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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4

       

        

       

       

       

        인게임 기준 새벽 3시, 샌 안토니오 전체가 어둠 속에 잠겨버린 시간.

        

        적막에 싸여있는 도시 남부를 가로지른 이번 인커젼 공략팀은 적당히 감제가 잘 되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주변을 수색하며 부주의하던 적들을 먼저 지워 없앤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하기 마련이었고,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디어 몇 개로 출발했던 작전안은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하더니, 이는 엉망진창이 된 공구 잡화점을 눈에 담음에 따라 충분히 명확한 형태를 갖춘다.

        

        그리하여 모두가 하나씩 제 역할을 받아든다.

        

        팀원 중 몇 명은 자재 조달, 일부는 드론을 통한 주변 상황 파악 및 정찰. 분대장인 오웬스는 감제고지로 이동….

        

        

        그리고 나는 DIY – 터렛 조립 교육 강의를 시작했다.

        

        

        

       “…터렛에 필요한 인공지능은 가전제품으로부터 고안되었지요. 드론이나 모바일 안정기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추적 행동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적을 선별하고 추적 가능한 놀라운 명중률을 갖춘 무기가 됩니다.”

        

        

        

       -이젠 DIY 시간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직 특수부대원이래서 얼마나 다른가 했더니 무슨 맥가이버들이 따로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이 사람들은 지금 터렛을 실시간으로 제작하고 있다

       -분명 실시간으로 답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도 따라할수가 없는www

       -설마 이렇게 깨야하는 건 아니죠?????대답해!!!!!!앆!!!!!!!!

        

        

        

        날이면 날마다 오는 강의가 아닌데, 다들 뭐가 이리 난리일까.

        

        여하간 임시 터렛을 조립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본래라면 총구를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일종의 기어 등이 필요했지만, 오늘은 단순히 지정 구역 안에 적들이 들어오는 즉시 발사할 수 있는 박스형 터렛을 만들 것이었다.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종이 박스와 그것보다도 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AK 계열 총기 하나를 적당히 혼합하면 된다. 물론 후자는 길거리에 나돌아다니는 우리 카르텔 친구들에게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얻게 되었다.

        

        우리는 인심이 후했기에, 올바른 물물교환 전에 스틱스 강 편도행 티켓을 먼저 덤으로 끊어주었지만.

        

        

        

       “이제 박스 전면에 센서를 달고, 이를 내부 기어와 연결하면 됩니다. 간단하네요.”

        

        

        

        작동 원리는 간단했다.

        

        앞의 센서가 일정 거리 이내로 들어온 적들을 감지하면 감지 신호가 모터를 회전시킨다. 단단히 고정된 소형 모터가 돌아가면 방아쇠와 연결된 끈을 잡아당긴다. 물론 모터는 트리거를 끝까지 잡아당길 수 있는 충분한 장력을 가할 수 있고 – 그 다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그 다음으로 할 일은…글쎄다.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박스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상자 내부의 빈 공간에 벽돌 등을 집어넣으면 끝이었으니까. 그걸로 안심이 안 되면 상자를 벽이나 가로등, 차를 등지고 놓은 뒤 좌우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고정시켜주면 끝이었다.

        

        적당한 부품만 있다면 족히 5분 내로 트랩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으, 힘들다. 재료 다 구해왔어요, 유진 씨.”

        

       “수고했어요. 이 정도면 될 거예요.”

        

       “근데 이걸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하는 거예요?”

        

        

        

        나는 그에 간단히 ‘이이제이’라고 답했다.

        

        일부러 우리가 사용하는 총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적당한 샷건이나 민수용 단발 소총, 또는 멕시코에서부터 직접 들고 온 AK 계열로 트랩을 만든 이유가 있다.

        

        일단 이것이 왜 가능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근방의 카르텔 연합군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알아야만 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적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합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남부 국경선이 박살나며 카르텔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 물론 오메가 바이러스는 인종과 나라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모두를 죽였으며, 멕시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이 죽었다 – , 미국은 멕시코보다도 훨씬 큰 나라였다. 한 나라는커녕 도시도 제대로 집어삼킬 여력이 있을 리가.

        

        그래서 맺어진 연합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서로의 성장에 조금 더 합법적으로 관여할 이유가 생긴다는 소리.

