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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연금술사야. 애완견 미용사가 아니라고.”

       

       연금술사를 거처에서 끌고 와 용이 망치고 간 늑늑이의 털을 보여주었더니 녀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것처럼.

       

       허나 이 놈이 자신의 취급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건 나와는 관련이 없었다.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되었으니 답이나 하거라. 늑늑이의 털을 되돌릴 수 있는가?”

       “안될 거 없긴 한데.”

       “그렇다면 필요한 것이나 말해보아라. 무엇이 되었든 구해 줄 터이니.”

       

       뭐어. 기껏 해봐야 이 곳에 존재하는 여러 잡것들을 사냥하는 일 아니더냐.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닌다면 그것으로 족할 터.

       

       늑늑이의 털을 위하여 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 연금술사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지난번에 썼던 재료들이 남아 있으니까.”

       

       녀석은 본인에게 곰방대를 만들어 준 것 가지고는 공정한 거래가 아니었다 생각을 한 듯 이번 것까지 공짜로 처리해주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일이야 지난 일이고 이번 것은 이번 것이라 생각한다마는 굳이 해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어 말을 아꼈다.

       

       “시간 좀 걸릴 테니까 다른 데서 놀고 와. 저 늑대는 여기 내버려 두고.”

       

       처음 늑늑이를 보았을 무렵에는 질린다는 표정을 하던 연금술사였다만 지금은 녀석도 늑늑이가 귀여운 늑대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녀석은 덩치만 클 뿐인 순둥이니까.

       

       – 순둥이요?

       – 숲에서 제일 위험한 녀석이 순둥이?

       – 내가 저 녀석한테 몇 번이나 물려 죽었었는데.

       – 밤에 쟤 만나면 악몽이야 진짜.

       – 화령이 아는 단어랑 내가 아는 단어랑 많이 다른 듯.

       

       “당연히 다르지. 네 놈들이 아는 그 늑대와 본인의 곁에 머무르는 늑늑이는 다른 아이니까.”

       

       개체의 차이라는 것이다.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짐승이라 어디 다르지 아니할까.

       

       나는 착하디 착한 늑늑이에게 얌전히 있으라 명을 하고서 도박장 쪽으로 발을 들였다.

       

       “죄송합니다.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지난번에 주사위 도박에서 거하게 놀고 갔으니만큼 무언가 새로운 기술을 들여놨으리라 생각해 들렸다만 내게 돌아온 것은 정중한 축객령이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를 이길 자신이 없다 말하는 도박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품 안의 곰방대에 손이 갔다.

       

       – ㅋㅋㅋㅋ

       – 그렇게 털렸는데 다시 못 하지.

       – 그 때 거의 몇 천 골드 뜯어먹지 않았나?

       – 진짜 도박장이었으면 손모가지 날아갔어.

       – 이 사람 손모가지 날릴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함?

       

       하아. 실망스럽군.

       

       나름 도박에 인생을 바친 자처럼 보였기에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리라 믿었거늘. 그 끝에 돌아온 것이 포기라니.

       

       곤란해하는 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도박을 할 마음도 들지 않아 다른 장소로 향했다.

       

       어디 보자. 이 곳의 도박이 몇 가지가 있다 그랬었지.

       

       “아해들아. 이 곳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이 무엇이더냐?”

       

       – 룰렛.

       – 룰렛이지.

       – 쉽고 빨라서 좋아.

       – 강아지 레이스도.

       – 뭔 강아지여. 눈치 챙겨.

       

       “강아지 레이스라.”

       

       흥미롭군. 자그마한 강아지들이 아장아장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인가.

       

       꼭 보고 싶은 풍경이야.

       

       강아지라는 단어에 홀려버린 나는 다른 그 모든 단어를 무시하고 강아지 레이스가 펼쳐지는 장소로 향했다.

       

       “달려! 1번 너한테 다 걸었다고!”

       “4번! 4번! 4번!”

       “3번아! 할 수 있어어어어!”

       

       그 곳에는 주사위도박장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으음. 이런 열기를 보고 있자니 도박장이라는 느낌이 제대로 드는 구나.

