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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1

        “미스터 위프…… 라고 불러도 되겠나?”

       

        “하하하. 물론입니다, 아돌프씨.”

       

        아돌프의 말에, 위프가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아돌프에게 말했다.

       

        “저희를 부른 이유라면……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호오? 내가 무슨 이유로 그대들을 불렀는지, 알겠는가?”

       

        “물론입니다.”

       

        위프가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탐정이라는 직업으로 이 저택에 찾아왔으니, 어찌 보면 자신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겠지.

       

        “아돌프씨는 헤이즈 부인과 유산 상속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이죠. 그리고 저는 헤이즈 부인의 의뢰로, 사라진 유언장을 찾으러 온 사람입니다.”

       

        “…….”

       

        아돌프가 말없이 위프를 바라본다.

        그에 위프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제가, 5일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어제 헤이즈 부인과 독대를 했죠. 그 내용이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법 예리하군.”

       

        “하하하. 사실, 이 정도는 탐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잔재주에 불과하지요.”

       

        위프의 너스레에, 아돌프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미스터 위프의 말이 맞소. 나는 그대가 유언장을 찾아냈는지, 그 여부가 궁금하오.”

       

        “흠……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위프의 말에, 아돌프가 굳은 얼굴로 위프를 바라본다.

        혼란, 의문, 의심, 분노, 슬픔…… 가지각색의 감정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그렇게 수많은 감정을 품은 채 위프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우리 가문 내부의 일이오.”

       

        “……그렇습니까?”

       

        “다만, 이것만은 말해 줄 수 있소. 나는 오로지 우리 가문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

       

        위프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방금 아돌프가 한 말이 진실이냐는 신호다.

       

        끄덕.

       

        “?!”

       

        진실이라는 나의 신호에, 위프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이번에도 무언가, 그의 추리와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당신은 여왕 폐하가 연관된 사건도 해결했다고 들었소. 수도에서도 소문난 명탐정이시라고.”

       

        “부끄럽게도 그런 과분한 호칭을 받았지요.”

       

        “비록 당신이 형수님의 의뢰로 왔으나, 나 역시 현재 상황을 들을 권리 정도는 있다고 보오.”

       

        “흐음…….”

       

        위프가 손가락으로 자기 턱을 문지르며 고민에 들어갔다.

       

        헤이즈 부인이 위프에게 의뢰하긴 했지만, 그 내용은 어디까지나 ‘사라진 유언장을 찾아달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의외를 할 때 헤이즈 부인이 내건 ‘이름’은 어디까지나 ‘헤이즈’라는 가문명이었다.

        즉, 헤이즈 가문의 일원인 아돌프도 현재 수사 상황을 들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보자면, 현재 위프는 헤이즈 부인의 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프 본인은 유산 상속에 별 관심이 없어도, 어쨌든 헤이즈 부인이 직접 데려온 인물이지 않는가?

       

        “……그러죠.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 선택의 순간, 위프는 아돌프에게도 수사 상황을 공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을 두고 ‘중립’을 선택했다고 하는 것이겠지?

       

        “……그렇군. 그렇다면, 아직 유언장을 찾지 못했다는 것인가?”

       

        “네.”

       

        “흠…….”

       

        위프의 말에, 아돌프가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위프도 뭔가를 고민하는 듯, 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앞에 둔 채 무언가를 고민하는 상황.

       

        “옴뇸뇸.”

       

        나는 과자만 먹었다.

       

        어쨌든 가장 먼저 생각을 끝낸 이는 아돌프였다.

       

        “미스터 위프.”

       

        “말씀하시지요.”

       

        “만약 유언장을 찾게 된다면, 나에게 먼저 귀띔해 줄 수 있겠나?”

       

        “……네?”

       

        아돌프의 말에 위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아돌프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형수님이 있는 자리에서 알려주시게.”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위프가 아돌프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아돌프는 한숨과 함께 답했다.

       

        “솔직히 말하지. 나는 형수님이 형님의 재산을 가져가든 말든, 상관이 없네.”

       

        “……네?”

       

        위프가 두 눈을 크게 뜬다.

        나로서는 아돌프의 말이 그렇게 놀라운 것인가 싶었지만, 위프의 반응을 보건대…… 인간들에겐 놀라운 일인 모양이었다.

       

        “가문의 재산이 탐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게. 형님도 나이가 많았지만, 그것은 형수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죠?”

       

        “게다가 형님과 형수님에게 아들이라도 있나?”

       

        “……그것도 아니죠?”

       

        아돌프의 말이 이어질수록, 위프의 고개가 끄덕여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형수님도 자연스럽게 형님의 뒤를 따라가겠지. 그렇다면 그때 남는 상속인은 내가 아닌가?”

       

        “그건 그렇군요.”

       

        “설사 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내 아들이 있다네. 그러니 내 처지에서는 형수님이 가문의 재산을 상속받든 말든, 상관이 없는 것이지.”

       

        “호오…….”

       

        위프의 시선이 다시 한번 나에게 향한다.

        방금 아돌프가 한 말의 진위성을 물어보는 시선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놀랍게도 아돌프는 진실을 말했다.

       

        “그렇다면 아돌프씨가 유언장을 신경 쓰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형님의 유언장이네. 형님의 동생이자, 가문의 총관인 내가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군요.”

       

        그렇게 아돌프와의 대화는 끝났다.

        나와 위프는 아돌프에게 인사를 한 후, 그의 방에서 나왔다.

       

        말없이 복도를 걸어가는 중.

