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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1

    <301 – 아가씨의 성장>

     

    증거가 없으면 범행은 인정되지 않는다.

    아가씨의 범죄야 집사 된 입장에서 눈감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정함’이 상실된 감독관은 그 자질을 의심받는다.

    훗날 보고를 받은 상부에서 조나의 자격을 의심한다면 다음에는 또 다른 감독관이 파견될 것이다.

    그처럼 아가씨의 편이 되어줄 집사가 아니라 중립적인, 어쩌면 악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를 훨씬 위험한 누군가가.

    그를 제외한 다른 간부들의 위험성은 저 크루즈선에서 신나게 날뛰고 있는 안라게의 사도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 몇 가지 검사를 개시하는 동안 경매를 잠시 중지하겠습니다. 다른 참가자분도 이에 동의하십니까?”

     

    리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무심한 눈 속에 담긴 일말의 흔들림 또한 조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봐주기는 없다.

    검사는 진심으로 한다.

    이왕 저질렀으면 걸리지만 말아주십시오.

    단지 그렇게 바랄 뿐이다.

     

    [서치아이]

    [마나감별]

     

    간파의 상위기능 안목.

    안목의 상위기능 감별.

    그런 감별에서도 한층 더 상위로 올라가야만 허락되는 [마나감별]의 수준 높은 간파계 기능이 승선티켓을 철저하게 뜯어보았다.

    내부술식은 건재하다.

    보안술식이 훼손된 흔적도 없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하기 힘든 고액의 포인트가 동시에 입금된 흔적이 보인다.

     

    [+100만]

    [+100만]

    [+100만]

    […]

     

    백만 단위의 티켓은 이렇게나 많지 않다.

    90연속으로 등장하는 티켓은 부정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티켓의 위조신호는 잠잠하다.

    부정한 접근도 감지하지 못했다.

    위법포인트의 주입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는 몇 가지 사실을 암시한다.

     

    우선 아가씨가 승선티켓에 담긴 위조방지기능을 모조리 ‘간파’하고 있다는 것.

    아티펙트의 구조를 모조리 꿰뚫어보는 장인처럼 승선티켓의 술식구조를 전부 ‘이해’했다는 뜻이다.

    한 가지 아티펙트를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관찰해온 전문 감별사처럼.

     

    다음으로 아가씨가 위조감별신호를 속일 정도로 정교한 ‘모방’에 성공했다는 것.

    어설픈 손재주나 몸놀림으로는 경비장치의 존재를 알더라도 장치를 작동시킨다.

    그런 어설픈 도둑이나 도적들과는 감히 도전할 엄두도 못 낼 장인의 작품이 재단의 포인트카드였건만 아가씨는 그 보안을 뚫었다.

     

    “이 비정상적인 이력에 대해 해명해주십시오.”

    “비정상? 그런 거 몰라요! 전 얻을 수 있는 포인트를 얻었을 뿐이에요!”

    “그럼 해명 불가능한 포인트사용에 대해 환수를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에에~ 싫어요~!”

     

    어린애 떼쓰기냐.

    하지만 실제로 어린애가 맞으니 할 말도 없다.

     

    “제가 누구 한 사람의 포인트를 탈탈 털어서 쥐어짜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거 부끄러워서 어떻게 말해요!”

    “과연… 그 방법이 있었군요. 이해했습니다.”

    “정말요?”

    “포인트의 출처에 대해 해명이 된 관계로 이대로 경매를 재개하겠습니다. 다른 참가자분은 이 해명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암살메이드로서 무척이나 납득이 가는 사유이니.”

    “??”

     

    해명을 한 당사자는 시치미 뚝 떼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저 정도의 연기력이면 재단상부에서 감찰관이 내려오더라도 거뜬히 속여넘길 수 있으리라.

     

    ‘아가씨도 성장하셨군. 죄 지은 승무원 하나에게 모든 포인트 출처를 떠넘기고 고문을 당한 끝에 죽었으니 증거는 없다고 둘러대는 법을 배우다니.’

     

    아카데미는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욱 큰 보상을 얻는다.

    아가씨는 아무래도 기프트 아카데미를 제대로 다니며 써먹고 있나보다.

     

    ‘이래야 내가 가르친 아가씨답지.’

     

    천진난만한 아가씨가 어둠에 물드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면한 위기 앞에서 어버버 거리다가 어린애처럼 울면서 당해버리는 꼴을 바라지도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위기 앞에서는 모질게 마음을 먹을 줄 아는 것도 살아남기 위한 지혜.

     

    ‘아무리 순수한 아이라도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순수함을 온전히 지킬 수는 없지.’

     

    배에 돌아가면 죽은 승무원이 있는지 파악하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체 몇 구를 불태워 흔적을 없애자.

    시체에 강제피생성 마법을 걸고 채혈만 수십 리터를 했다거나, 손발을 계속 재생시켜서 수천 번을 부러뜨렸다거나 핑계야 얼마든지 댈 수 있다.

    이 방법이라면 크루즈선에 분배된 포인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포인트의 출처를 해명할 수 있다.

    전부 시체만 불태워 없애면 그만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다만 걱정거리도 있다.

    배에서 선상반란이라는 소꿉놀이에 심취한 학생들이 너무 온건했던 나머지 죽은 승무원이 없을 때.

    그때는 그도 모질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시체가 없으면 위증을 얻어야 한다.

    한 번 위증을 한 사람이 감찰관에게 사실을 실토하는 배신을 범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산 자의 진술은 위험하다.

