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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으아아아악!!”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던 까닭에 이안 페어리테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안을 태운 빙설룡-힐드는 상공을 향해 궤도를 틀었다.

        

        

       스으으.

        

        

       아이작은 이안에게 [빙결 차단막]을 씌웠다. 덕분에 이안의 비명이 [빙결 차단막]에 가려져 잦아들었다.

        

       현재 하늘의 지배자는 아이작이다. 사역마인 빙설룡은 상관없지만, 나머지 인간은 하늘에 이르면 온몸이 얼어붙고 갈라지며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맡긴다, 이안.”

        

        

       이안의 역할은 빙설룡-힐드가 전달해줬으리라.

        

       타나토스의 무적 상태는 [악신의 장막]을 없애면 해제된다.

       

       그러려면 이안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낙원추방]이 필수 불가결했다.

        

       그리고 막대한 화력을 쏟아부어 타나토스의 거체를 쓰러뜨리면 놈의 진정한 본체가 튀어나올 것이다.

        

        

       [그아아아아!!]

        

        

       사멸의 타나토스가 아이작을 향해 포효했다. 아이작은 그 마족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사멸의 타나토스 ]

        

       Lv : 2■■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소멸

       위험도 : 극상

        

        

       레벨 200은 세계 멸망이 가능한 전투력이다.

        

       그러므로 그 이후론 구분이 무의미해져 책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메르헨의 마법 기사> 설정이었다.

        

       그러나 초월적인 강자에 가까울 수록 상태창에 모자이크가 생겨난다.

       

       그 모자이크가 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상대의 강함을 측정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의미일 터.

        

       사멸의 타나토스는 그만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이미 무저갱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요르문간드.”

       “크라켄.”

       “샐러맨더.”

       “페가수스.”

        

        

       원왕들은 일제히 손목을 내밀었다.

        

       손목에 새겨진 8성급 사역마 계약진이 빛을 발하며, 각 원소 속성의 폭풍 속에서 거체의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뇌제의 8성급 번개 사역마, 요르문간드. 날카로운 비늘과 번개를 휘감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뱀 마수.

        

       도제의 8성급 물 사역마, 크라켄. 사나운 물 마력을 휘두르는 흑진주빛 거대 문어 마수.

        

       염제의 8성급 화염 사역마, 샐러맨더. 무시무시한 화염을 퍼뜨리는 거대 도룡뇽 마수.

        

       풍제의 8성급 바람 사역마, 페가수스. 연녹빛 바람 마력을 휘감은 날개를 펼쳐 날아다니는 잿빛 말 마수.

        

        

       ‘다른 세계의 전설이나 신화에서 데려온 마수들….’

        

        

       아이작은 그 마수들의 모습을 보고서 <메르헨의 마법 기사>의 설정을 하나 떠올렸다.

        

       처음엔 게임이 플레이어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꾸며낸 설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저 광경을 보니 위화감이 들고 만다.

       

       다만,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아이작은 상념을 털어냈다.

        

        

       “결계를 전개한다.”

        

        

       뇌제 자울이 말했다.

        

       원왕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제 사역마와 함께 각 원소 속성의 결계를 드넓게, 드높게 전개했다. 원소 결계들은 하늘까지 치솟더니 몹시 거대한 벽처럼 자리 잡으며 서로 어우러졌다.

        

       원왕들의 결계는 세상으로부터 아이작과 사멸의 타나토스만을 따로 가둔 듯했다.

        

       그 압도적인 광경은 올드렉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보이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법 스케일에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그아아아!!]

        

        

       타나토스는 결계에 담긴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으나, 원왕들은 쉴 새 없이 마력을 쏟아부으며 결계를 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계는 독이 되겠네요.”

        

        

       도제 세이렌이 말했다.

        

       타나토스는 전개된 결계의 마력을 흡수하며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제, 최근 수백 년간 마력이 고갈된 적 있었어?”

        

        

       풍제 에린 캠벨의 목소리가 마법의 힘으로 도제의 귀를 울렸다. 원왕들은 그리 의사소통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오늘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런 건 저도 이미 느끼고 있다구요. 오랜만에 무리 좀 하겠네요…!”

        

        

       각 원소 속성의 정점에 오른 대마법사, 원왕들마저도 아이작의 공격을 한 번 막는 것으로 마력이 고갈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정도로 아이작이 퍼뜨리는 위압감은 압도적이었다.

        

        

       “굉장해라, 이 무슨 불합리한 마력인가요….”

        

        

       도제 세이렌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황야 위.

        

       세 쌍의 냉기 날개를 펼친 아이작과, 지팡이로 지면을 짚은 사멸의 타나토스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타나토스는 다시 진녹빛 사멸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맞닿는 것만으로 죽음에 이르며 영혼을 불태우는 힘이 지팡이의 마석에 모여들고, 회전했다.