       

       나는 열기 어린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강아지들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작고 귀여운 아해들이 잔뜩 모여있는 장소라. 귀염뽀짝한 아이들이 아장아장거리며 길을 따라 내달리는 것인가.

       

       누군가는 앞으로 내달리다 고꾸라져 코를 찍을 터이고.

       

       누군가는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라 방향을 헤맬 터이고.

       

       누군가는 벽을 긁어대며 넘어가려 할 터이고.

       

       누군가는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저 갈 길을 개척하겠지.

       

       아아. 생각만 해도 황홀하군.

       

       기적과도 같은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앞으로 향하던 내가 보게 된 풍경은 내 상상과는 저만치 떨어진 모습이었다.

       

       “어라?”

       “얘네 왜 이래.”

       “벌벌 떠는데?”

       “아! 1번! 왜 그러냐! 나 진짜 돈 다 걸었다니까!?”

       

       모든 것이 다르지는 않았다 길게 뻗은 레이스의 장소라거나,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이라거나 하는 건 동일했다.

       

       허나 결정적인 것이 달랐다.

       

       본인이 기대했던 것은 말이다. 활기차고 제멋대로이고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이었다.

       

       허나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내 기대와 정반대였다.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한 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라니.

       

       “늑늑이의 존재가 여기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 팩트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양심 어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 <<<<범인

       – 늑늑이도 무서워서 벌벌 떠는데 얘네가 어떻게 버팀?

       – 곰도 보고 도망치는 여자면서.

       – 강아지들 불쌍해.

       

       제기랄. 모르는 체 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본인이 등장함에 따라 강아지들이 겁에 질렸다는 사실을.

       

       하아. 슬프구나. 본인은 그 누구보다도 귀엽고 부드러운 것을 사랑하거늘 어찌 저들은 본인을 저토록 미워하는 것인지.

       

       대체 본인이 무얼 잘못했단 말인가. 본인에게 죄가 있다면 단지 그대들을 사랑한 죄밖에 없거늘!

       

       억울하고도 원통한 일이었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이 그러한 것을.

       

       본인이 여기에 더 머물렀다가는 강아지들을 괴롭히는 결말밖에 되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본인은 얌전히 방에서 빠져 나왔다.

       

       후우. 늑늑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지만 그 녀석의 털이 완전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터.

       

       다른 도박이나 하며 분을 풀자꾸나.

       

       그래. 룰렛이 가장 인기 했었다고 했지? 어디 한 번 그 룰렛이라는 도박을 즐겨 보자.

       

       “꺄아아악! 저거 1이잖아! 아무리 봐도 1이잖아! 1이잖아아아아아!”

       

       강아지 레이스를 하는 곳에서 빠져 나와 룰렛을 돌리는 곳에 도착한 본인이 보게 된 것은 바닥을 뒹구는 엔리의 모습이었다.

       

       도박을 하러 온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이마냥 떼를 쓰는 엔리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닫고 미간을 꾹 누른 나는 곰방대의 연기를 한 번 내뱉고 나서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내가 뭘 본 게냐?”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가 엔리하는 데 문제라도?]

       

       – ㅋㅋㅋㅋㅋ

       – 평소의 엔리잖아.

       – 어제도 꼴더니 오늘도 꼴고 있음?

       – 걍 돈 내다버리는 거지 뭐.

       

       평소의 엔리지 않느냐는 시청자의 대답에 난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엔리와 함께 지내며 저러는 꼴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닌지라.

       

       기이한 일이야. 현실에서는 믿음직스러운 녀석인데 VR이란 가면을 얻기만 하면 추함이란 단어를 잊어버리는 듯하니.

       

       “내 돈 돌려내애애애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다시금 문을 열었을 때에도 엔리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저만치 소리를 질러대면 지칠 법도 하거늘 한결 같은 것이 이제는 존경심마저 들 지경이야.

       

       대단하기는 하다만 적당히 해야지. 다른 도박을 하는 이들도 그대를 짠하게 보고 있지 않나.

       

       내가 근처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자 엔리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 뭔데! 돈 줄 거 아니면 가만!… 어. 화령씨?”

