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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창제무신(唱制武神)

     

   전 투황이 아우라로 완성해낸 재룡락의 극의.

   하지만 그런 전 투황조차도 완성 시키지 못한 것이 바로 창제무신이었다.

     

   그런 창제무신을 배우기 위해 크라슈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건 정말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여기를 들어가란 말입니까?”

   “맞네.”

     

   크라슈가 눈을 힐끗 돌린 장소에는 새까만 어둠이 있었다.

   정확히는 계곡 사이에 있는 끝도 없이 깊은 낭떠러지였다.

     

   돌을 던져도 돌의 소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만큼 깊디깊은 낭떠러지.

   전 투황, 듀란달은 지금 크라슈에게 그곳에 떨어지라고 하고 있었다.

     

   크라슈의 얼굴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서렸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수련하기 위해서 최적의 장소가 있다며 데려가길래 냉큼 따라왔더니.

   듀란달은 크라슈를 무법 지대로 끌고 나왔다.

     

   처음에는 신목, 세계수에서 수련을 할 줄 알았지만.

   듀란달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크라슈를 데리고 이동했다.

     

   그렇게 며칠이 걸릴 정도로 끝도 없는 평야를 지나 이내 도착한 곳.

     

   그곳의 이름은 마곡(魔谷).

   다른 말로는 세계의 틈.

     

   끝도 없이 이어진 낭떠러지를 두고,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장소를 말한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다리조차 없는 계곡에서 바람이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곡에서 때때로 불러일으키는 강풍은 다리를 놓아도 그 다리조차 붕괴시켜버릴 만큼 강하다.

     

   덕분에 마곡의 위에서는 비행 마법과 같이 계곡을 뛰어넘으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자칫하면 마곡의 바람에 역으로 흘러 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보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곡에 지금 듀란달은 내려가라고 하고 있었다.

     

   회귀 전, 크라슈조차 이곳 마곡을 방문할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아서 또한 마곡에는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금까지 방관했던 것이 그러한 이유였다.

     

   마곡에서는 얻을 수 있는 매리트라고는 딱 하나.

   마곡에서 살아 돌아온 자라는 호칭뿐.

     

   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끝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지 않습니까?”

   “오늘따라 혀가 길군.”

   “제가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말입니다.”

   “자네가 펑펑 날아다닌 다는 건 예전부터 많이 들었네.”

     

   예전에 쌓아둔 이미지가 오히려 지금을 갉아 먹을 줄이야.

   크라슈는 우울한 얼굴과 함께 숨을 내쉬었다.

     

   나이에 맞게 투정 부리는 건 여기까지면 됐다.

   어차피 고생길이 훤할 것쯤이란 건 알고 있었으니까.

     

   “창제무신을 배우기 위해서는 마곡에서도 살아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이라도 붙는 셈이겠죠?”

   “비슷하네.”

     

   창제무신을 배우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크라슈는 숨을 깊게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마곡의 끝 지점에 우뚝 섰다.

     

   후드득-

     

   크라슈의 발끝에 돌조각들이 부딪치며 마곡 아래로 굴러떨어져 내렸다.

   당연하지만 돌조각이 바닥에 닿으며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휘이이이이잉-

     

   대신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크라슈의 귓가를 간질이고 지나갔다.

     

   “크라슈 학생, 마곡, 세계의 틈은 가장 세계의 중심과 가까운 장소일세.”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를 가지고 있는 대해보다도 더 깊은 지점에 있는 것이 세계의 틈이다.

   이러한 세계의 틈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그리고 왜 생겼는지를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딱 한 명.

   이곳에 있는 듀란달은 마곡이 생겨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마곡은 세계가 세계 침식에 맞서기 위해 내부의 힘을 방출한 흔적일세.”

     

   내부의 힘이 가리키는 것은 다름 아닌 아우라였다.

     

   세계 침식이 세계 여기저기를 침입하며 제멋대로 바꾸기 시작하자 세계 또한 그에 대응하기 위해 분출한 힘.

   그것이 세계 전체에 퍼져 있는 힘인 아우라라는 것이었다.

     

   뜻밖의 정보에 크라슈조차 조금 놀란 반응을 보였다.

     

   “세계가 지닌 방어 시스템이라는 겁니까?”

