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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출동한 경찰들이 본 것은 걸어 다니는 오피스텔 크기의 나무였다.

         

       “이야. 무슨 고목을 뽑아다가 괴물로 만들었나.”

         

       컸다.

       너무 컸다.

         

       도저히 어떻게 해 볼 견적이 나올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컸다.

         

       “이야, 물 대신 프로틴을 빨고 자랐나. 드럽게 크네.”

         

       출동한 경찰들이 모두 손을 잡고 껴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몸통에, 4층 건물 크기는 가뿐하게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키. 거기다가 여섯 개의 팔에 들고 있는 흉흉하기 짝이 없는 날붙이까지.

         

       아무리 봐도 저건 그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야, 저거랑 싸울 수 있겠냐?”

       “선배님, 저거 손에 전기톱 들고 있습니다. 전기톱. 영화 못 보셨습니까? 저걸 봉 하나 들고 어떻게 싸웁니까. 못 이깁니다.”

       “그렇겠지?”

         

       부족한 장비를 들고 출동한 경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손 놓고 괴물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얄팍한 몽둥이 하나 들고 덤볐다가는 전기톱에 몸이 뜯겨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다른 지역 역시 비슷했다.

         

       “이야. 저 나무는 좋은 거 처먹었나벼. 공청석유라도 빨아먹은 거 아녀?”

       “아이고, 나무꾼도 아니고 나무가 전기톱을 든 건 생전 첨 보네.”

       “그려, 하도 당하다 보니 이젠 지가 썰고 싶나벼.”

         

       은수자 모방체가 출연한 지역들은 하나같이 경찰들이 손을 쓰지 못했다.

       건물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크기에, 손에 들린 흉흉한 날붙이와 전기톱.

         

       그 모든 것이 정말 누구 하나 다치거나 죽는 것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덤벼들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

       저것을 제압하려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다.

         

       목숨을 말이다.

         

       하지만 굳이 목숨을 걸 이유가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날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 많은 곳으로 걸어가기는커녕 그 자리에 가만히 있고.

       누구 다친 사람도 없다.

         

       괴물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119에서 헬기나 능력자를 동원해서 하나둘 구조하고 있었고, 등산을 하려던 사람들은 재수 옴 붙었다 하면서 그냥 자리를 피하거나 멀찍이서 괴물을 구경하고 있다.

         

       그냥 그뿐이다.

         

       어디 도시 한복판이나 공장 지대에 튀어나와서 재산상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등산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 길을 막는 방법이 좀 많이 거칠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흉악한 외관에 비해서는 꽤 온건한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접근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자신을 지나치려 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평화로운 방식이란 말인가.

         

       산에서 마주치는 멧돼지는 가끔 눈깔이 돌아가서 사람을 쫓아와서 들이박기도 하고, 고라니 역시 깜짝 놀라면 뒷발을 후려쳐서 사람 갈비뼈를 부수기도 하는데….

         

       저 정도면 일반적인 야생동물보다 안전한 수준이 아닌가.

         

       그러니 무리해서 덤벼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렇게 대치한 상태로 전문가를 부르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경찰 대부분은 관망 상태로 있었다.

         

       그렇다.

         

       대부분은 말이다.

         

       안타깝게도 사람이란 생물은 항상 현명할 수는 없었다.

         

       “선배님. 저거….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게.”

         

       다만 변명은 할 수 있었다.

         

       칼봉산에 출동한 경찰들 사이에 베테랑이 별로 없었다는 것.

       막 부임한데다가 열의에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는 것.

       야생동물 포획용 그물총과 마취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칼봉산에 출현한 괴물이 나무 괴물이 아니라 사람 크기의 메기였다는 것.

       그리고, 사람 옷을 입고 있었기에 소환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람 옷 입고 있는 거 보니 소환수 같은데.”

       “소환수면 사람 공격 못하게 확실하게 교육하지 않았겠습니까?”