       “그래. 나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설마 내가 자신의 추한 꼴을 보러 올 줄은 몰랐던 것이겠지.

       

       한순간에 얼굴이 벌게진 그녀는 다급히 일어나서는 옷을 가다듬고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어…언제 오셨어요?!”

       “방금 전 그대가 돌림판 아래를 뒹굴며 1이라 외칠 때에…”

       “흐갸아아악! 그러니까 그건 그게! 돈을 잃어버린 바람에 급격한 상황변화를 버티지 못해서어어!”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 소리치는 엔리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움이 차올라 네 말이 옳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허나 엔리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큰 치욕으로 다가왔던 듯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어쨌든 도박하러 오신거죠?”

       “뭐어. 시간도 때울 겸 겸사겸사.”

       “그럼 돈 들고 오셨겠네요?”

       “대충 천골드 정도만 들고 왔다.”

       “천 골드.”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엔리는 내 수중에 존재하는 금액을 듣고는 탐욕이 서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저기 화령씨. 그 중에 백 골드만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맨 입으로?”

       “쭈인님! 엔리냥이는 쭈인님이 백 골드를 주면 너무너무너무 감사할 것 같다냥!”

       

       메이드 카페 게임의 NPC로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프로다운 모습을 본 나는 박수와 함께 그녀의 손에 금화를 쥐어 주었다.

       

       확실히 현실의 모습과는 차이가 심하구나. 철판을 까는 데에 능숙해.

       

       그렇지만 현실의 풋풋함을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아쉬운 것도 사실이구나. 풋풋한 쪽이 더 귀여웠으니 말이다.

       

       “역시 쭈인님밖에 없다냐!”

       “애교는 되었고 도박을 하는 방법이나 알려다오.”

       “알겠다냐! 쭈인님! 이 룰렛 도박은 전혀 어렵지 않다냐! 냐의 설명을 들으면 손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냐!”

       “애교는 되었다 했다만.”

       

       엔리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냐체를 지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장담했던 대로 룰렛 도박은 무척이나 손쉬웠다.

       

       돌림판이 돌아가기 전에 미리 돌림판의 숫자에 돈을 건다.

       

       그 후 돌림판이 돌아가다 멈추었을 때 화살표가 가리킨 숫자에 돈을 걸었다면 돈을 얻는 형식.

       

       이는 본인의 안력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의미가 없었다.

       

       돌림판이 돌아가는 도중에는 돈을 걸 수 없으니까.

       

       중간에 이미 결과를 예측한다 하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아 물론 조작을 할 방법이야 있다. 바람이 슬쩍 불어서 돌림판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 이니까.

       

       허나 이번에는 그러지 말도록 하자꾸나.

       

       돈이라면 벌대로 벌었고 피피의 말에 따르면 더 이상 쓸 곳도 없다 했으니. 한 번 제대로 된 도박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뭣보다 말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는 돈을 펑펑 쓰는 것만큼 좋은게 없지 않으냐.

       

       일단 처음에는 살짝씩 돈을 걸며 간을 보도록 할까. 시간을 떼워야 하는데 초장부터 다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은 3이라는 숫자가 끌리니 그 곳에 걸어보도록 할까.

       

       “쭈인님! 어디에 돈을 거셨느냥?”

       “3에 10개만 걸었다.”

       “아니다냐. 쭈인님. 이전에 3하고 5가 번갈아서 두 번이 나왔다냐. 그러니 이번에는 1아님 10이 나올 차례! 냐는 10에 30개를 걸거다냐!”

       

       오랫동안 이 곳에서 도박을 해 온 탓일까. 엔리는 나름의 통계를 내어 둔 듯 했다.

       

       허나 엔리. 본인은 여러 도박판을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무엇인지 아느냐?

       

       통계니 나발이니 하는 것은 모두 환상이라는 것이다.

       

       “냐아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또 다시 3이 나온 것이냐아아아아!”

       

       엔리는 또 다시 돈을 잃고서 비명을 내질렀다.

       

       내 추측하기로 머잖아 또 다시 본인에게 돈을 달라 애원할 것 같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령에게 죄가 있다면 귀여운 동물을 너무도 사랑한 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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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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