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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5

       으음. 저 문어를 상대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껏해봐야 조금 크기가 클 뿐인 녀석을 상대하는 데 무어 어려움이 있을까.

       

       허나 이대로 배 위에 계속 머무르면 본인이야 멀쩡하겠지만 엔리나 피피는 물고기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될 터.

       

       나름대로 즐거운 경험이겠지만 저들은 아가미로 호흡하는 게 불가능하니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

       

       그러니 저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문어의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릴 필요가 있다.

       

       판단을 내린 나는 배 위에 침낭을 아무렇게나 내던진 후 혈도를 눌렀다.

       

       그러자 텅 비어 있던 본인의 단전에서 미친 듯 내기가 솟아오르며 혈도를 찢어버릴 것처럼 맹렬히 활동을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내기에 집어삼켜진 채 죽음을 맞이하리라.

       

       운이 좋아도 폐인이 되어 걷지 못하는 꼴이 되겠지.

       

       허나 본인에게만큼은 모든 것이 예외였다. 너무도 간단하게 내기를 다스린 본인은 배에서 훌쩍 뛰어내려 물 위에 발을 디뎠다.

       

       내가 자신의 전장으로 들어왔다 생각한 것일까?

       

       처음 촉수를 베이고 나서부터 눈치를 보던 녀석이 바다 아래에서 촉수 여럿을 꺼내어 나를 집어 삼키려 들었다.

       

       채찍마냥 움직이는 거대한 촉수들은 분명 위협적이었다. 거대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위력을 보장하니까.

       

       허나 그 채찍을 움직이는 것이 지성이 없는 짐승이라며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

       

       멍청하고 겁 많은 문어야. 기억하거라. 올곧다는 것이 언제나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른 쪽으로 두 걸음을 내딛자 내가 있던 자리를 촉수가 내리친다.

       

       파앙! 하는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물방울들이 내 머리칼을 스치고서 지나간다.

       

       그러고 뒤로 훌쩍 뛰어 오르자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서 다른 촉수가 치솟아 올랐다.

       

       내 몸을 붙잡으려던 녀석이 거머쥔 것은 바닷물뿐이었으니.

       

       위로 곧게 뻗어진 녀석은 참으로 베기 좋은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검이 휘둘러지고 물 위로 드러난 촉수가 두동강나서는 바다 위로 떨어진다.

       

       또 다시 물방울이 주변으로 튐과 동시에 바다 아래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문어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그는 녀석이 위로 상승함에 따라 일어난 현상에 불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의 한 가운데가 걷히더니 이 바다의 지배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생물이라 부르기보단 하나의 섬이라 불러 마땅했다.

       

       허. 더럽게 크군. 저 정도면 문어의 머리 위에서 우리 늑늑이가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겠구나.

       

       먹을 곳이 많은 것은 마음에 든다마는 저것을 어찌 들고 가야 하지?

       

       저걸 운반하는 것이 가능한가?

       

       저 정도면 배 여럿을 끌고 와서 하나당 다리 하나씩을 끌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문어의 주변에서 여러 개의 마법진이 새겨졌다.

       

       “무어냐. 저것은 마법도 사용하는 것이냐?”

       

       지성이 없는 짐승놈이라 생각했다만 신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구나.

       

       – 마법허접화령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저 문어가 화령보다 똑똑한 거야?]

       

       – ㅋㅋㅋㅋ

       – 맞네. 화령 마법 쓰는 거 어려워서 때려쳤잖아.

       – 문어한테 지는 인간이라니.

       

       “내 누누이 이야기했을 터인데? 본인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 도주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본인에게 더 잘 맞는 것을 찾았을 뿐.”

       

       보아라. 그 대신에 도술을 익혀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가.

       

       내 시청자들에게 그리 이야기를 하며 문어가 사용하는 마법을 피해냈다.

       

       녀석이 사용하는 것은 주로 물을 사용한 것들이었다.

