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06

       충격적인 식사 자리가 끝나고 다시 문지기 일을 위해 복귀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고 일단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망신을 당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당초의 목적대로 현 사천의 공기를 파악하기는 했으니까.

         

       정철.

       

       정철은 사도련을 포기하고 숨어들었다. 사도련이라는 단체가 별 의미가 없어지기도 했고 본인의 목적을 위해서는 몸이 가벼워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겠지.

         

       그 과정속에서 사천을 약화시키기 위해 사도련을 해체하며 추가로 명분을 발표했다. 그 명분을 반박하기 위해서 당가에서는 성명을 냈고 그 성명 때문에 내 이야기가 이 사천성에 퍼졌다.

         

       그로 인해 사천성에 반향이 일어났다는 것일까.

         

       반향이 일어날 요소들은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개인비무전으로 인해 얌전해진 사천낭인들과 진짜 사파의 등장으로 들통난 연출 등등…

         

       그 위에 내 행적이 적힌 격문이 더해지면서 사천낭인들을 향한 여론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셈일까.

         

       뭐…낭인객잔의 낭인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물이 들어왔을 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때 노를 저어줘야 하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기까지 녀석들도 부지런히 움직였겠지.

         

       낭인객잔 앞에 저렇게 긴 줄이 생긴 이유는 그만한 실적이 있었기 때문일 테니까.

         

       사천낭인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왔더니 알아서 방벽이랑 피난처는 물론이요 어지간한 대비는 다 해 놓은 상황이었다.

         

       “흐음…”

         

       아무튼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머릿속도 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한 상황과는 전혀 다르지만 이게 그렇다고 마냥 좋은 상황은 또 아니었다. 결국 낭인객잔 앞이 그토록 인산인해였다는 것은 낭인의 보호를 원하는 자들이 그리 많았다는 것인데…사천성에 있는 정파들의 활동이 위축되었다는 소리일까.

         

       이건 좀 더 확인해 봐야겠군.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자니.

         

       또 주변 공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까 절정고수로 보이던 녀석 옆에 붙어 있던 떨거지들이 그대로 돌아왔다. 녀석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는데 확실히 이번에는 그럴 만했다.

         

       “누가 이 백호도 호경의 아우들을 건드렸느냐!”

         

       녀석들이 데리고 온 호경이라는 자는 초절정이었으니까.

         

       “저 자가…초절정이라는 백호파의 호경…!”

         

       “호남에서 사람을 여럿 죽였다는데..!”

         

       주변의 술령임을 듣고 아까 조용히 허리를 접고 사라졌던 졸개들이 기세를 올렸다.

         

       “형님! 저놈입니다요!”

         

       나를 발견한 호경의 미소에 금이 갔다.

         

       뭐 그렇겠지.

         

       사천낭인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절정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왔을텐데 웬 초절정이 포목점 앞에서 버티고 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그러나 딱딱하게 굳었던 녀석의 표정은 점차 펴졌다.

         

       그 이유 역시 간단했다.

         

       내가 내력을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저 호경이라는 자는 아마 내가 자기보다 반 수나 한 수 아래의 실력을 지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까 청력을 강화시키는 법도 그렇고 내력을 조절하는 법도 그렇고 배울 때는 솔직히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는데 꽤 유용하네.

         

       역시 불명 어르신은 다 생각이 있으셨군.

         

       그렇게 속으로 잡기술의 유용함에 감탄하고 있자 녀석이 입을 열었다.

         

       “놀랍구나. 사천낭인들 사이에 너 같은 실력자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보았는데 말이야.”

         

       “초절정이면 초절정답게 제 고향에서 네 수하들 궁둥이나 두들기면서 살 것이지 뭐 먹을 게 있다고 이 사천성까지 왔느냐.”

         

       “저놈이 감히!”

         

       수하놈들이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칼을 뽑고 달려드는 시늉을 했고 녀석은 그런 수하들을 말리며 말했다.

         

       “흐흐, 긴말할 필요 없겠지. 오늘 이 가게에 볼일이 있으니 길을 비키거라.”

         

       “싫다면?”

         

       “귄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실 셈이냐?”

         

       녀석이 경을 분출하며 도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나는 녀석의 반응을 살피며 생각했다. 결국 사천성에도 초절정 고수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명분.

