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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3

        

       에너지를 사용할 줄 아는 적대적인 존재.

         

       아무리 봐도 경찰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그것도 기껏해야 야생동물이나 상대할 수 있는 장비를 들고 있는 경찰로서는 더더욱!

         

       [ 살생하지 말라. ]

       [ 한낱 미물부터 사람까지. ]

       [ 그 모든 목숨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

       [ 꿈틀대는 벌레 하나부터 물가에 헤엄치는 물고기까지 존귀하지 않은 게 없느니라. ]

         

       저 미친 메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웬 스님이 말할 것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도 끊임없이, 쉴 새 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사람 하나 너끈히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입을 쩍 벌려서 몸을 반 토막을 내려고 하기도 하고, 가슴에서 기다란 가시를 뽑아내서 사람에게 던지기도 했다. 게다가 지팡이를 휘둘러서 머리통을 깨부수려 하기도 하고, 꼬리를 스프링처럼 이용하며 이리저리 통통 뛰어다니기도 했다.

         

       “빨리 어떻게든 해 봐!”

       “군부대는 10분 안에 온다고 합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저거 안 보여?!”

         

       게다가 에너지 역시 문제였다.

         

       염주에 감돌고 있는 파란빛이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마치 충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저게 왜 충전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염주에서 코를 찌를듯한 썩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저것이 다 모인다면 절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그렇기에 경찰들은 사력을 다해 메기가 들고 있는 염주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리볼버를 꺼내서 쏘기도 했고, 소싯적에 투척술 좀 했다고 자랑하던 녀석이 즉석에서 투사체를 만들어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물총을 들고 있는 녀석은 탄환이 다 떨어질 때까지 그물총을 쏘았다.

         

       하지만 메기는 그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공격을 피했다.

         

       투웅-!

       투웅-!

         

       장애물이 가득한 곳에 탱탱볼을 집어넣으면 저렇지 않을까?

         

       메기는 자기 꼬리를 스프링처럼 이용해 횡으로, 종으로, 대각선으로 자유롭게 다녔다.

       나무를 발판으로 삼아 저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가지에서 가지로 손쉽게 돌아다녔다. 게다가 경찰들이 메기의 현란한 움직임에 잠시 놓치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몸을 날리면서 다가왔다.

         

       쩌억-!

         

       메기는 자기 몸을 총알처럼 쏘았고, 그때마다 경찰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

         

       “씨발!”

       “엎드려!”

         

       당연하게도 그때마다 경찰들은 혼비백산하며 땅을 굴렀다.

         

       터업!

       콰아앙!

         

       메기가 날아오는 속도는 빠른 편이었지만, 다행히도 직선으로 날아왔기 때문에 주의만 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덕분에 경찰들은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 주의를 기울인다면 경찰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메기의 ‘영역’에서 무사히 철수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미 공격을 가한 상태였기에 영역 밖으로 쫓아올 가능성도 있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피하기만 급급한 상황이라면, 철수라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이기는 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철수할 수 없었다.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철수를 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

         

       그 이유?

         

       “제발 좀 가라고요! 지금 이거 실제상황이란 말입니다!”

         

       지켜야 하는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왜요!”

         

       눈앞에서 목숨 걸고 메기와 싸우고 있는 경찰들을 보면서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시민들 때문에 경찰은 철수할 수가 없었다.

         

       시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시민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경찰들은 그들을 내려보내야만 했지만….

       이 멍청한 인간들은 도무지 말을 들어 먹질 않았다.

         

       물론 모든 시민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몸을 돌려서 도망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몇몇 개념 없는 인간들은, 끝까지 자리에 남아서 메기와 경찰들이 싸우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지켜보는 것을 넘어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촬영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계시면 목숨이 위험하단 말입니다! 저희가 지켜드릴 수가 없어요!”

       “아, 알았어요. 우리 목숨은 우리가 챙길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아니, 무슨….”

         

       네 명의 남녀.

