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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3

       *** ***

         

       바깥에 나오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망루의 적귀대원들에게 발견되어 곧바로 강추모루가 있는 막사로 안내되었다.

         

       강추모루와 해후를 나눈 뒤에 우리들은 현재의 정보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못해도 2년 이상 머물렀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진법에 안에 들어가 있었던 기간은 6개월이란다. 아무리 진법이 의도적으로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없도록 꾸며졌다고는 하나 체감 시간이 이렇게 차이가 날 리 없으니 아마 진법 안쪽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는 가설이 옳겠지.

         

       “어휴”

         

       너무 오랜 시간동안 무림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과, 훗날 숙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진법 기술을 대성해야 한다는 걱정의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 정도 진법을 펼치고 뽑기 진법까지 개량하려면 대체 몇 년이 걸릴까? 일단 진법 기술을 대성해야 하는 건 확실하니 미래를 저당잡히고 현재를 산 것 같은 느낌이군.

         

       “저희가 진법에 들어가 있는 동안 현 정세는 어떻게 변했습니까?”

         

       6개월간 정철이 놀고만 있지는 않았을 테니 분명 무슨 일을 획책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무림의 변화도 제법 있었을 테고.

         

       강추모루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뒷목을 주물렀다.

         

       “끄응, 지난 6개월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강추모루는 우선 오독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오독문의 소유로 되어 있던 중영산을 강제로 점거하는 탓에 당초의 계획처럼 압박이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단다.

         

       명분도 밀리고 조사에 투입해야 할 적귀대원들이 중영산을 지켜야 했으니까.

         

       강추모루의 입장에서야 계획보다 공주인 혁기린의 안위가 우선이었을 테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교관님이 진법 안에 들어가게 된 이후로 그 덕에 약점이 단단히 잡혔습니다.”

         

       그 뒤로 천하에 묘한 소문이 돌았으니.

         

       그건 바로 사천의 문파들이 황실과 결탁하여 사도련을 압박한다는 소문이었다.

         

       황군이 나서 속령파를 사도련에서 탈퇴시키고 암룡문의 영역을 휘젓고 오독문에게 타격을 입혔다더라.

         

       확실의 황군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저 한때의 의혹으로 끝나고 말 일이었지만.

         

       오독문의 영역을 점거하고 떡하니 진지까지 세운 적귀대의 행보가 문제였다.

         

       황군이 마약 단속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명분으로 내세운 마약 단속 대신에 오독문의 영역 한 곳을 점거하고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건 영 수상한 일이었다.

         

       세인들은 대체 적귀대가 왜 이도 저도 아닌 행동을 하면서 중영산에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지 궁금해했고.

         

       그에 맞추어 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황군이 점거한 중영산에 오독문이 비밀리에 만들어 놓은 약물 창고가 있고, 황군은 그 약물을 인질 삼아 사도련의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공주가 진법 안에 들어 있다고 속 시원히 밝힐 수 없는 적귀대는 적당한 변명을 주워 섬길 수밖에 없었었으니.

         

       세인들이 보는 사천무림 – 황국 결탁설은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사천무림과 관이 친밀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천성에서 행해진 산적토벌이 널리 퍼지며 그 과정에서 있었던 관무합작의 과정 역시 천하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니까. 사마염의 요청에 응한 당가. 그리고 무인들의 명성을 공식적으로 보장해 준 사마염의 행보까지.

         

       관과는 서로를 소 닭 보듯, 아니 은근히 불편해하는 관계를 유지하던 다른 지방의 무인들이 보기에는 사천과 사천의 관은 무척 친밀한 관계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 논란이 퍼지고 있던 와중 사도련에서는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중독(中毒)!

         

       사도련의 수장인 정철이 중독되어 중태에 빠졌다!

         

       이 소식에 온 무림은 벌집을 쑤신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사도련에서는 정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만을 발표했지만 세인들은 모두 그 흉수로 어떤 가문을 생각했겠지.

         

       당가!

