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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4

       도박장에서 빠져나온 엔리의 눈동자에는 힘이 없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 아직도 그 눈앞에 돌림판이 아른거리는 게 분명했다.

       

       한 순간의 욕망과 실수로 재앙을 눈앞에 두게 되었으니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겠지.

       

       나는 힘없이 비틀거리는 엔리의 목덜미를 붙잡아 늑늑이의 등에 태웠다.

       

       그리고는 엔리의 몸와 늑늑이의 목덜미에다 줄을 엮었다. 혹여 위험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방금 전 자신이 잃어버린 돈 때문에 정신이 나가 있는 엔리라 하더라도 이쯤 되니 무언가가 이상함을 눈치 챈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의 허리춤에 단단히 묶인 밧줄을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저어. 쭈인님? 이건 도대체?”

       

       나는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슬쩍 웃어주고는 늑늑이의 머리 위에 앉았다.

       

       엔리. 머리가 어지롭고 여러 가지 잡 생각이 들 때에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 이상한 생각을 떠올릴 틈조차 없게 만드는 것이다.

       

       “늑늑아. 내가 신호를 주면 집까지 전력으로 내달리거라.”

       “왕!”

       

       영특한 늑늑이는 순식간에 본인의 의도를 눈치 채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된 엔리가 기겁을 하며 목소리를 냈다.

       

       “아니. 쭈. 화령 씨?! 잠시. 전력으로라뇨! 그랬다가는!”

       “그래. 엔리 그대의 몸이 하늘에 떠오른 연마냥 팔랑 거리게 되겠지.”

       

       재밌을 것 같지 않으냐?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슬아슬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위협을 받는 게 뭐가 재밌어요?! 그냥 무서울 뿐이잖아요!”

       “그게 재밌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강제로 노나 들어야 한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인가.

       

       지금의 본인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너무도 강해진 나머지 죽음의 위협이라는 것을 겪을 일이 없으니까.

       

       아아. 현실의 본인에게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누군가가 본인의 목에 칼을 들이밀어주었으면 좋으련만.

       

       “이거 빨리 풀어줘요! 어서! 빨리!”

       

       이제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온 엔리는 본인이 단단히 묶어둔 밧줄을 풀려고 노력하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 목소리에는 후회도 회한도 없었따. 있는 것이라고는 다급함 뿐이었다.

       

       보거라. 엔리. 아직 위협이 시작되지도 않았거늘 머릿속의 잡생각이 날아가지 않았나.

       

       이것만 보더라도 본인이 옳았음이 증빙되었으니. 내 그대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마.

       

       “화령 씨! 무시하지 말고 빨…”

       “늑늑아. 가자꾸나.”

       

       내 녀석의 머리 위에 앉아 소리를 내자 늑늑이가 짐짓 쾌활하게 왕이라 답하며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허허. 녀석. 오랫동안 이 곳에 대기하다 보니 좀이 쑤셨나 보구나. 발을 움직이는 것이 아주 쾌활해.

       

       “흐갸아아아악?! 살려. 살려주어어어!”

       

       *

       

       “크라켄을 잡으러 가야하는 건가요.”

       “그래. 방법을 아느냐?”

       “알죠. 저 이래 뵈도 쓰레드 크라켄 최초 토벌팀 멤버인 걸요!”

       

       문어 사냥은 지겹도록 해보았다며 어깨를 피는 피피의 모습은 현실의 엔리처럼 믿음직스러웠다.

       

       일단 배를 구하기 위해서 이동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바깥으로 나오자 초원에 엎드려 있는 늑늑이와 그 옆에 널부러져 있는 엔리를 볼 수 있었다.

       

       사지를 움직일 힘조차 없는 듯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그녀에게선 도박의 중독된 자의 기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생존을 갈구하는 자의 처절함만이 느껴질 뿐.

       

       역시 치료는 원초적인 것이 가장 좋다니까.

       

       – 치료? 고문이 아니라.

       – 갈! 저게 바로 신교식 치료법이다!

       – 괜히 천마신교가 마교 취급 받는 게 아니구나.

       – 현대에 태어나서 다행이야.

       

       “엔리님. 괜찮으세요.”

       “으어어어…”

       

       바다에 함께 가기 위하여 피피가 엔리의 옆에 쭈구려 앉아 물음을 던졌지만 엔리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말이 되다가 만 무언가일 뿐이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게 사람이야. 좀비야.]

       

       “걱정하지 마라. 본인에게는 다 방법이 있으니.”

