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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6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본인이 사냥한 거대 문어의 전리품을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 깊은 바다에 수장되어버린 물건을 가져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느냐.

       

       물론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되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 지는지라.

       

       아예 답이 없지는 아니했다. 본인이 사냥한 거대 문어는 일정 시간마다 부활하는 녀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피와 함께 다시 문어를 만나러가서 그 녀석의 멱을 따버렸다.

       

       지난번에는 놈이 무슨 짓을 벌이는지 구경하기 위해서 놀아주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불리해지면 바다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는 치졸한 녀석임을 안 이상 여유를 주어 무엇 하겠는가.

       

       나는 문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녀석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렸고 녀석의 마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겸사겸사 다리로 두 개 정도 챙겼지.

       

       본래는 모든 걸 끌고 갈 생각을 했다마는 문어의 몸이 너무도 크다 보니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하더구나.

       

       본인이 아무리 바람을 세차게 분다 하여도 끌고 갈 수 있는 건 문어 다리 두 개 정도였다.

       

       사실 이것도 차고도 넘치는 양이었다.

       

       현실에 이만한 문어 다리가 있었다면 이를 가지고 축제를 벌일 수 있을 것이야.

       

       그렇게 원하던 전리품을 회수한 본인은 늑늑이의 등 뒤에 문어 다리를 매달고서 연금술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능력이 능력이니 구해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만 벌써냐. 괴물이 따로 없어.”

       “칭찬은 되었다. 그보다 물품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 알 수 있겠나?”

       “좀 시간이 걸릴 거야. 복잡한 작업이라.”

       “그런가.”

       

       연금술사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자신의 무능이 아님을 설명하고 싶은 건지 본인에게 무어라무어라 이야기를 했다만 대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비유하자면 아직 무를 접하지도 못한 아이에게 무의 묘리가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야기를 하는 셈인데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래서 본인은 녀석의 말을 끊었다. 저를 이해한다 하여도 본인의 생에 한 치 이로울 것이 없거늘 왜 저를 듣고 있어야 하느냐.

       

       “잡설은 되었고. 구매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건 잡설이 아니라 내 위대한 연금술에 대한.”

       “향신료를 좀 구매하고 싶다만.”

       “…향신료는 왜?”

       “요리를 해야 해서 말이다.”

       

       단순한 이야기다. 문어고기가 너무 많다. 본인이 보기에도 정도를 넘었다 싶을 정도로 많다.

       

       처음에는 회로 먹거나 굽거나 찌는 정도를 생각했다. 허나 성 앞에 놓인 문어 다리 두 개를 보니 생각이 바뀌더구나.

       

       그 두 개의 양은 과히 많았다. 아무리 저 문어 다리가 좋은 재료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맛만으로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터.

       

       얼마 안 가 물릴 것이 분명했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만일 남는다면 늑늑이의 사료로 던져주면 그만이니까.

       

       다만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기는 했지.

       

       그 때였다. 엔리가 제안을 꺼낸 것은.

       

       ‘제가 알기로 지금 스트리머 서버에 VR에서 요리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몇 분 계신 걸로 알거든요? 그 분들한테 요리 좀 해달라고 부탁드리죠.’

       

       어차피 금화도 차고 넘치겠다. 보수로 돈을 지급해주면 분명 수락할 것이라고 엔리는 이야기했다.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무렵에는 그것이 잘 될까 생각을 했다만 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렸다.

       

       엔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요리사들의 협력을 구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죠. 재료는 이 쪽에서 모두 제공. 보수로 금화 지급. 거대 문어 요리를 요리해서 다른 스트리머에세 먹인다는 컨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지원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즉석에서 요리 대회 컨텐츠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엔리에게서는 전문가의 모습이 엿보였다.

       

       VR에 들어오기만하면 허술한 푼수가 되는 엔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완이었다.

       

       ‘제 평가 너무 박하지 않아요?!’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되었기에 본인은 연금술사에게 의뢰를 하는 검 향신료를 사러 온 것이다.

       

       거대 문어로 만들어진 요리를 먹기 위해서.

       

       “무슨 향신료가 필요한데?”

       “다.”

       “엉?”

       “그냥 다 내놔라.”

       

       이거니 저거니 이야기해봐야 본인은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냥 향신료랑 향신료는 다 챙겨가서 요리사들에게 던져준 후 알아서 해결하라 하는 쪽이 마음이 편하지.

