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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5

       *** ***

         

       내가 받은 의뢰는 [옥가네 포목점 보호]였다.

         

       보수나 의뢰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사천낭인을 싫어할 상인들이 사천낭인을 어떻게 대할지가 궁금했다.

         

       “늦었어!”

         

       이 옥가포목상은 나도 익히 잘 아는 상점이었다. 단일 점포로는 이 사천성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크기를 자랑하는 곳이니까.

         

       점주로 보이는 중년인은 나를 보자마자 호통을 쳤다.

         

       “아이고, 아버지. 장사 시작 전에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런 점주의 아들로 보이는 이십대 청년이 나를 노려보는 점주를 뜯어말렸다.

         

       “장사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언제 어디서 잡놈들이 올지 모르는데 이제야 나타나!”

         

       날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며 트집을 잡는 점주를 보고 나니 이제야 사천성에 있는 실감이 들어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게 사천성의 매콤한 맛이지 암.

         

       “아버지! 낭인분일랑 제가 상대할 테니 어서 장사 준비나 서두르시지요!”

         

       “에엥…말세야 말세!”

         

       점주가 투덜거리며 사라지고 청년은 나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괜찮습니다.”

         

       사실 나는 한바탕 신경질을 부리고 사라진 점주보다 지금 나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는 청년이 더 불편했다.

         

       흑립을 쓰고 사천성 거리를 걸으면 다 들리게 욕을 하고 뒤통수가 따끔따끔할 정도로 시선이 날아와 박히는 것이 정상이니까.

         

       눈앞의 청년에게 넌 왜 사천성 토박이임이 분명한 놈이 사천낭인한테 공손하게 대하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말을 하는 사천낭인이 있으면 뭐 하는 놈인가 싶을 테니까.

         

       우선을 일을 하고 나중에 기회를 봐 에둘러 묻도록 하자.

         

       “제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점포와 점주님을 보호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내 말에 청년의 안색이 흐려졌다.

         

       “요새 백호파와 흑사파라는 사파 무리들이 저희 가게를 중심으로 세력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음.”

         

       “그들의 행패에서 가게를 보호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약 사항은 확인하셨겠지요?”

         

       “예, 확인했습니다.”

         

       방법이야 어찌 됐든 아무튼 피해만 없게 해 달라는 것일까. 보호 의뢰 치고는 꽤 합리적이군.

         

       “가급적이면 가게 앞에 서 주셨으면 합니다만, 부담스럽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요청 사항은 조금 의외였다. 사천낭인을 문지기처럼 세울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현재 사천성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사천낭인은 사람 내쫓는 토템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의뢰주 요청이니 따라야지.

         

       “그러지요.”

         

       청년의 안색이 확 밝아져서는 잘 부탁한다고 고개를 숙여왔다.

         

       아무튼 비무첩을 전달하러 갈 때 늘 만났던 문지기 흉내를 내면서 가게 앞에 섰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뭐 사천낭인 일 하면서 이 정도 시선이야 늘 받던 것.

         

       아무튼 옥가네 포목점은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고 손님들 역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기 면 포 3장만 끊어 주시게!”

         

       “은실 자수가 들어간 비단을 찾으러 왔네!”

         

       “이 옷은 얼마인가요?”

         

       내심 나 때문에 손님들이 다 발길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성황리에 장사를 하고 있는 포목점.

         

       내가 손님 쫓는 토템이 되진 않을까 싶었는데 그 반대였다.

         

       ‘사천낭인이 지키고 있으니 한번 들어가 볼까.’

         

       라는 느낌의 시선으로 나와 포목점을 번갈아 바라본 사람이 포목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혼란에 빠졌다.

         

       혹시 불명 어르신이 펼친 진법이 뭐가 잘못되서 다른 세계선의 무림으로 이동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혼란에 빠져 엄한 생각이나 하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겁에 질린 안색으로 걸음을 빨리 하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일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으하하하하!”

         

       “와하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사파놈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의 건들거리는 걸음거리가 딱 옥가네 포목점 앞에서 멈추었다. 아무래도 사천낭인이 옥가네 포목점 앞에서 버티고 서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나 역시 녀석들의 경지와 인원수를 확인했다.

