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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4

    <304 – 마지막 그릇>

     

    마족계약자 로우.

    그는 용사후보생 케이를 비롯한 동시대의 실력자들 모두가 경계하던 대상이었다.

    안라게의 사도가 평상시에 큰 힘을 지닌 자아들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가 오직 로우 한 사람의 자아를 봉인하기 위해서일 정도로 그는 위험했다.

     

    마족이란 일선을 넘는 존재.

    용사의 토벌대상.

     

    그런 존재가 수면 위로 부상하였다.

    그 위험을 이제는 981기 1학년들도 실감했다.

     

    “암흑장막을 능가하는 암흑장벽. 대단하긴 해도 상성은 이쪽이 유리해. 모두들, 날 보조해줘!”

     

    이슈타르는 자신이 있었다.

    용사후보생 케이도 그녀보다 강한 존재였다.

    그런데도 케이가 이기지 못했던 이유.

    케이는 그녀를 진심으로 쓰러뜨리려 하지 않았다.

    그가 노리는 그릇은 약한 1학년들이지, 경쟁자들까지 살찌울 강한 그릇이 아니니까.

    저 남자도 다르지 않다.

    싱의 그릇을 자신이 거두려고 한다면 다른 강력한 그릇들은 건드리지 않겠지.

    그 오만함이 자신들에게 시간을 허락하리라.

    그리고 머지않아 오크노디와 조나가 돌아오면 안라게의 사도의 일방적인 폭력도 끝이 나리라.

     

    “한 가지 착각을 정정해주지.”

     

    그런 이슈타르의 믿음이 실린 참격을 로우는 정면에서부터 부정하였다.

    새카만 암흑마나에 휩싸인 손이 검기를 붙잡고 비틀어 쥐어짜내듯이 허공에 추출했다.

     

    [교란]

    [유도]

    [분신]

    [은밀]

    [강제]

    [5위계 착란마법 – 어둠 속의 손짓]

     

    암흑마나를 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성마나.

    성검의 힘이 암흑마나가 이곳에 있다는 거짓신호를 쫓아 허공으로 흩어진다.

    순식간에 힘이 빠진 이슈타르의 팔이 덜덜 떨리자 사방에서 그녀를 돕던 상급반 학생들의 공격이 빗발치듯이 쏟아졌다.

     

    “무인도까지 배를 몰기만 하면 돼. 고작해야 10분이야. 10분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야!”

     

    오크노디의 경매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겠지만 이쪽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

    분명 그 아이라면 이해해주리라.

    그런 굳건한 믿음이 성가신 잔챙이들을 바라보는 로우의 시선과 손짓 한 번에 무너졌다.

     

    “꺄아앗!”

    “크아악!”

     

    아이린의 얼음마법이 튕겨나가 애먼 선실을 얼렸다.

    손오천의 몸통이 튕겨나가 벽을 뚫고 사라졌다.

    상급반의 전투력조차 통용되지 않는 강함.

    그가 선보인 강함에는 분명한 ‘마나’의 존재가 벽으로 자리했다.

    마나연공법의 경지가 일정수준을 능가하지 못하는 이상, 일말의 승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는 여럿이어도 공유하는 몸은 하나입니다! 마나연공법의 효율 때문에 공격의 위력은 높을지라도 막상 지닌 마나는 그리 많지 않을…

     

    ━파지직. 뚝.

    선내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지젤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래, 약점을 알았구나. 그래서 뭐가 달라지지?”

     

    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었다.

     

    [염동력]

    [흡입]

    [부유]

    [고속]

    [4위계 – 강제하는 부름]

     

    “으아악!”

    “꺄아악!”

    “싫어, 싫어어어!”

     

    뚫린 벽 너머에서 몇 명인가의 승무원이 로우의 손바닥에 딸려들어왔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다가 몸의 수분이 증발한 마른 나뭇가지같은 몰골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흐릿하게 숨은 붙어있지만 생명의 기운을 가득 빨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끔찍한 몰골.

    승무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모습이었다.

    +5강 조명대.

    엄청난 양의 마나를 빨아먹는 저주받은 장비.

    그것에 당한 피해자가 꼭 저 꼴이었다.

    로우는 멀쩡한 사람에게서도 저주받은 장비만큼 독하게 마나를, 마나가 부족하다면 생명력까지 흡수할 수 있는 극악무도한 힘을 지닌 것이다.

     

    “두려움에 떨지 마라. 장래가 유망한 그릇은 잡아먹지 않으니. 나는 케이와는 다르다. 녀석은 겁쟁이였기에 큰 그릇을 공유하지 않았지. 나는 다르다.”

