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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이런 씨발, 도대체 뭔…!”

        

        

        

        폭발.

        

        그리고 타닥거리는 소리만이 휴스턴으로 이어지는 남서쪽 도로에 가득했다. 종말이 도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상을 형상화하면 이런 느낌일까. 심지어는 사제 또는 개조된 장갑차마저 속수무책으로 박살나 부서졌다. 당연하게도 사상자 수는 형용할 수조차 없었다.

        

        한 번의 공격이 지나가자 선행하던 첫 번째 카르텔 디비전이 통째로 증발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가 세상에서 사라졌는지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카르텔의 논리에 익숙해진 지휘관은 머릿속에서 신나게 주판을 튕기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갔다간 살아있는 채로 내장이 바깥 구경을 나오게 될 텐데….’

        

        

        

        뻔한 결과였다.

        

        몇 개의 주류 카르텔이 모여 적당히 결성된 연합 카르텔은 사실상 적당한 정보만을 공유하는 이합집산이었고, 평소에도 이권 다툼으로 사이가 극단적인 곳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이번 작전에서 실패하게 된다면 더욱 엄한 처벌이 기다릴 확률이 높았다.

        

        차라리 본보기를 보여준답시고 그 자리에서 총으로 처형하는 거라면 호상, 책임을 진다는 명목으로 대로변 한복판에서 피의 독수리 형벌을 받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걸로만 끝나지 않는다. 카르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서로 가족을 볼모로 잡았고, 그 이유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 결과 역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고.

        

        

        

       “…계속 전진한다.”

        

       “알겠습니다.”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이기면.

        

        미국 길거리 갱단, 전직 부패 경찰, 범죄자, 멕시코에서부터 올라온 순혈 카르텔 멤버들…이미 인륜과 천륜을 동시에 저버린 이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그들 앞에 남은 길은 카르텔 천년왕국 혹은 지옥으로 가는 루트 뿐이었다.

        

        물론, 어느 쪽이 가까운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수백 대의 차량과 수천 대의 인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이 휴스턴 시내에 도달했을 즈음, 카르텔 연합군은 처음 수효의 절반 이상을 상실했다.

        

        

        

        

        

        

        

        

        

        

        

        

        

        

        

        

        

        

        

        

        

        

        

       “적 분포도 업데이트. 조금 더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밀집도를 높이는 게 좋겠어요.”

        

       “화력 투사 비율을 기존의 65%로 줄이고, 지뢰를 설치해서 섣불리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죠.”

        

       “뭔가 옛날 FPS 게임 하는 것 같네요.”

        

        

        

        다이스의 그 말에 몇몇은 작게 코웃음을 쳤다. 무슨 말인가 하니 옛날에 한창 인기 있었던 현대전 게임들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가령 AC-130 등으로 하늘에서 죽음을 내리거나 하는 뭐 그런 것들. 사실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대상이 드론으로 바뀌었을 뿐.

        

        주변을 힐끔 둘러본다. 다들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 떠들썩해졌다. 근거 있는 낙관이라고 해야 하나. 작전이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적들이 보이지조차 않으니 긴장이 조금 풀려버린 듯했다.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현재 거의 모든 교전은 화면과 원격 조종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었고, 카르텔 연합군은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게 터렛과 드론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사방으로 RPG와 중기관총을 갈기고 있었다.

        

        그 와중 드론은 순간순간마다 적 차량을 향해 정확히 사격을 날려 바퀴에 구멍을 내었고, 이후 고지대에 배치된 포격 터렛과 잘 위장된 중기관총이 차량을 4명 분의 관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하여 차량은 적들을 정체시킬 수 있는 불타는 장애물이 되었다.

        

        적들은 적잖아 축구장 두 개 정도의 공간 안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준비할까요?”

        

       “오늘은 막내 대신 내가 하지. 둘은 드론 조종에만 신경쓰고 있어.”

        

        

        

        그러고는 로건이 입을 열었다.