         

       무림에서는 명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 명분을 지키지 않으면 상위 경지의 무인이 자신을 노릴 때 명분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초절정은 명분을 잘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초절정이라는 위치는 무림 전체를 놓고 보자면 극소수에 속하는 상위권이라 볼 수 있으나 엄연히 초절정 위에는 화경 고수들이 존재한다.

         

       평소에 명분을 무시하고 여포짓을 하고 다닐 무력은 되지만 그렇게 명분도 없이 여포짓을 하다가는 언젠가 마주칠 화경 고수에게 목이 싹둑 날아갈 수 있단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파의 초절정 고수들은 명분이 갖추어진 시류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말이 좋아 시류를 따르는 거지, 탐스러운 먹잇감을 직접 사냥하기는 부담스럽고 고기는 먹고 싶으니 하이에나 짓을 하는 셈이다.

         

       정철이 내건 첫 번째 명분, 복수는 사파의 초절정 고수를 움직이기에는 부족한 명분이었지만 두 번째로 내건 관무불가침의 법도를 어지럽힌다는 명분은 사파의 초절정 고수들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사천성에 돌아온 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의 연속이라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 예상보다 낭인들도 잘 살고 있고 사천인들의 민심도 우호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천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었다.

         

       내 눈앞에 있는 호경.

         

       저자와 같은 사파의 초절정 고수들이 사천성을 노리고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이 넓은 사천성에 초절정 고수는 고작해야 두 명뿐인 상황이다.

         

       사천성의 두 문주만으로 몰려드는 초절정 고수들을 막아내는 것은 힘들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제야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사천성을 노리고 달려드는 초절정 고수들의 퇴치.

         

       실전 경험도 쌓고 사천성의 안전도 확보하고 일석이조로군.

         

       “네가 뭐라 하든 일이니 비킬 생각은 없다. 그리 알도록.”

         

       다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오늘의 의뢰는 어디까지나 포목점의 보호였으니까.

         

       “하하하하! 겁이라도 먹었느냐!”

         

       “역시 우리 형님의 위용 앞에서는 사천낭인이라고 해도 별 수 없구만!”

         

       졸개들이 신경을 긁었지만 나는 태연하게 귀를 후볐다. 졸개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사천낭인짓을 하면서 먹고 사는 동안 욕설이나 도발 같은 건 정말 수도 없이 들었다.

         

       바깥에서야 이런 싸구려 도발들이 먹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천낭인을 열 받게 하려면 100년은 더 수련하고 와야 될 수준.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거라!”

         

       “배알도 없는 놈!”

         

       너네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냐? 이런 형편없는 욕설로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겠어? 에잉 쯧쯧, 요새 놈들은 도무지 노오오력이라는 걸 할 생각을 안 한다니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상황이 조금식 요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 저 저자식들이…!”

         

       “사천낭인이 의뢰만 받지 않고 있었으면 벌써 나가떨어졌을 떨거지들이 입을 함부로 늘리느냐!”

         

       “아까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걸 내가 봤다!”

         

       “나도 봤다! 이 형편없는 놈들!”

         

       졸개들이 나에게 퍼붓는 도발에 나랑 관련도 없는 군중들이 화를 내며 졸개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럽게 사파 무리를 향해 쏟아지는 조롱과 야유!

         

       오전에 아무것도 못하고 기절한 절정 고수들을 챙겨서 도망쳤던 졸개들의 얼굴이 벌개졌다.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호씨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나 역시 귀를 후비던 것을 멈추고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도록 경운무심공을 끌어올렸다.

         

       “…도무지 이 사천성의 인간들은 무인 무서운 줄을 모른단 말이야.”

         

       중구난방으로 호씨 일행을 성토하던 소리가 단번에 사그라들었다.

         

       살기!

         

       초절정 고수가 뿜어내는 살기에 군중들이 압도당한 탓이었다.

         

       “꼭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는 자들이 있단 말이지. 오늘은 사천인의 피맛을 봐야겠구나.”

         

       졸개들 역시 살기를 띄우며 무기를 뽑아들었다.

         

       “몇 놈의 혀를 잘라 본을 보여야겠다! 잡아와라!”

         

       “예!”

       

       졸개들이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아까부터 목소리를 높였던 몇몇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군중들 사이에 숨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만.”

