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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5

    <305 – 진정한 적>

     

    안라게의 사도.

    크루즈선을 지키기 위해 이사장이 심어둔 파수꾼이자 한때 신의 성물을 찾고자 배에 초대받았던 20인의 강자들.

    그들 중 가장 위험한 존재였던 마족계약자 로우가 깨어났음을 조나는 배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암흑상인 지젤이 지녔던 <시야인형>에는 반대로 소유주인 지젤의 시야를 인형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양방향 시야공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파각!

     

    그렇기에 로우의 마나장벽이 승선하려는 자신을 배에서 밀쳐내려는 시도를 배에 존재하는 금속을 일으켜 세워서 저지해낼 수 있었다.

     

    “환영인사가 거칠군요. 아가씨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 질 작정입니까.”

    “엄살도 심하긴. 당신이 지키는데 다칠 리가 없잔아? 게다가… 그 아가씨의 몸에 관심이 많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이고.”

     

    옆에서 듣는 리프와 에이프릴의 귀에는 변태의 치근덕거림처럼 들릴 수 있는 소리였지만 도저히 상대를 향한 적의를 드러낼 자신이 없었다.

     

    ‘급이 달라.’

     

    리프는 실감했다.

    재단 내에서 상당한 실력자에 속하는 자신도 이 두 사람에게 견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곁눈질로 살펴본 에이프릴은 서있는 것도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빠듯할 지경이다.

     

    “에엣~ 아저씨 변태야?”

    “물러나계십시오, 아가씨. 가까이 해서 좋을 것 하나 없는 변태입니다.”

    “순순히 날 보내줄 생각은 없는가. 그럼… 역시 이 방법을 저질러야겠어.”

     

    로우가 손을 튕기자 그의 발치에 새겨진 마법진이 빛을 뿜으며 우리에 갇힌 수백 명의 승무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체내마나와 생명력을 잃고 <마나연료>가 되어 노화를 일으키는 승무원들의 비명은 로우에게 만연한 웃음만을 안겨주었다.

     

    “자, 이걸로 시작이다. 이 배에서 벗어날 승자가 누가 될지 가려보자.”

     

    조나 와이히엠하이는 강하다.

    아카데미 교수 레이브를 무찌를 정도의 강자다.

    심지어 재단 최초로 대리인의 자격으로 아카데미에 출석한 전적조차도 있다.

    재단의 얼굴마담.

    세상만민에게 원망과 증오를 받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을 대표할 실력과 자격이 있다.

    적어도 이사장은 그렇게 생각했기에 조나를 지금껏 긴히 사용해왔을 터.

    그렇기에 조나를 격파하고 오크노디의 몸을 빼앗는 것은 로우에게 있어서 최고의 복수였다.

     

    ‘재단의 대리인. 그리고 재단의 수석장학생. 재단의 현재와 미래를 이 마족계약자 로우가 죽이고 자신의 새로운 그릇으로 삼는다. 나아가 자랑의 크루즈선까지 탈취한다면 이사장은 엄청난 손실을 보지.’

     

    한 순간에 이사장이 투자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정도 복수라면 십년이 넘도록 크루즈선에 얽매인 대가는 충분히 갚았다고 할 수 있다.

     

    “자, 연료들이여. 내게 마나를 바치십시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조나 와이히엠하이가 쓰러지기만을 기도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제 싸움의 연료로서 당신들 모두가 쥐어짜내어져 죽을 테니까!”

     

    배 전체를 인질로 한 잔혹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 *

     

     

    이천에 달하는 승무원들을 인질로 삼아 힘을 쥐어짜내는 로우는 과연 강력했다.

    적은 마나로도 용사를 포함한 1학년 상급반을 가지고 놀다시피 쓸어버린 실력자가 막대한 마나를 얻으니, 조나의 금속조종도 그를 압도하지 못했다.

     

    콰지직!

     

    힘을 쓰는 매 순간, 조나는 낭패를 느꼈다.

    크루즈선의 내부부속품에서 빌려오는 금속이 실시간으로 로우의 진동파에 갈가리 찢겨졌다.

    수복을 위해 힘을 쓸 때마다 배에 남은 금속설비와 부속품들의 잔량은 줄어드니.

     

    ‘전부 사용한다면 다음은 선체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게 된다.

