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06

        

       슬라임이 뱉은 것은 약간 더러워 보이는 점액이었다.

         

       슬라임의 보라색 점액과 섞인 그것은 약간 거무튀튀한 느낌이었고, 코를 자극하는 악취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이보게들. 저거 손대지 말게나. 좀 해로운 것들 모아서 뱉은 것 같은데, 잘 밀봉해서 검사나 좀 해보시게.”

         

       노인, 김영수는 어느새 몸이 쪼그라들어서 귀엽게 변한 슬라임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백숙이라 이름 붙여진 슬라임은 노인의 손이 닿을 때마다 푸릉푸릉 움직이며 노인의 손길에 따라 몸이 흔들렸고, 감촉 좋은 물풍선처럼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노인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노인은 그런 슬라임의 재롱이 귀엽다는 듯 바라보더니,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몸을 돌렸다.

         

       “아이고야. 이 노인네는 이제 좀 가서 쉬어야겠네. 일단 일단락이 된 것 같으니 가봐도 되겠나?”

       “예?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아이고, 어르신.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문제 되는 거라던가 꼭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으니 들어가서 편히 쉬십쇼.”

       “허허허. 알았네, 알았어.”

       “오늘 어르신께 큰 도움 받았습니다. 잘 들어가시고, 정리 좀 끝나면 조만간 감사 인사 드리러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래그래, 거 나는 이만 가겠네.”

         

       김영수는 경찰의 배웅을 받으며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슬라임 역시 김영수의 뒤를 따라 뽈뽈뽈 따라갔다.

         

       그렇게 둘이 모습을 감추고 나자. 경찰들은 이제 한숨 돌렸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살았습니다.”

       “그러게. 저 어르신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어? 지원 올 때까지 하염없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을 거 아냐.”

       “하하하.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경찰들은 끔찍한 미래를 피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런데 그놈은 대체 뭐였을까요? 악귀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장비에는 악귀라고 뜨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소환수였을까요?”

       “흠…. 일단 들고 있는 무기들 보면 사람 손길이 닿은 것 같기는 한데…. 일단 데이터베이스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녀석이었거든.”

       “그럼 소환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경찰은 은수자가 날뛴 공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그리고 그 뭔지 모를 것이 지금 전국에 동시에 나타났고요?”

       “그렇지?”

       “…이거, 누가 봐도 인위적인 현상 아닙니까?”

       “그렇지….”

         

       말을 하면 할수록 경찰들의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만 갔다.

       짧은 대화를 나눴음에도 마치 수년이라도 지난 것처럼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 들어찼고,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한 모양인지 어깨가 축 늘어졌다.

         

       “돌아가면 드럽게 쪼이겠구먼.”

       “누가 봐도 테러네, 테러.”

       “아이고. 집에는 다~ 갔다.”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소동.

       심지어 은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있을 일은 뻔하지 않은가?

       

       사람들이 난리 치고.

       인터넷이 활활 불타고.

       기자들이 미친 듯이 기사를 써재끼고.

       식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음모론을 떠들어대고.

       정부에서는 테러 아니냐면서 난리를 피우고.

         

       그리고.

       경찰을 들들 볶겠지.

         

       “너희 입 조심해라. 알았지? 기자들 찾아올 수도 있을 텐데, 괜히 입 잘못 열면 진급에 문제 생긴다. 알지?”

       “옙!”

       “어차피 전국적으로 난리가 난 거니까 조금만 입 조심하면 괜찮을 거다. 자, 힘내자!”

         

         

         

        * * *

         

         

         

       『 전국적 대소동, 산신님이 노하셨나? 』

       『 등산하러 갔다가 날벼락, 이게 무슨 일? 』

       『 괴물이 들끓는 강산 』

       『 전국 각지에 괴물들 들끓어…버려진 소환수인가? 』

       『 익명의 제보자”전국에 출몰했던 괴물들, 소환수 아니야. 정부 데이터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미등록 소환수인가? 』

       『 경찰 “테러의 가능성 염두에 두고 수사할 것” 』

       『 정부 “아직 확실한 것은 없어. 국민 여러분에게 과도한 불안감 형성해서는 안 돼.” 』

       『 미지근한 정부의 대응…. 생체실험 결과물일 가능성은? 』

       『 음모론이 들끓는다. 국민”정부 빨리 해명해야 할 것.” 』

         

       짚에 불을 지피기라도 한 것처럼, 불이 활활 타오른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이 대소동은 언론, 인터넷, 입소문 등의 온갖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이 괴이한 일에 사람들은 경악하면서 온갖 음모론을 쏟아내었다.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괴물 한 마리가 달랑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전부 산에 나타났으며, 등산객들이 가지 못하도록 길을 틀어막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나기까지 한 상황이다.

         

       이런데 어떻게 난리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이 말도 기괴한 사건에 대해서 미친 듯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의 경찰들이 예언했듯, 대한민국이 이 소동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도한 주목은 일을 점점 커다랗게 만들었다.

         

       종교계 측에서는 온갖 오컬트적인 것을 결합해서 떠들었고, 기자들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으로 글을 계속해서 쓰고 떠들면서 불안감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는 ‘내 생각인데,’ ‘내가 누구한테 들은 말인데’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말로 점차 소문이 와전되고 확산하면서 난리가 났다.

