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05

    자기 전, 루크는 자신의 방 안에서 리브와 케이트, 파이리스를 앉혀두고 당부를 시키고 있었다.

    내일 놀러 올 아이들을 대비하기 위한 당부였다.

     

    “내일, 나의 친구들이 와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되도록 방해를 하지 말거라. 특히나 리브와 케이트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 말고. 알겠지?”

     

    자신의 요구사항을 재확인하는 루크의 질문에, 모두가 보인 반응은 그다지 시원찮았다.

    아마도 다들 뭔가 불만이나 질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고 이야기해보거라.”

     

    옹기종기 모여서 루크의 말을 경청하던 마법사 골렘, 갑옷 없는 리빙아머, 실체화한 정령들은 제각기 손을 하나씩 들어올렸다.

    모두 하나씩 질문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 파이리스부터.”

     

    루크에게 발언권을 획득한 파이리스는 손을 내리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왜 언니 친구들하고 같이 놀면 안돼? 나도 놀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다들 그냥 놀러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된다. 그리고 헬레나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히잉…….”

     

    파이리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안됐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번에 루크가 시루드와 헬레나를 초대할 때 제안한 목적은 단순히 집구경일뿐만 아니라, ‘마법 공부’라는 합당하고도 이성적인 표면적 이유가 있었고, 외동인 헬레나는 어린아이들을 대하기 껄끄러워 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루크가 보기에는 모두가 고만고만한 어린아이들이었지만.

     

    게다가 추가로 파이리스는 여러가지로 사고뭉치였다.

    당장 오늘도 파이리스 때문에 무슨 곤욕을 치뤘는가를 떠올려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 정령 아니야!’라고 말하며 정령옷을 입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의 가면을 벗겨버려서 울음바다를 만들어 버린다던지.

    정령절의 세계수를 형상화한 나무모형 꼭대기에 올라가, 별 모양 장식을 뽑아서 높이 흔든다던지.

    일종의 이벤트로 마련된 ‘정령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모조리 뜯어서 큰 소리로 읽어버린다던지…….

     

    파이리스는 실존하는 정령이기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태연하게 저지르는 행동들이었지만, 그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의 진이 다 빠지는 터라, 급기야 가족들은 내일 있을 정령절 장식등을 사러 나가는 쇼핑에서 파이리스를 아예 빼버리기에 이르렀다.

     

    정령을 빼고 하는 정령절 준비라니.

    상당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파이리스를 데리고 정령절장식을 사러가게 된다면 또 무슨 난리가 벌어질 지 예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가만, 생각해보니 그 때는 파이리스가 실체화를 하고 있을 필요가 애초에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정령 상태일 때에는 아무런 해악을 끼칠 수 없으므로, 내일 파이리스는 아예 정령의 모습인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파이리스, 그대는 그냥 내일은 아예 실체화를 하지 말거라. 대신, 정령의 상태로는 마음대로 방에 들어와도 괜찮다.”

    “으엑!”

    “다음, 리브.”

     

    루크는 파이리스가 불만을 토하는 것을 무시하고 리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리브는 팔을 내려 팔과 다리를 휘적거리다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고, 어깨를 으쓱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몸짓은 마치, ‘내가 왜 움직이면 안 되냐?’는 의미와도 같았다.

     

    루크는 그에 대한 대답도 이미 준비해둔 상태였다.

     

    “이 모임은 시루드와 헬레나, 두 엘프 아이들이 더 깊게 서로를 알아가고 사이를 좋게 하기 위한 목적도 겸하고 있다. 그런데 그 때 너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화의 주제가 완전히 너희들 쪽으로 쏠려버리지 않겠느냐!”

     

    스스로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것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특히나 리브처럼 자연스럽고 날렵하며 정확하게 움직이는 인형은 더더욱.

     

    루크는 이미 두 아이들이 나눌 대화의 주제까지 세심하게 설계해 둔 상황이었다.

    그런 인형이 루크의 방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대화는 그 인형에 대한 주제로 쏠려버릴 것이고, 그러면 두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해질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겠지.

     

    “대답이 되었느냐?”

     

    -끄덕.

     

    루크의 대답을 들은 리브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리브가 만족한 듯 보이자, 루크의 시선은 이내 마법사 복장을 입은 커다란 고양이인형, 케이트를 향했다.

     

    “자, 그럼 이제는 케이트. 무슨 질문이 있지?”

     

    루크의 시선에 들었던 손을 내리고 자신의 마법사모자를 고쳐 쓴 케이트는 이내 기계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이해했음. 하지만 그렇다면 본 객체를 포함한 변수들이 주인의 방에 놓여져 있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음.”

    “그래, 좋은 질문이군.”