         

       머릿수는 총 일곱이고 절정인 녀석이 둘, 나머지는 일류나 일류 이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손짓하자 두 녀석이 좌우로 흩어졌다. 움직임을 보아하니 매복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동지, 동지께서는 여긴 어쩐 볼일이신가?”

         

       “…동지?”

         

       “우린 정철의 유지를 이어받아 이 사천성의 법도를 바로 세우고자 이곳에 왔으니 사천낭인들과는 동지가 아니냐 이 말일세!”

         

       “흐음.”

         

       이 녀석들이 아주 신박한 개소리를 지껄이네. 일단 이 녀석들이 무슨 소리를 하나 들어나 볼까.

         

       내가 가만히 있자 열을 올리는 녀석. 포목점 뒤에 숨은 손님들, 그리고 우리들의 대립을 지켜보던 군중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저 뻔뻔한 자들을 보라고! 그저 낭인이라고 덮어 놓고 욕을 하고 침을 뱉던 자들이 아닌가! 그런 자들을 지켜줘야 할 의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녀석의 공개적인 비방에 좌중의 분위기가 험악해졌으나 욕설이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좌중의 분위기에 꽤나 놀랐다.

         

       성격이 불같고 사천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천의 주민들이 저런 이야기를 듣고는 침묵하다니?

         

       “이놈들! 이 망할 놈들!”

         

       “아버님!”

         

       아들의 만류를 뿌리친 점주가 뛰쳐나왔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느냐! 내 재산이 탐나서 찾아온 도적놈들이!”

         

       점주가 시뻘개진 얼굴로 사파 무리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두머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이놈! 딱 너 같은 자들 나잇대야말로 지금의 사천성을 만든 주역이 아니더냐! 낭인들이 사천성의 무인을 꺾었다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정철을 보호하던 사천낭인들을 멸시하던 세대 아니냐!”

         

       “이…! 이..!”

       

       점주는 나름대로 반박할 말이 있는 듯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연신 내 쪽을 바라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뭐, 저기 저 사파인들의 이야기는 사실이긴 하다. 그 당시 사천인들의 과도한 사천부심과 사천성 무인들의 불패를 바라는 마음이 정철과 현 사천낭인의 대우를 만들기는 했지.

         

       점주가 차마 말을 내뱉지는 못하자 우두머리는 더욱더 기세를 올리며 외쳤다.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도 잘 먹고 잘 살수 있을 줄 알았느냐! 아직도 그 죄질을 뉘우치지 못하고 영웅호걸들을 향해 함부로 언성을 높이고 도적이라는 누명을 씌우다니!”

         

       “네놈들이 하는 행동이 도적놈이 아니면 뭐냐!”

         

       “우리들은 땅에 떨어진 사천성의 법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활동을 하는 영웅호걸들이다! 천하의 법도를 어그러뜨렸느니 벌금으로 사죄해야 하거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쯧쯧.”

         

       “저, 저…!”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상점 주인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돈이나 뜯어먹으려고 찾아온 사파놈들이 지들이 영웅입네, 천벌입네 입을 놀리는 꼴을 보니 제 3자인 나도 기가 막힌데 본인은 오죽할까.

         

       그때 양쪽으로 흩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복귀해 우두머리의 귀에 뭐라 속삭였다.

         

       매복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녀석이 나를 향해 꺼드럭대며 입을 열었다.

         

       “어떤가? 사천낭인? 지금이라도 물러선다면 순순히 보내 주겠다.”

         

       “미안하지만 이쪽도 일이라서 그럴 수는 없겠는데?”

         

       “허어, 돈에 눈이 멀어 진정한 사천낭인의 정신마저 잊어버린 녀석인 모양이군!”

         

       지가 뭐라고 사천낭인의 정신을 운운하던 우두머리는 도를 뽑아들며 외쳤다.

         

       “당장 물럿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 역시 쓴맛을 보여 주는 수밖에.”

         

       나는 기세등등한 녀석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라.”

         

       “형님, 저 녀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인데요?”

         

       녀석들이 날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뭐…저 녀석들의 자신감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사천낭인 중 초절정 고수가 없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매복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 절정 고수 둘로 이루어진 무리에 머릿수도 많으니 무조건 나를 압도할 수 있다고 여기고 저러는 것이다.

