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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3

    아니나다를까, 반에 들어간 루크는 메리와 시루드를 비롯한 아이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와! 못 본 사이에 엄청 커졌네!”

    “메리만큼이나 커졌어!”

     

    그 말에 메리도 루크의 곁으로 가서 머리를 대 보며 놀랐다.

    시루드도 경악스런 눈길로 루크를 올려다보았다.

     

    “정말이네, 루크 이제 나랑 키가 똑같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루크의 급격한 성장이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하긴, 아무리 이 시기의 수인들은 빨리 성장한다고는 하지만 이 속도는 아이들의 눈에도 이상할 정도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루크의 수준이라면 드물기는 해도 아예 불가능한 사례인 것은 또 아니었다.

    원래도 또래 아이들보다 더 컸던 메리의 경우도 있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납득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면 몸도 금방 성장하는 법이지.”

     

    당연히 이것도 거짓말이 아니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올바른’ 것인지는 각자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루크의 경우엔 그 방법이 ‘서클’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다르겠지.

     

    “너희들도 밥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금방 클 수 있을 거란다. 밤에 잠도 일찍 잘 자고.”

     

    그리고 이 아이들에겐 이게 자신과는 다른 ‘올바른’ 방법이리라.

     

    “그렇구나!”

    “그럼 나도 반찬투정 안하면 커질 수 있으려나?”

    “나도 앞으론 운동 열심히 해야지!”

    “늦게 자는 것도 이제 그만해야하나…….”

     

    그렇게 루크의 성장을 목도한 아이들이 저마다 올바른 생활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상기하고 있을 때쯤, 반의 담당교사 엠마가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조용, 조용. 여러분, 이제 각자 자리에 앉아주세요. 출석 부르겠습니다.”

    “네에-.”

     

    ——

     

    그렇게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간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교시는 마침 마법 수업이다.

     

    하지만 루크는 말할 것도 없었고, 서클마법을 다뤄보기 위해서 예습을 좀 멀리까지 나간 탓에 시루드에게조차 아카데미 2학년 수준의 마법수업은 현재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선생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딴 짓을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어서, 루크와 시루드에게는 일종의 자습시간이나 다름이 없다.

     

     

    루크는 목소리를 낮춰 시루드에게 속닥이며 물었다.

     

    “시루드. 내가 전에 부탁한 건 어떻게 되었지?”

     

    루크가 전에 부탁한 것이라, 시루드는 금세 그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다음주라고 했던가?”

    “그래, 다음주. 어떻게 되었는가?”

    “할아버지한테도 미리 얘기해 놨어.”

     

    무엇이 다음주냐고 하면, 루크의 출국 예정일이 바로 다음주였다.

     

    이번 마법 경시대회는 과거 클래스마법이 처음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가장 많은 마법 연구가 벌어지고 있는 베리튼에서 열리기 떄문이다.

     

    때문에 이전과 같이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루크에게는 그것이 문제이기도 했다.

     

    비록 한번 서클이 고갈되고 난 이후엔 안정성과 외부로 드러나는 마력의 차폐를 위주로 신경써서 다시 짜올렸기 때문에 그 이전의 상황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루크는 이제 심장속에 어지간한 세계수의 코어를 능가하는 수준의 순수한 마력 그 자체를 품고 있었으며, 그 탓에 일반적인 비행기는 올라탈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루드나 소리드와 같은, 고서클을 지닌 사람들을 태울 수 있는 비행기가 따로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비행기는 절대 흔치 않고, 가격도 굉장히 비싼데다가, 절차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까다로웠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아마 시루드의 집도 그런 불편함 때문에 일부러 전용기를 쓰는 것이리라.

     

    여러모로 고작 시험 한번 치르고 돌아오는 데에 사용되기엔 너무나 아까운 돈과 노력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시루드에게 살짝 부탁을 한 것이 꽤 옛날의 일.

     

    고맙게도, 시루드는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정확히는 그의 할아버지인 소리드가 허락해준 것이지만.

     

    “할아버지도 마침 다음주에 일 때문에 베리튼에 일정이 있으니까, 그 때 같이 데리고 가 주시겠대.”

    “그거 참 잘 되었구나. 고맙다!”

     

    루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루드 내일 시간이 남느냐?”

    “시간? 시간이야 뭐……. 근데 무슨 일 있어?”

    “그것이, 최근 우리 집이 이사를 해서 이번에 내 방을 갖게 되었거든.”

    “그으……래? 그거 잘됐네.”

    “그래서 베리튼에 가기 전에 한번 친한 아이들과 노는 게 어떨까, 해서 말이지. 어떤가? 만나서 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네.”

    “어?”

     

    시루드는 살짝 당황했다.

    여자아이가 자신의 방으로 초대를 하는 상황이라니?

    그것도 한 때 좋아했던 여자애의 방이다.

     

    “…….”

     

    그래도 시루드는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분명히 ‘여자애가 방으로 초대’하는 상황이긴 한데, 루크는 좀 다르니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약간이나마 느껴지던 두근거림은 금방 식어버리고, 이내 궁금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과연 루크는 자신의 방을 어떻게 꾸며 놓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루크의 방은 일반적인 여자아이들의 방은 절대 아닐 것 같다.

    물론 시루드라고해서 다른 여자아이들의 방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가늠할 수는 있는 법이다.

    하지만 방을 꾸민 것이 루크라면…….

     

    어쩌면 마법 연구소를 방불케하는 기묘한 방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것도 나름대로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시루드는 크게 한번 숨을 내쉰 뒤,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내일 놀러가도 되냐고 엄마한테 한번 물어볼게.”