        

       궤적을 그려나가는 진녹빛 법진.

        

       획의 구성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기묘하리만치 정교했다.

        

        

       ‘요정들 덕분인가. 마력이 꽤 회복됐어.’

        

        

       아이작은 아직 몸속에 여유롭게 남아도는 마력을 느꼈다.

        

       서리낫을 슬며시 앞으로 내미는 아이작.

        

       그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공기를 울렸다.

        

        

       “엄한뿐이었던 생애여.”

        

        

       화아아아아!!

        

        

       읊조리는 마법 영창을 따라, 아이작 뒤로 톱니바퀴와 톱니바퀴가 이어지듯 정교한 얼음 속성 마법진이 구축되어 가고.

        

       그 모든 마법진을 아우르듯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궤적을 그리며 포개졌다.

        

       강렬하게 퍼져나가는 연푸른 광채가 장엄한 위엄을 드러냈다.

        

        

       [그아아아아아!!]

        

        

       위기를 감지한 타나토스가 맹렬히 포효하며 지팡이에 담긴 사멸의 마력을 쏟아냈다.

        

        

       콰아아아아앙!!!

        

        

       죽음의 그림자가 황야에 드리운다.

        

       오롯이 아이작을 향해 쏘아진 진녹빛 화염은 강력한 폭풍처럼 몰아치며 원왕들의 결계를 격하게 스쳐 지나갔고.

        

       다른 곳으로 퍼지는 일 없이 온전히 아이작만을 뒤덮었다.

        

       그러나.

        

        

       파아아아아!!

        

        

       냉기가 퍼져나가며 가뿐히 진녹빛 화염을 밀어냈다.

        

       사멸의 힘이 지나간 자리. 황야 위에 남아 있던 식물 따위의 생명의 불꽃마저 모두 죽음으로 화하고, 대기마저 메마르며 칙칙하게 물들었으나.

       

       그 가운데서도 아이작은 홀로 고고히 빛나고 있었다.

        

        

       “시시하구나.”

        

        

       한숨 섞인 감상.

        

       어느새 아이작은 대마법사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 갈래의 세계멸망급 마법을 구축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원왕들은 아이작이 왜 직접 결계를 전개하지 않고 있었는지, 그 광경을 보고 여실히 깨달았다.

        

        

       화르르르르!!

        

        

       머리 위.

        

       오른쪽 사선 아래.

        

       왼쪽 사선 아래.

        

       각각 세 덩이의 거대한 냉기 태양이 떠올라 영롱한 광채를 발하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힘은 시공마저 얼릴 듯했다.

        

       9성급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 3연(聯).

        

       세계멸망급 마법은 하나만 구축해도 매우 복잡한 연산과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 소모를 필요로 한다. 이를 한꺼번에 세 개씩이나 발현한 것.

        

       아이작은 화력에 온전히 집중할 생각임이 틀림없었다.

        

        

       “빙제의 힘을 실제로 목도하는 건 처음이다만…, 저건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났군. 원옥마수 소환에 이어 세계멸망급 마법을 이렇게까지….”

        

        

       염제 안데르센이 경외심 어린 눈으로 아이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경이롭다. 그 한 마디만으로 제 감상을 표현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 만큼 저 소년은 경이롭다.

        

       결계 안쪽은 이미 극저온의 한파가 몰아치며 얼음 지옥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4명의 원왕은 아이작의 마력에 압사 당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끄으…!”

        

        

       도제와 크라켄이 세운 물의 결계는 차츰 얼어붙으며 무력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인과 사역마는 수류의 속도를 미친 듯이 끌어올려 결계를 유지했다.

        

       물의 결계는 그 어떤 생물이든 들어서는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온몸이 찌그러지고 갈기갈기 찢겨나갈 수준의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 세상 누구든지 그만한 물의 결계를 구축하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도, 아주 잠깐이라도 방심해 결계의 경도를 늦추는 순간.

        

       아이작의 냉기는 결계를 먹어 치우고 모든 걸 집어삼킬 것이었다.

        

        

       “저게… 빙제….”

        

        

       올드렉에서 한스 맥그리거는 공포감을 느끼며 목소리를 떨었다.

       

       아무리 빙제라고 해도 아카데미 학생이니, 재능만 출중한 천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빙제에 관해 널리 퍼진 공개적인 정보는 ‘새로운 빙제가 나타났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스는 편협한 시각으로 아이작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왕이란 자못 한 원소 속성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를 뜻한다. 그 칭호의 무게는 무겁다. 

       

       그 사실을, 한스는 눈앞의 광경과 마력을 느끼는 피부로 똑똑히 실감했다.