       

       수류를 이용해 중심을 무너트리려 하거나. 본인의 발목을 붙잡으려 하거나. 파도를 일으켜 본인을 집어 삼키려 하거나.

       

       아마 마법으로 본인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직접적인 공격은 촉수가 할 생각이었겠지.

       

       허나 어느 쪽이건 간에 내게는 뻔할 뿐이었으니.

       

       마법이고 문어의 공격이고 간에 본인에게 무용할 따름이었다.

       

       “보라. 저 녀석이 쓰는 마법을. 아무 쓰잘데기가 없지 아니한가.”

       

       본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있었거늘 눈치 없는 문어 녀석이 그를 방해했다.

       

       녀석이 입에서 먹물을 뿜어낸 것이다.

       

       보통이라면 저는 피하기만 하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만 거대 문어가 내뿜은 것은 달랐다.

       

       그것은 안개마냥 주변으로 퍼져 일대를 검게 물들이고 말았다.

       

       시야를 뺏어 공격을 피하기 어렵게 하려는 수작이겠지.

       

       물론 이는 본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감각 중에 하나가 사라진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나 그는 어디까지나 본인에 한해서다.

       

       본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검은 것에 물들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 아 문어 뭐하냐고!

       – 암것도 안 보여.

       – 마법 개 쩌는데?

       – 저게 마법이야?

       – 엔리 방송으로 봐야 하나.

       – 그래도 똑같을 걸.

       

       이래서야 곤란하다.

       

       내 마법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저에 비하여 본인이 익힌 도술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짓거리더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장점이라고는 맛있는 것밖에 없는 문어 주제에 감히!

       

       어찌 되었든 간에 이 검은 안개는 결국 먹물이지 않은가.

       

       그렇다는 것은 흩어버리면 그만.

       

       세상의 위에다 그림을 그린다.

       

       자아. 우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도화지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터.

       

       먼저 세상을 백지로 만들고 시작해야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운을 지워버림에 따라 이 인근에 존재하던 모든 마법도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먹물로 이루어진 안개 또한 그러했다.

       

       허공을 가리던 녀석들이 위에서 아래로 가라앉으려 한다.

       

       저를 가만 내버려 두면 본인은 꼼짝없이 검은색으로 칠을 하게 되겠지.

       

       그는 본인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으니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이번에 그린 것은 바람이었다.

       

       나를 중심으로 하여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세찬 바람.

       

       중력을 따라 힘없이 떨어지던 먹물들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의 힘을 견디지 못했고. 자연스레 바람에 올라타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물 바깥으로 새나온 문어의 눈과 본인의 눈이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자아. 그대의 마법을 본인의 도술로 무력화했으니.

       

       이번에는 본인의 도술이 공격을 할 차례겠구나.

       

       그림을 그리겠다.

       

       본인이 그린 것은 수구다.

       

       나의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자그마한 수구.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도 않다.

       

       이는 그저 물이 뭉친 공일뿐이지.

       

       본인은 그를 손 안에 쥐고 문어의 머리를 향해 내던졌다.

       

       수구는 소리를 넘어 충격파를 내며 쏘아진 끝에 문어의 머리에 착탄했다.

       

       문어의 머리가 오목하게 들어가는 것이 보인 다음 소리가 따라 붙었다.

       

       콰아앙!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울리고 휘청거리던 문어가 바닷 속으로 스멀스멀 가라앉는다.

       

       “보아라. 도술이 더 유용하지 않으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게 도술인가요?]

       

       “물론이지. 본인의 수구가 이루어낸 결과이지 않은가.”

       

       – 수구가 이루어낸 결과?

       – 도술(물리)

       – 아무리 봐도 도술이 대단한 게 아니라 화령이 대단한 게.

       – 어허. 화령님이 도술이라잖아.

       – 도술 대단해!

       – 와! 도술! 바다를 뒤집어 놨다!