        

        그리하여 샌 안토니오에 돌아다니는 갱단과 카르텔 연합들은 저마다 다른 목표를 가진 느슨한 이합집산 모임이란 소리였다.

        

        거기까지 설명해준 다음 덧붙였다.

        

        

        

       “근데 터렛을 통해 동시다발적이고도 목적성 없는 공격이 이어지면 어떨까요. 그것도 자신들이 쓰던 AK 계열 총기로…이들이 갑자기 단단하게 뭉치게 될까요?”

        

       “…서로에게 총이나 겨누겠죠, 뭐. 그래서 이런 걸 만들고 있던 거군요.”

        

       “이제 대강 이유를 아셨나 보네요.”

        

        

        

        쉽게 말해, 카르텔이나 들고 다닐 무기로 만든 터렛으로 같은 카르텔을 죽여버리면…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겠지.

        

        물론 그것만으로는 전혀 끝이 아니었다. 괜히 이곳에 오기 전부터 참수 작전 이야기를 해댄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면 상층부가 무슨 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 것이었고.

        

        샌 안토니오를 불바다로 만들 정도의 양은 아니지만, 기지에서부터 C4 30kg 가량을 받아왔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건물을 반파시키는 데 필요한 폭탄의 양이 대략 C4 300kg 가량이니, 그 1/10의 양이면 회담 장소가 어디든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샌 안토니오에서의 행동 계획에 대한 브리핑이 끝났다.

        

        

        

       “…라는 거죠. 이해가 되나요?”

        

        

        

       대거 팀은 이미 이 계획을 전부 알고 있었기에 적당히 고개만 끄덕이며 다시 할 일에 집중했지만, 다이스와 하모니의 표정은…뭐라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감탄을 형상화한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이런 사람이랑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싸웠다 이거죠?”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진짜 선생님은 머리 무지 좋은 것 같아요.”

        

        

        

       -함정에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감탄만 나온다 무친련들….

       -이정도의 계획을 실시간으로 짜는 거임????? 혹시 옛날에 군머에서 밥먹고 작전투입만 하셨습니까?

       -따라할 엄두도 안 난다 진심으로 ㅋㅋ

       -기가 막힌 발상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작전이란 건 이렇게 퍼즐처럼 하나하나씩 맞춰가는 것 아닌가?

        

        아무튼 그러는 와중, 드론 정찰을 통해 적들의 순찰로와 현재 위치, 그리고 그로부터 산출된 터렛 배치 장소를 내 UI로 전송한다. 현재 제조한 박스의 수는 총 25개였으니, 이를 적당한 위치에 놓아둔 다음 소란을 일으켜 적들을 불러모으고, 일제히 가동시키면 된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지루하면서도 숨막히는 부분이었다. 각자 5개씩 박스를 들고, 스텔스 모터사이클인 사일런트 호크에 탑승한 뒤 사전 분배한 동선에 따라 이동해 터렛을 설치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 분대장인 오웬스는 근방의 고지대에서 저격총으로 주변을 감제 중이었고.

        

        

        그리하여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다들 적당한 곳에 터렛 설치를 마치고는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다이스랑 하모니가 가장 많이 들킬 뻔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위기를 여러 번 넘겼다.

        

        물론 어떻게 넘겼냐 하니,

        

        

        

       “하, 탄창을 벌써 3개나 썼네요. 순찰조를 다 지워 없애느라….”

        

       “저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그 말을 들으며 깔깔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웃음이 완전히 걷혀버리는 것을 기준으로 모두가 입을 다문다.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터렛의 센서가 일제히 작동을 시작햇다. 민간인 오사의 걱정은 없었다. 애초에 무고한 민간인들은 지금 여유롭게 도시를 싸돌아다니는 이들이 다리에 거꾸로 내걸었거나 마약 제조 현장에 투입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사정거리 안으로 적들이 슬금슬금 걸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불꽃이 타오르며 난장판이 점화했다.

        

        

        

       ───투두두두두두!

        

        

        

       “빌어먹을, 어디야!”

        

       “습격이다! 습격!”

        

        

        

        조용하던 샌 안토니오 남부가 시끌벅적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와중 수백 킬로미터 바깥에서부터 가져온 AW50 역시 소란에 한몫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어디서 날아드는지 모를 총알에 엄폐 중인 카르텔 연합군 이들의 대가리를 수박처럼 터뜨리는데 일조한 것이었다.