       

       아카데미 대항전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 들었던 거물들도,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얼음의 원왕, 아이작과 거대한 철문을 망막에 아로새기며 살 떨리는 경외심을 느꼈다.

        

        

       “이번엔 우리 차례다.”

        

        

       아이작의 냉소적인 선언.

        

       그가 구축한 거대한 마법진이 발광하자 타나토스가 소리를 내질렀다.

        

        

       [그아아아!!]

        

        

       타나토스는 자신에게 걸린 [악신의 장막]을 기억했다.

        

       그 힘이 있는 이상 자신은 안전할 터였다.

        

       하지만 이 감정은 무엇일까.

       

       쓸모가 없어 아득히 머나먼 곳에 버려져 있던 낯선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타나토스를 뒤덮었다.

        

       그 감정의 정체를, 타나토스는 이윽고 깨달았다.

        

       공포.

        

       저 얼음의 마법사로부터 타나토스는 처음으로 공포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으으으!!]

        

        

       타나토스는 지팡이를 부수고, 그것에 달린 마석을 양손으로 거머쥐었다.

        

       전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저 얼음의 마법사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저런 괴물 같은 마법사라면, 필시 어떻게든 타나토스를 쓰러뜨릴 방법을 찾아낼 것이었다.

        

       한계를 알 수 없는 얼음의 왕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일 만큼 타나토스는 어리석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쿠구구구구!!

        

        

       마석에 최대 출력으로 사멸의 마력을 쏟아붓는다. 진녹빛 안광이 얼음의 왕을 직시한다.

        

       전신에 사멸의 마력이 화염처럼 범람한다.

       

       마석을 쥔 타나토스의 오른손에 응축되고 응축된 초월적인 마력이 실리며, 그 주변의 공간마저 어그러뜨렸다.

        

       파문이 퍼져나간다.

       

       공기가 진동하며, 땅이 울리고 갈라진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아이작은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때, 새하얀 빛의 법진이 상공에 나타난 철문 아래로 전개되었다.

       

       타나토스는 성스러운 힘을 감지하고, 고개를 들어 제 머리 위에 새겨진 법진을 발견했다.

       

       그 순간, 빛의 법진이 새하얀 섬광을 발했다.

       

       

       화아아!!

       

        

       이질적인 힘이 일대를 뒤덮고.

       

       폭풍과, 은백색의 신성력 폭포가 나선을 그리며 쏟아졌다.

        

        

       콰아아아아아!!!

        

        

       [그아아아악!!!]

        

        

       타나토스의 거체를 뒤덮는 신성력의 격렬한 추락.

        

       8성급 빛의 힘, [낙원추방].

        

       하늘을 비행하는 빙설룡-힐드 위에서, 이안은 우뚝 일어선 채 창명검을 휘두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창명검엔 초연처럼 신성력의 잔흔이 피어올랐다.

        

       단 한 번 [낙원추방]을 시전한 것만으로 몸에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아, 하아….”

       

       

       거칠어지는 호흡.

       

       순식간에 신성력과 체력이 전부 바닥나 버렸다.

        

        

       “아이작, 나머진 부탁한다….”

        

        

       이안은 보이지 않는 지상을 내려다보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힘없이 빙설룡-힐드의 등 위에 쓰러졌다.

        

       그대로 그는 기절했다.

       

       옆으로 뻗은 그의 손은 여전히 엄지를 세운 채였다.

        

        

       “빛의 아이인가!”

       “그렇군. 이게 공략 방법이었나.”

        

        

       염제 안데르센이 감탄하고 풍제 에린 캠벨이 납득했다.

        

       타나토스를 뒤덮고 있던 [악신의 장막]이 벗겨졌다. 이로써 그의 무적 상태가 풀렸다.

        

       이안으로선 [악신의 장막]을 벗기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아이작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낙원추방]이 잦아들고, 타나토스의 몸에 신성력의 잔흔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이제 [악신의 장막]이 재생될 때까지 타나토스는 무적 상태에서 벗어나 그 어떤 피해든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휘우우우우우!!!

       

       

       아이작이 지배하는 하늘엔 날카로운 냉기 마력이 그득하다.

       

       하늘의 냉기는 타나토스의 신체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르르르!]

       

        

       타나토스의 판단은 빨랐다.

       

       악신이 내려준 사명에 따라 하늘에서 백룡을 타고 날아다니는 빛의 아이, 이안을 쓰러뜨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위험한 존재가 있었다.

        

       승부를 봐야 한다.

       

       타나토스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아이작을 향해 사납게 포효했다.

        

        

       “나와, 디아칸.”

        

        

       아이작의 명령에 상공을 메우고 있던 엄청난 크기의 철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격전을 벌일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곧 다음화 올라갑니다.

    2. sYoRaIn 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비공개) 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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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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