         

       정철을 향한 당가의 원한이야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지경. 정철의 손에 의해 고향이 파괴되었고 모아 오던 독물을 모두 잃는 신세가 되었으니까.

         

       “헛소문이로군요.”

         

       당도연의 싸늘한 목소리에 강추모루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허나…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지요.”

         

       강추모루는 당도연과 당소열의 눈치를 봐 그렇게 에둘러 말했겠지만 뭐 아무래도 당가의 누군가가 정철을 중독시켰다는 소문이 중론이었겠지.

         

       설득력은 충분했다.

         

       원한은 열 배로 갚아준다는 그 당가가 아닌가.

         

       당가와 정철의 원한을 고려하면 당가나, 당가의 일원 중 누군가가 음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진실과 관련 없이 사도련은 정철이 중독되어 생사의 기로에 섰다 발표하며 동시에 사도련은 해체를 선언했다.

         

       속령파는 탈퇴했고 오독문은 타격을 입었으며 암룡문은 내부 문제로 인해 뒷짐을 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우두머리까지 쓰러졌다고 하니 어찌보면 해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나를 보며 스승을 해하고 그 무공을 탈취했다는 패륜의 오명을 뒤집어 씌운 사천정파!]

         

       [그들을 징치하고자 오랜 시간 나를 갈고 닦고 동지들을 모았으나 힘이 미치지 못했구나! 겉으론 정파라 칭하는 저 위정자들이 마각을 드러내 관무불가침을 깨트리고 관의 힘을 동원해 나의 대업을 막는 것으로도 모자라 음독으로 인해 사경을 헤메게 되었다!]

         

       [복수는커녕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또다시 마각에 걸려 중독되었으니 내가 정녕 재기할 수 있을지는 하늘만이 알 일!]

         

       [그러니 천하의 영웅들에게 도움을 청하노라!]

         

       [부디 나 대신 관무불가침이라는 오랜 무림의 법도마저도 어그러뜨리는 저 위선자들을 징치해주기를!]

         

       나는 강추모루의 말을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예상대로 수련에 매진하는 사이에 정철이 수를 썼다.

         

       나와 일행들이 사도련을 공격했던 사실을 그대로 역이용했다.

         

       이 명분이 만들어낼 반향은 엄청났겠지.

         

       여태 사도련과 정철이 내건 명분은 결국 개인의 복수였다.

         

       앞에 이런저런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정철의 복수가 사도련이 내건 명분이었으며 사천을 침공하는 세력이 사파 잡배들에 그친 이유이기도 했다.

         

       사도련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지 않는 한 정철의 복수라는 명분을 가져다 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정철이 잠적하고 사도련이 해체를 선언하며 발표한 격문은 어느 사파라도 가져다 쓸 수 있는 명분이었다.

         

       제 이득을 위해 오랜 불문율을 깨며 무림의 법도를 어지럽히고 있는 사천 정파를 징치하겠다고 들고일어난들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나중에 정철의 주장이 다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명분을 가져다 쓴 사파들은 자신도 속은 것이라며 피해자임을 주장하면 끝이다.

         

       “사천에는 아주 난리가 났겠군요.”

         

       원피스의 존재가 대 해적시대의 막을 열었듯이 정철의 잠적과 격문은 사파들 사이에서 대 사천공략의 시대를 열어버린 셈이었다.

         

       “사파와 정파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는군요.”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진법에 들어가기 전에는 내가 물밑에서 사도련을 공격했다면, 지금은 정철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천을 공격하는 형국이랄까.

         

       “음..”

         

       정철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벌기.

         

       격문으로 인해 몰려들 사파의 문파들로는 사천에 타격을 입히는 정도가 한계다. 명분의 주인인 정철마저 잠적한 상태인데 고작 그 정도로 사천이 쓰러진다면 진작에 쓰러졌겠지.

         

       정철은 이렇게 번 시간으로 뭘 하고 싶은 것일까.

         

       “선배, 어떻게 할까요?”