        

        적들 중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탄흔은 어떤지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이 있다면 몰랐겠지만, 이미 혼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도시를 싸돌아다니는 카르텔들의 대가리 속에서 명료한 인과 판단을 하는 기능을 거세시킨 지 오래였다.

        

        물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코카인 때문에 제대로 신경도 안 썼을 테지만.

        

        

        

       “드론으로 지원사격 갑니다.”

        

       “통신망에 거짓 정보를 좀 퍼뜨려보지.”

        

        

        

        다이스가 순찰조를 몰살해버린 후 가져온 무전기.

        

        이카루스 기어는 순식간에 이에 적용된 기술과 주파수망을 파악하고는 음성을 재조합하여 적당히 거짓말들을 부추겼다. 통신망을 타고 로스 세타스가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등, 걸프 카르텔이 선제공격을 했다는 등의 소음들을 퍼뜨리자마자 상황은 한층 더 가열차게 아비규환으로 변모했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결과는 실로 탁월했고,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대거 팀이 완전히 사격을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샌 안토니오 남부는 내전에 휩싸였다. 아주 그냥 자기들끼리 RPG와 차량까지 동원하며 시가전을 벌이기에 바빴다.

        

        사실상 결과가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자기들끼리 싸우다 몽땅 몰살당해도 좋았고, 상부의 명령에 의해 전투를 멈춰도 좋았다. 그저 도청 중인 통신망을 계속해서 확인하며 유용한 정보가 나타날 때까지 대기할 뿐이었다.

        

        그렇게 혼란이 10분 가량 이어졌을까,

        

        

        

       -[Unknown : 빌어먹을! 전투를 멈춰! 상부 지령이다! 앞으로 20분 후 윌포드 군병원에서 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그 전에 총알 사격음 한 발이라도 들렸다간 내가 직접 죽여버리겠다!]

        

        

        

        위치까지 읊어주다니, 실로 친절한 적 AI였다.

        

        모두와 시선을 교환한 뒤 덧붙였다.

        

        

        

       “다들 준비합시다.”

        

        

        

        폭죽놀이가 곧 시작될 차례였다.

        

        

        

       

        

        

        

        

        

        

        

        

        

        

        

        

        

        

        

        

        

       “…경계가 무지하게 삼엄하네요.”

        

       “다 부수고 돌입합니다. C4 든 다이스만 잘 지키세요. 길은 우리가 뚫으니.”

        

       “그 말만큼 든든한 말이 없네요, 선생님.”

        

        

        

        마치 신식 학교 같기도 하고, 복합 교육단지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한 건물 한 대가 어둠 속에 숨어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주변은 수많은 카르텔 경비원들로 가득했다. 옥상 이곳저곳에 배치된 경계병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제 장갑차 및 트럭들도 많았고. 더군다나 다들 보호장구도 상당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들 역시도 일정 이상의 타격을 받으면 죽는다.

        

        더군다나 사람은 많았지만, 버려진 차들도 많았다.

        

        

        

       “후후, 시체를 숨길 만한 곳이 많아서 좋군요.”

        

        

        

        뒤숭숭한 로렌티나의 말이었지만, 실제로 사실이었고, 모두가 동감했다. 물론 우리 팀원 두 명은 그닥 동의하는 표정은 아니긴 했지만, 차량 바닥이 시체를 숨기기에 실로 적절한 공간이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런 곳이 보기보다 내부의 방비는 약했다. 다시 말해 건물 주변 경계는 삼엄하더라도 내부 복도를 돌아다니는 인력은 그보다 적을 거라는 소리. 물론 설령 그렇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마지막 한 명까지 무장 점검을 끝마치자마자 이동을 시작한다.

        

        정찰 드론을 허공에 이미 자율스캔 모드로 띄워놓은 터라 큰 문제는 없었고, 여차하면 펄스로 주변을 재차 탐지하면 되었다.

        

        

        

       -[알림 : 전방 230m 건물 옥상에 경계병. 옵스코어 FAST 헬멧 외 여러 방어구 감지. 약점 및 제압 확률 표기 완료.]

        

        

        

        230m라. 상당히 먼 거리.

