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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6

       

        

        

        

       “우와, 여기는 겨울인데 뭐 이렇게 따뜻해요?”

        

       “사막 한가운데에 지어진 도시니까요. 아마 실제 도시도 이 즈음이 가장 방문하기 좋은 시기일 거예요. 대신 여름에 가면 타죽을 걸요.”

        

       “우와, 유진 씨가 가면 딱이겠네요.”

        

       “제가 사막방울뱀인 줄 알아요?”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더우면서도 습도가 높은…요컨대 한국의 여름이지, 아주 건조한 사막 기후를 좋아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아무튼,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 이곳은 피닉스 북부에 위치한 데어 밸리 공항이었다. 현재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브리핑 룸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요컨대 대거 팀은, 그리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드디어 피닉스에 발을 디뎠다. 지난 번에 스케줄 문제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가, 그 날 이후로 대략 5일 정도만에 다시 집결한 것이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용광로 같았고.

        

        UI를 통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살폈다. 휴스턴에서부터 코퍼스 크리스티, 그 다음에는 샌 안토니오. 그 후 수송기를 타고 투손에 내린 다음, 거기서의 일을 전부 마무리한 뒤 드디어 피닉스까지 도달했다. 이제 이 다음이 바로 샌디에이고, 이 미션의 마지막을 장식할 차례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채팅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클리어 인원이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알고있으면 빨리 깨줘!!!!!!!!

       -리빙포인트)난다긴다하는 공략팀 모두 피닉스에서 막혔다

       -대놓고 5일간 쉬었는데도 다들 여기서 막혀버린wwwww

       -근데 여기 어렵긴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싀1부랄 도시는 준내게 넓은데 적들 왜이렇게 강함? 갑자기 뭐때문에 죄다 중무장하고 나오는거임???

        

        

        

        질문 하나를 던지자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다. 마치 피라냐가 가득한 강에 생고기를 집어넣은 듯한 반응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채팅창으로부터 확인한 중요한 정보만 축출해서 확인해보자면, 바로 이 지점부터 난이도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진다는 내용이다. 가령 적들의 방어구가 강력해지고, 조직력이 강화되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사제 장갑차 뿐만이 아니라 전차와 미사일까지 동원한다나 뭐라나.

        

        물론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결국은 중국 탓이지.’

        

        

        

        태평양을 건너온 중국군이 시날로아 카르텔과 남태평양 카르텔, 후아레스 카르텔 간의 동맹 연합군을 앞세워 미국을 침략하고 있는 것이다. 전술 훈련은 기본이거니와 장비까지 대여해줬을 테지. 일종의 하청이자 동시에 중국군의 사병 같은 거라고나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했다. 코르테스 해, 다르게 말하면 캘리포니아 만 – 물론 미국이 아니라 멕시코 땅이다 – 을 거슬러 올라온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멕시코의 소노라 주와 시날로아 주의 카르텔과 접촉, 온갖 무기를 증여하고는 그들을 피닉스로 올려보낸 것이었으니.

        

        거리도 대략적으로 300km, 차량이 있다면 꼴랑 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니면 카르텔에게는 과분한 헬리콥터 등을 타고 오거나. 그야말로 병력이 끊임없이 충원된다고 보면 되었다.

        

        

        그리고 이 즈음에서, 현재 피닉스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논할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브리핑 룸에 도착했기도 하고.

        

        피닉스라는 도시는 기본적으로 살트 강에 의해 절반으로 분단된 도시이며, 간단하게는 강의 북쪽과 남쪽으로 갈라졌다고 보면 되었다.  강북은 미군의 관할 아래에 놓여있었지만 강남은 달랐는데, 요컨대 살트 강 이남은 전부 카르텔 및 중국에게 먹혔다.