    죽은 자만이 아가씨의 안전을 보장한다.

     

    ‘누군가를 죽여야겠지.’

     

    어차피 저 배에 탄 승무원들은 n십년 장기근무 끝에 찾아올 일확천금의 보상에 눈이 멀었거나 재단에 큰 죄를 짓고 빚을 갚는 이들이다.

    모질게 마음을 먹고 하나쯤 없애도 죄책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조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독심이야말로 그가 재단의 이사장으로부터 ‘와이히엠하이’의 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 *

     

     

    “저급한 마나연공법을 직접 익히는 건 좋지 않습니다. 상위연공법의 수련에 방해가 됩니다.”

    “괜찮아요! 이런 연공법은 티토소가나 익히게 하면 딱이니까요.”

    ‘저급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으시는군.’

     

    경매에서 낙찰 받은 연공법을 파라락 훑어보듯이 읽은 아가씨가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의 가치를 일언반구에 평가절하 했다.

    그것이 리프에게는 다소 흥미로웠다.

    아가씨의 강함과 재능은 알고 있다.

    그러나 조나와 자신은 아가씨에게 마나연공법까지는 가르친 적이 없다.

    마나연단법이나 마나연공법은 부족한 신체능력이나 마나능력을 보조하는 것.

    너무 이른 나이에 습득하면 본연의 신체나 마나를 다루는 법이 미숙하여 연단법과 연공법의 위력에 의지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2배로 증폭되는 강함에 심취하여 3배 4배 증폭배율을 높인다고 한들, 기본이 되는 능력치의 증진을 게을리하고 오히려 퇴보한다면 배율을 높이는 의미가 없듯이 말이다.

     

    ‘그런데도 아가씨는 더 강해지셨지. 기본기도, 증폭능력도.’

     

    아카데미에서도 1학년에게는 쓸만한 연공법이나 연단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시중에 풀린 어중이떠중이 구결집에 비하면 훨씬 제대로 된 기초를 전수하지만 그래봤자 기초다.

    절대로 아가씨가 사용하는 것처럼 대단한 녀석은 배울 수 없다.

     

    ‘향상심이란 얼마든지 가져도 좋은 것. 그리고 비전이란 누구와도 나누지 않는 것.’

     

    오크노디가 자신들에게 비밀로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기에 리프는 직접 묻는 일은 없었다.

    연공법을 본인이 익히려는 목적으로 얻은 것이 아니며 주변에 자신만을 따르는 전속 메이드대를 만들려는 의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잘됐군요. 마침 에이프릴도 청소메이드 수준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교육이 필요하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부탁할게요!”

    “그래서… 하루를 더 버텨보실 생각입니까?”

     

    7일차 상품 <도둑잡기> 이후, 단둘이만 남은 채로 벌써 두 번이나 상품을 맞이했다.

    8일차 <아카데미 식당메뉴를 1년간 영양만점 런치세트로 통일하기>.

    9일차 <메이드용 마나연공법 비급서>.

    10일차부터는 상품의 급이 달라진다.

    그만큼 버티는 난이도도 어려워진다.

    보통의 무인도라도 그럴 텐데 지금은 환경이 지옥에 가깝게 변했다.

    먹을 것은 일절 없고 섬의 형태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태.

     

    “버틸래요!”

    “크루즈선에서 기다리는 모두가 걱정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음~ 괜찮아요! 용사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재단의 다른 간부가 있어도 말입니까?”

    “용사는 딱히 아군이 되면 약해지는 기믹을 지닌 중간보스가 아니니까요!”

     

    의미는 불명이지만 용사를 향한 신뢰만큼은 알겠다.

    자주 다퉜으니 그만큼 강함을 실감하고 있겠지.

    이런 게 싸우면서 크는 우정이라는 건가.

    청춘이네.

    조금 흐뭇함을 느끼는 리프에게 오크노디가 해맑은 얼굴로 덧붙였다.

     

    “게다가 저 배에 남은 간부는 상성이 좋잖아요~?”

    “상성…입니까?”

    “안라게의 사도는 자아를 3일 이상 유지할 수 없으니까 아무리 애써도 시간이 지나면 허접자아가 올라와버리는걸요. 그 정도는 용사도 버틸 수 있겠죠!”

     

    흐뭇하게 지켜보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대체… 안라게의 사도에 대해서는 어디서 이야기를 들으신 겁니까?”

     

    이건 위험하다.

    크루즈선에 영혼이 묶인 재단의 간부.

    고위관계자가 아니라면 정보의 접근조차 불가능한 대상의 이름이 오크노디의 입에서 나왔다.

    이건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가볍게 흘려 넘길 수준이 아니다.

    조나가 알아서는 안 될 이야기를 제 입으로 전하는 우를 범할 리가 없다.

    이 출처는 파악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음~ 비밀!”

    “제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다면?”

    “힘으로 알아내야죠!”

     

    …아가씨에게는 조금 미안하게 되었군.

    그래도 이건 아가씨의 안위를 위한 결정이다.

    리프는 진심수리검을 허벅지의 단검벨트에서 뽑았다.

     

    “아가씨께서 원하신 겁니다. 지금부터 저는 전력으로 아가씨를 제압하겠습니다. 정보를 실토한다면 무사히 풀어드리겠지만…”

    “실토하지 않으면요?”

    “…더 이상 경매를 이어나가지 못하도록 강제로 기절시킬 겁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출처불명 정보력의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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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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