         

       정철의 의도를 고민해보던 나는 흑묘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리고…일행들을 한번 살핀 뒤에 입을 열었다.

         

       “사천으로 돌아가자.”

         

       나는 오만했다.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을 때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어찌 행동해야 하는가.

         

       튼튼한 방벽을 만들고 안전한 피난처를 준비하는 것이 제일이겠지.

         

       그러나 나는 태풍을 없애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나서서 재앙을 분쇄하는 개쩌는 장면을 연출하려 했고, 나는 그런 장면을 소화할 역량이 있다 착각했다.

         

       그래서 사천과 운남 사이에 은원의 연쇄고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명분이나 가져다 붙이면서 나 혼자 정철을 처리하는 허황된 계획이나 세웠다.

         

       나는 진심으로 사천을 지키고 싶었고 겸사겸사 낭인 놈들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행동은 전혀 진실되지 않았다.

         

       사천과 사천낭인을 지키겠다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벽 하나 피난처 하나 만들어놓지 않았으니 나란 놈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돌아가서 일단 사파들부터 막자고.”

         

       정철은 내가 사천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던 것이 분명하다. 사천 어딘가에 함정을 파 놨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사천으로 돌아간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것들을 방치해 놓을 수는 없었으니까.

         

       “바로 출발하실 겁니까?”

         

       “네. 바로 출발하지요.”

         

       사천으로 돌아가는 선언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일행들의 진심 어린 미소에 나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들은 사천을 지키고 싶어서 나를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런 이들의 호의를 받으면서 내 멋대로 날뛰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털어버렸다.

         

       지금부터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갚아주면 될 일이었으니까.

         

       “이럇!”

         

       비천마차가 출발하는 진동을 느끼며 생각했다. 일행들은 물론이고 미래의 나에게 진 빚까지.

         

       오만이란 놈을 떨쳐내면서 완전 빚쟁이가 되었군.

         

       빚쟁이가 되었지만 어쩐지 슬쩍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이제야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 당도연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이제 굳이 숨어 갈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아아.

         

       아무래도 내 감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모양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렇다면 마음껏 달릴 수 있겠군요!”

         

       “…당도연 소저? 혹시나 말하지만…”

         

       흑묘가 체념 섞인 항변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당도연의 신난 웃음소리 뿐이었다.   

         

       “하하하하하하! 걱정 마시지요! 비천마차도 만전! 이 당도연의 상태도 최상입니다! 하하하하! 사천까지 쾌속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이미 늦었군.

         

       나는 빠르게 밀려나는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말없이 손잡이를 잡았다. 내 모습을 본 일행들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잡이를 잡았다.

         

       이 역시 업보를 청산하는 과정일까.

         

       아닌 것 같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맹렬하게 언덕길을 오르는 비천 마차의 기세를 온 몸으로 느끼며 생각했다.

         

       바라건대, 초절정이라는 경지를 개척한 것이 도움이 되기를.

         

       터어어엉!

         

       “으아아아아아악!!!”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시 사천으로
    feat. 비 천 마 차

    *
    늦어서 죄송합니다. 너무 많이 늦었음에도 분량이 많지 않았네요…

    전 화에서 깨달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전화에는 해당 내용을 추가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성급하게 깨달음을 주었다가 그로 인해 역풍만 맞았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불명의 회상에서 깨달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게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깨달음을 준 지도 오래 되었고 깨달음 없이도 굵직한 사건들이 쭉 해결되었으니 깨달음 주머니 호천안은 어떻게 된 것인가 싶으셨겠지요.

    지적을 받고 나니 정철이 등장할 때부터 왜 호천안이 깨달음을 난사해서 정철을 박살내지 않는가에 대해서 확실히 하고 가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네요.

    호천안의 성장이 메인인 파트가 계속해 이어졌기에 깨달음 주머니는 잠시 쉬고 있었을 뿐 계속해서 등장할 예정입니다.

    깨달음에 대한 내용은 후기로 적기에는 조금 그렇고 차후 본문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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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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