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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4

     

    티그 아카데미의 교장, 젠페이 사라디브.

    그는 직접 날인한 추천서를 루크에게 건네며 웃었다.

     

    “자, 추천서 여기 있다.”

    “고맙군, 젠페이.”

     

    이것이 바로 루크가 아카데미에 온 이유들 중에 하나였다.

    ‘직접 날인된 학교장 추천서’를 손에 넣은 루크는 혹시나 문서에 잘못된 부분이 없나 슬쩍 확인한 이후 품 속에 잘 갈무리해 넣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입상을 하게 된다면…….”

     

    마치 확인을 받는 듯 한 루크의 말에 젠페이는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졸업시험을 보게 해 준다고 했었지.”

     

    과거 젠페이는 루크와 한가지 약속을 했었다.

    내키지 않으면 학교 수업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졸업을 하고 싶다면 외부 수상경력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루크는 상을 받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노력을 해왔다.

     

    각 아카데미에서 많아봐야 한두명이 나갈 뿐인 난이도 높은 경시대회, 그런 데에 고작 10살배기 소녀가 나가서 입상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졸업요건은 충족된다.

     

    하지만, 루크에게는 사실 그런 상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상이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라스상, 그것은 무려 4년에 한번만 시상을 하는, 마법적으로 전 대륙적인 위대한 발견을 한 단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엄청난 위상을 지닌 마법이론상이다.

    우연히 샤에흐의 기적식을 증명하는 짓을 저지른 루크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내년이면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루크에게 너무 늦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앞으로 1년 안에 샤에흐의 기적식 증명보다 더 위대한 발견이 나온다면 자신의 수상은 취소된다.

    그런 건 불확실하지 않은가?

     

    루크에게는 차라리 곧바로 상을 주는 국제 마법 경시대회의 쪽이 이상적이었다.

     

    “좋군. 그럼 내 반드시 상을 타오겠네.”

    “좋은 기세로구나. 응원하지.”

     

    젠페이는 아이의 열정으로 불타는 눈빛을 바라보며 응원을 보냈다.

    루크가 가져올 폭풍은 예상하지 못 한 채…….

     

    ——-

     

    집에 돌아온 루크는 친구들의 방문을 대비하여 간식 등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집에 있는 간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엘프가 먹을 수 없는 것 들 뿐이었다보니, 아이들이 놀러오면 대접할 음식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기 때문.

    예르나가 엘프이긴 하지만 그녀가 원래 식사 외에 간식을 즐기는 성향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루크는 이왕이면 큰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나을 듯하여, 온가족이 함께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를 향했다.

     

    “오늘따라 거리에 이것저것 장식물하고 사람들이 많구나.”

     

    하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거리부터 사람이 굉장히 붐비고 있었다.

     

    “그러게, 오늘 무슨 날인가?”

     

    루크는 주변을 돌아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렸다.

    다이튼은 인파를 가만히 바라보다 뒤늦게 어떤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일주일 뒤면 정령절이구나.”

     

    요 며칠간 그런 걸 신경 쓸 틈도 없이 바빠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저 대형 마트를 장식한 화려한 장식물들과 나무모형, ‘정령절 기념 세일’이라는 간판, 그리고 정령절에 선물을 준다는 정령의 분장을 한 노인이 보이지 않았다면 아마 절대로 눈치 못 채지 않았을까?

     

    “아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다이튼의 말을 들은 예르나도 맞장구를 쳤다.

    예르나의 머릿속에는 애초에 기념일이라는 개념부터가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정령절?”

     

    정령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아닌 파이리스였다.

    그야, 그녀는 실제로 정령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파이리스가 정령절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리 없다.

    왜냐하면, 파이리스가 어느정도 지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할 만한 과거에는 특별히 정령절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파이리스는 뭐든지 알 것 같은 자신의 언니, 루크를 향해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정령절을 모르기는 루크 역시 매한가지였다.

     

    “정령절이라……? 그게 뭐지?”

     

    루크의 시대에도 정령절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으니까.

     

    “허, 너희 정령절을 몰라? 이건 좀 의외인데.”

     

    파이리스야 아는 게 없으니 그렇다 치지만, 루크까지 모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예르나와 다이튼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루크라고 정령절을 무조건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었다.

    루크가 지금과 같은 자유를 얻기 전에는 그런 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예르나는 굉장히 상냥한 말투로 대답해주었다.

     

    “정령절은 말이지, 정령들이 착한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착하게 살라는 의미로 잘 때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간다고 하는 날이야.”

    “그래? 그거 놀랍군.”

     

    대체 언제부터 생겨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 말은 즉, 기존의 사람들도 정령의 존재에 대해서 완전히 부정하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 뿐만 아니라 정령이 선물까지 주고 간다니, 그것은 루크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령의 존재를 상당부분 긍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의사를 교환할 수 있고 어느정도 물리적인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이해하고 있다는 말로 들렸다.

    무슨 목적으로 정령들이 굳이 자는 인간들의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간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와! 선물? 정령이가 선물을 주는 거야?”

