 건수는 많아도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 때문에 발이 묶인 사람들을 구하는 형식이었기에 여유가 있기도 했다.

         

       괴물들은 길을 지나가지 못하게 막기만 하고 있을 뿐, 크게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도망가는 사람을 쫓아가서 기어코 목덜미를 물어뜯거나 사지를 찢어서 죽이지도 않았고,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선제공격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사람들이 들어오면 공격을 가했을 뿐이다.

         

       물론 그 공격 때문에 다칠뻔한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기껏해야 타박상 정도로 끝이 났고, 크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같이 흉흉한 손톱이나 날카로운 병장기,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기에 잡힌다면 크게 경을 치를 것이 분명했음에도 그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보고 ‘신의 축복’이라면서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119 측에서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112는 최악이었다.

         

       “야-! 우리 지역에도 괴물 나왔단다 괴물!”

       “예, 아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방금 옆 지역에서 괴물 튀어나왔다고. 그걸 왜 또 말씀하십니까?”

       “지금 우리 지역에! 우리 관할에 괴물 나왔다고!”

       “예? 옆 지역에서 넘어온 겁니까?”

       “아니, 우리 지역에 새로운 거 나왔다고-!”

         

       112는 사람을 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저 괴물에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응해야 한다.

         

       제압하든, 사살하든, 포획하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저것을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그게 그들에게 주어진 과업이었다.

         

       “아니 뭐 이딴…. 뭐 어디 괴물 뽑아내는 공장이라도 있답니까?”

       “씨발, 그건 모르겠고 장비나 챙겨라.”

       “저희 대인 관련 장비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나마도 제압용 근접 장비랑 권총, 테이저건이 끝 아닙니까?”

       “그렇지?”

       “그거 가지고 뭐 합니까…?”

       “뭐 하기는 뭐 해. 장비에 기 불어넣고 때려잡아야지….”

         

       문제는 그 과업에 비해 그들이 가진 장비가 형편없다는 것.

         

       강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능력자들이 많은 것도 아닌 시골에 있는 경찰들이 소환수나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무력이 필수였기에 희망을 품기는 했지만….

         

       “어우. 이거 안 되겠는데?”

         

       별 볼 일 없는 장비를 들고 임기응변으로 때려잡기에는, 괴물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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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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