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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3

       예상했던 대로 엔리의 지갑이 동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과정도 무척이나 지리멸렬했지. 처음 도박을 시작했을 무렵 엔리는 짐짓 냉정한 체를 했다.

       

       돈을 잃었다가 얻기를 반복하며 모든 게 계산대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이번에는 분명 1이에요! 1이 나올 수밖에 없는 흐름이에요!’

       

       그 흐름이라는 것이 뭔지 본인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엔리는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서 가진 돈의 절반을 냅다 1이라는 숫자에 걸었다.

       

       그리고는 잃어버렸다.

       

       내가 옆에 있다는 것도 잊고서 발광을 하던 녀석은 그 후로 이성을 내던진 듯 마구잡이로 돈을 걸어댔다.

       

       그 곳에는 엔리가 자랑스레 이야기하던 통계도 뭣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빙빙 돌아가는 돌림판에 홀려 돈을 뿌려대는 멍청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 벌다가 많이 잃기를 반복하던 녀석은 어느 순간 눈이 홱 돌아가서는 한 방을 노리겠다며 가장 확률이 적고 가장 배당이 높은 곳에다 남은 모든 것을 걸었다.

       

       혹여 엔리의 운이 좋았더라면 그녀는 그 한 방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 바보 같은 도박에 붙이기는 아까운 단어이기는 하다마는 어쨌든. 허나 엔리는 그런 천운을 타고난 자가 아니었다.

       

       한 번에 모든 영광을 거머쥐려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엔리는 허망한 눈으로 돌림판을 바라봤다.

       

       어중간한 절망이었다며는 평소처럼 발광을 했을 터이나 간신히 얻은 전재산을 잃어버린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러던 녀석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쭈인님. 냐는 돈이 필요하다냐. 조금만. 조금만 돈이 더 있으면 분명 딸 수 있다냐. 다이아몬드가 눈앞에 있다냐아아아!”

       

       과거 여러 도박장을 돌아다녀 보았던 나는 지금의 엔리와 비슷한 이들을 많이 보았다.

       

       바라볼 곳을 잃어버린 눈동자. 덜덜 떨리는 손. 절망 속에서 타인에게 희망을 내놓으라 강요하는 목소리.

       

       이런 자에게 돈을 주어봐야 결말은 하나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어쩌면 처음에는 돈을 딸지도 모르지. 승승장구를 할 수도 있다.

       

       허나 이들은 자신의 의지로는 멈추지 못한다.

       

       조금만 더. 한번만 더.

       

       이것만. 오늘만. 일주일만.

       

       온갖 되도 않은 핑계거리를 더하고 더하고 더하다가 결국 자신의 앞에 파멸이 도래하고 나서야 왜 이렇게 된 걸까를 생각하게 되지.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이니 파멸에 이를 일은 없다.

       

       기껏해봐야 빈털터리가 될 뿐. 허나 이럴 때에 미리 호되게 당해보아야 나중에도 도박에 손을 댈 일이 없지 않겠나.

       

       “돈을 줄 수는 있다.”

       

       어렵잖은 일이지. 지금 본인의 수중에는 여전히 몇 천에 달하는 금화가 있으니까.

       

       그대가 옆에서 돈을 내다버리는 동안 본인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었거든.

       

       “허나 맨입으로 달라 그러는 것은 양심이 없지 않으냐?”

       “뭘. 뭘 원하는 것이냥!”

       “원하는 거라. 흐음.”

       

       쓰레드의 세상에서도 그녀에게 경고를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 할 수 있지. 허나 상대가 엔리지 않은가. 내 지인 된 도리로써 확실히 마음에 새겨주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래. 나중에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와 줄 수 있겠느냐?”

       “냐? 물론이다냐! 안 그래도 쭈인님이 하는 걸 보고 찍먹해볼까 생각중이었다냐!”

       “아. 혹여 착각을 할까봐 말을 더하자면 단순히 게임을 즐겨달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 곳에서 괴롭힘을 당해달라는 이야기지.”

       

       화룡무인의 세상에서는 다른 곳에 존재하는 여러 제약을 무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바루나 백주, 이외에도 수많은 이들의 협력을 구할 수도 있지.