       

       별 것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그녀의 어깨를 살기로 살짝 어루어 만져주는 것이면 충분했다.

       

       엔리는 자신의 등줄기를 스쳐 지나는 죽음의 위협에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과거 아피스에서 수련을 할 당시 지겹도록 이를 당해본 엔리는 살기의 범인이 본인임을 짐작하고 눈을 치켜떴다.

       

       “화령 씨이이이이!”

       “하하. 빨리 움직이자꾸나. 시간은 유한한 법이니.”

       

       본인은 한시라도 빨리 완벽해진 늑늑이의 털에 몸을 내던지고 싶단 말이다. 그대가 투정부리는 것을 다 받아줄 생각은 없다.

       

       엔리는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투덜투덜대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왔다.

       

       “또 늑늑이 타고 움직여야해요?”

       “아니. 그럴 순 없지.”

       

       우리가 이제부터 향해야 할 곳은 바다이지 않은가. 늑늑이 저 녀석은 분명 거대한 짐이 될 터.

       

       저 녀석의 보드라운 털이 소금물에 절여지는 것 또한 본인이 바라는 바가 아니니 아쉽지만 늑늑이는 이 곳에서 쉬어야겠지.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엔리가 두 손을 꼭 쥐었다.

       

       늑늑이를 타고 내달리는 게 그렇게나 고역이더냐?

       

       *

       

       배를 구하는 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손쉬웠다.

       

       본인은 처음부터 건조를 해야하리라 여겼다만 아니었다. 항구 비스무리한 장소로 향해서 돈을 지불하자 완벽히 건조된 배를 내어준 것이다.

       

       피피는 한 두 번 배를 타 본 것이 아닌 듯 배가 나오자마자 그 안을 둘러보더니 여러 밧줄을 조작해 돛을 폈다.

       

       “두 분 다 타세요! 크라켄 만나러 가려면 먼 바다까지 나가야 하거든요!”

       “무척 능숙해 보이는 구나.”

       “말씀드렸잖아요. 문어 사냥 한 두 번 해 본 게 아니라고.”

       

       경력직이라는 것인가. 본인이 배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그런지 몰라도 대단해 보이는 군.

       

       바다로 나오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피피가 미간을 찌푸렸다.

       

       “날은 좋은데 바람이 영 없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스크롤을 만들어서 올 걸.”

       “바람이 필요하더냐?”

       “네.”

       “어느 방향으로.”

       “네? 어. 음. 저 쪽이요.”

       

       나는 피피가 가리킨 곳으로 산들바람을 일으켰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 또한 바루에게 처음으로 배웠던 것 중 하나이니.

       

       바람을 타고서 돛이 앞으로 펼쳐지자 배가 나아가는 데에 속도가 더해졌다.

       

       “와아! 화령님. 어떻게 하신 거에요?”

       “별 것 없는 잔재주 중 하나이니라. 이 정도면 충분하더냐?”

       “네. 물론이에요.”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피피는 이내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다 나와 엔리에게로 와서는 낚시대를 건네주었다.

       

       “화령님 덕분에 빨라지긴 했어도 거리 때문에.시간이 좀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요. 이거라도 하고 계세요.”

       “낚시인가요. 좋아요 큰 물고기를 잡고 말겠어요!”

       “본인은 사양하마. 낚시대로 하는 낚시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말이다.”

       “화령님이요?”

       

       본인이 낚시대를 앞에 두고 난색을 표하자 다른 둘이 의아함을 표시했다.

       

       어찌되었든 낚시도 몸으로 하는 것이니 본인이 잘 할 것이라 생각을 하는 거겠지.

       

       그 말은 크게 보면 틀리지 않다.

       

       본인의 감각은 아주 자그마한 변화마저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지.

       

       그러니 물고기가 낚시대의 끝을 문다면 그를 바로 알아차리고 녀석을 낚아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허나 본인의 낚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본인의 낚시대에는 물고기가 다가오지 않거든.”

       

       정확히는 본인의 인근에 물고기가 다가오지 않는 것이지만 뭐어 어찌되었든 비슷한 소리다.

       

       과거 본인이 한창 유랑을 할 적에 무림의 맛없는 음식에 질린 나는 온갖 요리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중에는 당연히 물고기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지.

       

       회를 뜨건, 소금을 뿌려 굽건, 기본적인 맛이 보장 될 것이라 여겼으니까.