     

    케이가 제 힘을 비축하여 자아를 온전히 지키면서 자신만 강한 그릇을 취하고 나머지에게 약한 그릇을 넘기려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로우는 모두가 강력한 그릇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함으로써 다 함께 안라게의 사도의 몸에서 탈출하자고 유혹할 작정이었다.

    실제로도 케이에게 협력할 때보다 큰 이득을 얻을 기회에 많은 자아들의 의지가 흔들렸다.

     

    “초조해할 것 없다. 용사, 네 몸조차도 내 것으로 취할 생각은 없으니.”

     

    용사는 자신을 향한 악의에 민감하다.

    그녀가 용사로서 각성한 계기가 악을 바로잡지 못하는 정의에 분개한 탓이었기에.

    유일신 소페미아의 권능이 그녀에게 경고하였다.

    저 남자, 마족계약자 로우는 명백한 위험대상이라고.

    앞선 제국교수 레이브나 재단의 집사 조나에 못지않다고.

    그러나 그 위험이 당장 찾아오지는 않을 거라고.

     

    “당신, 설마…?”

    “그렇다. 내가 노리는 것은 더욱 강력한 그릇. 잠재력으로는 용사 그 이상의 가능성이 보이는 존재.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그릇이다.”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불신으로 물든 그녀의 표정에 로우는 크게 웃었다.

     

    “불가능할 것 같나? 조나 와이히엠하이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다. 확실히 지금의 수준이라면 곤란하지만 마나를 흡수한 뒤에는 얘기가 달라지지.”

     

    벌떡 일어서서 달려드는 이슈타르를 이번에는 손으로 붙잡지도 않고 마나장벽만을 펼쳐 저지한 로우.

    그가 전개한 장벽의 숫자가 마나를 흡수하기 이전보다 월등히 많아졌다는 사실에 이슈타르는 경악했다.

    이 남자, 생명력을 포함하더라도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는 양을 흡수한 것만으로도 마나장벽의 수가 열 배는 더 늘어났다.

    그 많은 장벽이 겹겹이 펼쳐져서 자신의 검을 찍어 누른다.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슈타르가 재차 땅을 갈아엎으며 거칠게 밀려났다.

     

    “지랄하지 마. 오크노디에게는 손 하나도 못 대!!”

     

    광기에 휩싸인 헤스티아가 새빨간 투기에 휩싸여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는 순간 감탄했던 로우였지만 결국은 마나연공법을 익히지 못한 자의 본능에 의지한 광화일 뿐이었다.

     

    “아쉽구나. 네가 제대로 된 마나연공법을 익혔다면 그 힘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었거늘. 그래도 합격이다. 그릇이 될 것을 허락해주지.”

     

    몇 개의 장벽을 깨뜨리며 파고든 헤스티아의 머리를 향해 가느다랗지만 길게 변한 마나장벽이 일순간에 파고들었다.

    본능적으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광화의 힘을 일으켜 침투를 막아낸 헤스티아.

    그러나 머리와 밀집한 위치에서 기운과 기운이 충돌하는 것이야말로 로우의 목적이었다.

     

    [흡착]

    [진동]

    [증폭]

    [3위계 증폭마법 – 쇼크웨이브]

     

    모험에 나가면 천막을 칠 자리에서 등이나 엉덩이를 괴롭히는 돌이나 나뭇가지, 작은 파편들을 흩날리는 공터청소용 기초마법.

    고작해야 [진동]에 [약풍], [진동]에 [범위]정도나 섞일 2위계 수준의 마법이 고위계 마법사의 손에서는 이런 식의 응용도 가능했다.

    마나와 고막 사이에 가느다란 선을 침투시켜 진동의 충격을 고막을 따라 뇌까지 전달한다.

    강렬한 진동의 여파는 뇌진탕.

    뇌의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고 헤스티아의 의식이 일순간 강제로 뚝 끊겼다.

     

    풀썩.

     

    너무나도 가볍게 상급반 학생을 연이어 쓰러뜨린 그를 어디선가 솟구친 토벽이 뒤로 밀어내었다.

     

    “샌드쿠커, 당장 마법을 중지해!”

    “잘 밀어내고 있잖아. 버틸 자신은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그게 아니야. 흡수당한다고!!”

     

    사색이 된 샌드쿠커가 마법전개를 중지한 순간, 모래벽이 모두 바스러지며 흘러내렸다.

    뻥 뚫린 구멍 저편의 어둠.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에 덜덜 떠는 학생들의 뒤에서 로우가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두려운가? 이 정도로 겁을 먹을 정도라면 아예 덤비지도 말았어야지.”