     

    예르나의 설명을 들은 파이리스는 굉장히 흥미가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파이리스는 루크에게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선물은 누가 주는 거지? 혹시 내가 아는 정령일까?”

    “글쎄…….”

    “언니 근데 나 정령인데, 정령도 선물 줘?”

    “모른다……. 그건 나보다는 네가 알아야하는 거 아닌가?”

    “그러네!”

     

    파이리스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정령들 중에 그런 일을 할 만한 정령을 곰곰히 고민해 보았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정령은 없었다.

    그리고 선물을 주는 ‘정령이’가 있다고 해도 문제다.

     

    “정령이 바쁠 거 같애.”

    “그렇구나.”

     

    루크도 그 사실은 인정을 했다.

     

    생각해보니,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떤 선물을 나눠주는 정령이 아이들의 선악을 어떤 기준을 갖고 구분하고는 보상을 책정하여 머리맡으로 운송을 하는 작업을 정령절 단 하루만에 한다고 하면, 그건 오히려 무서워야 할 이야기다.

    그런 정령이 단 한 개체가 있다고 하면 분명 정령왕 급으로 엄청난 존재일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분명 단체로 행동하는 것 일 텐데, 그동안 루크조차 전혀 기척을 느낄 수 없었기에 그 은밀성은 또 다른 의미로 엄청난 일이다.

    루크는 자신의 생각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루크는 오히려 누구보다도 정령의 존재를 긍정하는 쪽이었으니까.

     

    하지만 정령을 긍정하는 것과는 또 별개로 그는 마법사다.

    때문에 정령에 대한 것은 사실 그리 잘 알지 못하다보니, 그냥 그런 정령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조금 무섭군.”

     

    만약 그런 정령들의 눈 밖에 난다면, 고작 선물을 받지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과거, 정령이 득세하던 시절 정령의 분노를 사게 된 사람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되었는 지를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루크는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절절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착한 일이라……. 정령의 입장에서 착한 아이는 대체 어떤 기준이지?’

     

    착한 아이, 그것의 기준은 굉장히 모호했다.

    인간의 규칙이 정령들에게 1대1로 완벽히 대응될 리도 없고, 각 정령의 기준도 모두 천차만별일 테니까.

    혹시나, 자신도 모르는 새에 범한 실수로 거대한 정령조직의 눈 밖에 나서 자신을 정령들이 노리게 된다면?

     

    루크는 정령사보다는 마법사로서의 자아가 더 컸던지라, 아무래도 정령적인 감수성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이 또한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문제다.

     

    ‘강력한, 혹은 다수의 정령에게 유효한 공격마법은…….’

     

    하지만 사실 루크의 고민은 쓸모가 없었다.

    그야 그럴 게, 사실 ‘정령절’이라는 날의 기원은 정령과는 별 상관 없이 후대에 만들어진 일종의 마케팅 같은 거였으니까.

    겸사겸사, 아이들이 일년간 착하게 행동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말이다.

     

    거기에 굳이 정령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원래는 ‘선물을 놓고 가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사람들이 떠올리다가 정령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일 뿐, 실제로 정령이 선물을 두고 갔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루크는 당장 이런 어른들의 사정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그 때, 디아나가 루크의 손을 붙잡아 당기며 웃었다.

     

    “언니, 파이, 둘 다 정령이랑 친하지?”

    “어……. 그렇지?”

    “응!”

     

    아이들 특유의 순수함이라고 해야 하나, 디아나는 이미 루크가 메루루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정령소녀라는 사실을 아직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다.

    적어도 악당을 단죄하기에 충분한 힘을 지녔고, 정령과 친하며,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가 있는 여아라는 점에선 아마 이 시대에서 루크보다 정령소녀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존재는 없으리라.

    실제로 정령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루크도 전부 할 수 있는 것들이고…….

     

    뿐만 아니라 파이리스도 자신이 정령이라는 것을 디아나에게 딱히 비밀로 하지도 않았다.

    파이리스 스스로부터 자신이 정령임을 남들에게 특별히 숨길 의지가 전혀 없었으니까.

     

    “역시!”

     

    그 대답에 디아나는 해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럼, 올해는 정령한테 정령소녀 메루루 한정판 인형 갖고 싶다고 얘기 좀 해 줘! 그동안 나, 엄청 착하게 있었으니까!”

    디아나는 루크와 파이리스의 앞에서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반짝이는 눈빛이 꽤나 간절해 보이는 듯한 모습.

    루크는 난처해졌다.

    확실히, 친하기는 하다.

    그 관계가 디아나의 생각만큼 넓지 못해서 그렇지.

    “……그, 그건…….”

    루크가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하던 그때, 파이리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근데 그거 나도 갖고 싶다, 언니.”

    “…….”

     

    파이리스의 대답에, 루크는 미묘한 표정으로 파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정령절의 설명에 따르면 정령은 선물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선물을 나눠주는 역할이 아닌가……?

    루크는 아무래도 이번 정령절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떻게 정령절 떡밥까지는 썼네요…ㅋㅋㅋ; 본격적인 정령절 에피소드는 아마 베리튼까지 끝나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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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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