    배를 움직일 수 없다.

    이는 아가씨가 이사장의 저택에 향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에.

    장차 아가씨의 여분의 목숨이 될 수도 있을 면죄부.

    그 귀중한 것이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허비당하고 만다.

    그런 짓을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단기결전으로 끝낸다!’

     

    로우는 그런 조나의 조급함을 꿰뚫어보았다.

    시종일관 여유롭게 힘의 대부분을 <방어>로 돌리며 접근하는 금속을 찢어 부수기만 반복했다.

    연료를 모두 쥐어짜내어 힘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크루즈선이 제 기능을 상실한다면 오크노디가 이사장의 지령을 완수하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정보란 아군만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인 로우 또한 승무원들을 통해 크루즈선 내에서의 모든 정보를 취득했다.

    그중에는 오크노디가 파파의 부탁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저택으로 놀러오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사실도 마땅히 포함되어 있었다.

     

    ‘네가 아무리 끝내기를 바라더라도 단기결전만큼은 허용하지 않으마.’

     

    힘과 힘이 충돌하며 <영역>이 전개되고 마력광이 빗발치며 공간에 파열음을 유발한다.

    교전이 길어질수록 로우의 잔혹한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시간은 그의 편.

    조급함은 조나의 몫.

    급해질수록 조나가 감수해야 할 부담과 위험은 더욱 커진다.

    승기는 착실하게 로우에게 기울고 있었다.

    유일한 변수는 하나.

     

    “오크노디.”

    “즈앙! 어디 숨어있었어?”

    “천장의 샹들리에. 아카데미에서도 같이 숨은 적 있었잖아?”

    “아항! 그때 재밌었지~”

    “그보다 어떻게 할래? 저 남자, 말도 안 되게 강해. 용사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았어. 이대로면 네 집사도 당해버릴거야.”

    “어떻게도 하지 않아!”

    “…진심이야? 집사가 쓰러지고 모두가 당할 거야. 지금이라도 구명보트를 풀어서 달아나는 게 낫지 않겠어? 가능하다면 티토소가도 구하고.”

     

    물론 구명보트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탑승할 수 없다. 대부분은 버리고 알아서 살아남게 두어야 한다.

    그런 비정한 사실까지는 입에 담지 못하고 망설이는 즈앙.

    그런데도 오크노디는 마냥 웃을 따름이었다.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야!”

     

    이겼다.

    유일한 변수의 안일한 태도에 즈앙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반면, 로우의 표정은 가볍게 펴졌다.

    집사를 향한 맹신인가.

    스스로를 향한 과신인가.

    믿음이란 언제나 가질 자격이 부족한 자에게 막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한때 이 배에 올랐던 안라게의 신자들이었던 자신들이 그러했듯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하나.

    강자가 재단이 아닌 자신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이번에는 재단의 모두에게 믿음의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주겠다.

    그리고 저 여리고 당찬 아이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취해주겠다.

    그리고 재단의 추적과 위협으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인 기프트 아카데미로 달아나는 거다.

    용사후보생 케이나 다른 녀석들도 아카데미 학생의 몸에 깃든다면 모두 뜻을 함께 하겠지.

    다 함께 고학년이 되어 충분한 실력과 인맥을 기르고 난 뒤에 아카데미를 졸업한다면 그때는 재단이 우리들을 피해 달아나야만 하리라.

     

    ‘머지않았다. 그 모든 미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 조나 와이히엠하이, 이 단 한 명의 장벽만 넘어서면 우리의 신앙이 비로소 승리한다!’

     

    안라게Anlage란 타락의 신.

    사람이 타고난 소질素質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자.

    그가 자신에게 일러준 최고의 적성.

    마족계약자의 소질은 막대한 힘을 허락했다.

    그런 안라게의 신이 일컬었다.

    자신의 성물을 되찾으라고.

    그리하면 그 소질은 더욱 커지리라고.

    성물을 얻었지만 다른 자아들과 한 몸에 가두어졌던 그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자유롭게 힘을 행사하는 지금, 조나는 분명하게 수세에 몰렸다.

    배의 중앙에 솟구친 거대한 선실들도 한층 또 한층 점점 높이가 줄어든다.

    무기고의 포탄도, 창고의 적재화물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10%.