         

       졸개들이 잠시 멈칫하기는 했지만 이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움직이려 하기에 이번에는 실력행사를 동반했다.

         

       “[그만]”

         

       여일예의 내공성을 흉내낸 내 목소리가 일대를 짓눌렀다.

         

       진짜 여일예만큼 초월적인 내공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원본처럼 사위를 완전히 장악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내공 역시 어디가서 꿀리는 편은 아니었으니 나름대로 묵직한 맛이 났다.

         

       여일예에 비해 부족한 힘은 경을 풀어 보충했다. 단번에 내 내공성과 경에 제압당한 졸개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졸개들이 은근슬쩍 호가놈 뒤로 숨었고 호가놈은 내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만족했는지 웃으며 나를 도발했다.

         

       “흐흐흐, 그렇게 조금도 못 버틸 놈이 왜 그리 건방을 떨었느냐.”

         

       별것도 아닌 놈이 꺼드럭대는 꼴을 보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의뢰고 뭐고 일단 이놈부터 조질까?

         

       솔직히 고객만족도 1위, 중개인들이 선호하는 낭인 1순위의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욕심만 아니었으면 한방에 떡을 만들어 줬을 텐데.

         

       이놈을 죽일지 살릴지 고민하는 사이 호가놈이 말을 이었다.

         

       “나는 네놈의 정체를 알고 있다! 사천낭인을 부흥시키겠다는 정철 공의 깊은 뜻도 알아보지 못한 채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던 사천낭인 28호가 아니냐!”

         

       웅성! 웅성!

         

       주변의 군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충 역시! 그 낭인이었어! 어쩐지 무위가 범상치 않더라니! 따위의 말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아마 초절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에 천지분간을 못하고 날뛰었던 모양이지! 필시 1년간 쥐새끼처럼 숨어서 초절정이라는 경지를 개척하고 사천성에 돌아온 것이렸다!”

         

       웅성! 웅성! 웅성!

         

       ….주변이 배는 소란스러워졌다. 나는 주변에서 끊임없이 쑥덕거리는 군중들을 보면서 살짝 위기감을 느꼈다.

         

       혹시 저 호가놈이 마음대로 떠든 이야기를 지금 이 사람들이 확대, 왜곡하여 온 사천성에 퍼트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었다.

         

       “아니…”

         

       “부정할 것 없다! 초절정인 이 몸의 기감을 속일 수는 없으니!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사천낭인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으니 네가 바로 이십팔호놈이겠지!”

         

       “나는…”

         

       “초절정의 경지를 개척한 것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고작해야 그 정도 실력으로 정철 공에게 맞서려 하다니 백만 년은 이르다! 그럼에도 네놈은 사천의 영웅이라도 된 양 행세하고 있으니 내 너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 주겠노라!”

         

       웅성웅성웅성웅성웅성!

         

       나는 벌떼처럼 웅성대는 군중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소문을 바로잡기는 늦었군.

         

       내일 아침부터는 또 무슨 괴소문이 나를 괴롭게 할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나는 못마땅한 눈으로 기세등등한 호가 놈을 바라보았다.

         

       이게 다 저놈 새끼 때문이다.

         

       저놈이라도 묵사발을 내야 좀 기분이 풀리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참암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을 때 녀석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크크크, 이 자리에서 자웅을 겨루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자리가 좋지 않군.”

         

       “…뭐?”

         

       “너에게 비무를 신청하겠다! 사천낭인 이십팔호!”

         

       주변의 소란이 뚝 끊겼다.

         

       와.

         

       이런 인재가 재야에 있었다니. 관중의 반응을 완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범상치 않은 연출가였다. 더이상 사천낭인 일에 연출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

         

       “너를 믿고 기고만장한 이 사천놈들도 자기들의 희망이 비무대에서 형편없이 깨지는 것을 본다면 굴복할 수밖에 없겠지!”

         

       이놈 야심가였네. 공식적인 무대에서 나를 꺾으며 이 사천성에 자기 이름 두 글자를 완전히 각인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역시 구르고 구른 사파 놈들이라 상황 파악도 빠르고 고지식한 정파 애들이랑 다르게 임기응변이 좋아.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이놈! 사천낭인이 네놈들 같은 악당에게 질 것 같으냐!”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이!”