   “그렇지. 실제로 아우라가 세계 침식에서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는 크라슈 학생이 제일 잘 알걸세.”

     

   알다마다.

   아우라 덕분에 지금까지 몇 번이고 위기를 넘겨왔던 크라슈였다.

     

   세계 침식을 상대로 아우라는 가장 강한 수였으니까.

     

   “아우라가 처음부터 세계에 퍼져 있었다는 건 아니었군요.”

   “아예 없지는 않았을 걸세. 아우라는 세계 그 자체에 힘이니까. 하지만 세계 침식이 발생하고 나서 세계는 모자란다고 판단했고,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아우라를 방출한 것이지.”

     

   듀란달은 그리 말하며 크라슈와 같이 낭떠러지 끝에 섰다.

     

   “그러니 마곡의 안쪽 깊숙한 곳에는 아우라의 힘이 잔뜩 분포해 있네. 중간 지점을 넘을 때부터 크라슈 학생도 본격적으로 양이 많아지는 아우라를 느낄걸세.”

     

   크라슈는 왜 듀란달이 이곳을 훈련 장소로 지정했는지 깨달았다.

     

   “아우라의 그릇을 더 넓혀 오라는 소립니까.”

   “정답일세.”

     

   창제무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우라를 갑옷의 형태로 치환시켜야 한다.

   그러한 과정 중에서는 당연히 대량의 아우라를 소모해야만 하고, 그것은 곧 지닌 아우라가 부족하면 완성할 수 없다는 소리와 같았다.

     

   때마침 크라슈는 용왕족이 되며 그릇의 크기를 무척이나 많이 늘릴 수 있었다.

   거기다가 바이오렌의 특성인 기문에 사계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분명 더 많은 아우라를 지닐 수 있겠지.

     

   “창제무신을 완성 시키려면 끝 지점에 도달해야 할 걸세. 그렇지 않으면 창제무신을 완벽히 다뤄내지 못하겠지.”

     

   듀란달 조차 끝 지점에 결국 도달하지 못했었다.

   그러니 듀란달은 크라슈에게 희망을 걸기로 했다.

     

   자신이 인정한 투황의 후계자가 보여줄 미래를 말이다.

     

   “미리 말해 두지만, 중간 지점을 넘어갈 때부터는 주의하게. 상상 이상에 세계가 펼쳐질 테니까.”

   “늘 상상 이상으로 살고 있었으니 잘 견뎌 보겠습니다.”

     

   크라슈는 그 말을 마치고, 숨을 들이 삼키었다가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내 가벼운 도약과 함께 낭떠러지로 뛰어내렸다.

     

   몸에 부유감이 들었다.

   중력에 의해 크라슈의 몸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끌어내려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마치 어둠이 크라슈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크라슈라고 무턱대고 아래로 추락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속도로 계속해서 떨어진다면 충격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등 뒤로 불꽃을 담아 휘둘렀다.

   그러자 불꽃의 폭발에 휘말린 크라슈가 낭떠러지의 벽에 가까워졌다.

     

   벽이 가까워져 온 순간 크라슈는 즉시 우뢰성을 휘둘러 벽에 박아 넣었다.

   열기가 담긴 우뢰성의 검날은 깔끔하게 벽에 박혀 들어갔다.

     

   카가가가가각!

     

   우뢰성에 의해 추락하던 크라슈의 속도가 조금 줄었다.

   그러고는 다시 검을 뽑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그 행동을 반복하며 추락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 시켰다.

     

   후우웅!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크라슈를 역으로 위로 날려 보내려 하기도 했다.

   이때는 우뢰성을 박아 넣은 채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체력 분배가 중요하다.’

     

   크라슈는 주머니에 챙겨놨던 작은 육포를 입에 넣었다.

   마법을 이용해 제조한 특제 육포다.

     

   육포 하나로 배가 가득 찬 기분이 든 크라슈는 남은 육포를 넣어두고는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내려가는 것도 일이구만. 올라 올 때는 더 큰 일이겠는데.”

     

   크라슈가 위를 힐끗 보았다.

   정말 끝도 없이 높은 지상 탓에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 다시 올라간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까마득했다.

     

   [ 날개라도 만들어서 올라가면 그만이겠지. ]

   “사람한테 날개가 어딨어.”