       

       작금의 본인이 무언가를 아껴 써야 하는 처지도 아닌데 굳이 하나하나 알아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잖나.

       

       “…어. 그래. 잠시만. 담아줄게.”

       

       *

       

       연금술사에게 향신료를 구매한 후에 요리 대회가 열릴 도박장 앞으로 돌아왔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뭉쳐있는 게 보였다.

       

       엔리가 이 곳에서 무언가를 진행한다는 것을 동네방네 소문을 낸 탓에 구경을 하러 온 것이다.

       

       나쁜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저 모든 문어 다리를 우리끼리 먹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기왕에 잔치를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주변에 사람이 많은 탓에 흥이 오른 듯 엔리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 보였다.

       

       “자! 첫 번째 요리사! 과거 오성급 호텔에서 근무하셨고 지금은 마이튜버로 활동하시는 분이죠?!…”

       

       쓰레드라는 게임을 시작하고서부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구나.

       

       내가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시키기는 했지.

       

       저를 방해하면 안 되겠다싶어 엔리의 옆에 슬쩍 향신료를 놔두고 빠진 나는 문어 다리의 일부를 잘라 굽고 있는 피피에게로 다가갔다.

       

       “무얼 하고 있느냐?”

       “이거 아무것도 안 하고 굽기만 해도 맛있거든요. 요리하면 더 맛있겠지만 그 전에 순정 맛을 봐야죠.”

       

       피피는 그리 이야기를 하곤 내게 네모난 문어 조각 하나를 건네주었다.

       

       별 생각 없이 그를 입 안에 던져 놓은 나는 절로 눈이 커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뒤섞인 식감. 은근한 짠맛과 스쳐가는 바다의 향.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소함까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기본적인 맛이 이렇다고?!”

       “신기하죠? 저도 처음 먹었을 때 그랬어요.”

       

       오오. 놀랍군. 이는 이 자체로만 하나의 요리라 불러 마땅했다.

       

       눈썹을 치뜨며 감탄하고 있자니 내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화령님.”

       “나비린. 그래. 오랜만이군.”

       “오랜만이요? 지난번에 화령님한테 맞고 날아갔는데?!”

       “그랬나?”

       

       듣자 하니 본인을 쓰러트리러 온 스트리머 무리에 섞여있었다는 모양이다.

       

       미안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본인이 어찌 잡초 하나하나를 기억하겠느냐. 본인의 기억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구나.

       

       “뭐어. 어쨌든 잘 지내느냐?”

       “화령님 덕분에요. 그 고생을 하고 나니까 어지간한 건 다 참고 할 만 하더라고요.”

       

       본인이 저를 얼마나 굴렸다고 이런 식으로 음해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하린이나 설아를 괴롭… 아니. 녀석 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비하면 별 일도 아니었거늘.

       

       시간도 때울 겸 여러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있으려니 문득 나비린이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화령님. 다음에 할 게임 정해두신 거 있으세요?”

       “음? 딱히. 그냥 마음 가는 것을 할 생각이다.”

       

       그냥 그 때 그 때 마음 내키는 것을 하는 게 제일이지. 암.

       

       “패배 이벤트 극복 컨텐츠는 어때요?”

       “패배 이벤트?”

       “네!”

       

       나비린이 제안한 것은 본인이 먼 과거 외신을 쓰러트렸던 것과 결이 비슷한 이야기였다.

       

       통상적인 유저라면 그 앞에 무릎을 꿇도록 설계된 것을 본인의 무력으로 하나하나 돌파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

       

       “어지간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이야기지만 화령님이라면 가능하니까요!”

       “흐음. 나쁘지 않구나.”

       

       보통 저런 곳에 등장하는 것들은 다른 이에게 패배를 강요할만큼 강하다.

       

       그러니 본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가능성도 높아지지. 어쩌면 외신이나 흡혈귀마냥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지도 모르고.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게임은…”

       

       나비린이 해주는 이야기와 그 이름이 나올 때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살피며 앞으로 할 게임을 고르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엔리가 목소리를 드높였다.

       

       요리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어느새 설치된 다섯 개의 요리대 앞에서 요리사들이 각자 솜씨를 뽐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안 그래도 맛있는 녀석들이다. 과연 저것이 전문가들의 손 위에서 새로이 탄생했을 때는 어떤 맛을 선사할까.