       

       내 단언컨대 화룡무인에서의 시간은 어떤 의미로든 엔리 그대를 평생 따라다닐 기억이 되리라

       

       “냐?…”

       “망설여지느냐? 그럼 한 가지 조건을 더 걸겠다. 한 시간 동안 도박을 한 후 내가 빌려준 것의 1.5배를 갚는다면 이 패널티는 없던 것으로 하지.”

       

       간단한 이야기다. 그대가 돈을 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허나 그대가 돈을 잃는다면 고통이 그대를 기다리리라.

       

       어떠냐. 내기를 할 것이야?

       

       내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망설이던 엔리였지만 돈을 따기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냐! 하겠다냐! 그까짓 거 별 거 아니다냐!”

       “호오. 그래? 좋다. 얼마를 빌려주길 원하느냐.”

       “백… 아니 백 개는 어찌 될지 모른다냐. 삼백. 아니 오 백 개를 빌려달라냐!”

       “오냐. 그대가 바라는 대로 해주겠다.”

       

       엔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금화 더미를 보고 환호성을 내지르더니 다급히 돈을 걸기 위해 뛰어갔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표정 겁나 사악해.]

       

       “내 얼굴이 뭐 어때서 그러느냐?”

       

       본인의 얼굴 근육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움직이고 있다만?

       

       – 대체 엔리가 돈 잃으면 뭘 시키려고.

       – 이 사람 화룡무인에서는 진짜 뭐든 할 수 있잖아.

       – 어떤 거든 엔리가 행복해 질 리는 없겠다.

       – 엔리 자기 미래도 모르고 해맑은 것 좀 봐.

       – 내가 어지간하면 엔리 응원 안 하는데 오늘만큼은 잘 됐으면 좋겠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엔리에게 받은 것이 있는데 그리 험악한 일을 하겠느냐?”

       

       그냥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새겨주려 할 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시청자들에게 친절히 사실을 읊어주었지만 본인의 말을 믿는 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실로 억울한 일이었다. 물론 본인이 엔리를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그렇다 하여 정도를 넘을 리가 없지 아니한가.

       

       “뭣보다 말이다. 결국 엔리가 도박에서 돈을 따내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해결될 일이지 않나.”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쟤가 돈을 따겠음?]

       

       – 걍 엔리는 도박을 못함.

       – 똑똑한 체하면서 헛소리만 하는 애한테 뭘 기대함.

       – 또 괴상한 데다 올인박고 다 꼴겠지. 뻔하다.

       – 솔직히 말해서 너도 딸 거라는 기대 안 하잖아.

       

       “들켰나.”

       

       시청자들 중 어느 하나 엔리가 수익을 거둘 거라는 기대를 하는 이가 없었다.

       

       본인도 그러했다. 여태까지 내가 본 엔리는 결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걸 걱정하는 것보다는 엔리가 한 시간 동안 도박을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 이로울 듯 하군.

       

       “음. 그래. 내기를 걸어보자꾸나. 과연 엔리가 한 시간 안에 파산을 할까? 파산을 하지 않을까?”

       

       이것은 나도 답을 내리지 못하겠구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서 도박을 한다면 파산을 할 일은 없다.

       

       아끼고 아낀다면 한 시간을 지속하는 것 쯤이야 별 것 아니지.

       

       허나 엔리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 있을까?

       

       – 에이. 아무리 그래도 한 시간은 하겠지.

       – 엔리 모름? 얘는 1분 만에 다 날릴 수 있는 애야.

       – 화령이 괴롭힐 거라고 대놓고 경고했는데 미친 짓 하겠어?

       – 맞음. 지난 번에 화령한테 호되게 당했잖아.

       – 도박에 미친 사람이 그런 걸 떠올리겠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부분은 작정하고 버틴다면 한 시간은 버틸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도박을 건 비율도 그 의견과 동일했다.

       

       “그대들의 생각처럼 되었으면 좋겠구나.”

       

       자아. 그럼 어디 엔리가 도달할 결말을 구경해보도록 할까? 그리 생각을 하며 자리를 잡으려니 문이 열리고 연금술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녀석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발을 움직였다.

       

       저 놈이 이 곳에 등장했다는 것은 설마.