        

        

        

       “헤비웨더, 여기는 오로라. 감명도를 확인한다.”

        

       -[ISO : 당소 헤비웨더, 감명도 양호함을 확인. 임무번호 0763, 제공시간 50분. 타게팅 포드는 AN/DAS-1 MTS-B. 임무중지 음어는 트와일라잇이다.]

        

       “제공시간 50분, 임무중지 음어 트와일라잇. 수신 완료. 전장 상황 업데이트 보고 준비 완료.”

        

        

        

       -?????????????????

       -아니 북극곰누?나???

       -여기 갑자기 서비스가 쏟아져요 엄마!!!!!!!!!!!!!!

       -와 갑자기 나인라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일해!!! 당장클립따!!!!!!!!

        

        

        

        간만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나인-라인 브리핑을 듣고 있자니 꽤나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 영어조차 잘 못할 때 브리핑 규범을 통째로 외우면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를 울면서 고민하고 있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표적 좌표 등등을 전송했다. 사전에 DDP-52와 MQ-20 간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연동된 탓에 사실상 정확하게 좌표를 불러줄 필요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차는 중요한 법이었다.

        

        아무튼 로건 이 양반의 9-Line은…그냥 빨랐다. 눈으로 스윽 훑어보고는 마치 자신은 CAS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마냥 숙련된 모습으로 브리핑을 읽어나간다. 평소에 얼마나 연습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실전에서 몇 번이나 써먹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좋아 죽는 시청자들을 뒤로 한 채 대화가 이어진다.

        

        

        

       “타깃 위치는 TDC의 남서쪽, 라인 610과 HWY 90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우군은 현재 TDC에 있고, 현재 타깃으로부터 3마일 가량 이격된 상태이다. 구름 없음. 혹시나 모를 대공포를 주의하라. 9-Line 준비되었는지.”

        

       -[ISO : 당소 헤비웨더, 9-Line 입감 바람.]

        

       “IP 아파치로 접근하라. 방향 290, 거리 4. 다수의 경보병 및 규격 불명의 장갑차. QF 216288. 라인 7,8 N/A.”

        

       -[ISO : 표적값 확인 중. 방향 100에서부터 접근하겠다…아하. 저기 불타오르고 있는 도로 인근에서 다수의 인영 식별. 날려버리면 되겠는지?]

        

        

        

        로건은 피식 웃었고, 그것이 곧 답변이었다.

        

        그로부터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재차 말이 이어졌다.

        

        

        

       -[ISO : IP 아파치 도달. 폭격 위치 식별, 표적값 확인.]

        

       “오로라가 헤비웨더에게 전달, 공격을 허가한다.”

       

       -[ISO : 스틸레인까지 10초.]

        

        

        

        그렇게 영원과 같은 10초가 지나고-

        

        

        

       ───쿠구궁!

        

        

        

        어둠 속에서 또다시 불꽃이 피어올랐다.

        

        사실상 불꽃은 아주 찰나의 순간 피어오른 것이긴 했으나 좌우지간 식별에 큰 문제는 없었다. 두 발의 집속탄이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며 축구장 몇 개만한 공간을 일순간에 갈아엎는다. 한참 전 오웬스가 지정한 구역에 설치된 추가 방어 포인트가 적들이 어느 이상 오지 못하도록 방어 중이기 때문이었다.

        

        단번에 킬 카운트가 아득히 치솟아오르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ISO : 당소 헤비웨더, 방향 270에서 추가로 접근 중인 적을 발견했다.]

        

       “확인. 적들의 발을 묶겠다.”

        

        

        

        그와 동시에 스마트 마인을 격발. 애초에 사단급 병력이 길 하나만으로 올 수 없었기에 사방팔방에 위치한 길목에 덫을 뿌려대는 것은 당연했다.