       

       과연. 요리사들은 각자가 전문가라는 이름을 취할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들이 거대 문어를 사용해서 요리를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0분이면 충분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을 위한 요리도 아니고. 이 곳에 모인 군중을 위한 대용량 요리라는 걸 생각해보면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각자가 꺼낸 요리의 종류도 다양했다.

       

       한 사람은 그를 가지고 무침을 만들었다.

       

       문어의 기본적인 맛이 좋기에 음식 본연이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식을 썼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른 사람은 문어를 볶아서 내놓았다.

       

       밀가루를 겉에 묻혀 살짝 튀긴 다음 볶았기에 겉의 바삭감과 속의 촉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며 녀석은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이외에도 다른 요리사들이 자신의 요리를 설명했고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녀석답게 그것은 무척이나 맛있어 보였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맛을 볼까.

       

       입맛을 다시며 그 쪽으로 다가가려던 순간 저 멀리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연금술사가 보였다.

       

       무어냐. 오랜 시간이 걸린다던 녀석이 왜 이리 빠르게 다가오는 것인가.

       

       또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더냐?

       

       하아. 본인은 그저 늑늑이의 포근한 털을 즐기고 싶을 뿐이거늘 뭐 이리 장벽이 많은 것인지.

       

       “이번에는 또 무어냐.”

       

       분명 또 무언가가 필요하다 말할 것이 분명해 선수를 쳤더니 연금술사가 코웃음을 쳤다.

       

       기이하군. 저 녀석의 태도는 실패한 사람의 태도치고는 너무도 당당하다.

       

       저 녀석이 뻔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여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 녀석은 아니거늘 저러는 것을 보면.

       

       “무어냐니. 네가 바라는 게 이루어졌다고 말하러 왔지.”

       “…진담이더냐?”

       “내가 여태까지 농담한 적 있어?”

       

       연금술사는 그리 이야기를 하며 저 뒤 편에 있는 늑늑이를 가리켰다.

       

       오. 오오오. 오오오오오!

       

       겉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늑늑이의 털이 보슬보슬 복슬복슬 부슬부슬 하다는 것을.

       

       그래! 저거다! 저것이 본인의 이상향이다!

       

       늑늑이의 털에 홀려 달려가려던 본인은 문득 음식에 달려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곤 발을 멈췄다.

       

       아아. 지금 저 자들은 무척이나 게걸스럽게 음식에 달려들고 있다.

       

       아무리 문어 다리의 양이 많다 하여도 금방 동이 날 터!

       

       어찌해야 하지?

       

       본래라면 먼저 음식을 취하는 것이 옳다.

       

       늑늑이의 털은 후에도 즐길 수 있는 것이고 저 음식은 그렇지 않으니까.

       

       허나 여태까지 본인이 늑늑이의 털을 위하여 들인 기다림이 기다림인지라 쉬이 포기할 수가 없구나.

       

       본인의 앞에 이런 난제가 찾아오다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양쪽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자니 옆에 있던 나비린이 웃음을 흘렸다.

       

       “화령님이 드실 음식 맡아 둘게요. 다녀오세요.”

       “정말이더냐!?”

       “네.”

       “그래. 고맙다! 그럼 다녀오도록 하마!”

       

       난제를 단번에 해결한 본인은 보법까지 사용해가며 저 멀리서 꼬리를 흔드는 늑늑이에게로 달려갔다.

       

       드디어! 드디어 본인의 이상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

       

       허공으로 뛰어 오른 본인은 바람을 뛰어 넘어 늑늑이의 포근한 털 아래에 안겨…

       

       *

       

       “실로 행복한 시간이었지. 아아. 지금 생각해도 절로 웃음이 새는 군. 다시 한 번 즐기고 싶을 지경이야.”

       “대체 그걸 왜 본좌의 앞에서 자랑하는 것이냐.”

       “그리고 그 후에 먹은 음식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기본 재료가 좋은 것도 있지만…”

       “다시 한 번 물으마. 대체 왜 본좌의 앞에서 자랑을 하는 것이냐. 시비를 거는 것이야?”

       

       본인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던 백화령은 자신의 썩어 들어가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틱하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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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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