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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2

    <302 – 길어질수록 위험한>

     

    지젤은 상황이 대단히 위험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인지하였다.

     

    “용사후보자의 자아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힘들어.”

    “어째서입니까? 그는 후보생이고 당신은 현역인데.”

    “시기가 달라.”

     

    이슈타르는 낭패를 금치 못했다.

     

    “내 때는 유일신 소페미아께서 다른 후보생을 두지 않고 곧바로 나를 용사로 선택했어. 그러니 후보생들이 서로 경쟁하며 모험할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내 성장치는 안라게의 사도만큼 높지 않아.”

    “현역용사의 강점이 사라질 정도로 저 남자가 엄청난 업을 쌓았다는 말이군요.”

    “덤으로 다른 자아들이 지닌 기술도 섞여서 나오고 있어. 내 실력으로 극복하기는 무리야.”

     

    용사가 막혔다.

    그렇다면 오크노디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인도에 남겨둔 인형을 움직여서 도움을 요청하자.

    분명 그럴 작정이었는데.

    돌아가는 꼴이 위험하기는 저쪽도 만만치 않았다.

     

    ‘죽일 작정인가?!’

     

    처음 보았을 때는 눈을 의심했다.

    어둠 속에서 연이어 날아드는 얼음파편과 그 사이로 번뜩이는 단검의 날.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단검을 받아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달빛에 반사되지 않는 날까지 새카만 단검이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무해한 파편과 유해한 단검.

    빛이 반사되는 단검과 반사되지 않는 단검.

    리프는 허실을 뒤섞으며 자신의 모든 움직임, 모든 공격에 위험성을 부여했다.

    보인다고 방심할 수 없고 무해하다고 안심했다간 의외의 일격에 크게 당한다.

    모든 타이밍의 모든 공격에 대응해야만 하니 오크노디는 자연스럽게 타이밍과 호흡을 빼앗겼고 리프의 파상공세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따다당!

     

    심지어는 어둠 속에서 단검과 단검이 충돌하며 일어나는 초근접전의 나이프파이팅까지!

     

    ‘그간 오크노디를 둘러싼 가정학대 의혹이 수도 없이 많았었지.’

     

    아무리 그래도 재단이 그렇게까지 악독할까.

    우리가 오크노디의 엉뚱함 때문에 무언가를 착각했던 건 아닐까.

    그런 의구심이 마음 속 어딘가에 일말의 자제심으로 남아있었다.

    그 일말의 자제심이 사라졌다.

    마침내 드러난 진실이 시야마법이 걸린 인형 저편에서 보이고 있지 않은가.

    기이할 정도로 익숙한 대응이 말하고 있다.

    오크노디는 재단에서 길러지던 시절에 저런 살벌한 실전조차도 일상처럼 겪어왔다!

     

    “무슨 소리야?”

     

    목소리의 주인은 용사후보생의 진격을 한 차례 저지하고 창고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헤스티아.

    용병답게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에 이끌려 시야마법을 들여다보던 헤스티아의 얼굴이 빠르게도 굳었다.

     

    “이거 오크노디지?”

    “맞습니다.”

    “미친 녀석들.”

     

    지젤이 보기엔 그저 살벌한 싸움이 헤스티아의 눈에는 더욱 위험하게 보였다.

     

    “이 새끼들, 마나를 쓰고 있어.”

    “예?”

    “저 단검, 자세히 봐. 검날에 은빛이 담겨있어.”

    “달빛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마나광이야.”

     

    전쟁용병들은 피를 먹고 살기 때문에 성정이 거칠다.

    다툼이 생기면 팔다리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의가 상해서 싸우더라도 선을 넘지 않도록 마나만큼은 쓰지 않고 싸우는 것을 암묵적인 규칙으로 삼기도 한다.

    규칙을 어기는 녀석은 천하의 쓰레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여겨지며 다른 용병들에게 배척의 대상이 된다.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넘치는 안하무인이라도 진짜 막 나가자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넘지 않는 일선이 마나사용인 것이다.