        

        더군다나 피닉스의 남동쪽에는 피닉스-메사 게이트웨이 공항이 있었고, 인력 충원은 전부 거기로부터 이뤄지는 편이었다. 심지어는 SAM 포대까지 가져다놓았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섣불리 손대기도 어려웠고. 물론 지대공 미사일 포대는 실제로 있다.

        

        

        여하간 그러한 사실들은 여기에서도 그닥 다를 게 없는지, 브리핑된 내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또한 안타깝게도, 피닉스에는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이쪽을 봐주시겠습니까?”

        

        

        

        그와 동시에 펼쳐지는 지도.

        

        피닉스에서 대략 수십 킬로미터 가량 동쪽으로 이동하자마자 보이는 것. 이미 몇 명은 그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으나, 처음 보는 사람들 역시도 있겠지.

        

        그라니트 리프 댐. 피닉스에 관개 및 식수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시설이다. 카르텔들은 몰라도 중국이 아마 이 시설을 보게 된다면 시설을 점거해버리거나 폭파시키겠지. 실시간 영상을 통해 보았을 때는 아직까지는 멀쩡했고.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에 의하면, 해당 시설에는 여러 개의 미군 전초기지가 세워져있는 모양이다. 주변에 수상쩍은 사람이 접근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기동타격대를 급파한다는 모양이긴 한데…그럼에도 이리 말해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본격적인 전력이 투사된다면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 피닉스 지도 전체를 살폈다. 살트 강 이남은 새빨갰고, 그 중 곳곳에 해골 마크가 있었다. 설명에 의하면 이는 적들 밀집 구역, 혹은 요새 같은 곳이었다. 물론 그 중 피닉스-메사 게이트웨이 공항에 가장 거대한 해골 마크가 붙어있었고.

        

        생각하는 척했지만, 이미 비밀 채팅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만 할지 전부 논한 상태였다. 까놓고 말하자면 피닉스에서의 교전은 말 그대로 시간 싸움이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적들은 정찰 풍선과 드론을 띄우며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하겠지.

        

        우리가 투손에 강하했을 때는 SAM 포대까지는 없었지만 – 설령 있었더라면 수송기는 난리가 났을 테니까 – , 아무런 방해도 없다면 지대공 미사일 포대가 설치되는 것도 사실상 시간 문제일 뿐이다. 아마 공항에 엉덩이를 들이민 적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고, 어쩌면 우리가 강하했단 사실도 알겠지.

        

        적들에게 여유를 주면 안 된다.

        

        

        우리가 생각에 빠진 것으로 보였는지, 피닉스의 작전참모 중 한 명이 덧붙였다.

        

        

        

       “일단 하루 정도 쉬면서 고심해도 될 겁니다. 구상 중인 작전안이 몇 개 있으니 추후 확인해보셔도 괜찮겠지요.”

        

       “괜찮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생각해놨으니까요.”

        

       “네?”

        

        

        

        상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또는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기 전에 전부 때려부순다.

        

        이때 DDP-52가 있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가지고 다닐 수는 없기에 휴스턴에 놓고 왔다. 물론 현 시점에서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에는 시간이 이미 많이 늦었으므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야음을 틈타 침투한 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올 예정이었다.

        

        

        

       “공항의 블루프린트, 그리고 그동안 해당 시설에 대해 수집했던 정보들을 부탁드릴게요. 며칠 안으로 피닉스 남부를 되찾게 해드리죠.”

        

       “…알겠습니다. 더 필요한 건 있으신가요?”

        

        

        

        그에 우리는 웃으며 덧붙였다.

        

        

        

       “최대한 많은 폭발물을 부탁드리지요. 이런저런 가스 같은 나머지는 저희가 챙겨 갈테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여긴 방광과 방음이 뭔지 잘 모르는 모양이네요.”

        

       “다르게 말하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피닉스-메사 게이트웨이 공항 인근의 고층 건물 옥상.