     

    루크가 이해한 케이트의 주장은 이러하다.

     

    그렇게 자신의 행동으로 보일 대화의 변수가 걱정이 된다면, 어째서 자신을 비롯한 위험요소들을 아공간이나 외부에 숨겨두지 않고 혹시모를 위험을 감수하느냐는 뜻이리라.

    그건 꽤나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이유가 있지.”

    “응답 요망.”

     

    루크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배제하기 위함이다.”

     

    루크의 방은 일견 일반적인 여자아이의 방으로 보이긴 하지만, 사실 그 본질을 바라보면 결코 그런 가벼운 수식어가 들어갈 수는 없었다.

    루크는 현실과 의지를 초월하고 조작하며, 지식을 탐구하고 현상을 연구하는 마법사였다.

     

    그렇기에 마법사의 방은 항상 위험하다.

    이는 서클의 고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이치다.

     

    특히나 이 저택에 걸린 거대한 인챈트의 코어가 바로 루크의 방에 위치해 있으며, 이따가 밤새 안정화를 할 계획이긴 하지만 아린세이아라는 거대한 아공간의 좌표를 이어둔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약간 시공이 뒤틀려 있기도 했고, 신성력이 가득한 상태인 아공간에 집어넣을 수 없는 ‘흑마법에 관련된 위험한 연구재료’들도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 하나쯤은 필요했던 것이다.

     

    “만약에 아이들이 나의 마법이나 연구에 의해 위험에 빠지게 되면, 그대들은 내가 말한 제약은 잊어버리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면 된다.”

    “본 객체의 역할, 이해했음.”

     

    루크의 대답에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루크는 박수를 한번 ‘짝’소리가 나도록 크게 치며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질문은 끝인가?”

     

    하지만, 케이트는 이내 다시 손을 들어올린다.

    루크는 의아한 표정으로 케이트를 바라보았다.

    나올 법 한 질문은 다 나온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뭐지? 또 질문이 있나, 케이트?”

     

    루크가 자신을 바라보며 묻자, 케이트는 여전히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본 객체의 제안, 그렇다면 어째서 위험한 주인의 방을 포기하고 외부에서 만나지 않는지?”

    “음.”

     

    과연, 이번에도 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역시나 마법사로 설계된 골렘, 케이트.

    문제를 지적하는 능력을 강화시켜 둔 것이 인격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보인다.

     

    “그건, 사실은 아주 간단해.”

     

    루크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지 않나?”

     

    원래 마법이란 건 위험한 것일수록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래서 루크는 떠올렸다.

     

    ‘비록 대화의 자리를 주선하기 위한 핑계로 ‘마법 학습’을 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명 살아가면서 더 많은 마법을 다룰텐데, 그러면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기 위해 아주 약간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루크가 생각한 ‘특별한’ 마법 수업은 이미 3서클인 시루드에게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는 마법을 그저 외우기만 할 뿐인 헬레나에게도 이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만약에 그렇게해서 자신이 ‘마법’으로 둘 사이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이어줄 수만 있게 된다면, 이 일로 미래에 사이가 좋아진 시루드와 헬레나가 결혼하여 엘프 대마법사부부가 탄생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어찌나 완벽한 미래라는 말인가?

     

    루크는 그 광경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바람직한 상황이었다.

     

    세월이 흘러 사고가 굳기 전, 자신의 교육으로 마법사적 사고에 익숙해진 두 아이들이 떠올릴 마법적 발상들은 과연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것일까?

    상상만 해도 너무나 즐거운 일이 아닌가 싶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 시공간의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너무 어리니 당장은 어쩔 수 없겠군. 거대한 원소의 흐름에서 파생되는 도형학이나 이론들로 참아야 하나…….’

     

    아이들에게 마법의 세계를 알려 줄 방법들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던 루크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루크는 보통의 사람들은 목숨이 심각한 위험상태에 놓이면 ‘트라우마’가 생겨 아예 그 대상에게 심각한 거부감을 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루크 그 자신은 마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제 한 몸을 기쁘게 불사를 수 있었으니까.

     

    역시나 대마법사, 그것도 심지어 대마법사의 서클이었다가 의지를 지니게 된 루크의 관념은 역시나 뿌리가 되는 부분부터 살짝(어쩌면 크게) 뒤틀려 있었던 것이다.

     

    그 미소를 바라보던 케이트는 루크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고개를 저었다.

     

    “……이해 불가능.”

     

    그것은 ‘마법사’로 설계되어 ‘재미’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트가 행할 수 있는 마지막 반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고뭉치 꼬맹이들과 인형들이 과연…?
    근데 사실은 이중에서 루크가 제일 악질인거 같네요!

    시루드, 헬레나! 도망쳐!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