        

        폭발과 화염이 일었다. 길에 있는 차량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길을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제 차량의 바닥에서부터 화염이 일었고, 조향 계통과 파이프라인이 파손되며 운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물론 운전자가 그걸 느끼기 전에 연료 탱크로부터 폭발이 일었기에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길다란 차량이 불타는 장애물이 되어 길을 가로막자마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급하게 멈춰서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곧 공동묘지가 될 예정이었다.

        

        

        

       -[ISO : IP 스미스 통과.]

        

       “방향 270, 거리 2. 다수의 경보병 및 규격 불명의 장갑차. QF 416748. 라인 7,8 N/A.”

        

       -[ISO : 표적값 확인 중. 방향 180에서부터 접근. 불타오르는 도로 인근에서 정체 중인 다량의 열원 탐지. 날려버리겠다.]

        

       “확인. 공격을 허가한다.”

        

       -[ISO : 스틸레인, 10초.]

        

        

        

        7천에서 3500으로, 2천으로, 그리고 900으로….

        

        일방적인 교전을 겪을 때마다 적들의 전력은 뭉텅이로 깎여내려갔다. 그 끝이 전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행렬의 가장 끝에 있던 운이 좋은 생존자들은 헐레벌떡 차량에서 뛰쳐나가 건물 사이로 사라지거나, 방향을 돌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다.

        

        남은 스마트 지뢰를 전부 격발시키고 타격 드론의 회수가 아슬아슬해질 때까지 운용한 결과, 적들의 수효는 어느덧 700 이하로 줄어있었다. 말 그대로 10명 중 단 한 명만이 살아 도망칠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 중 절반은 휴스턴에 녹아들었으며, 다른 절반은 왔던 길로 다시 도망쳤다. 전자는 휴스턴 순찰대에 의해 손쉽게 전멸당할 예정이었고, 남은 절반은…글쎄다. 카르텔로 다시 돌아가면 너그럽게 다시 받아줄 수 있으려나.

        

        어느 쪽이든 결과는 지옥행이 아닐까 싶었지만.

        

        

        

       ───철컥!

        

        

        

        묵직한 소음과 함께 모든 드론이 회수되었다. 허공을 향해 패널을 길게 뻗어올린 DDP-52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와중, 오웬스는 그 자리에 있는 대거 팀과 하모니, 다이스를 모두 불러모으며 덧붙였다.

        

        

        

       “MD500의 급유가 끝났다. 앞으로 10분 후 옥상의 헬리포트에서 집결할 예정이니, 다들 채비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얼탱이가 사라져버린 건 시청자들이었다.

        

        휴스턴에서의 전투를 무사히 끝낸 줄 알았더니 일절 쉴 틈조차 없이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모습에 질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들 궁금해하는 모습.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까 싶었지만, 곧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브리핑 이후 이어진 하비에르 요원의 말에 의하면, 적들의 본거지는 미국의 도시인 코퍼스 크리스티죠. 카르텔 연합군은 거기서부터 대량의 전력을 보내왔을 거예요.”

        

        

        

        그런데 그 전력이 고작해야 1시간도 되지 않아 증발했다는 사실. 그걸 전해듣지 못할 이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해당 도시에서는 지구 전체를 덮고도 남을 양의 책임 전가와 말싸움이 시작되겠지요. 아마 단순한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 확실한 건 카르텔 연합군의 본거지 중 하나가 현재 난장판에 빠져있다는 사실이에요.”

        

        

        

        혼란에 빠진 도시. 무너진 감시 체계…여섯 명 가량의 사람이 몰래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실로 적합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참수 작전을 시행하러 갈 겁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코퍼스 크리스티에 도착해, 적들 사이에 혼란을 일으켜 내분을 유발. 적들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사이 침투하여 수뇌부의 대가리를 자른다.

        

        물론 카르텔이라는 곳 자체가 무지막지한 규모를 자랑하는만큼 커팅식은 이번 한 번만으로 절대 끝나지 않겠지만, 어쨌든 머리를 따버린 이들은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못할 게 아닌가.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소수의 시청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겠지.