         

       “쓴맛을 봐야…”

         

       쩌억!

         

       기수식을 잡으며 말을 이어나가려던 우두머리의 뺨에 싸대기가 작렬했다. 일문직뢰보와 쾌의 묘리가 가미된 손바닥이었으니 녀석의 입장에서는 뭔가 번쩍 하더니 의식이 뚝 끊겼겠지.

         

       털썩!

         

       공중 3회전을 달성한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너…!”

         

       또 뭐라고 하려는 다른 절정고수의 뺨따구도 후려쳤다.

         

       쫘악!

         

       녀석 역시 허공중에 이빨들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털썩!

         

       포목점 앞이 조용해졌다. 순식간에 절정 고수 두명이 제압 당하는 바람에 무기를 든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나머지 사파 무리와 ‘내가 뭘 본 거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군중들까지.

         

       “가라.”

         

       “예!”

         

       나머지 잡배들은 널브러진 두 사람을 챙겨 돌아갔고 나는 그 녀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점주와 한번 시선이 마주쳤지만 점주는 흠칫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다시 문지기 상태로 돌아가자 이런 저런 말을 속닥이던 주변 구경꾼들도 자연스럽게 흩어지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뜨거웠다. 너무 압도적으로 사파 떨거지들을 물리쳤나? 확실히 이 사천성에서 보기 힘든 독보적인 무위를 보여줘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멀찌기서 날 둘러싸고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귀옛말을 주고 받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귀에 기를 집중시켰다.

         

       [혹시 저 낭인이 그 낭인인가?]

         

       [그 소문의?]

         

       [확실히 무위가 범상치 않긴 했는데…]

         

       언제부터 사천에 ‘그 화법’이 유행이었지?

         

       멀찌감치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대화를 잡아챘지만 그 낭인이니 그 소문이니 하는 소리들만 해대지 뭐 하나 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한 놈만 걸려라!

         

       날 둘러싸고 수군거리는 이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서 청각에 집중하고 있자니 점주를 말리던 청년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식사를 대접할까 하는데 혹여 괜찮으시다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 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지?

         

       방앗간 장씨의 집에 드나들었다는 과부 이씨의 소문에 대한 진상포착에 집중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음, 고맙소.”

         

       청년은 나를 방 한켠으로 안내했다. 평범한 점심식사보다는 조금 신경을 쓴 듯한 상에 청년과 함께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낭인 분.”

         

       “그저 일을 했을 뿐이니 신경쓰지 마시게나. 그…”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옥경상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그래. 아까와 같은 놈들이 많이 몰려오는 편이오?”

         

       그 말에 옥경상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저희 아버지께서는 성주상인연합회 간부시거든요.”

         

       “음. 그렇소?”

         

       잘은 모르겠지만 이 일대에서 방귀깨나 뀌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이 인근을 노리는 사파들의 표적이 되는 모양.

         

       나는 옥경상을 상대로 가벼운 대화를 이어나가며 생각했다.

         

       아까부터 나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준 옥경상이라면 소문에 대해서 물어도 괜찮지 않을까.

         

       청력을 강화해 젊은 과부가 다른 남자를 몰래 만나는 이야기나 듣고 있었던 것은 그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고 자극적이기도 했지만 날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무슨 금기라도 입에 올리는 양 그 화법을 통해 결정적인 대사를 입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소문을 물어 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좀 소문에 어두운 사천낭인도 있을 수도 있지 뭘.

         

       “흠. 사람들이 그 낭인이니 그 소문이니 떠들던데 혹시 아는 바가 있소?”

         

       그 말에 옥경상의 젓가락질이 멈추었다. 마치 흑립 속을 들여다보려는 듯이 빤히 나를 바라보던 옥경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낭인들도 아시다시피 정철이라는 자의 선언이 이어지고 이 사천성에서는 사파 잡배들이 들끓게 되었습니다.”

         

       “음.”

         

       “그 뒤로 저희 상인들은 물론이고 사천성의 주민들은 그들로 인해 홍역을 앓게 되었지요. 오늘 아침에 들으셨다시피…징벌이니 뭐니 하며 날뛰기 시작했지요.”

