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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 한스 집사?

        – 오오오. 몬가가… 몬가가 일어나고 있어!!

        – 한스 집사가 범인인가?

        – 진짜 앞을 알 수가 없는 전개네

        – 라나님 이야기에서 손에 땀을 쥘 일이 생길 줄이야!

       

        “옴뇸뇸.”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었다.

        방송 중 내가 먹을 수 있도록 시종들이 가져다 놓은 음식이었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인제’라는 과일인데…… 딱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 뭐 드세요?

        – 읭?

        – 뭔가 돌멩이 같은 것을 드시네?

        – ??

       

        “알려 하지 말거라.”

       

        인간에겐 너무 가혹한 열매니까.

        나는 열매의 과육은 물론이고, 그 씨앗까지 씹으며 그렇게 말했다.

       

        치이익!

       

        – ??

        – 뭔 소리야?

        – 이거, 무슨 염산이 철에 닿았을 때 나는 소리 같은데?

        – ???

        – 응?

        – 어디서 나는 소리야?

       

        “……한스 집사가 식료품점에서 밖으로 나왔다는 부분까지 했었지?”

       

        나는 서둘러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위프의 미행은 계속되었다.

        그는 숙련된 암살자처럼, 혹은 오래된 부랑자처럼 움직이며 한스 집사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반면에 한스 집사는 평범하게 번화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헤이즈가의 저택에서 입고 있던 집사 복 그대로 밖으로 나온 그는, 언제 나와 같이 ‘집사’로서의 볼일을 보기 시작한다.

        저택에 식료품을 공급해 주는 이와 추가적인 협상을 진행하거나, 갑자기 저택에서 급히 찾는 물건을 추가로 주문하는 것 정도.

       

        “…….”

       

        다른 인간들은 그런 한스 집사를 익숙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으나, 위프는 꿋꿋이 한스 집사를 미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미행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스윽!

       

        “……그렇지.”

       

        한스가 번화가 어귀에 위치한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며, 위프는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재빨리 낡은 외투를 벗어 버리고, 목에 걸치고 있던 더러운 스카프를 풀어 자기 몸에 묶는다.

        동시에 낡은 외투를 휙 뒤집은 후 몇 번 접자, 그 자리에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가진 외투가 존재하고 있었다.

       

        뒤집어진 외투를 입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에 묻혀 놓은 검댕도 닦아낸다.

        그러자 그 자리에는 몸이 조금 구부정한 노년의 인간 남성이 서 있었다.

        나조차도 놀랄 정도의 분장 솜씨였다.

       

        = 놀랍군.

       

        “깜짝이야!”

       

        아차. 실수로 목소리를 내버린 모양이다.

        자기 입을 가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위프가 조용히 속삭였다.

       

        “깜짝 놀랐잖아.”

       

        = 미안하군.

       

        “미안하면 조심해 달라고.”

       

        그렇게 말을 끝마친 위프가 다시금 자기 자세와 차림새를 점검한다.

        그러고는 완벽하게 ‘노년의 인간 남성’을 연기하며, 그는 천천히 한스 집사가 들어간 창고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근처에서 주운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변장용 소품으로 준비한 ‘회중시계’를 들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저 창고는 헤이즈가 소유의 건물이다.

        헤이즈가는 이 일대의 넓은 농지와 목초지를 소유한 대지주 가문이고, 이 번화가는 사실상 헤이즈가에 고용된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 창고는 헤이즈가 소유의 곡물이나 물건을 보관하거나, 혹은 헤이즈가로 들어가는 물건을 잠시 모아 놓는 그런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이었다.

        이전에 탐문 수사를 위해 번화가를 방문했을 때, 그때 들었던 설명이었으니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스 집사가 저 창고에 방문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저택의 집사 중 한 명으로서, 그는 저택의 재산을 관리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배운 인간의 생활로 따지자면, 내 말이 맞을 것이다.

       

        “……응? 누구냐!”

       

        “멈춰라!”