        

        

        헬기가 날아오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도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투두두두!

        

        

        

       “벌써 시작했네요.”

        

       “이럴 때만큼은 쓸데없이 빠르군요.”

        

        

        

        어둠이 내린 한가로운 해안가 휴양도시, 코퍼스 크리스티 위로 연신 불꽃과 콩 볶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휴스턴을 방어하기 위해 DDP-52는 놔두고 온 터라 정찰 드론만으로 해결을 봐야 했지만, 도시가 그리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여하간, 오후 10시의 도시는 난리도 아니었다. 하늘 높이 올라간 정찰 드론이 보여주는 광경은 그야말로 가관 그 자체. 경무장 인원들이 서로를 향해 산발적으로 총질을 해대고 있었다.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교전과 개인용 헬리콥터도 있었고.

        

        적들이 교전을 벌이는 사이를 틈타 참수 작전을 시행하러 오긴 했지만, 이래서야 과연 어떻게 되려나. 설마 이미 서로의 수장에게 총질을 해댄 건 아니겠지.

        

        

        

       -도대체 왜 여기에 카르텔들이 하나도 없음?????????????

       -뭔 트리거를 건드렸길래 얘네들끼리 싸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치트키를 쓴 수준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들 제발 그만…이미 여기 말고 다른 채널 구독 다 취소했단말입니다

       -편집자들은 오늘도 당근을 흔든다wwww

        

        

        

        그야말로 난장판.

        

        도시를 반으로 양분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사주경계와 함께 건너는 와중에도 주변에서 총질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다리를 전부 건너 해안선을 타고 이동하고 있을 즈음, 통신 감청으로부터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 다름아닌 재휴전 협정. 과거에도 이런 경험을 겪은 적은 없긴 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참수 작전은 무사히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이들이 어디서 다시 모이는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

        

        자동으로 통신을 감청하고 해독한 이카루스 기어가 목적지를 위치에 표시했다.

        

        

        

       “앞으로 15분 후, 노르마 어번 공원에서 재차 회담이 열린다고 하네요.”

        

       “아직도 한참 남았군요. 훼방을 놓을 자리를 선정해야 하는데.”

        

       “저격하는 건 가능할까요?”

        

       “…주변에 총기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죠.”

        

        

        

        총기의 천국인 텍사스.

        

        이곳은 유사시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이 즉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주변에 숨겨둔 총기도 많았고, 건스토어도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요컨대 거길 뒤져 저격총을 찾는다는 게 목표였다. 하필이면 전투지속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터라 저격총을 따로 가지고 오지는 않은 게 패인이었다.

        

        시간이 맞을까 모르겠다.

        

        건물의 알람을 빠르게 해킹한 다음, 로건은…철제 셔터를 고정시키는 자물쇠를 힘으로 잡아 비틀어 부숴버렸다. 토마호크를 꺼내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셔터가 열렸다.

        

        

        

       “저격 지점은 어디죠?”

        

       “USS 렉싱턴 박물관, 이카루스 제안이에요. 노르마 어번 공원과 2km 떨어져있죠.”

        

       “바닷바람 부는 곳에서 2000m 저격이라니, 미친 짓도 이런 미친 짓이 없군요.”

        

        

        

        물론 행동은 그보다도 빨랐지만.

        

        펄스 스캔을 통해 필요한 모든 걸 찾는다. 비싼 걸 모셔놓은 곳이기라도 하다는 듯, 건스토어가 아닌 가게와 연결된 창고 안쪽에서 유리창에 고이 잠든 AW50 한 자루를 발견하였다.

        

        그 와중에도 다이스는 스토어의 진열장 유리를 깨부신 뒤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스코프 하나를 들고는 이거면 괜찮냐는 듯 물었고, 하모니는 금속 냄새 나는 공간을 뒤지고 뒤진 끝에 50구경 탄환이 가득 든 탄통을 기어고 찾아내고야 말았다. 로건과 오웬스는 삼각대 및 총 거치를 위한 바이포드를 찾아내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총은 내가 들었고, 이제부터는 뛰기만 하면 되었다.