        

        특수 쌍안경을 통해 주변 적들을 마킹하고, 스텔스 드론을 띄워 공항 전체를 확인. 14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에 적들이 득실거렸다. 족히 수천 명은 될 법한 인원들. 기지 주변을 경계하는 적들은 카르텔이고, 안쪽에서 비교적 더 중요한 일을 진행 중인 이들의 이목구비는 동양의 그것이었다.

        

        활주로의 유도등이 반짝거린다. 물론 착륙하는 것은 수송기 같은 게 아니라 스텔스 헬리콥터 비스무리하게 생긴 운송수단이었다. 그 외에도 아래쪽의 길들을 따라 몇 대의 전차와 십수 대의 장갑차 등이 이동 중이었다. 당연히 이번 작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리라.

        

        

        

       “저런 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시커 마인 같은 걸 조종석에 미리 집어넣어도 되고, 포신에 테르밋 수류탄을 갖다 박거나 탄약고에 관통형 점착폭탄을 꽂아넣으면 끝이지요. 그닥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동축기관총이나 상부기관총이 더 귀찮을걸요.”

        

        

        

       -뭔 사람이 전차를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내 상세하게 말해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들 이미 해본 것처럼 말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도대체 이런 정보들은 어디서 얻어내신????????

       -그저 두 렵 다 ! ! ! ! !

        

        

        

        물론 전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었다.

        

        그리하여 언제나 그렇듯 정찰조와 침투조로 나눈 후, 무선 감청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한편 경계 인원들의 교대 시간이 언제인지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8시 가량, 통신이 비교적 잦아든다. 보아하니 식사 시간인 듯했다.

        

        어쩌면 저것이 마지막 저녁이 될지도 모르겠다.

        

        공항 근처인지라 주변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다. 근방에 나무나 풀만이 적당히 자라있었고, 딱히 저걸 엄폐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광학미채는 언제 어디서든 매우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었고, 특히나 이런 야간 잠입 때는 더더욱 그러했다.

        

        

        

       ‘정지.’

        

        

        

        그 와중 선두에 선 로건이 수신호를 보낸다.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와중, 공항 한쪽의 건물 인근에서 몇 명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중국 군인 두세 명, 카르텔 네다섯 명이었다. 그렇게 심하게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견차가 좁혀질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볼륨을 확대해보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망할, 경계 도중에 담배 피지 말라고 했잖아. 어둠이 깔리면 담뱃불 위치가 다 보인다고.”

        

       “이봐, 칭키 형씨. 이딴 허허벌판을 하루에 여섯 시간씩 쳐다보고 있는 입장도 생각을 하라고. 그쪽 윗대가리들은 우리가 가져온 코카인이나 피워대면서 우리 같은 놈들은 담배 한 까치도 못 피게 한다? 개새끼들….”

        

        

        

        …뭐어, 욕 먹을 만한 짓거리를 하고 있긴 했네.

        

        아무튼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중국 군인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왔던 곳으로 돌아갔고, 카르텔 경계 병력들은 저들이 가자마자 낄낄대며 다시 방탄복 앞섬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연초를 뻑뻑 태워대고 있다. 아주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걸 보던 로렌티나가 한 마디 덧붙였다.

        

        

        

       “인생 마지막 담배겠네요.”

        

        

        

        나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대로, 불과 30초도 지나지 않아 네 명의 경계병력은 목이 꺾여 천당 급행 관광열차 코스에 탑승했다. 주변은 컨테이너 및 건축 자재 투성이였기에 적당히 숨기고는 펄스 한 번. 더 이상의 병력은 없었기에 본격적으로 공항 앞까지 접근. 펜스를 커터로 절단한 뒤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공항을 오가는 셔틀 보관소와 공항 소방서, 그리고 그 옆에는 항공기 정비소라고 쓰여있었으나 지금은 장갑차 정비소로 변한 건물까지. 공항은 활주로를 중심으로 주변에 건물을 지어놓은 형태였고, 따라서 이동 방식도 건물과 건물을 끼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목표는 당연히 적 차량이었다.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작동한 펄스가 정비소 내부를 훑었다.