       

       그를 위해 낚시대를 만들고 낚시를 시도해 보았던 본인이다만 본인의 낚시대에는 그 어떤 물고기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 여러 동물을 위협하는 본인의 존재는 물고기의 본능에도 경종을 일으켰던 것이다.

       

       – 화령냥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 이거 들어봤어! 지진이나 폭풍이 오면 동물이 먼저 알아차리고 도망친댔음!]

       

       – ㅋㅋㅋㅋㅋㅋ

       – 살아 움직이는 천재지변.

       – 물고기도 포식자는 아는구나.

       – 대체 바루는 이런 사람한테 어떻게 막 대하는 거야?

       

       “그 대신에 본인만의 낚싯법이 따로 존재하지.”

       

       물고기를 잡는데에 굳이 낚싯대를 쓸 필요는 없지 않으냐.

       

       이외에도 수많은 방법이 존재하니 말이다. 그 중에서 본인이 선호하는 것은 화살을 쓰는 방식이지.

       

       가방 안에서 활을 꺼낸 본인은 활대와 화살 사이에 밧줄을 묶은 후 시위에다 화살을 걸었다.

       

       고요한 수면은 짙은 푸른색으로 뒤덮여 있어 그 아래가 잘 보이지 않으나 그는 본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눈이 없다 하여 앞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

       

       시위를 떠나가 날아간 화살은 푸른 색의 수면을 꿰뚫고서 파고들어가더니 그 너머에 있는 것을 관통했다.

       

       그 후 활대에 걸린 밧줄을 잡아당기자 몸의 한 가운데를 관통당한 물고기가 딸려서 올라왔다.

       

       대충 보기에도 대물임이 분명한 녀석이었다. 먹을 것은 많겠구나.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물고기가 더 필요하더냐?”

       “…어. 아뇨.”

       “그래?”

       

       그럼 이 이상 활을 당길 필요는 없겠군.

       

       본인이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을 본 엔리는 눈을 끔뻑이다가 이내 저것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겠다면서 낚싯대를 던졌다.

       

       허나 엔리. 내가 방금 전에 말했던 것을 잊었느냐?

       

       본인의 주변에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오지 않는대도?

       

       그대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낚싯대를 던진다한들 본인이 있는 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은 무리다.

       

       “으으. 왜 한 마리도 안 무는 거야. 미끼가 애매해서 그런가?”

       “그 미끼 쓰레드에서 제일 고급품이에요.”

       “그럼 왜 이렇게 조용한 건데요! 이상하잖아요!”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낚싯대에 엔리가 투정을 부리는 동안에도 배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바다의 한 가운데에 도착했을 무렵 피피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는 언젠가 본인과 엔리가 미궁에서 주워 온 보석이었다.

       

       “그건?”

       “크라켄은 마력이 담긴 물건을 좋아하거든요. 이 정도면 미끼로 적당할 걸요?”

       

       피피는 그리 설명을 하고는 바닷 속으로 보석을 집어 던졌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깊은 곳에서 거대한 기척이 이 쪽으로 올라왔다.

       

       피피의 말대로 크라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와아악?! 뭐에요?! 무슨 일이에요?!”

       

       그 여파는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바다가 거칠어지며 배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데나 꽉 잡고 있어요! 잘못하면 그대로 물귀신이 되니까!”

       “피피님! 그런 건 진작에 말해주셨어야죠오오오!”

       

       낚싯대를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엔리가 피피와 같은 나무기둥을 붙잡는 것을 본 나는 가방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등장부터가 화려하구나. 이 거대한 바다의 지배자다워.

       

       그에 감탄하고 있으려니 배의 옆면에서 배만큼이나 거대한 촉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을 꿰뚫으면서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배를 움켜쥐려 했으나 녀석은 목적을 이루는 데에 실패했다.

       

       그것이 움직이기 전에 본인이 그를 베어 날렸으니까.

       

       촉수의 끝이 베어나가며 물을 튀기고, 얼마 있지 않아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곧 모습을 드러내겠군.

       

       “피피. 한 가지 물을 것이 생겼다.”

       “네?! 뭔가요?!”

       “저 거대 문어는 맛있느냐?”

       

       그에 따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질 것 같아서 묻는 것이다만.

       

       “화령 씨! 지금 그게 중요해요?!”

       “네에! 맛있어요! 엄청나게!”

       “확인했다.”

       

       그럼 저 물 아래에 있는 것을 되도록 깔끔하게 잡아야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데 먹을 것도 많은 훌륭한 문어. 크라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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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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