        주변에 다른 인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입을 열었다.

       

        “방금 아돌프의 마지막 말. 거짓말이다.”

       

        “……그렇단 말이지?”

       

        위프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            *

       

       

        – 오오오오

        – 몬가가 일어나고 있어?!

        – 캬

        – 느와르 향이 살짝 나는 것 같기도?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내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듯, 그들의 감정이 진하게 보였다.

       

        이렇게 좋아해 준다면, 이야기하는 나도 신이 나는 법이다.

        나는 음료수로 목을 한 번 축이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나와 위프는 7일…… 아니지. 그 시점에서는 6일이로구나.”

       

        여기서 ‘그 시점’이란, 아돌프와 대화를 나눈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쨌든 나와 위프에게 남은 시간은 6일.

        유산 관리인이 오기 전까지, 유언장의 행방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프는 이미 탐문 수사를 모두 끝낸 상황이었단다.”

       

        저택에서 일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번화가에서도 조사를 했다.

        물론 번화가에 있던 모든 인간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헤이즈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전부 수집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위프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단다.”

       

       

        *            *            *

       

       

        “미스 라그나. 나 좀 도와줘.”

       

        “음?”

       

        나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 위프를 바라보았다.

        그의 간절함이 얼마나 진한지, 그의 모습을 뒤덮어버릴 정도였다.

       

        “무엇을 도움받고 싶으냐?”

       

        “오! 도와주게?”

       

        “대가에 따라 다르겠지.”

       

        “쳇.”

       

        혀를 찬 위프가 품속을 뒤적거린다.

        그러고는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상자를 꺼내 들곤, 그것을 나에게 내밀었다.

       

        “번화가에서 산 고급 과자야. 이걸로 어때?”

       

        “흠…… 내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은 무엇이냐?”

       

        “미행하고 싶은 녀석이 있어. 하지만 내가 자리를 비우면 수상해 보일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군. 너를 대신할 인형이 필요한 것이냐?”

       

        “그렇지.”

       

        위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얻기 위해 누군가를 미행하겠다는 위프.

        하지만 대상을 미행하기 위해서 위프가 모습을 감춘다면, 분명 그것을 수상하게 여기는 이들도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위프를 일시적으로 대신할 인형을 얻어내려는 속셈이리라.

       

        “그렇다면 그 미행을 나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겠느냐?”

       

        “에이. 그러면 너에게 정답을 듣는 것과 다를 것이 없잖아? 게다가 그만한 대가를 준비하지도 못하고 말이야.”

       

        “현명하군.”

       

        위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그 즉시 용금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나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용금은 그 형태를 변형시키기 시작하더니, 이내 ‘위프 케이지’의 모습이 되었다.

       

        “와우. 언제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기한은 언제까지 하겠느냐?”

       

        “하루면 될 거야.”

       

        그렇게 말한 위프가 트렁크를 열었다.

        그러고는 그 안에 들어 있던 ‘변장 도구’를 꺼내 들더니, 신속하게 자기 모습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젊은 인간 남성이었던 그의 모습이, 어느새 늙은 인간 남성의 외형으로 바뀐다.

        옷차림도 남루하게 바뀌었고, 그 상태에서 몸을 구부정하게 굽혀 체형과 키를 속인다.

        천룡안을 가진 나와 같은 이들에겐 통하지 않는 변장이겠으나, 인간처럼 대상의 ‘외형’으로 개체를 구분하는 존재에겐 유용하겠지.

       

        “다녀올게. 뒤는 잘 부탁한다!”

       

        “다녀오거라.”

       

        그렇게 위프는 창문을 통해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그에게 달아 놓았던 소형 단말을 통해,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확연하게 느껴졌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무리 어설픈 모습이 있더라도,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게다가 여차할 경우에는 내가 도와주면 된다.

       

        “그럼 가자꾸나.”

       

        “아하하. 그러자고 미스 라그나.”

       

        가짜 위프와 함께, 나는 방을 나섰다.

        지금부터 가짜 위프와 함께 저택을 돌아다니며, 위프가 오늘 하루 종일 저택에 있었다는 증거를 만들어야 하니까.

       

        “옴뇸뇸.”

       

        위프가 대가로 내놓은 과자를 먹으며, 나는 가짜 위프와 함께 저택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            *

       

       

        ‘그’는 저택을 나섰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그’는 번화가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위프가 은밀하게 미행하기 시작했다.

       

        “한 푼 줍쇼…….”

       

        부랑자, 혹은 거지의 모습으로 분장한 그가 길을 걸어가자, 인간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에게서 멀어진다.

        때때로 동전이 날아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위프를 무시했다.

        물론 위프는 이것을 바랐을 테지만 말이다.

       

        위프가 미행하고 있던 ‘그’가 번화가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식료품점’에 들어간다.

       

        “흠.”

       

        위프는 식료품점이 훤히 보이는 근처 길거리에 앉아,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주워 자기 앞에 내려놓았다.

        마치 구걸하는 거지처럼, 혹은 노숙자처럼 말이다.

        그의 위장이 괜찮았던 것인지, 인간들은 전혀 그를 눈치채지 못한다.

       

        탈탈탈탈…….

       

        위프는 불안한 듯 다리를 덜덜 떨며, 은밀하게 식료품점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딸랑~!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아이고. 물론 입죠, 한스 집사님!”

       

        “…….”

       

        위프가 미행하고 있던 대상.

        한스 집사가 마침내 식료품점 밖으로 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이번 추리의 끝은? 정답은?

    다음 이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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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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