       “도망 못 가게 퇴로 막고, 마취총 쏘고, 그물총 쏴서 묶으면 되겠네.”

       “혹시 도망가면 어떻게 하지요?”

       “얌마, 도망은 무슨. 보니까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데 뭘.”

         

       칼봉산의 경찰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얼핏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메기.

       사람 크기의 메기였다.

         

       집채만 한 나무가 걸어 다니거나, 사람 머리통 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면서 이상한 웃음을 흘리거나, 가지를 촉수처럼 징그럽게 움직이며 사람들에게 채찍질하거나 사람을 휘감고 집어던지려고 하는 다른 나무 괴물과 비교하면…. 정말 하찮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메기라는 것 말고도 얕볼만한 조건이 한가득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사람 옷을 입고 꼿꼿하게 서 있다는 점이다.

         

       메기는 승려들이 입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있었다. 게다가 승려들이 합장하면서 불경을 외는 것처럼 일정 주기마다 고개를 슬쩍 숙이면서 입을 움직였는데, 소음에 가까운 소리이기는 했지만 묘한 리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진짜 불경을 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수염을 쫑긋거리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슬그머니 가까워져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할 정도로 말이다.

         

       찰싹!

         

       물론 그때마다 메기는 위협을 해서 사람이 자신에게 가까워지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그 위협이라는 것도 그리 대단치 않아 보이는 것이, 꼬리를 바닥에 후려치는 것이 끝이었다.

         

       그냥 소리만 요란한.

       말 그대로 ‘위협’으로 끝나는 행동이었다.

         

       사람 옷을 걸친 메기.

       하찮아 보이는 외형.

       공격성도 별로 없고, 포악해 보이지도 않는다.

       공격 수단은 입과 꼬리밖에 없어 보인다.

         

       이것을 종합해보자면….

       견적이 나온다.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적이.

         

       “야, 하나 둘 셋 하면 쏜다.”

         

       그렇기에 경찰들은 관망 대신 전투를 택했다.

         

       “하나.”

         

       자기 능력에 확신이 있었기에.

         

       “둘.”

         

       저 메기가 대단치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셋!”

         

       타앙-!

         

       경찰 한 명의 손에 들린 마취총에서 터져 나온 소음과 함께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총에서 튀어나온 바늘 달린 총탄은 허공을 날아 그대로 메기의 몸통에 꽂혔다.

         

       [ …. ]

         

       그리고, 졸지에 몸에 바늘이 꽂힌 메기는 그대로 멈췄다.

         

       불경같이 느껴지는 소음을 뱉는 것도 멈추고.

       길을 거니는 것도 멈추고.

       고개를 숙이는 것도 멈추고.

         

       그 자리에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끔찍한 침묵과 함께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 …. ]

         

       그것은 생선 눈깔을 뒤룩뒤룩 굴리며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경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경찰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들이 각각 손에 들고 있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 역시 확인하였다.

         

       [ 아. ]

         

       메기는 뻐끔거리는 입으로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는 소음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을 닮은 듯한 소리였다.

         

       [ 아. 아? 아, 아’ 아! ]

         

       괴물이 사람을 흉내 낸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메기는 찰흙을 주물럭거리며 사람의 성대 모양을 만드는 것처럼 자기 목을 꿈틀꿈틀 움직여가며 무언가를 행했고, 그와 함께 ‘아’ 하는 소리가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를 반복하며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런 소리가 뚝 멈췄을 때.

         

       [ 어이 나를 핍박하느냐, 이 무뢰배들아. ]

         

       메기는 사람의 말을 내뱉었다.

         

       어설픈 발음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한국어였다.

         

       [ 어찌 한낱 불자를 이리 둘러싸고 핍박하는고. ]

         

       그 한국말은 들떠있는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데 충분한 것이었다.

         

       괴물이 제압당하는 것을 보기 위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입을 꾹 닫았고, 메기에게 접근하고 있던 경찰들 역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멀리서 마취총을 쏘고 있던 경찰은 메기가 사람 말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죄책감이라도 든 것인지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그물총을 들고 있던 경찰은 슬쩍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어, 말을 할 줄, 아시네?”