    그런데 암살자는 그 선을 가볍게 넘었다.

    오크노디도 그 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이는 용병들의 거친 세계보다도 재단에서 보낸 오크노디의 시간이 더욱 살벌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출전하겠어.”

     

    헤스티아는 날이 깨진 도끼 대신 망치를 들고 창고 문을 열었다.

     

    “어딜 가십니까! 당신은 지쳤습니다. 팔도 떨리는 몸이란 말입니다!”

    “오크노디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한 싸움을 하면서 버티고 있어. 무인도에서 어떻게든 얻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야.”

     

    헤스티아는 분노했다.

    오크노디를 몰아붙이는 메이드에게.

    그녀가 저토록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언제쯤 돌아올 속셈인지 내심 원망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지켜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뭘 하고 있는 거야.’

     

    믿을 수 없는 광전사에게 신뢰를 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우정이 무엇인지 알려준 아이.

    그런 아이를 곁에서 지키지도 못하고 무인도 경매의 극초반에 낙오된 그녀가 감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웠다.

     

    “용사후보생은 우리를 죽이지 않아. 싸우면 죽을 정도로 힘들지만 그것뿐이야.”

     

    오크노디와는 다르다.

    그저 힘든 것을 견디는 것뿐이라면 얼마든지 더 해낼 수 있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

    오크노디를 지키겠다던 그 다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곁에서 지킬 수는 없더라도 하다못해 그녀의 친구들만큼은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오크노디를 도울 수 없다면 인형만 들여다보는 짓은 그만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헤스티아의 지적은 지젤에게도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다.

    재단을 의식해서 가급적 내색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참모 놀이보다는 암흑가의 거상의 실체를 조금은 보여줘야 할 모양이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와이히엠하이 재단. 먼저 선을 넘은 건 당신들입니다.’

     

    용사후보생 케이의 강력한 무력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했던 선상반란의 양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 *

     

     

    케이는 성가심을 느꼈다.

    안라게의 사도는 스무 개의 인격이 한 몸에 가두어져 완성된 존재.

    한 인격이 강대하다고 해도 다른 인격들이 그 인격을 끌어내리면 자아가 밀려나 다시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뚜껑이 열린 항아리에 갇힌 게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리기에 급급한 관계!

    그렇기에 케이의 탈출에는 다른 자아들에게도 이 몸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고, 제물을 내어주어 모두가 탈출하게 해주겠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자신이 싱의 몸으로 탈출할 때 방해를 받지 않을 테니까.

    물론 다른 이들에게 대단한 몸은 필요없다.

    그런 몸을 주었다가 다른 녀석들이 자신의 새로운 그릇을 파괴하면 어쩐단 말인가.

    안라게의 사도의 군령체로 하나가 된 자아들이 서로에게 품은 원한은 지대했다.

    서로가 서로의 행동을 방해하기만을 거듭해온 시간이 길수록 원한은 더욱 커졌다.

    이제는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을 지경이다.

     

    ‘적당한 그릇만 19개 채워다가 의식을 진행할 작정이었는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이 자신의 강함을 실감하고도 순순히 밀려나지를 않았다.

    무너뜨리고 심지를 꺾고.

    온갖 수단을 다해 강한 학생들을 격퇴해도 선수교체마냥 다른 강자들이 튀어나와 매달렸다.

    해치우는 것이야 쉽다.

    문제는 다른 자아들의 시선이었다.

     

    -제압하고도 놓아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너만 좋은 그릇을 독점할 셈이냐.

    -그럴 바에야 널 쫓아내고 우리가 대법을 이어가마.

     

    제물로 삼을 것이 아니라면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짓은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생들이 기절할 때까지 덤벼들려고 해도 그 전에 몰아내야만 한다.

    대법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아졌다.

     

    [성검개방]

     

    용사 이슈타르와 성녀 유피.