    “흐아악!”

    “어, 어느새 여기까지?!”

    “몰랐나? 마법이란 흡수한 직후에 방향을 바꾸면 이런 식의 응용도 가능하다는 걸.”

     

    로우의 손끝에 남은 샌드쿠커의 마나가 날카로운 흙가시를 분출하였다.

    가시에 적중당한 샌드쿠커가 벽에 허벅지가 관통된 채로 비명을 질렀다.

     

    “흠… 아슬아슬한데. 역시 불합격일까?”

     

    샌드쿠커의 머리를 향해 올라가는 손가락.

    두려움에 질린 샌드쿠커가 눈을 질끈 감는 그때, 바닥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래층에서 있는 힘껏 천장을 강타하여 무너뜨린 흑기사 모브와 정말 이래도 되나 후회하는 자쿠.

     

    “지금 건 제법 좋았어.”

     

    입모양으로 말하는 로우에게 오싹함을 느낀 두 학생이 물러나기 무섭게 한 여자가 외쳤다.

     

    “비켜. 타죽기 싫으면.”

     

    샌드쿠커의 위기에 분노한 로지니.

    아직 몸의 석화가 다 풀리지도 않은 그녀가 억지로 마나를 일으켜 [화염방사]를 분출했다.

     

    “해치웠나?”

    “미친놈아! 뭔 짓을 한 거야!”

    “아아악, 저 눈치 없는 새끼!”

    “아, 아니. 궁금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이 있지. 넌 TPO도 몰라? 때와 장소와 상황을 가리라고!”

     

    말 한 마디 잘못 꺼냈다가 죽어라 까인 지고쿠 해적단 졸개가 울먹이며 입을 닫았다.

    딱히 그 탓은 아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로우는 마나장벽에 둘러싸인 채로 아주 건재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흙마법사의 부상이 어지간히도 분했나보군. 아주 천생연분이야.”

    “무, 무슨 소리야! 딱히 그 녀석과는 연애감정 같은 건 느껴본 적도 없어. 애초에 적색마탑과 황색마탑에서 결혼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저 혼자 뜨끔해서 소리치는 로지니에게 로우가 큭큭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헛물을 아주 단단히 들이키는군. 그런 의미의 어울림이 아니다. 미숙하고 멍청하기로는 다를 게 없다는 의미의 어울림이지.”

    “고, 고개 뒤로 빼!!”

     

    기겁한 자쿠와 모브가 몸이 굳은 로지니를 뒤로 잡아당겼다.

    꽈당 넘어진 세 사람의 위로 깊게 파인 구덩이 안쪽에서부터 로우가 흡수한 화염마법이 높다란 불기둥이 되어 솟아올랐다.

    마법적인 공격은 가하는 족족 흡수하여 더욱 고강도의, 혹은 더욱 살벌한 방식으로 반격한다.

    물리적인 공격은 강력한 마나장벽에 가로막혀 봉쇄되며 순식간에 기절한다.

    상급반 학생마저 기절시켜 제물로 다루는 것도 꺼리지 않는, 오히려 적극적이기까지 한 로우.

    마족계약자 로우가 히죽 웃었다.

     

    “시너지효과가 좋군. 이 정도면 덤으로 인정해주지. 너희 모두 그릇 당첨이다.”

    “하아~? 누구 맘대로? 암흑마나를 다뤘으면 조종당할 각오나 해♡”

     

    자살해라.

    매스각키 황녀의 지시에 자신의 목을 향해 올라가던 로우의 손이 휙 꺾여서 매스각키 황녀를 향해 마법을 쏘았다.

    놀란 매스각키 황녀를 급히 달려든 자쿠가 건져내었다.

     

    “바보냐? 마족계약자면 통상의 암흑마나 보유자보다 암흑마나 보유량이 월등히 높잖아.”

    “므으으. 암흑마나 쓸모없어…”

    “하하. 질리지도 않고 재밌는 녀석이 계속 나와. 뭐지? 여긴 유원지인가?”

     

    소리내어 웃으며 걸음을 내딛는 족족 폭음과 비명을 동반하는 로우.

    마지막 무인도 경매 시작 수 시간 전에 일어난 교전은 오크노디가 돌아올 무렵에는 이미 진즉에 끝난 지 오래였다.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그릇아.”

     

    졸린 눈을 부비며 오크노디와 집사, 메이드들이 배에 올라왔을 때, 그들을 반기는 것은 승무원들을 우리에 가둔 채 선창 위로 마중을 나온 로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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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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