       “크흠. 이거 말을 할 수 있다고 말을 하지…. 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말이 통한다.

         

       그 사실에 경찰들은 한껏 끌어올린 투지가 찬물이 부어진 것처럼 꺼지는 것을 느꼈다.

         

       경찰들은 무력으로 메기를 제압하는 대신, 말로 구슬려서 소환사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연락하거나 소환수를 이동시키려고 했다.

         

       “그 뭐냐. 소환수 맞지요? 지금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좀 내려갔으면 하는데….”

       [ 불심(佛心)을 이루는 것에는 항상 방해가 들어오는구나. ]

       “소환수면 소환사 정보 알지요? 전화번호가 있을 텐데. 그것도 아니면 소환사가 준 물건이 있습니까? 거기 연락처가 있을 것 같은데.”

       [ 불심이 말한다. 살생하지 말라, 생명을 잡아먹지 말라. ]

         

       하지만 이러한 경찰들의 시도는 금방 멈췄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말이 통한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야.”

         

       메기는 분명 한국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어를 쓰고 있음에도.

         

       대화가 되지 않았다.

         

       메기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지껄이고 있었고, 경찰이 하는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메기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역시 심상치 않았다.

         

       메기의 몸통 부근이 꿈틀대면서 무언가 솟아 나오고 있었다.

         

       메기의 몸통을 찰흙처럼 이리저리 짓이겨서 어설프게 만든 것 같은 길쭉한 것.

         

       팔이었다.

         

       “저 새끼 뭔가 이상하다. 다시 무기 들어. 빨리.”

         

       툭 튀어나온 혹처럼 보였던 팔은 쭉쭉 자라나 사람의 팔과 다름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그 비어있는 손에는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르는 지팡이가 쥐어졌으며, 비어있는 다른 한 손에는 새까만 알이 꿰여있는 염주가 있었다.

         

       그 염주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악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아- ]

         

       메기는 지팡이와 염주를 들고, 입을 천천히 벌렸다.

         

       그 행동에서는 살기(殺氣)가 느껴졌다.

         

       “씨발, 얘들아 조심-!”

         

       칼처럼 벼려진 살기.

       효시 대신 퍼지는 고함.

         

       그것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 살, 생, 하지-말라———! ]

         

       메기는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꼬리를 스프링처럼 사용해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화살이 쏘아지는 것처럼 곤봉을 들고 있는 경찰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은 경찰의 몸을 꿀꺽 삼키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입을 한껏 벌렸고, 그 안에 빼곡하게 몇 겹으로 자리 잡은 사람의 치아는 당장이라도 경찰을 반 토막을 내버릴 것 같았다.

         

       텁!

         

       하지만 다행히 경찰의 몸이 토막 나는 일은 없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경찰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

         

       콰드득!

         

       그 덕분에 경찰 대신 나무가 메기의 희생양이 되었다.

         

       메기의 입에 씹힌 나무는 사람 둘이 끌어안아야 할 정도의 크기임에도 수수깡처럼 부러져버렸다. 게다가 더 끔찍한 것은 나무의 1m쯤 되는 부분이 메기의 입으로 들어가 삭제가 되어버렸다는 것.

         

       만약 저것이 나무가 아니었다면.

       진짜로 사람이었다면….

         

       “빌어먹을.”

         

       죽을 뻔했던 경찰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른 경찰들 역시 바싹 긴장한 채 메기를 바라보았다.

         

       언제 다시 튀어 올라서 몸을 토막 내려 할지 몰랐으니까.

         

       “어? 저거 뭐야?”

       “파란색? 저거 뭔데?”

       “설마 저거 기(氣)야?”

         

       하지만 경찰들의 긴장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메기가 들고 있는 염주에서 에너지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부대에 연락해, 빨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300회를 넘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도 쭉쭉 달려보겠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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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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