       그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경찰이 아무리 피하라고 간곡하게 부탁해도 그들은 들은 체 만 체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고, 때로는 저들끼리 ‘이거 영상 올라가면 대박이겠다.’, ‘이거 조회수 장난 아니겠는데?’, ‘방송국에 팔면 얼마 나올까.’ 같은 미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까지 했다.

         

       저들 딴에는 영상에 찍히지 않도록 소리를 줄인답시고 줄인 모양이었지만….

       단련된 경찰의 신체에는 그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렸다.

         

       “아 걱정하지 마시라니까! 어, 저분들 위험한 거 같은데 안 껴도 돼요? 손이 부족할 거 같은데?”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가세요. 거 오지랖도 넓네.”

         

       게다가 안전을 걱정하는 경찰을 귀찮은 잔소리꾼 취급하는 태도까지.

         

       그들에게 피하라고 몇 번이고 경고하던 경찰은 결국 그들을 내려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메기에게 달려들었다. 저렇게 호언장담했으니 최소한의 자구책은 있지 않을까, 더 위험해지면 알아서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을 담고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멍청함은 끝이 없는 법.

         

       바닥 아래에는 지하실이 있다고 했던가.

         

       자신을 가로막는 경찰이 사라지자 그들의 움직임은 더 대범해졌다.

         

       멀찍이서 스마트폰을 촬영하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았는지, 조금씩 메기와 경찰들을 향해 접근한 것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들은 겁대가리 없이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전투를 ‘쇼’로 받아들인 채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어느 경계를 넘었을 때.

         

       [ 허어. ]

         

       메기가 그들을 인식했다.

         

       감히 영역에 발을 들인 무도한 존재를 목격한 메기는 목을 뒤틀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직도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기다란 혀를 내밀며 천천히 진언을 읊었다.

         

       [ 온 아보캬 베이로샤노 마카보다라 마니 한도마 진바라 하라바리타야 운(唵 阿謨伽 尾盧左曩 摩訶母捺囉 麽抳 鉢納麽 入嚩攞 鉢囉韈哆野 吽). ]

         

       사람을 흉내 내는 듯한 기묘한 소리.

       진언은 진언이되 뭔가 어색함이 느껴지는 발음.

       발음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위화감.

         

       “어, 어…?”

         

       멍청한 넷은 그제야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까처럼 먼 곳에서 구경꾼의 위치에서 안전하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이 언제든지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았다. 자신들이 멍청하게도 태풍 속으로 발을 들였음을 알게 되었고, 태풍이 그들의 몸을 뽑아서 하늘 저 높은 곳으로 던져낼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그들은, 그제야.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 감히 죄를 저질러 지옥에 떨어질 중생들아. 여기 흙모래를 뿌리나니 광명으로 죄를 씻어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나아가거라. ]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고 하였던가.

         

       그들은 멍청하게 영역에 발을 디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메기는 파랗게 물든 염주의 알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투-웅!

         

       그러자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염주의 알이 구슬처럼 허공을 날아갔다.

         

       코를 찌르는 썩은 악취와 심상치 않아 보이는 푸른 에너지.

       염주의 알은 푸른 궤적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네 사람이 뭉친 곳을 향해 날아갔다.

       염주의 알이 그들에게 가까워질수록 담긴 에너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거칠게 움직였고, 염주 알의 표면에는 쩍쩍 금이 생겼다.

         

       터지기 직전의 폭탄의 모습이 이러할까?

         

       염주 알은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그들에게 가까워졌다.

         

       “힉!”

       “사람 살려!”

         

       그나마 피하기라도 했으면 나았으련만.

         

       넷은 도망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거나,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주저앉았을 뿐이었다.

         

       저 염주 알이 닿게 된다면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끔찍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되리라.

         

       타앙-!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운이 남아있었다.

         

       콰아아앙-!

         

       저 멀리에서 날아온 한 발의 총알.

       총알은 염주 알을 정확히 후려갈기며 염주 알을 허공에서 터지도록 만들었다.