         

       게다가 이러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세력도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세력’과 ‘개인’이 있었다.

         

       『 정종오, 뇌물을 받고 편의 봐주었나? 』

       『 “뛰어난 사람은 항상 모함받기 마련…. 나는 죄가 없다.”, 정치인 정종오 무죄 주장. 과연 그 진실은? 』

       『 익명의 제보자 “이번 뇌물 사건은 많은 사람이 얽혀있다. 정종오는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 단군 이래 최대의 게이트? 』

       『 정종오, 그 화려한 범죄 이력. 터질만한 일이 터진 것인가? 』

       『 전과 17범의 정치인, 이번 뇌물 사건은 예정된 일이었다. 』

         

       그것은 바로 이제순이 사회부로 이동하고 나서 저격한 정치인, 정종오였다.

         

       정종오는 밑밥까지 깔아가며 목줄을 조이는 이제순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것을 위해서 고의로 이번 괴물 사건으로 시선을 돌리고자 했다. 돈과 인맥을 이용해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떠들어달라고 부탁하였고, 정종오와 얽힌 사람들 역시 한 손 거들면서 힘을 보탰다.

         

       이러한 발버둥을 본 이제순은 정종오를 담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미 쏴버린 이상 정종오와 그, 둘 중 하나는 죽어야만 했으니까.

         

       어설픈 결과가 나오면 기사로 저격을 한 그가 죽는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서, 온 힘을 다해서 그를 죽여버려야만 했다.

         

       선동과 날조를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 익명의 제보자. “정종오가 사석에서 이게 다 나라님이 부덕한 탓이라고 했다.” 』

       『 정종오”이게 다 나라에 망조가 들어서 그런 것. 자신과 같은 사람이 권력을 잡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

       『 도를 넘은 말들, 정종오 막말 논란 지피나. 』

       『 익명의 종교인 “정종오가 대통령이 되어야만 이 재앙이 끝이 날 것.” 』

       『 정종오, 과거 막말 재발굴….”산업혁명 시절 영국 본받아야. 한국인의 노동 시간은 너무 적다.”, “순수혈통 한국인을 구분해서 혜택 줘야 할 것. 이민자들이 한국을 더럽히고 있다.” 』

       『 “정종오가 황장산에서 이상한 기도 의식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정종오, 과연 이번 사건에 연관이…? 』

         

       이제순은 괴물 사건을 이용해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는 정종오를 온 힘을 다해 붙들었다.

       거머리라도 된 것처럼 끈질기게 붙어서 피를 빨았고, 과거 행적과 막말을 모조리 끌어올려 불을 지폈으며, 괴물과 얽히게 만들고 오컬트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 그리고 그가 머릿속에서 짜낸 논란 등을 이용해 그를 공격했다.

         

       방향성이 잘못되었을 뿐 기자로서 능력은 충분했던 이제순이 온 힘을 다하기 시작하니 정종오는 금세 다시 궁지로 몰렸다.

         

       정종오를 생각하면 괴물이 떠올랐고, 괴물을 생각하면 정종오를 떠올리게 만드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둘의 피 말리는 싸움을 장작으로 삼아 괴물 소동은 계속해서 불타올랐다.

         

       그나마 조사 결과라도 빠르게 나오면 이러한 소문을 잠재울 수 있으련만.

         

       “일단 악귀나 악령은 아닙니다. 온갖 장비로 검사를 해봐도 전부 아니라고 뜨거든요.”

       “그리고 소환수일 가능성은…. 일단 등록 소환수는 확실하게 아니고, 미등록 소환수일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습니다만, 사살했을 때 보인 현상으로 보아서는 소환수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존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단 마녀가 위치크래프트로 만들어낸 생명체일 가능성, 연금술사가 임의로 만들어낸 호문쿨루스일 가능성, 주술이나 주물로 형성된 모방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빠른 조사는커녕 괴물들의 존재에 대해 제대로 된 갈피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테러일 가능성, 어딘가에 묻혀있던 주물의 봉인이 풀려서 생긴 일일 가능성, 누군가가 주술로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 마녀가 위치크래프트로 실험하다가 그 실험체들이 탈출했을 가능성, 미등록 소환사들이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 호문쿨루스를 만들려고 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외국에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

         

       수많은 가설만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 그 실마리가 잡혔다.

         

       『 제목 : 이번에 나타난 메기 말입니다. 이거 같지 않나요?

       내용 :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서 6년간 유학 생활을 한 사람입니다.

       지금은 한국으로 귀국해서 결혼해서 애 낳고 잘~살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전 여자친구이자 현 와이프와 함께 절에 자주 다니곤 했었거든요.

       운동 삼아 다닌 것도 있고, 그 절에서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도 해주고 그래서, 일본어 공부도 좀 할 겸 해서 거기 가서 같이 듣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메기 스님이, 그때 들었던 요괴랑 흡사한 것 같아서요.

         

       (사진1)

         

       이와나보우즈(岩魚坊主, いわなぼうず)라고 하는 요괴입니다.

       지역에 따라 메기, 곤들메기, 붕어 등 종류는 다르긴 한데….

         

       칼봉산에 나타난 녀석이랑 비슷하지 않나요? 』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