       

       흐음. 이제야 이야기가 통하는 군.

       

       역시 백 번 말을 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낫다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문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만 녀석은 바다 아래에 숨어 있을 뿐 위로 향하지 않았다.

       

       무어냐. 죽은 체를 하는 것이냐?

       

       본인이 그대가 죽지 않았음을 모르리라 생각하는가?

       

       실망스럽다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수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쏘아 졌다.

       

       검을 휘둘러 그를 벤 후에 그것이 물로 이루어진 화살이었음을 깨달았다.

       

       하. 도망친 줄 알았더니 공격의 수단을 바꾼 것이었더냐?

       

       그리고 그 바꾼 수단이 치졸함이고?

       

       어이가 없군.

       

       겨우 한 번 맞았을 뿐인데 겁에 질려서 상대가 공격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해 자잘한 것이나 쏘아 내다니.

       

       그를 나쁘다고 하진 않겠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는 게 옳으니까.

       

       허나 그를 보고서 짜증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어차피 내가 잘라 놓은 저 문어의 다리만 있어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니 저 문어의 형체를 남길 이유는 없겠지.

       

       검을 가방에 거두어들인 후 진기를 터트렸다.

       

       바닥이 불안정하기는 하나 문제는 없다.

       

       어차피 본인의 발판은 본인의 내기로 만들면 되니까.

       

       기운을 한 데로 끌어 모은 후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자아. 문어야. 바다 속에 숨으면 안전하리라 생각했느냐?

       

       넓고도 깊은 그 안에 머무르면 자신을 죽이지 못하리라 여겼느냐?

       

       그것은 그대의 착각이다.

       

       바다의 물이 아무리 두텁다 하여도 저 드높은 하늘보다 높지는 못할 터이니.

       

       본인의 권 아래에서는 그 어떤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

       

       모든 것을 담아 내지른 일권이 바다의 한 가운데를 가르고 결코 드러날 일이 없었을 대지가 모습을 드러내니.

       

       그 속에 머무르고 있던 문어가 권의 위력을 견디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형체도 없이 사라진 문어가 있던 자리에 가방이 하나 생겨났다.

       

       저기에 마력석이 들어있는가.

       

       저를 회수하여 엔리와 피피에게 가져다 주며는.

       

       “꺄아아아아악! 살려주어어어어어!”

       “정말 스펙타클하네요오오오!”

       

       중력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엔리와 피피가 타고 있던 배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아차.”

       

       실수했군.

       

       당연한 일이었다. 바다를 반으로 갈라버리면 있을 곳을 잃어버린 저 배도 같이 낙하하게 되겠지.

       

       저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다만 오랜만에 힘을 제어하지 않고 주먹을 내지른 탓에 몸이 너덜너덜해서 말이다. 그럴 힘이 남아 있지 않구나.

       

       이야. 곤란하게 되었어.

       

       저대로 내버려 둔다면 낙하하는 배 위로 갈라졌던 바닷물이 쏟아지며 모두가 사이좋게 익사하게 될 터.

       

       당연히 배도 멀쩡할 수 없지. 본인이 배 위에 올려놓았던 침낭도 그러할 터이고.

       

       죽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 문어가 남긴 가방이 남아 있으려나?

       

       만일 저것이 사라진다면 그냥 문어 한 마리를 더 잡는 수밖에 없겠구나.

       

       …한 마리가 더 나오기는 하겠지?

       

       본인의 실수로 유일한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라면 실로 뼈아플 듯 하다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저 위에서 바닷물이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뭐어. 지금 고민한다해서 의미는 없을 터. 일단은 죽었다 살아난 후에 생각을 하자꾸나.

       

       “화령 미우어어어어어어어!”

       

       거 미안하게 되었다. 엔리.

       

       좋은 경험 했다 생각 하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갈라진 바다 사이로 떨어지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엔리의 무용담이 강제로 하나 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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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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