    배에 데미지를 주지 않고 조나 와이히엠하이가 기용 가능한 자원의 총량이다.

    그에 반해 자신의 연료는 아직 세 덩어리나 남았다.

     

    [흡정의 마법진]

     

    두 번째 우리에 갇힌 500명의 승무원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러고도 남은 인원은 아직 1000명.

    덤으로 제물용으로 남겨둔 특별한 학생들도 있다.

    이겼다.

    승리는 이미 확실하다.

    남은 10%에 배의 기능상실을 각오하고 힘을 쥐어짜내더라도 다음 500명, 그 다음 500명치의 마나까지는 감히 감당할 수 없다.

    조나가 이기려면 정직하게 단기결전으로 자신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승무원을 모조리 죽였어야 했다.

    빼앗을 마나가 없다면 단기간에 아무리 많은 마나를 축출하려 든다고 한들, 증발하는 힘을 다 다루지 못하고 로우 본인이 다룰 수 있는 한도 이상의 마나는 모조리 대기 중으로 증발했을 테니까.

     

    “재단의 집사. 철혈의 금속술사. 이명이 울 정도로 물러터진 네 전투방식이 자처한 패배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 조나 와이히엠하이가 아가씨의 안위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너와 겨루었다고 믿었는가?”

     

    굴욕에 물든 얼굴이 보고 싶어 내던진 도발에 얼토당토않게도 조나는 기세등등하게 대꾸했다.

    그 자신감이 거슬렸다.

    오만이나 객기 따위가 아닌 진심으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음이 감정으로 느껴졌다.

    무언가가 있다.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무언가가.

     

    “우리 아가씨는 장래의 가능성이 뛰어나다.”

    “…?”

    “그렇기에 아가씨를 보는 모두가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말지. 장래에는 대단하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그 가능성이 금패급 이상의 강자에게까지 닿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렇지 않았다.

    조나는 한때 아가씨에게 압수당했던 살인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

     

    “이것은 아가씨가 바랐던 지연전이다.”

    “지연전? 이 나를 상대로 망망대해에서, 배를 잃을 것까지 각오하면서? 대체 뭘 위해서?”

    “아가씨는 혈마법에도 조예가 있으시지. 배에는 이미 모기들이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빨았다. 그리고 특별한 분비액을 주입하기도 했지.”

     

    단기결전은 눈속임.

    그가 서두를수록 로우 또한 조나의 진심을 느끼기에 지연전으로 회피하려 든다.

    노림수는 이미 완벽하게 통했다.

     

    두근.

     

    오크노디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로우는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된 것을 느꼈다.

    방금 승무원들의 생명을 쥐어짜내다시피 탈취하였던 마나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피에 깃든 ‘불순물’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며 그의 지시를 거부한 탓이었다.

     

    “서프라이즈!”

    “네놈들…! 승무원들의 피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별거 안했어요. 조금 장난을 쳤을 뿐인데!”

     

    줄곧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지키던 오크노디가 로우의 노호성에 친절히 대답했다.

     

    “모기가 피를 빨 때에는 먹잇감에게 자신이 피를 빠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마비독을 주입한다는 사실 아세요? 저는 그 기능을 조금 강화했을 뿐이에요.”

     

    신체를 마비시키는 것을 넘어서 또 한 가지 특별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제 암흑마나가 신호를 받는 순간, 체내의 모든 마나를 강제로 마비시키는 잠복형 마나마비독을 침투시켰을 뿐인걸요!”

     

    왜 그딴 짓을? 대체 뭘 위해서?

    이해할 수 없어.

    그런 짓을 해서 무슨 득이 있다고!

    충격도 잠시.

    무서운 진실이 로우의 뇌리를 강타했다.

    이득이라면 이미 있지 않은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너는… 배에 올라타기 전부터 이 순간이 찾아올 것을 알고 설계했단 말인가!?”

     

    로우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 그가 싸우는 상대는 조나 와이히엠하이가 아니었다.

    그를 표면상에 내세우며 착실하게 수싸움을 벌인 진정한 상대.

    재단의 수석장학생이자 그 이사장이 특별취급 할 정도로 대단한 존재.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야말로 그가 반드시 쓰러뜨려야 했었던 진정한 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세먼지에서 해방된 테디베어는 하루에 두 편을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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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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