         

       옥경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천인들은 그제야 수십 년 전에 있었던 낭인들과 사천성 정파들의 비무 뒤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사천인들이 사천낭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도 이제야 알게 되었지요. 그저 안하무인 격으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여겼던 사천낭인들에게 그런 사연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저는 이중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파들의 행패는 사천낭인이 부리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요. 그들은 정말로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자들이었고 진심으로 남의 것을 모두 빼앗으려 하는 자들이었으니까요. 사파의 행패를 온 몸으로 받으며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들이 사파라면, 지금까지 무도하다 매도해왔던 사천낭인들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 뒤로는 예상했던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느긋하게 진실을 파헤칠 여유는 없었습니다. 포목점을 노리는 사파들의 수작은 악랄했고 당해 본 적이 없는 수작에 대처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시일이 지났습니다.”

         

       옥경상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 뒤로 또 정철이라는 자의 격문이 세상을 뒤덮더군요. 그 격문 때문에 더 많은 사파가 사천성에 처들어 올 것이라는 걱정도 잠시. 진정 사천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격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나는 말없이 옥경상의 말을 경청했다.

         

       “당가에서 발표한 암살 의혹에 대한 반박 성명이었습니다. 그 격문 중에서는 정철이라는 자에게 공격당하던 당시의 상황이 적혀 있기도 했지요.”

         

       ….설마.

         

       “그리고 그 격문 속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지요.”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쓸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다스렸다.

         

       “정철이 내건 명분과 기치를 부정하며 사천의 땅 한조각 얻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 선언한 낭인의 이야기 말입니다.”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추모루 이 새끼 넌 다시 만나면 뒤졌다.

         

       …강추모루가 당가가 발표한 격문 내용을 접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 녀석은 그 격문을 보고 그 안에 있는 ‘사천낭인’이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사도련을 신나게 조지고 있었으니 깨닫지 못하는 편이 이상한 일이지.

         

       그 자식은 내가 사천으로 돌아간다니까 입을 다문 것이다.

         

       지금처럼 민망한 상황에 처해 보라면서 말이다!

         

       “비록 낭인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올바른 길을 걸으며 무공을 갈고 닦고 싶었기에 흑립을 썼노라 외쳤던 낭인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지요.”

         

       오래간만에 돌아온 나는 낭인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색을 역력하게 드러냈다.

         

       그때 낭인놈들과 유사연도 내가 내 소문을 못 들어봤다는 것을 짐작했겠지.

         

       그러니까 입 꾹 닫고 한통속이 되어서 놀리다가 이렇게 의뢰까지 내보낸 것이다.

         

       “그 격문을 보고 개인비무대회가 열린 이후 조용해진 사천낭인들의 행실이 떠올랐습니다. 정말로 그들은 낭인으로서 정도를 추구했는가. 지금처럼 사천성에서 사파들이 날뛰는 상황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격문에서 일갈하던 한 사천낭인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을 테지요.”

         

       “허나 지금은 압니다. 사파란 이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그리고 그런 사파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인도(人道)를 저버려야 하는 일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라면…사천낭인이라는 자들은 정말로 정도를 추구하는 자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이 자식들아!

         

       지들끼리 힘을 모아서 문제를 해결한 척 하더니 결국 다 내 덕이었잖아!

         

       “사람들은 그 격문을 보고 이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리고…유일하게 사천낭인 중, 사천낭인 이십팔호라는 사천낭인만이 개인비무전에 나타나지 않고 있음이 밝혀졌지요.”

         

       옥경상은 이미 내가 28호이자 정철과 대립각을 세웠던 사천낭인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 나 빼고 다 이 사천성에 처박혀 있었을 테니 내 소문 모르는 사천낭인이 나 말고 있을 수가 있겠냐고.

         

       “혹여나 그 28호 사천낭인이라는 분을 만나게 되면 이 말을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욕을 먹고 그렇게 멸시당했음에도 증오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천인을 미워하지 않고, 사천의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어서 감사하다고요.”

         

       나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옥경상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밥을 먹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몰카!

    세간의 소문에 어두우면 바로 몰카를 당하는 무시무시한 사천낭인의 세계!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군요.

    골-든 정답. 사실 너무 빨리 눈치채셔서 흠칫하고 있었습니다. 깔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파페포포]님께서 [2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와! 300화 축화!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늘 재미있는 소설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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