        

        

        

       “달려요, 달려! 10분 남았어요!”

        

       “먼저 가요! 응원할게요!”

        

       “저들은 내가 인솔하지. 먼저 가라.”

        

        

        

        그리하여 언제나 그렇듯 발현자 세 명만이 앞서게 되었다.

        

        해안가를 따라 서있는 USS 렉싱턴 박물관. 굳게 닫힌 철제 셔터의 쇠사슬과 자물쇠를 도끼로 깨부순 다음 해치를 연다. 복잡한 함내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계단을 비집고 올라 갑판 데크로 도달하니 시원한 바람소리가 울려퍼졌다.

        

        각양각색의 함재기 모형을 뒤로 한 채 야간투시경을 켜고 달렸다. 낮처럼 환해진 하늘 아래에서 낙하 방지용 펜스 앞까지 달린 후, 급제동한 다음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3분 32초. 발로 펜스를 걷어차 시야를 확보한 다음 항공모함 갑판에 엎드렸다.

        

        사전에 받아온 대포알만한 배율 스코프를 장착한 뒤, 바이포드를 연결하고는 탄창을 뽑아 보드마카만한 탄환을 짤깍거리며 삽입. 그 다음에는 영점 조절이 남아있었다.

        

        델타 옵티컬 사의 타이타늄 3-24×56 스코프. 어디서 이런 기똥찬 걸 가져왔을까 싶다.

        

        

        

       “아음속 탄도 아니고, 서프레서도 없고. 사격 후에 바다로 뛰어들 준비나 해야겠네요.”

        

       “부담스러우면 막내 대신 내가 할까?”

        

       “감적수 역할이나 잘 맡으시죠, 북극곰.”

        

        

        

       -별의별 걸 다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2km 저격? 왜 이런 상황이 나오는 것이지??????????????

       -죄송합니다 감히 다음 상황을 예측하려고 했던 제가 잘못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고 이카루스는 왜 이런 것까지 가능하게 상호작용을 만들어놓은 것인가

       -와 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상 저들을 전부 몰살시키기 위한 저격은 아니었다.

        

        그저 한 발.

        

        맞춰서 죽이기만 한다면, 그 뒤로는 재휴전은 물건너간다.

        

        

        저격 자체는 사실상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카루스 기어가 실시간으로 탄착 지점을 계산해주기 때문이었다. UI가 탄환 체공 시간과 예상 궤적, 바람 계산을 전부 해주는데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3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헬리콥터에서 내린 카르텔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이들 여럿이 해변가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주변에는 특수부대급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이 아주 개미처럼 바글바글했다.

        

        소음이 줄어든다. 정확한 타이밍을 노린다. 되도록이면 경호원이 맞는 것보다는 더 높은 표적을 사살하는 게 맞겠지.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올리고는 숨을 조절하며 정확한 타이밍을 기다렸고-

        

        

        

       ───타앙!

        

        

        

        방아쇠가 끝까지 당겨지며 탄환이 배럴을 떠나갔다.

        

        타깃의 왼쪽 상단을 조준하고 있던 스코프 너머로 날아간 50구경 한 발이 기이한 형태의 포물선을 그린다.

        

        그렇게 4초 가량이 지났을까.

        

        

        

       “…적중.”

        

       “굿 킬, 굿 킬.”

        

       “여기서부터 재미있어지겠네요.”

        

        

        

        그리고 그 말대로, 스코프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상당히 어메이징했다.

        

        탄환을 맞은 카르텔 간부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나가며 앞으로 고꾸라짐과 동시에, 다들 무기를 꺼내들고 서로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질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올라온 오웬스, 하모니, 다이스마저 도착했고, 그렇게 여섯 명은 그 자리에서 몇 분간 큭큭대며 웃었다.

        

        세상이란 이다지도 난장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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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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