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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6

    “어서오거라, 여기가 바로 내가 새로 이사한 집이란다.”

     

    루크는 아이들에게 새로 이사한 자신의 집을 소개하며 웃었다.

     

    하지만 헬레나는 루크의 집을 바라보며 당혹감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루크의 집은 헬레나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왜, 왜 이렇게 작아?’

     

    헬레나의 상상과는 달리 루크의 집은 단지 작을 뿐만이 아니라, 상당히 낡아 보이는데다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었다.

    마치 버려진 폐가를 적당히 리모델링 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헬레나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그저 부유층 그 아래의 생활을 전혀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헬레나가 그동안 바라본 루크는 언제나 행동하나하나가 고풍스럽고 우아하며, 품위가 넘치는 아이였기에, 절대로 일반적인 소득수준을 지녔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루크의 집 역시 분명 자신과 비슷한 으리으리한 집일 것이라고 지레 생각하고 있었던 헬레나는 루크의 상대적으로 초라한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 여기가 정말 루크네 집이야?”

    “그렇다만?”

     

    하지만 루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별장 같은 게 아니고? 아니면 두번째 집이라던가…….”

    “하하, 우리 가족에게는 별장 같은 건 없다. 두번째 집은 더더욱 없지. 듣기로는 이것조차 구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고 하니까.”

    “…….”

     

    루크의 대답에 헬레나는 말을 잊었다.

    설마, 정말 루크가…….

     

    ‘유력 가문의 영애가 아니었다니!’

    반면, 시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과연, 여기는 루크네 집이 맞구나.”

     

    마법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루크의 집은, 절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초라한 저택이 아니었다.

    수십, 어쩌면 수백개의 인챈트가 중첩되어 가히 예술품의 경지에 다다른 상태라는 것을, 갓 마법사의 형태를 띄기 시작한 시루드에게는 어렴풋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루드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루크가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너, 대체 집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역시 눈치챈 게냐.”

     

    루크는 시루드가 눈치챈 듯 보이자 씨익 웃었다.

    흐뭇한 미소였다.

     

    ‘역시 나의 제자라고 해야 하나.’

     

    과연 시루드는 마법사로서의 자질이 굉장히 뛰어난 아이였다.

    단번에 자신이 이 저택에 숨겨둔 마법들을 편린이라도 알아차릴 수 있다니!

    웬만한 마법사들도 이 저택에 걸린 인챈트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텐데 말이다.

     

    “……? 둘이 지금 무슨 얘기하는 중이야?”

     

    하지만 헬레나는 마법사가 아니었기에, 둘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저런 이상한 저택을 보고 둘은 대체 뭐에 감탄을 하고 있단 말인가?

     

    루크는 헬레나가 소외된 것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전에, 한쪽 손을 튕기기전의 자세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자아, 이제 이야기는 따듯한 집에 들어가서 천천히 나누자꾸나.”

     

    -딱!

     

    그렇게 말하며 루크가 그대로 손가락을 튕기자, 저택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

     

    “시, 실례하겠습니다.”

     

    조십스럽게 집에 발을 들인 헬레나는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고급스러운 저택만을 알고 있는 헬레나로서는 사소한 행동마다 자신의 행동이 예절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루크는 그렇게 굳어있는 헬레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하하, 너무 예절을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행동하거라. 어차피 다른 가족들은 거의 나가서 없으니까.”

    “그, 그래?”

     

    헬레나는 그제서야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한숨을 쉬었다.

    긴장을 풀고 내부를 둘러보니 집안의 상태는 겉으로 보기보다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괜찮아 보였다.

     

    헬레나는 루크가 신발을 툭, 벗어버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실내화는?”

    “아, 실내화. 실내화는 거기에 있으니까 신고 싶으면 신거라. 바닥도 깨끗하고 따듯하니 귀찮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만.”

    “그래?”

     

    헬레나는 루크의 말대로 신발을 벗고 바닥에 살짝 발을 대 보았다.

    정말로 따듯해서 자신의 저택에서처럼 실내화나 신발을 신을 필요가 전혀 없어 보였다.