    “좋아.”

     

    루크는 시루드를 마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루크는 헬레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시루드에게는 볼 일이 있었다.

    그야 자신의 ‘차’에 대한 상품성 이야기도 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번쯤 어느정도 장비(?)가 갖춰진 자신의 방에 초대할 필요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이제 시루드에게 잘만 어필할 수 있다면, 세레나에게 허가를 받는 것도 이미 따놓은 셈이다.’

     

    원래 이런 일의 경우에는 어른 쪽을 바로 공략하기보다는 주변을 먼저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는 것이 유리했다.

    사람이라는 것은 보기보다 감성적인 생물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들으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뢰도가 있는 주변인물일 경우에 특히 효과가 좋은데, 만약 그중에서도 ‘자식’이라고 하면 사람은 꽤나 물러질 수 밖에 없다.

     

    “…….”

     

    어쩐지 살짝 비열한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그게 나쁜 짓은 아니다.

    ‘주변을 먼저 공략한다’ 이것도 일종의 설득방법 중에 하나일 뿐.

    굳이 따지자면, 인맥의 도움을 살짝 받는다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제품에 하자가 있지만 겉만 번드르르한 불량품을 파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몸에도 좋은 고품질의 차를 제품으로 만들어 판다는 얘기다.

    세레나가 운영하는 가게의 평판에 좋으면 좋았지, 결코 해가 되지는 않으리라.

     

    “그럼 내일로 알고 있겠다.”

     

    그렇게 순조롭게 집에 초대하는 것을 마친 루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딱 한가지 준비만이 남았군.’

     

     

    ———

     

    그렇게 루크가 만족스런 웃음을 짓고 있을 무렵, 시루드는 한가지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

     

    아까부터 느껴지던 이 느낌.

    시루드는 루크가 단지 키와 분위기가 성숙해졌을 뿐 아니라, 다른 것도 성장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조금 더 근본적인…….

     

    ‘혹시 서클이?’

     

    만약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었다.

    루크 역시 자신이 서클이 오를 때 마다 항상 축하를 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학교에서 말 할 수야 없었다.

     

    이미 루크는 4서클이었으니, 공개적으로 5서클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태껏 공식적으로 5서클 이상의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크는 그런 사실이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싫어했다.

    도를 넘은 지나친 관심이 쏠릴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그런 이슈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루크는 자신에게 서클이 있다는 사실은 밝혔어도 ‘어떤 서클’이 있는 지는 서로 전혀 언급하지 않기로 이미 시루드와 약속을 했었고, 시루드 역시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굳이 ‘서클’이라고 언급하지 않아도, 루크와 시루드는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루드는 별 생각 없이 루크를 향해 가슴을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루크, 근데 너 혹시…….”

    “응?”

    “그, 자랐어?”

     

    그것은 당연히 서클이 자랐느냐는 의미였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루크도 그렇게 받아들였겠지만 갑자기 커진 가슴 때문에 안 그래도 신경이 쓰이고 있던 지금의 루크는 조금 달랐다.

     

    “으, 으응……?”

     

    서클을 가리키며 묻는 ‘자랐냐’는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나름대로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알아채다니…….’

    “……눈썰미가 놀랍군. 그게 느껴지나?”

     

    사실, 루크는 작아진 재킷을 벗은 뒤로는 펑퍼짐한 조끼 때문에 커진 가슴이 티가 잘 안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예전부터 여성의 몸매에 별로 관심도 없던 루크였던지라, 그런 무관심은 더욱 컸다.

    따라서 루크는 이 정도라면 특별히 폴리모프를 써서 가슴의 크기를 줄일 필요도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폴리모프를 사용하는 불편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사소한 폴리모프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

     

    하지만 10살짜리 아이의 눈에도 그건 눈치채기 쉬운 눈속임이었던 것일까?

    루크는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이야…….’

     

    시루드는 루크의 기묘한 반응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야 느껴지지, 옛날에 직접 만져보기도 했는걸?”

     

    루크의 서클은 예전에 만져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때 느꼈던 정보가 있기 때문에, 루크의 경지를 가늠하는 것이 더 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루크는 더욱 더 당황했다.

     

    “……그, 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시루드는 과거 자신의 가슴을 만져본 적도 있었다.

    과연, 그 때 가슴을 만져본 기억이 있어서 구분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때는 그저 서클을 느껴보라고 별 생각 없이 행한 일이었지만, 그 때의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각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시루드는 그 기억을 토대로 가슴의 성장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그 때, 시루드가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자란 거 맞지?”

    물론 서클의 이야기였다.

     

    “……자라긴 했는데.”

    이것은 가슴의 이야기였다.

     

    “축하해. 정말 잘 됐네.”

    당연히 서클의 성장에 대한 축하였다.

     

    “……고, 고맙군.”

    시루드의 축하에 루크는 곤란하다는 듯 표정을 살짝 찌푸리며 시루드로부터 몸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

     

    “크흠. 그런데 아까 그거 말이다. 나는 괜찮지만,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말하면 성희롱이 될 것 같으니 조심하거라.”

    “어? 뭐가? 내가 방금 뭐라고 했어?”

     

    루크가 보인 예상 외의 반응에 식은땀을 흘리는 시루드였다.

    ———

    잠시 후, 오해가 풀린 뒤에 루크는 이마를 책상에 붙인 채 침묵했다.

    이런 오해를 한 자신이 너무 멍청하고 한심하지 않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항상 음습한 착각을 당하는(?) 포지션이던 시루드의 역습!
    효과는 엄청났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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