        

        

        

       -[알림 : 인원 17명 감지.]

        

        

        

        실루엣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차량을 고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부에는 십수 대의 차량이 있었고, 그 근방에는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손질하는 인원들로 제법 북적거렸다.

        

        다행인 것은 반경 200m 근방에 사람이 없었고, 무언가를 보관해둘 수 있는 컨테이너 같은 게 정비소 안쪽에 여럿 있었기에…시체 은닉이 간단할 것 같았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이라.

        

        

        

       “즐거운 밤이로군요. 그렇지 않나요?”

        

       “누구-컥!”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내 당당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렌티나눈나미쳤어?로렌티나눈나미쳤어?로렌티나눈나미쳤어?로렌티나눈나미쳤어?로렌티나눈나미쳤어?로렌티나눈나미쳤어?로렌티나눈나미쳤어?

       -헬로우데얼wwwww

       -무슨 악당이 자기소개하는것마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적당히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와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 로렌티나가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완전히 잠가버리더니 선임 엔지니어로 보이는 인원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그 즉시 소음기 달린 권총으로 머리를 작살냈다.

        

        상어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인원이 렌치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로렌티나의 손날치기 한 방에 목이 완전히 으깨져 죽었다. 그 순간 카르텔 및 중국 정비 인력들은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는 살려달라며 자비를 구걸했고, 로렌티나는 그 중 가장 경력이 많은 한 명에게 여러가지를 물었다.

        

        

        

       “정비가 끝난 차량이나 전차는 어디에 보관하나요?”

        

       “아, 에, A-23 격납고에 일괄적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근방에 대량의 인원이 숙식 가능한 공간이 있어서 언제라도 즉각 출동할 수 있게끔….”

        

       “좋네요, 좋아. 우후후….”

        

        

        

        픽!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는 권총을 들었고, 탄창을 교환한 뒤 모든 이들의 몸에 탄환을 한 발씩 박았다. 물론-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살상용 충격탄이었기에 격납고에 있는 전 인원은 전부 기절했다.

        

        이들을 전부 컨테이너까지 옮기기까지는 대략 3분 가량이 걸렸고, 우리는 물리적인 설득을 통해 추가로 얻어낸 정보에 따라 해당 격납고로 방면으로 이동했다.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좀 있었다.

        

        

        

       “일단 그 전에, 심문을 몇 번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다들 5분 가량 정보 탐문 시간을 가진 후 지정 위치에서 다시 만나지 않겠어요?”

        

       “주로 어떤 정보를 가져오면 될까요?”

        

       “이 기지의 군수참모의 위치와 이름을 알아올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이 거대한 곳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기지에 뭐가 비치되어 있는지를 알아낼 수는 없으니.”

        

        

        

        하긴. 어차피 내부 네트워크망도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을 거고, 그렇다면 수기로 만든 장부 같은 걸 찾는 게 더 낫겠지…만, 애초에 여기는 적진.

        

        그렇다면 딱히 가릴 만한 게 없었다.

        

        로건은 피식 웃었고, 나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여간 우리 중 제일 블랙 옵스 에이전트다운 사람 아니랄까봐 생각하는 게 살벌하다.

        

        물론 나 역시 살벌한 일을 벌이러 간다.

        

        

        

       “어차피 다들 살아서 볼 테니, 소란을 이끌고 올 생각만 하지 마.”

        

       “물론이죠.”

        

       “그러면 이따 보자구요.”

        

        

        

        그렇게 뒤숭숭한 이야기를 나눈 발현자 3인방이 흩어졌다. 