    이기적이고 자신들만 아는 용사파티가 놀랍게도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다른 이들을 도울 작정으로 맹렬하게 분투에 나섰다.

    용사의 그릇은 탐이 났다.

    대단한 미모의 여자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인생사 남자보다는 여자가 살기 좋다.

    경계도 덜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용사‘후보생’인 자신이 진짜 용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슈타르를 제압하려면 출력의 ‘억제선’을 넘겨야만 했다.

     

    ‘다른 자아들을 억누르는데 사용하는 힘을 전투에 끌어와야만 해.’

     

    제압하지 않기 위해 유지하는 선이 1차 제어선이고 죽이지 않기 위해 억누르는 선이 2차 제어선이라면 다른 자아들의 개방을 저지하고 자신의 턴을 유지하기 위해 지키는 선은 3차 제어선이다.

    아무리 미숙해도 일단은 용사.

    그녀를 무찌르려면 3차 제어선을 넘어야만 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대법을 이끌어가며 싱의 몸으로 탈출하려는 케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3차 제어선을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용사를 제압할 수는 없다.

    그것이 다른 상급반 강자들에게도 용기를 실었다.

    따로 싸우면 무리하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는 학생들이 연거푸 교대로 달려들었다.

    다른 학생들을 납치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케이는 점점 초조함을 느꼈다.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다른 자아들이 자신을 끌어내리는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뭘 잘못 먹기라도 했는지 방금 나가떨어졌던 광전사도 더욱 격분해서 다시 덤벼들고 있다.

    제압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불합리한 싸움에 점점 줄어드는 제어력.

    케이는 선택을 강요당했다.

    다른 자아에게 기회를 빼앗길 것을 각오하고 경쟁자들에게 강한 몸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방해꾼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의식을 치를지.

    아니면 자신의 기회를 포기하고 다른 이들도 이 기회를 누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던지.

    혹은 모두가 강한 몸을 얻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약속하고 단숨에 모조리 쓰러뜨리던지.

     

    “너희가 자처한 위기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덤벼든 걸 후회하게 해주마.”

     

    케이가 진심으로 살기를 품는 그때, 배에 탑승한 모두의 걸음이 미끄러졌다.

    크게 출렁거리며 선회하는 크루즈선.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무인도를 향해서.

     

    “싸움을 막을 수 없으면 뭐라도 하라고 했더니 섬을 부수려고 작정해?”

     

    광화마저 풀린 채 허탈해하는 헤스티아의 중얼거림에서 케이는 깨달았다.

    어느 미친 학생이 자신의 발이 묶인 사이에 조타실에 침투해서 배의 키를 꺾었다고.

    무인도경매를 강제로 끝내고 재단의 또 다른 간부 조나를 배에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고.

     

    ‘안 돼.’

     

    경매가 끝나면 그의 대법을 막을 수 있는 실력자가 돌아온다.

    용사후보생인 자신의 자아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넘겨라.

     

    스무 개의 자아.

    그중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있는, 19명의 자아 모두가 철저하게 구속해온 존재가 속삭였다.

     

    -지금이 아니면 우리 모두에게 다음 기회는 없다.

     

    케이는 승복했다.

    용사후보생의 자아가 가라앉으며 새로운 자아가 급부상하였다.

     

    “후우. 오랜만이군. 인간의 몸의 감각을 되찾는 건.”

     

    격한 싸움의 도중에 제 손을 내려다보며 혼잣말을 하는 멍청이를 베어 넘기려던 이슈타르.

    그녀의 회심의 일격이 사내가 뻗은 손앞으로 펼쳐지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마나장벽? 그것도 암흑속성으로 성검을 든 용사인 내 일격을 저지했다고!?”

    “무얼 그리 놀라느냐, 아해야. 마족이란 자신의 영혼마저 어둠에 타락시킨 자. 내세의 절망이 담보된 자가 이 정도의 강함을 지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무인도경매도 선상반란도 그 위험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다음화가 있습니다.
    깜짝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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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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