       

        그 순간 창고를 지키는 경비들이 위프를 발견했다.

        그들은 창고를 향해 다가오는 위프를 저지했다.

       

        “흟흟흟…… 거기 젊은이들. 길 좀 물읍시다.”

       

        “…….”

       

        “…….”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의 모습에서 경계심을 푼 것일까?

        경비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그중 하나가 위프에게 다가왔다.

       

        “어디로 가십니까?”

       

        “헤일 스트리트 8-3번지가 어디오?”

       

        “이런. 그곳은 현지인들도 찾기 힘든 곳입니다.”

       

        경비는 무뚝뚝하지만 동시에 꼼꼼하게 가는 길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위프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경비의 의무를 잘 수행하는 훌륭한 인간들이었다.

       

        “……아! 그렇군. 고맙소 젊은이들.”

       

        “별것 아닙니다.”

       

        “조심해서 가시길.”

       

        위프가 모자를 들어서 인사를 한다.

        그의 모자 아래에 숨겨져 있던, 위장용 대머리가 반짝거렸다.

       

        그렇게 천천히 창고에서 멀어지는 위프.

        어느새 창고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된 순간, 위프는 구부리고 있었던 허리를 쭉 펴며 중얼거렸다.

       

        “역시, 그랬어.”

       

        노인으로 분장한 채 창고로 접근했던 위프는, 정작 창고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창고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프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노인으로 분장한 채 창고 건물에 접근했을 때, 위프는 손에 들고 있던 회중시계를 이용해 창고의 안쪽으로 ‘빛’을 반사했다.

        경비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위프는 손목을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창고 건물의 창문을 향해 연속적으로 태양 빛을 반사했다.

        당연히 창고 안쪽에서는 그 반짝거리는 빛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정상적으로 내부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분명 확인이라도 하려 했겠지.”

       

        창고 밖으로 나오든, 아니면 창문에 가까이 다가와 밖을 확인하든 말이다.

        하지만 창고 내부에서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위프는 무언가를 눈치챈 것이다.

       

        “내부에는 아무도 없어. 설사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수상한 일이지.”

       

        위프는 다시 한번 변장을 시작했다.

        체형을 속이기 위해 몸에 감아두었던 스카프를 풀어 얼굴의 하관을 가린다.

        동시에 외투를 최대한 펼쳐, 자기 모습을 꽁꽁 감싸기 시작했다.

        내가 인간들의 ‘소설’에서 보았던, 전형적인 ‘무법자’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무법자로 변장한 위프가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표는 창고 건물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높은 장벽 중 하나.

       

        장벽의 높이는 위프의 두 배가량 되었다.

        장벽의 꼭대기에는 날카로운 창살이 박혀 있었다.

        사실상 인간의 힘으로는 넘어갈 수 없게 되어 있는 장벽이었으나…….

       

        “미스 라그나. 좀 도와줘.”

       

        = ……에휴.

       

        위프의 말에, 나는 그 즉시 지배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장벽 꼭대기에 박혀 있던 금속이 그 형태를 바꾸더니, 장벽 아래에 있던 위프를 반대편으로 넘겨주었다.

       

        “고마워.”

       

        짧게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한 그가 창고 내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고의 입구를 비롯해, 창고 건물 근처에서도 다양한 경비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하지만 위프는 그들을 손쉽게 피해 한스 집사가 들어갔던 창고 건물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가진 재주 중 하나였다.

       

        “어디 보자…….”

       

        창고의 내부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적막만이 가득했다.

        내부에는 밀가루로 보이는 포대가 가득 쌓인 채 장애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한스 집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쓱쓱슥…….

       

        바닥에 떨어진 밀가루를 손으로 만져 보는 위프.

        그의 시선이 어두운 창고 바닥을 훑기 시작하더니, 창고 바닥의 어느 한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달깍!

       

        “빙고.”

       

        창고 바닥이 열리고, 그 안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위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다리의 아래는 도시의 하수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위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수구의 통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

       

        “&#%*$%#@……!!”