    잘 미끄러지지도 않는 것 같고, 단지 발을 바닥에 대었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온도조절마법과 클린, 능동형 그리스가 복합적으로 인챈트 되어있는 바닥은 그 위를 걷는 자가 맨발이든 양말이든, 혹은 실내화를 신었든 상관없이 언제나 완벽한 상태의 온도와 청결함, 그리고 마찰력을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정말이네! 따듯해.”

     

    발바닥이 따듯하다는 감각을 처음 느껴보는 듯한 헬레나의 반응에 루크는 흐뭇하게 웃었다.

    이 시대에서 처음 깨어나서 적응하기를 며칠, 새로운 문명이 신기하여 어쩔 줄 모르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크는 이내 벗은 신발을 정리하고 있던 시루드에게도 말했다.

     

    “아, 시루드. 신발 정리는 할 필요 없다. 신발은 언제나 가지런히 정렬되도록 마법을 걸어뒀으니까.”

    “어? 진짜로?”

     

    시루드가 정리를 그만두자, 루크의 말대로 신발은 제멋대로 가지런히 놓여졌다.

    먼저 들어간 헬레나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루크의 신발은 아예 신발장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 정리된다.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것 처럼.

     

    “보다시피 원래는 신발장에 정돈되는 방식이지만, 손님용 신발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신발장에는 들어가지 않아.”

     

    헬레나는 경악했고, 시루드는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뭐, 뭐야? 이거? 뭘 한거야?”

    “진짜로 정리되잖아? 신기하네. 혹시 가르쳐 줄 수 있어?”

     

    루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인챈트가 클래스마법의 문법이 아니라서 설명하기는 어렵구나.”

    “아쉽네, 저거 있으면 나도 신발정리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시루드가 입맛을 다시자, 루크는 큭큭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고작 신발정리 때문에 쓸 거라면 차라리 사용인을 고용하는 게 더 나을 거다. 웬만한 집에는 인챈트 할 수도 없고.”

     

    사실 저 마법 같은 경우는 다수의 능동방어마법과 불안정한 상태를 배제하는 현상 배열화, 또한 강제추방기능이 어우러져 부가적인 효과로 신발정리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 일견 단순해보이는 신발정리 기능은 정비를 하는 데에 정말 말도 안되는 노력이 들어간다.

    평범한 마법사의 능력이었다면 고작 현관에 걸린 인챈트를 정비하는 데만 반나절 이상을 꼬박 갈아넣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반면 루크는 이 저택 전체의 기능을 정비하는데 고작 하룻밤을 쓸 정도이지만.

     

    솔직히, 악령을 저택에서 디스인챈트한다는 핑계가 아니었다면 루크도 그런 낭비적인 기능을 때려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쓸 만한 인챈트를 모두 걸고나서, 그래도 부족한 그릇을 채우기 위해 저런 기능이라도 집어넣은 것이니까.

     

    또한 그래야 했을만큼 이 저택이 그만큼 커다란 마법적 그릇이었다는 이야기.

     

    루크의 말에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네.”

     

    솔직히 조금 신기하긴 한데, 굳이 마법을 쓰거나 할 필요 없이 어차피 사용인을 쓰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루크가 그 기능을 만든 능력이 대단한 것과는 별개로, 그 기능은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것 같이 느껴진다.

     

    “……응.”

     

    하지만 시루드의 시선은 여전히 마법으로 정리된 자신의 신발을 향해 있었다.

    역시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였기 때문일까.

    신기한 현상에 눈을 빼앗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헬레나는 그런 시루드의 홀린 듯한 표정이 어쩐지 기분나빴다.

    왜일까?

    그건 자신은 할 수 없는 것이라서?

    저렇게 신기한 마법을 만들어낸 루크에게 생긴 열등감일지도 모른다.

     

    “저기, 루크. 이제 슬슬 네 방으로 안내해 줄래? 신발장은 충분히 본 것 같거든.”

     

    헬레나의 뾰루퉁한 표정에 루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훗, 그래. 그러자꾸나.”

     

    설마 신발장에 질투를 하는 걸까?

    역시나 귀여운 아이다.

