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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5

        

         

       어쩌면 가벼운 대가일지도 모른다.

         

       메기의 몸에 반토막이 나거나, 메기가 쏘아 보낸 염주에 맞아서 온몸에 파편이 박혀서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친다거나, 썩은 내가 나는 염주의 파편에 박혔다가 더 끔찍한 병을 얻었을지 모르는 미래에 비한다면….

         

       세균성 이질 정도면 아주 가볍지 않은가.

         

       죽는 것도 아니고, 후유증이 강하게 남는 것도 아니다.

       그냥 복통과 설사에 좀 시달리면 끝이 아니던가.

         

       게다가 설령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현대 의학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범위였다.

         

       그러니 일이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불길한데.’

         

       중위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이렇게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잠깐만. 전국에 난리가 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 * *

         

         

         

         

       이번 소동이 메기 하나만 나타난 것이라면 해피엔딩이었으리라.

       문제의 원인은 사라졌고, 이제 뒷수습만 하면 되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이번에 일어난 소동은 전국에 걸친 것.

         

       심지어 대다수는 메기가 아니라, 상대하는 것조차도 꺼려지는 거대한 나무 괴물이었다.

         

       그 때문에 경찰들은 당연하게도 외부에 도움을 청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국이 난리구먼. 난리야.’

         

       평소라면 특공대나 기동대를 불렀으리라.

       한국의 특공대와 기동대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마 불렀다면 저 괴물은 손쉽게 처리했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 빌어먹을 난리가 전국 단위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지금 특공대와 기동대는 전국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요청한다고 해도 당장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수도권과 경기도, 그리고 중요 시설 근방이 모두 정리되고 나서야 올 수 있었겠지.

         

       그렇기에 경찰들은 그 지역의 자율방범대나 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택했다.

         

       [ 치이익. 아, 아. 김영수 어르신 오셨습니다. ]

       [ 아, 양호. ]

         

       황장산에 출동한 경찰들이 도움을 요청한 곳은 자율방범대였다.

         

       “이야. 거 크기도 크다.”

       “아, 어르신 감사합니다.”

       “무얼. 그냥 산책하는 김에 왔을 뿐인데. 허허허.”

         

       정확히 말하자면, 자율방범대에 있는 한 어르신이었다.

         

       한국에서도 손에 꼽는 강력한 소환수를 부리고 있는 인물이자, 한때는 통일 대한민국 소환수 협회 회장이라는 직책에 있었던 인물.

       그리고 지금은 은퇴해서 소일거리를 하며 살고, 자율방범대에 소속되어 소환수와 함께 산책 겸 지역의 평화를 지키며 사는, 존경받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경찰들이 자신에게 와줘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자 되었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뒤에서 뽈뽈 따라오고 있는 소환수에게 말했다.

         

       “백숙아. 준비되었느냐.”

         

       토옹.

         

       소환수는 노인의 말을 듣자 준비되었다는 듯 몸을 튕겼다.

       소환수는 젤리 같은 몸을 튕겨 탱탱볼처럼 튀어 올랐고, 말만 하면 당장 움직이겠다는 듯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워 보였다.

         

       “그려. 몸 키워서 저것 좀 잡아먹자꾸나.”

         

       노인은 ‘백숙’이라고 이름을 붙인 자신의 소환수에게 그렇게 말했다.

       가다가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 먹자는 듯한, 아주 일상적인 말투로 말이다.

         

       하지만 말투와는 달리 그 말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고.

         

       부르르르.

         

       그 흉흉한 말을 듣고 몸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소환수의 모습 역시 아주 흉흉하게 변해갔다.

         

       소환수의 몸이 부풀었다.

         

       사람 머리통 크기의 둥그런 젤리 같았던 슬라임은 안에 공기라도 불어 넣은 것처럼 미친 듯이 커지기 시작했다. 노인이 던져주는 환약(丸藥)을 양분으로 삼아 몸을 크게 불리고, 파란 보석 같았던 몸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부르르르.

         

       그렇게 슬라임은 몸을 부풀리고 또 부풀렸고….

       마침내 4층 건물을 훌쩍 뛰어넘는 크기가 되었다.

         

       토-옹.

         

       물론 크기만 부풀었을 뿐, 질량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 증거로 슬라임이 뛸 때마다 공기를 가득 채워 넣은 짐볼을 땅에 튕기는 듯한 소리가 났으며, 슬라임의 몸 역시 공기를 넣은 풍선이 허공에서 유영하다가 떨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으니까.

         

       하지만 몸이 커진 덕분에 그러한 모습마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토옹.

       토오옹-!

         

       슬라임은 공을 튀기는 소리를 내며 은수자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은수자는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놓았던 무기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스르릉.

         

       무기들이 땅에 끌리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었다.

         

       은수자는 입을 쩌억 벌리며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슬라임을 노려보았고, 이윽고 슬라임이 은수자를 덮치기 위해 허공에 높게 뛰어올랐을 때.

         

       캬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언월도를 들어 올려 슬라임을 후려쳤다.

         

       파—아아앙!

         

       그 힘이 얼마나 강했던 것일까.

         

       슬라임과 부딪친 언월도는 물풍선을 채찍으로 후려쳤을 때 나는 소리를 몇백 배 키운 듯한 거대한 소리를 내었다.

         

       콰아앙!

       파앙-!

         

       게다가 그 뒤를 이은 공격 역시 마찬가지.

       은수자의 여섯 개의 팔은 제각각 들고 있는 무기를 슬라임에게 꽂았다.