        

        그러나 LPVO 스코프를 이리저리 조정한 다음 이카루스 기어가 실시간으로 계산 중인 탄도학 데이터를 그 안에 집어넣으면 UI 위로 착탄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조준 후 격발만 하면 될 뿐. 아음속 탄환이기에 거의 소음도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건물 옥상 위에서 침투 방향 주변을 정찰 중이던 한 명이 그 자리에 엎어져 벽에 몸을 기대자,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부터 적들이 다가온다. 차량 한 대가 주차장을 우에서 좌로 가로지르는 가운데 후행하는 병력 일부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들어왔다.

        

        겁도 없는지, 네 명은 주차장 한가운데에서 태연하게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내뱉을 즈음 충격탄이 장전된 권총을 홀스터에서 꺼내고는 허벅지에 사격 – 그와 동시에 네 명은 어떠한 말소리도 내지 못한 채 바닥에 엎어진다.

        

        

        

       ───으드득!

        

        

        

        네 명의 목이 꺾여 죽기까지는 그닥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시체의 다리를 질질질 끌어 자동차 바닥 밑에 숨겼다.

        

        시체 은닉까지 성공한 순간, 서예린은 가방 안에서 500g짜리 막대형 C4 하나를 자동차 바닥에 설치하고는 뇌관을 꽂았다.

        

        그걸 보면서 로건이 피식 웃은 건 덤이었다.

        

        

        

       “아주 특수부대원 다 됐군.”

        

       “아…이걸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지.”

        

        

        

       -뭘 감사해 이 무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칭찬은 칭찬인데 뭘 이런걸로 ㅋㅋㅋ

       -행동 척척 들어맞는 거봐라 ㅁㅊ

       -얼마나 연습했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야 니도 이미 늦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 경계 병력을 전부 몰살시킬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탈출 및 뒤처리 루트는 샌 안토니오 위쪽의 이들이 알아서 처리해줄 거였으니까.

        

        우리들이 할 일은 그저 경계에 구멍을 뚫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전 정찰 루트에 따라 건물로의 침투 방식은 지하주차장이 될 예정이었다. 지상은 경계하더라도 지하주차장은 경계가 매우 느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지하주차장은 버려진 차량들로 가득했다.

        

        그나마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면,

        

        

        

       “비싸 보이는 자동차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원.”

        

       “다들 이런 세상에서도 계속 이런 걸 끌고 다니고 싶은가보죠.”

        

        

        

        카르텔 고위 간부들이나 쓸 법한 최고급 승용차 – 심지어는 금도금 차량도 있었다 – 들이 적당히 간격을 두고 떨어져있었다.

        

        그나마 문제가 되는 게 있다면 차량 근처에서 대기 중인 소수의 요원들이었는데, 글쎄. 평범하게는 권총, 기껏해야 자동소총 정도만 가지고 있고, 방탄모도 안 쓴 이들이다. 금방 머리에 빵꾸 하나씩 뚫린 채 차 옆에 자신의 묘비를 세웠다.

        

        다이스가 그곳에도 C4를 설치하는 것을 끝으로, 건물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은 말 그대로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순찰하는 인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작해야 카르텔, 펄스라는 문명의 이기에 대응할 수는 없었다. 이쪽을 눈치채기도 전에 아음속탄 또는 투척 단검에 얻어맞아 속절없이 고꾸라지는 게 다였으니까.

        

        계속해서 이어진 펄스 스캔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적의 위치는 지상 4층의 회의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지는 3층이었다.

        

        

        

       ───철컥!

        

        

        

       “뭐야, 적-커헉!”

        

       “끄흐윽…!”

        

        

        

        첫 번째 적은 로렌티나의 택티컬 나이프가 목에 틀어박혔고, 두 번째 적은 로건의 주먹 한 방에 복부가 전부 으스러져 주저앉는다. 그렇게 두 명의 순찰조가 끝장났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지휘를 위해 위치를 변환한 오웬스가 덧붙였다.

        

        

        

       “화기 사용 자유. 전원 몰살해라.”

        

       “예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이스, 하모니. 따라오세요. 회의실 바닥을 뜨겁게 해주자구요.”

        

        

        

        로건과 로렌티나는 3층 전반을 돌며 청소를 시작했고, 나와 하모니, 다이스와 오웬스는 금세 회의실의 바로 아래 방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도 회의실인 듯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고 있는 카르텔 조직원들 몇 명이 있긴 했지만 다들 머리에 구멍이 뚫려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결론적으로는 없는 게 맞았다.