         

       네 사람의 중심에 떨어져서 일어났어야 하는 폭발은 허공에서 의미 없이 터져버렸다.

       게다가 신들린 사격술은 염주 알이 사방으로 터지게 하는 대신 위로만 터지게 만들어 염주 알의 파편을 위로 솟구치게 했다. 그 덕분에 모든 이들은 폭발력도, 파편으로 인한 2차 피해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나이스 샷!”

         

       경찰들은 그것을 보며 환호했다.

         

       타앙-!

       타아아앙-!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포위망이라도 만든 것처럼 사방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때마다 메기의 몸이 펄떡펄떡 뛰었다.

         

       퍼억-!

       퍼어억!

         

       군인들이 쏜 총알은 메기의 몸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하지만 두꺼운 진흙을 향해 쏘는 것처럼 둔탁한 소리만 났고, 총알이 빠져나오며 커다란 상처를 만들어내는 대신 메기의 몸에 박히기만 했다.

         

       이는 군인들이 사용하는 총알이 특별한 것이기에 생긴 일이었다.

         

       펑!

       퍼엉!

         

       메기의 몸에 박힌 총알은 그 상태로 터져나갔다.

       그 폭발력은 큰 것은 아니었으나, 몸속에 박힌 채로 터지는 것이기에 그 효과는 커다랬다.

         

       [ 끄으으. 고통이 엄습해오는구나. 육신에 얽매인 자는 고통에 번민하게 되나니, 이것이 바로 윤회의 고리에 얽힌 존재의 숙명이로다. ]

         

       메기의 몸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하게 변했다.

       총알이 박혔던 자리는 구멍이 뻥뻥 뚫리거나 살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듯 징그러운 모습이 되었고, 메기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는지 이리저리 휘청였다.

         

       하지만 이것에 질 수 없다는 듯 몸을 다시 꼿꼿이 세우곤 염주 알을 튕겼다.

         

       투웅-!

       투웅-!

       투웅-!

         

       메기의 손에서 날아간 염주 알은 푸른 궤적을 그리며 숲속으로 날아갔다.

       총성이 들린 곳을 향해서 말이다.

         

       타앙-!

       타앙!

       타앙!

         

       그리고 이에 대항하듯 군인 역시 총을 쏴서 염주 알을 맞췄다.

       명사수들이 쏜 총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염주 알에 정확히 틀어박혔고, 염주 알의 폭발을 위로 돌리며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말뚝탄 쏴!”

         

       메기의 공격을 무사히 방어한 군인들은 반격을 가했다.

         

       파아아앙-!

         

       ‘말뚝탄’이라는 별명을 가진 특수탄환을 발사한 것이다.

         

       콰앙-!

         

       숲속에 숨어있는 한 병사의 손에서 발사된 말뚝탄은 파공성과 함께 허공을 갈랐다.

       화약의 힘으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간 말뚝 모양의 거대한 탄은 메기의 몸에 굉음과 함께 박혔고, 그렇게 박히자마자 어마어마한 냉기를 뿜어내며 터졌다.

         

       탄에 숨어있던 빙(氷) 속성 마력과 화학물질은 춤을 추듯 메기의 몸을 돌아다녔고, 자신이 지나간 자리를 전부 꽁꽁 얼려버렸다.

       이에 메기는 냉동창고에서 몇 시간 동안 있다가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빳빳하게 굳고 서리라도 낀 것처럼 곳곳이 하얗게 변했으며, 너덜너덜해진 몸 곳곳에 얼음 가시가 삐죽 솟아났다.

         

       “야, 샷건병. 확인 사살!”

         

       하지만 군인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콰앙!

         

       샷건을 든 병사를 내보내 방사형 마력 탄환을 쏘게 한 것이다.

         

       꽁꽁 언 채로 마력 탄환을 맞은 메기는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얼음 동상을 철퇴로 때려 부순 것처럼,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다.

         

       “하.”

         

       그렇게 메기 스님은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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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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