       

        “흡!”

       

        위프는 멀리서 들려오는 인간의 대화 소리에, 즉시 소리를 죽인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수구 특유의 악취와 메아리치는 오수가 흐르는 소리.

        그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인간의 대화 소리.

        그리고…… 그사이를 파고들어 간 위프는 마침내 찾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니다.”

       

        “이…… 날 어찌…… 더…….”

       

        “…….”

       

        소리가 울리는 환경 탓일까?

        아니면 옆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물소리 때문일까?

        거리를 상당히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위프는 그들의 대화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위프가 그들의 대화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움직인 순간이었다.

       

        툭!

       

        쨍그랑!

       

        “?!”

       

        위프의 발에 걸려 굴러간 술병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깨져나갔다.

        자연스럽게 시끄럽게 나누던 대화 소리도 뚝 끊겼다.

        그리고 그 대신 남겨진 것은, 숨 막힐 정도의 적막과 긴장감.

       

        “누구냐!”

       

        “젠장.”

       

        위프는 얼굴을 구기며 몸을 던졌다.

       

        타앙! 탕!

       

        위프가 몸을 날리자마자, 그가 있었던 자리로 총알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총알 사이에서 벗어난 위프가 혀를 내두른다.

       

        “에이씨. ‘누구냐!’라고 하자마자 바로 총을 갈기냐? 적어도 누군지는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그 역시 품속에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 든다.

        그러고는 숨어 있던 기둥 뒤에서 튀어나오며,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총구 중 하나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타앙!

       

        “크악?!”

       

        “조심해!”

       

        “상대도 총이 있다!”

       

        상대방측에서도 반응이 돌아온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저 총알에 맞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후욱! 후욱! 이게 무슨 꼴인지…….”

       

        하수구의 기둥 뒤에 숨은 채, 위프는 작게 투덜거렸다.

        그리고 다시금 몸을 내밀며 사격을 개시했다.

       

       

        *            *            *

       

       

        “그렇게 사격전이 다 끝난 후…….”

       

        – 아니, 왜 갑자기 건너뜀?

        – 갸아아악!!

        – 이건 현실이 아니야!!!

        – 총격전이라니?! 탐정의 총격전! 이건 못 참지!

        –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내가 이 부분을 적당히 끊고 넘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시청자들이 열렬하게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르게 채팅을 치는지, 방송이 일시적으로 버벅거릴 정도였다.

        에코가 봐주고 있는 방송인데…… 그 방송이 일시적으로 버벅거릴 정도였다고?

       

        ‘인간들은 다른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장면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시청자들이 이런 장면을 좋아한다면, 나는 방송인으로서 인간들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었으니까.

        다만…….

       

        “슬슬 방송 종료 시간이구나.”

       

        – 끼에에에에에에엑!!

        – 맞아! 이 드래곤, 원래 짧방이었지!!

        – 라나님은 방송 시간을 더 늘려달라…. ㅠㅠ

        – ㅠㅠㅠㅠㅠ

        – 아니, 여기서 끊으신다고요?!

        – 절단마공은 웬 말이냐!!!

        – 어어어어어엉ㅇㅇㅇ.ㅇ.ㅏ러ㅑ머루ㅜㅎ.뮤ㅜㅏ고;ㅗㅁ;

       

        언제나와 같은 방송 종료 선언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오늘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과격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 그럴 정도로 내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못다 한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하자꾸나. 그리고 너희들이 원하는 총격전도 내일 이어서 해 주마.”

       

        – 흙흙흙흙

        – 다음 방송 키실 때까지 숨참음. 흡!

        – ㅠㅠㅠㅠㅠ

        – 용바

        – 라바

        – 용바용바

        – 빠빠이

        – 용바예요

        – 내일 뵈어요!

        – 앙냥

       

        그렇게 오늘의 방송이 종료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짧방을 하시는 라나님 답게, 여기서 한 번 끊고 갑니다.

    필살! 절단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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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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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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