        

        어차피 다들 펄스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었기에 인원 탐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수틀리면 커버가 되는 상한선에서 모든 걸 뒤집어엎을 생각으로 현재 가장 많은 통신 트래픽이 감지되는 지점 인근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티켓팅 건물 안쪽으로 잠입한 내가 본 것은 건물 내 한 음식점에서 무언가 맛있는 걸 먹고 있는 듯한 3인방이었다. 중국군이었다. 옷에 붙은 견장을 빠르게 식별했다. 두 개의 별을 가로지르는 금색의 세로줄. 일단 두 명은 중위, 한 명은 대위인 모양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밤에 이딴 곳에서 몰래 뭘 먹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닥 관심은 없었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뒤에 각자 다리에 충격탄을 한 발씩 갈겨주는 순간 의자에서 고꾸라지며 컥컥 소리를 낼 뿐이었으니까.

        

        세 명의 목덜미를 잡아 최대한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간 뒤, 혹시나 소리를 지를까 하여 문도 철저하게 잠그고는 방음 기능까지 작동. 파우치에 달려있는 무전기는 전부 테이블 위에 잘 보관해두었다.

        

        

        

       “으그극…!”

        

       “쉿.”

        

        

        

        세이프티 락이 걸려있는 권총을 손가락으로 휘휘 돌리면서 자동 번역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군수참모 및 작전통제실 위치, 그리고 군수참모 이름. 이 세 가지만 알려주면 오늘 밤을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다음으로 꺼낸 건 망치와 도끼였다.

        

        한 명이 얼굴을 찌푸리는 순간 망치를 오른손에 들고, 견고한 콘크리트 벽면을 톡톡 두들긴 다음 잘 보라는 말과 함께 가능한 한 모든 힘을 다해 휘두른다.

        

        그러자 휘두른 경로선상에 놓여있는 콘크리트가 뭉텅이로 깎여나간다. 마치 폭탄이 폭발한 것마냥 파편이 사방팔방으로 튀기는 가운데, 안의 철골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패인 상흔을 보여주며 다시금 시선을 마주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헤헤, 물론 알려드리겠습니다. 현 위치에서부터 북쪽으로 200m 가량 더 올라가게 되면 항공역학 시뮬레이션 센터 및 트레이닝 건물이 있는데, 해당 건물과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항 오피스를 작전통제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항 오피스 1층을 군수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시면 될 겁니다. 군수참모님 이름은 가오진(高津)이고, 머리가 독보적으로 홀랑 벗겨진 분입니다. 아마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내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치질 한방에 벽을 철거하는 사람 앞인데 그럼 저 정도 친절은 보여줘야지 ㅋㅋㅋㅋㅋ

       -대w머w리wwwwwwwwwwwww

       -갑자기 유쾌해지는wwwww

        

        

        

        실로 청산유수같은 대답이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충격탄의 기절 수치를 최대로 올렸다.

        

        

        

       “나중에 미군에게 투항할 일이 있다면, 이번 일을 아주 상세하게 잘 설명하시기 바랍니다.”

        

        

        

        탕, 탕, 탕.

        

        그와 동시에 기절해 바닥에 나자빠진 이들을 뒤로 한 채 통신망을 개방했다.

        

        

        

       “다들 들으셨죠?”

        

       “역시 똑똑한 막내로군요, 후후.”

        

       “하여튼 운도 좋은 놈 같으니.”

        

        

        

        그렇게 한 마디씩 들으며, 불과 3분 안에 끝난 심문 아닌 심문을 뒤로 하고는 도끼와 해머를 다시 파우치 안에 집어넣었다.

        

        

        

       “역시 대화는 지성체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지요. 그렇지 않나요?”

        

        

        

       -선생님 지1랄하지 마십쇼

       -야야 다들 ㄹㅇㅋㅋ만 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가리 반갈죽나기 싫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좀 맞는말인듯www

       -할말은 많은데 일단 ㄹㅇㅋㅋ만 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로 무섭지는 않은데 ㅋㅋㅋㅋ

        

        

        

        다들 솔직하지 못하긴.

        

        아무튼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화(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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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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