     

    ———–

     

    루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방을 소개했다.

    “자, 들어오거라. 내 방이다.”

     

    “오……. 여기가…….”

     

    루크의 방은 시루드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평범했다.

     

    어딘가에 해부하다 만 동물 가죽이라던가, 형형색색의 용액이 담긴 시약병이라던가, 대량으로 재배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 같은 게 나와도 전혀 놀라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시루드는, 오히려 루크의 방이 평범한 여자아이의 방 같은 느낌이 난다는 점에서 놀랐다.

    사실 시루드가 기대했던 것들은 현재 루크의 실험장, 그러니까 아린세이아를 비롯한 ‘아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냥 평범한 침대랑, 평범한 책상, 그리고 평범하게 책장과 옷장을 비롯한 가구들이 깔끔하게 놓여져 있고, 침대 위에는 마법사 옷을 입은 큰 고양이 인형과 저번에 생일파티를 할 때 선물로 받은 조그만 곰돌이 인형이 전부.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평범하네.”

    “그렇지?”

     

    시루드는 루크의 방에 있는 책장에서 아무런 책을 꺼내 살피며 어딘가 실망한 듯 한 표정으로 다시 꽂아넣으며 말했다.

     

    “책들도 다 평범한 참고서나 동화책, 아니면 역사책 같은 것들이잖아.”

    “그래, 그렇지.”

     

    위험한 것들이나 불안정한 것들은 이미 어제 빼서 따로 두었으니 말이다.

     

    루크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헬레나가 살짝 미묘한 표정으로 시루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대체 여자애 방에서 뭘 기대한 거야?”

     

    헬레나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시루드가 루크의 방에 초대되며 기대했던 부분은 솔직히 이런 평범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루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해부하거나 박제한 거, 하다못해 개구리라던가.”

     

    루크는 잠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없지는 않다.

    사실 해부하거나 박제한 무언가라고 하면, 아공간에 리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니면 지금 만들고 있는 위험한 약물 같은 거라던가.”

    “…….”

     

    만드는 약이라, 그것도 사실은 좀 있었다.

    애초에 루크가 만드는 차의 종류부터 일종의 포션이나 마찬가지인 것이고, 그를 위해서 아공간에 쌓아 둔 재료나, 이미 채취된 채로 숙성되고 있는 상태의 약재도 많았다.

    그중에는 당연히 그냥 마시면 극독으로 작용하는 것 역시 존재했다.

     

    “아니면 금지된 마도서라던가.”

    “…….”

     

    금지된 마도서, 그런 것도 사실은 아린세이아의 서재에 가득했다.

     

    하지만 헬레나는 그런 시루드를 향해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너 바보니? 그런 게 여자애 방에 있을 리 없잖아!”

    “그런가……? 내가 루크를 너무 이상하게 봤나?”

    “그래, 아무리 루크가 이상해도 그 정도로 이상하진 않겠지. 안그래?”

    “아, 아하하하…….”

    루크의 표정은 겉으로는 문제없이 웃고 있었지만, 등 뒤로는 마치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것 같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헬레나의 말에 긍정하는 것은, 거짓말이 되니까.

     

    헬레나의 부정과는 달리, 시루드의 시선은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과연 시루드, 나의 첫번째 제자…….’

     

    스승이 어떤 성향인지 너무나 잘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아이들에게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마법의 멋짐’에 대해 가르쳐주기로 마음먹은 루크였지만, 루크가 의도한 ‘위험함’은 그냥 좀 ‘재미있는’ 이론과 원소학 실험을 보여줄 생각을 했을 뿐이었던 것이지, 결코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루크가 결국 선택한 것 또한 대답이 아니었다.

    “아하하하. 출출하지? 내 금방 과자랑 차를 대령해 올 터이니, 그동안 여기 편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거라!”

     

    바로 주제 돌리기.

    그것은 항상 통하는 도주방식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동안 루크한테 당해왔던 시루드의 반격이 시작된다…!

    ps. 현재 루크의 집에 숨겨진 기능은 사실 이런 자잘한(?) 것 말고도 굉장히 많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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