         

       군중들이 흥분해 멋대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보세요. 날 옹호해 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본인들 멋대로 비무를 받아준다는 걸 전제로 말을 하시는 겁니까.

         

       “하하하하! 좋다! 내 낭인객잔으로 비무첩을 보낼 테니 그날이 네 명년 제삿날이 되겠구나! 으하하하하!”

         

       녀석은 제멋대로 비무를 확정시키고는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사라졌다.

         

       …군중들이 사천낭인을 편을 들어준다는 초유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머뭇거리는 사이에 벌써 일이 끝나버렸다.

         

       “저런 놈은 단칼에 베어 버리시오!”

         

       “아니 단칼이 뭐야! 아주 흠씬 두들겨 패 주시게나!”

         

       “다신 사천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를 보며 연신 요구사항을 말하는 군중들. 솔직히 이제 막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했을 뿐이고 아직 사천성의 공기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말할 수 없는 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완전히 무대응인 건 좀 그런데..

         

       고민하던 나는 묵묵히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와아아아아아!!

         

       “사천낭인 이십팔호가 백호파의 호경을 단칼에 베어낸다고 말했다!”

         

       “이십팔호가 사천성의 모든 사파를 쓸어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언제 그랬어 이 새끼들아.

         

       당사자 앞에서 당당하게 헛소문을 유포하면서 달려가는 호사가들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지만…상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온 사천인의 이목이 쏠린 비무에서 나에게 패배한다면 저 호가 놈은 사천을 떠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포목점 앞에 서 있노라니 포목점도 폐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십…음. 사천낭인님.”

         

       옥경상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나 역시 가볍게 삿갓을 잡고 인사했다. 나는 옥경상 뒤에서 어물쩍거리고 있는 점주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었소? 그런 표정이길래.”

         

       점수는 잠시 우물거리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 난 나쁜 거 없어! 내가 괜히 욕 한 줄 알아! 사천낭인 놈들이 내 가게 앞에서 몇 번이나 행패를 부렸다고!”

         

       “아버님!”

         

       “내가 뭐 틀린 말 했느냐! 그때는 다 그런 줄 알았다고!”

         

       나는 피식 웃었다. 내 웃음에 점주가 흠칫했다.

         

       “누가 뭐라 했소?”

         

       “뭐? 뭐..?”

         

       “지금의 사천낭인은 정철과 다르오. 다 사천낭인이 되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줄 알고 시작한 일이지. 그리고 뭐 이런 저런 깡패짓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고. 나만 해도 장사하던 사람들의 바구니를 차고 다녔지.”

         

       내 눈앞에 있는 점주를 보며 생각했다.

         

       평생을 사천낭인을 욕하며 살아왔고 사천낭인이 악하다 믿고 살아온 이들이다.

         

       그런데 지금의 사천성은 어떠한가.

         

       사람들은 앞다투어 사천낭인을 고용하려 하고 사천낭인을 옹호한다.

         

       갑자기 뒤바뀐 현실에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래도 제 가게 지키러 온 낭인들에게 성질 부리진 마시구려. 낭인도 사람인지라 근로 의욕이 팍팍 떨어지니까. 상인이라면 알 거 아니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웃는 낯으로 맞아주는 가게나 덤 얹어주는 가게에 사람이 몰린다는 걸. 그런 의미로 아드님이 주신 점심이라는 덤은 나쁘지 않았소.”

         

       옥경상은 고개를 숙였고 점주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나를 쳐다만 봤다.

         

       할 말은 끝난 모양이군. 가게 문도 다 닫았고 이제 퇴근해도 되겠지.

         

       그렇게 몸을 돌렸을 때였다.

         

       “크흠, 흠….혹시 의뢰를 넣으면 받아 줄 생각이 있는가?”

         

       점주가 나를 붙잡았다.

         

       “글쎄.”

         

       나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말했다.

         

       “웃는 낯은 무리일 것 같으니 덤을 잘 준비해 준다면 생각이나 해보겠소.”

         

       그 말만 남기고 나는 낭인객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간만에 복귀한 사천성.

         

       오래간만에 의뢰를 해결한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this is 사천성!

    고인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코가 베이지 yo!

    *쓰읍.

    가끔 이렇게 예약연재 실수를 해버릴 때가 있네요.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1시간 4분 빠른 토요일 연재분을 즐겨주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