         

       이가 나간 검은 쇠몽둥이처럼 슬라임의 몸을 강하게 두들겼으며, 녹이 슨 도(刀)는 슬라임을 뭉개버리겠다는 듯 슬라임의 몸을 횡으로 후려쳤다. 게다가 통나무는 충격에 못 이겨 부러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강한 공격을 받았음에도 슬라임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몸이 갈라지지도 않았고, 몸이 부서지지도 않았고, 터지지도 않았다.

         

       원형 그대로 유지한 채.

         

       쿠우우웅-!

         

       그대로 은수자를 깔아뭉개 버렸다.

         

       풍선처럼 부푼 슬라임은 거대한 몸체 그대로 은수자를 짓눌버렸다.

       비록 무게가 대단하지는 않아 산산조각을 내는 것도 불가능했고, 몸 어딘가를 부러뜨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운동 에너지를 그대로 품은 슬라임의 몸통 박치기는 은수자의 균형을 흐트러트리기에 충분했다.

         

       은수자는 슬라임 때문에 잠시 휘청거렸고, 슬라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지, 백숙아, 잘한다!”

         

       슬라임은 소환사의 응원을 받으며 몸을 꿈틀거리며 은수자의 다리와 몸통을 자기 몸 안으로 삼켜버렸다. 그러자 은수자의 다리와 몸통 아랫부분이 늪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슬라임의 몸에 붙잡히게 되었다.

         

       캬아아아아!

         

       은수자는 슬라임의 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러진 통나무와 휘어진 검을 저 멀리 집어던지고 슬라임을 밀어내며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슬라임은 밀어내기 위해 뻗은 팔마저 집어삼키겠다는 듯 꿈틀대었다.

         

       캬아아아!

       

       자칫 잘못하면 팔까지 슬라임 안으로 빠져버릴 상황.

         

       은수자는 팔을 이용해 슬라임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에 바닥에 누운 채 하체를 움직여 슬라임을 패대기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콰앙!

       콰아앙!

         

       은수자는 자기 하체를 삼키고 있는 슬라임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높이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내려치기를 반복하여 슬라임에게 충격을 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슬라임은 그런 충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요지부동이었다.

         

       실제로 충격은 슬라임의 안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듯 표면에서만 출렁거릴 뿐이었다.

         

       도리어 슬라임은 그런 은수자의 발버둥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산성을 뿜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그러자 은수자의 몸이 녹기 시작했다.

       슬라임이 품고 있는 상상 이상의 산성 액체와 독성물질은, 한낱 나무가 감당하기에 너무 강했다.

         

       캬아아악!

         

       은수자는 당장 놓으라는 듯 발광하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슬라임이 자기 몸을 놓지 않자, 무언가를 들었다.

         

       부웅!

       부웅!

       부아아아앙!

         

       슬라임에게 아직 사용하지 않았던 무기.

         

       전기톱이었다.

         

       은수자는 굉음과 함께 작동하기 시작한 전기톱을 슬라임을 향해 내리찍었다.

         

       부앙!

       부아아아앙-!

         

       그리고 놀랍게도 전기톱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슬라임의 몸통에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액체가 사방에 튀겼고, 그 때문에 산성 체액이 퍼지면서 은수자에게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은수자는 그것조차 감내하겠다는 듯 맹렬하게 전기톱으로 슬라임을 베었다.

         

       캬아아악!

         

       어차피 산성에 녹는다고 하더라도 은수자의 본질은 나무.

       나무는 단단하고, 생명력이 강하고, 재생한다.

         

       하반신이 먹히기를 기다리느니 약간의 타격을 감수하고 죽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차피 저 거슬리는 것을 해치우고 난 다음에는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슬라임의 주인인 노인은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도 평온했다.

         

       은수자가 슬라임에게 대미지를 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저 정도는 별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허허허. 백날 해보거라, 어디 되나.”

         

       도리어 그는 은수자가 가엾다는 듯 바라보았다.

         

       부앙!

       부앙, 터억.

       터덕, 터덕.

       터엉!

         

       노인, 김영수는 소환수와 함께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정말 온갖 일을 다 말이다.

         

       그런 김영수가, 백숙이.

         

       고작 저런 전기톱 하나 감당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부르르.

         

       슬라임은 자기 몸에 대미지를 주는 전기톱을 너무나 손쉽게 무력화시켰다.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을 부식 독으로 변형하고, 점성이 가득하게 만들어서 전기톱을 고장 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접착력을 늘리고 경화시키기까지 하면서 전기톱을 그대로 삼켜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은수자는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캬아아아악!

         

       자신의 무기가 어이없게 빼앗겨 버린 까닭일까?

         

       은수자는 괴성을 지르며 슬라임을 때리기 시작했다.

         

       콰앙!

       파아아앙!

         

       나무로 만들어진 팔에서는 어마어마한 괴력이 나왔고, 그 때문에 충격파와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슬라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은수자의 공격을 맞아가며 몸을 천천히 삼켰다.

         

       하체를.

       상체를.

       팔을.

       그리고, 머리를.

         

       그렇게 은수자의 몸을 모조리 삼켜버린 슬라임은 독을 한껏 뿜어내어 은수자를 통째로 녹여버렸다.

         

       그리고 은수자가 완전히 녹아버렸을 때.

         

       부르르르.

         

       은수자의 몸에 있는 ‘안 좋은 것’을 한데 모은 뒤 점액과 섞어 뱉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앗, 오타 수정 안한 버전을 올리다니…
    즉시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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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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