       

       “끝난 것인가?”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이야.”

       

       잔뜩 기대를 담아서 물어보았다마는 연금술사는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항상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녀석치고는 드물게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이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구나.

       

       “무어가 문제지?”

       “그 털을 불태운 게 화룡이라는 거.”

       

       녀석에게 듣자 하니 화룡의 불꽃은 단순히 다른 것을 불태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불꽃에 담긴 마력이 자신이 불태운 자리에 남아 그 곳에 다가오려는 마력을 불태운다는 모양.

       

       “그나마 숲의 지배자가…”

       “늑늑이.”

       “…그래. 늑늑이가 지닌 저항력이 강해서 털이 엉망이 된 걸로 끝난 거야. 어지간한 짐승이었다면 화상으로 죽었을 걸?”

       “그렇다면 그 불꽃의 마력이라는 걸 지우면 해결되느냐?”

       

       단순히 그로써 해결될 문제라면 내게 수단이 존재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력을 일순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능력이.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단순히 마력을 지워버릴 생각이라면 그만둬.”

       “왜지?”

       “늑늑이의 털이 부드러운 진 것도 마법의 효능이라고. 마력이 지워지면 어떻게 되겠어.”

       

       늑늑이의 털이 본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 거칠고 거세고 더러운 털로?

       

       물론 더러운 것은 대부분 없앴으니 지난번보다야 손쉽겠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지난번보다 쉬울 뿐 분명 고된 일이리라.

       

       “그리고 말이야.샴푸를 다시 만들기에 재료가 부족해. 그걸 만들려면 처음부터 재료를 수급해야 할 걸.”

       

       거기에 더하여 지루했던 잡것들 사냥을 다시 한 번 해야 한다는 것인가.

       

       처음 할 때야 새로운 경험을 한다치고 즐겼다만 그 짓거리를 또 하기는 귀찮은데.

       

       “다른 방법이 있나?”

       “있으니까 말하러 온 거야. 결국 문제가 되는 건 불의 마력이니까 그의 상성이 되는 녀석을 가지고 오면 돼.”

       

       연금술사는 그리 이야기를 하며 본인에게 바다로 나가기를 권유했다.

       

       그 곳의 아래에 도사리는 거대한 문어가 지닌 마력석을 가지고 오라고.

       

       “쉽지 않은 부탁인 건 알아. 그렇지만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알겠다. 방법이 있다면 이야기가 쉽지.”

       

       바다 너머로 나가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구나.

       

       본인의 생은 대부분 대지를 달리고 산에 틀어박히는 삶이었던지라. 바다에 나가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지.

       

       “말이 안 되잖아아아아아!”

       

       연금술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돼지 멱을 따는 소리가 나기에 고개를 돌려 보았더니 엔리가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벌써부터 잃기 시작한 것인가. 어째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를 않는구나.

       

       그 모습이 한심하고도 안쓰러워 가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후원음성이 들려왔다.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꺼억. 포인트 잘 먹고 갑니다.]

       

       “…흠? 그게 무슨 소리더냐.”

       

       포인트를 잘 먹고 간다니? 아직 내기는 끝나지 않았다만?

       

       – ???

       – 뭔 소리야.

       – 벌써 다 꼴았다고?

       – ㅈㄹㄴ

       – 에이. 아무리 엔리여도.

       – 엔리. 현재 소유금 0원. 빈털터리.

       – 주작하지 마라.

       – 거짓말도 그럴 듯 하게 해야지.

       

       “그래. 오랜만에 채팅창의 아해들이 올바른 말을 하는 구나. 아무리 엔리가 도박에 소질이 없다 하여도 벌써 모든 돈을 잃었을 리가 없다.”

       

       어디서 엔리에 대해 부당한 음해를 하려 그러는 가. 나는 연금술사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엔리에게 다가갔다.

       

       “엔리.”

       

       내가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지만 엔리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방금 전 그대가 모든 돈을 잃어버렸다는 헛소문이 들려왔다만?”

       “…”

       “엔리?”

       “무엇이든 시켜주세요. 쭈인님…”

       

       허어. 엔리 그대는 항상 본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 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 한 방! 에 골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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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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