   [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

   “그러네.”

     

   크라슈는 수긍했다.

   그래도 인간이기를 벗어났다지만 날개까지 다루는 법은 도저히 모르겠다.

     

   “찍찍!”

     

   그때.

   크라슈는 갑자기 주머니 안에 있던 시체 쥐가 놀란 반응을 보이는 걸 들었다.

     

   어느새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녀석은 옷 끝을 간신히 붙잡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너머에 있는 에벨아스크가 당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이건……. ]

     

   그리고 그건 크림슨가든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반응에 의아함을 보인 그 순간.

     

   “허.”

     

   크라슈의 입에서 무심코 소리가 흘러나왔다.

   몸 전체를 휘감기 시작하는 강렬한 아우라의 힘을 느낀 탓이다.

     

   과연, 듀란달이 말했던 대로 엄청난 양의 아우라였다.

     

   ‘이제부터 중간 지점이라 이건가.’

     

   이렇게나 내려왔는데도 중간 지점이라니 놀랍다.

     

   시체쥐의 몸이 서서히 하얗게 변하며 불타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에벨아스크의 네크로맨서 술이 풀려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체 쥐의 눈이 없어진다면 두 세계 침식자는 더 이상 크라슈를 볼 수 없다.

   그것을 눈치챈 크라슈는 시체 쥐를 잘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말하였다.

     

   “에벨아스크, 크림슨가든.”

     

   시체 쥐가 완전히 하얗게 변하기 전 크라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녀올게.”

   “찍.”

   [ 제대로 돌아와라. ]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시체 쥐가 완전하게 정지했다.

   크라슈는 그걸 끝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몸을 휘감아 오는 대량의 아우라는 놀라울 지경이었다.

     

   ‘세계 침식자들에게 세계 침식 안이 이런 느낌인가.’

     

   크라슈도 극혈침독을 익혀 세계 침식의 힘을 다루는 만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 있긴 하나.

   마곡은 그보다도 힘의 분포가 훨씬 더 집중된 것 같았다.

     

   오죽하면 어느새인가 아우라가 하얀색의 빛무리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 지경이다.

   보이지 않던 힘이 너무 모여 있으니 실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세계 침식자가 들어오면 꼼짝없이 불타 죽겠는데.”

     

   크라슈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 진작부터 사계를 이용해 세계 침식의 힘을 모두 아우라로 치환시켜 놓았다.

   아니었다면 몸이 불타는 것은 크라슈였을 것이다.

     

   어느샌가 아우라의 빛무리가 점차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라슈는 아직 아우라를 본격적으로 흡수하지 않았다.

     

   듀란달의 말대로 끝 지점에 도달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크라슈가 더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를 높여 나가며 아우라를 뚫고 지나가던 순간.

     

   실체화한 아우라가 눈 앞을 가릴 정도로 많아져 이제는 주변이 새하얀 세상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들었다.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한 탓일까, 몸에 드는 부유감조차 어느새 가짜라고 느낄 만큼 정지한 세계에 갇힌 기분을 느꼈을 때.

     

   “윽!”

     

   크라슈는 눈 안으로 파고드는 빛을 보고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서둘러 다시 눈을 뜬 그 순간 크라슈의 앞에 바닥이 보였다.

     

   ‘끝지점인가?’

     

   조금만 눈을 늦게 떴으면 추락할 뻔했던 크라슈는 즉시, 몸을 돌리며 착지했다.

   내려온 힘이 워낙 강한 탓인지 크라슈는 바닥을 한참 쓸며 나아간 크라슈는 겨우겨우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신발 밑창이 다 타버린 기분이다.

     

   크라슈가 바닥에 발을 쓸며 그렇게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던 그 순간.

   크라슈의 눈에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비치었다.

     

   “……이게 뭐야.”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 수많은 가옥.

   하늘을 가득하게 메우고 있는 검은색의 구름과 연기.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비명.

     

   마지막으로 저 하늘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새하얀 빛의 백기사.

   크라슈는 그러한 백기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 침식이 세계를 집어삼키고자 탄생시킨 최흉.

     

   정복(征服)의 백기사

     

   “……썅.”

     

   크라슈가 회귀 전 보았던 광경.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가 그곳에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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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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