        

        그리하여 다이스가 조심스럽게 C4를 바닥에 내려놓을 무렵, 오웬스는 UI를 통해 그녀가 C4를 어디에 부착해야만 하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하모니를 데리고 어디로 갔냐 하니-

        

        

        

       “이건 뭔가요?”

        

       “초진동 커터에요. 통유리에 구멍을 뚫고 회수한 다음, 폭발하기 직전에 패스트로프를 통해 여기로 나갈 겁니다. 그 용도로 쓰일 구멍을 뚫는 거죠.”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탈출 루트 개설을 위해 예상 폭발 구역의 정반대에 위치한 방으로 향했다.

        

        소형 초진동 커터를 건넨 후 마치 변기를 뚫을 때나 쓰는 흡착판을 유리에 먼저 부착, 주변을 잘라낸다. 즈즈즉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섬세하게 잘려나간다. 하모니는 몇 번 시도하다가 금방 감을 잡고는 유리를 조금씩 잘라내기 시작했다.

       

        금세 유리가 큼지막하게 잘린 사이, 로렌티나가 다가와 하모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변 기둥에 탈출용 밧줄을 감는다. 칭찬은 덤이었고.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탈출 루트 준비 완료. 지정 위치까지 오시길 바랍니다. 헬리콥터는 불렀나요?”

        

       “확인. 탈출 헬기 도착까지 5km 남았다. 슬슬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도록 하지.”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무거운 C4를 덜어내어 한결 몸이 가벼워진 듯한 다이스가 시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제 터뜨리기만 하면 되죠?”

        

       “아, 다이스 씨. 제가 터뜨리면 안 돼요?”

        

       “뭐 그런 걸 해보려고 해요.”

        

        

        

       -뭐지? 폭발광과시?

       -뭘 자연스럽게 지가 터뜨리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 발 광 녹 냥 이 쉑

       -뭐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휴 ㅋㅋㅋㅋㅋ

        

        

        

        마지막 말은 내가 뱉었다. 실로 뜬금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모니는 별 이상 없이 폭발 권한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십 초나 지났을까.

        

        

        

       “탈출 헬리콥터 도달까지 2km. 슬슬 내려가지. 회의실 바닥에 붙인 것만 빼고 전부 기폭시켜.”

        

       “알겠습니다. 기폭!”

        

        

        

        꾸욱.

        

        그리고 외부 주차장, 지하주차장을 비롯하여 그동안 다이스가 C4를 한 덩어리씩 숨겨놓았던 모든 장소들로부터 무지막지한 불꽃과 폭발이 치솟았다.

        

        아주 잠깐의 정적, 그리고 정신을 차린 순서대로 적들이 폭발 지점을 향해 이동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4층에서 신나게 언어폭력 중이던 카르텔 간부들도 해당 사실을 알고 탈출 준비에 여념이 없겠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패스트로프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온 지 오래였고, 하모니는 메인 디쉬를 서빙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콰아아앙!

        

        

        

        3층 전체가 갈아엎어지고, 4층은 통째로 수백만 개의 파편으로 산화했다. 마치 거대한 폭죽놀이 같기도 했다. 실제로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그 사이에 휘말린 살점이 꽤나 있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낙석의 여파가 전부 사라진 이후, 오웬스가 덧붙인다.

        

        

        

       “탈출 지역으로 향한다. 길을 가로막는 친구들은 전부 스틱스 강 편도 티켓을 끊어줘라.”

        

       “물론입니다, 대장.”

        

        

        

        하지만 아쉽게도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갈 일은 없었다.

        

        때마침 작전 구역에 들어선 무장 헬기가 막타를 쳤기 때문이었다.

        

        

        

       -부우우우웅!

        

        

        

       “와, 미니건에 로켓 샐보라. 오랜만에 보네요.”

        

       “다들 미군이 오니 좋아 죽네요. 얼마나 신났으면 막 허공을 날아다니고 그러겠어요.”

        

       “푸흡….”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는 탄환들.

        

        그 아래에서 속절없이 쓸려버리는 카르텔 소속 무장 군인들까지.

        

        그걸 보면서 덧붙였다.

        

        

        

       “하루를 끝내기에 완벽한 엔딩이네요.”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에 온지는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었지만, 샌 안토니오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회담을 종료시키는 방법은 강한 물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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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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