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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이브 로펜하임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이작이 아카데미 대항전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관중에 지원해 올드렉에 왔으나.

        

       설마 요정이 습격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몰아쳤던 철의 바다. 아카데미 대항전의 관중석이 무너지던 와중.

        

        

       ─ ‘어떡해! 아이작, 어떡해! 누나가 구해줄게, 아이자악!!’

        

        

       이브는 아이작 걱정에 사로잡혀 목청이 터져라 소리지르다 그만 검의 비에 맞아 죽을 뻔했고, 강제로 대피소로 끌려갔다.

        

       그 후로 아이작이 철의 성을 부수고 나타난 순간부터 거대한 마족을 해치우기까지는 올드렉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아는 이야기였다.

       

       대마법사, 얼음의 원왕…. 제 동생이 그런 칭호가 붙은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사실은 겨우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해 엉엉 울었던 허약한 아이작의 모습과는 지나치게 상반되는 칭호였지만.

       

       어쨌든 아이작이 보여온 강함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대체… 세계멸망급 마법을 단번에 3번이나 쓰는 건 무슨 경우인데…? 하늘에 나타났던 철문이랑 거기서 튀어나왔던 그 무서운 마수는 또 뭐고….’

       

       

       이브는 제 동생이 일구었던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바라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릴 만큼 경탄하고 기절할 뻔했다.

       

       이젠 대마법사라는 인류 최고의 칭호조차 아이작에겐 부족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 이상의 칭호가 인류에게 필요했다. 오로지 아이작만을 상징하는 칭호가.

        

        

       “아이작….”

        

        

       이제 동생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떠올리니 절로 경외감이 들고 만다. 막상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존칭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브는 아이작이 보고 싶었다.

       

       

       ‘보고 싶어. 무섭지 않았냐고 보듬어주고 싶어…. 안아주고 싶어….’

       

       

       그러던 중, 이브는 올드렉에 나타난 얼음 결계를 보고 아이작이 있는 곳을 특정했다.

       

       아직 싸워야 할 적이 남아 있던 걸까. 이브는 부리나케 달려가 얼음 결계 앞에서 아이작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나 얼음 결계가 풀리고, 아이작은 이브가 있던 곳의 반대편으로 나갔던 까닭에 끝내 두 사람은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건이 다 끝났으니 이젠 동생을 만날 수 있으리라. 이브는 그리 생각하며 겨우 웃음 꽃을 피웠다.

       

       아카데미 대항전의 무대로 향했다. 황실 병력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브는 황실 병사에게 아이작이 어디 갔는지 물었다.

        

        

       “빙제님께선 현재 사건 조사에 협조 중이시다. 오늘 만나긴 어려울 것 같군.”

       “흐애애….”

       “하, 학생?”

        

        

       왜 또 엇갈리는 걸까.

        

       이브는 울먹였다.

        

        

        

       * * *

        

        

        

       아카데미 대항전은 전면 취소되었다.

        

       요정 습격 사건 이후로 무대가 무너진 건 물론이요, 올드렉 자체도 상태가 말이 아니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뒤펜도르프 병력을 몰래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보고 받았다.

       

       내가 철의 성을 부수고 나오자 메피스토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사람 몸 빼앗고 왔었구나.’

        

        

       메피스토는 주로 인간의 악한 심성을 보고 계약한다.

       

       앨리스는 예외였다. 악신을 위한 계획에 필요해서 협박하고 강제로 계약했던 것이니까.

          

       어쨌든 메피스토가 빼앗은 육체의 원래 주인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을 테니,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황실 기사단은 나를 포함한 학생들을 불러 이번 사건을 조사했다.

        

       나는 철의 성역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상세히 진술했다.

        

        

       ─ ‘빙제님. 실례지만, 혹시 이번 사태를 예견하지 않으셨습니까?’

        

        

       황실 기사의 추궁.

        

       내가 아카데미 대항전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미루어 그리 추측한 것 같았다.

        

        

       ‘당연히 예견했지.’

        

        

       이렇게 빨리 일이 터질 줄 몰랐을 뿐.

        

       상황이 번잡해질 것을 우려해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요정이 연관된 미래까진 예견하지 못한다는 거짓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갔다.

       

       요정은 이 세계에서 생물의 정점이자 미지의 존재니까. 아무래도 내가 미래를 예견하는 힘을 방해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완전히 제멋대로인 대답이었지.’

       

       

       하지만, 대마법사나 원왕이라는 칭호의 편리한 점이 거기서 발휘되었다.

       

       

       ─ ‘그렇군요….’

       

       

       다들 알아서 납득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 지키느라 애써오기도 했으니까.’

       

       

       내 능력과 심성은 이제 완전히 인정받고 있었다.

        

       아마 내가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더라도 ‘빙제님이시니까’라는 절대적인 근거가 디폴트로 깔려서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할 것이었다.

        

       전생에서 누가 그랬던가.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만 싸도 사람들이 알아서 칭송해 줄 것이라고. 요즘 크게 실감하고 있다.

       

       다른 진술도 뷔엘 얘기 빼고 적당히 하고 넘어갔다.

        

       진술 조사를 마친 후, 황실 기사들에게 화이트를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장소만 물을 생각이었는데, 황실 기사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화이트가 있는 곳으로 친히 안내했다.

       

       

       ‘황명이 개입된 건가.’

       

       

       아무래도 카를로스 황제는 나와 화이트의 관계를 엉뚱한 쪽으로 응원하는 모양이었다.

       

       화이트의 병실에 도착했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호위병 수가 꽤 많았다.

        

        

       “오셨습니까, 빙제님!”

       “화이트는 어때요?”

       “기력을 다하셔서 현재 깊이 잠들어 계십니다! 상태는 이상 없습니다!”

        

        

       호위병은 날 보고 긴장하더니 절도 있게 대답했다.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내게 실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메를린은 안 보이네.’

        

        

       뒤펜도르프의 군단장들로부터 보고를 들어서 사정은 알고 있었다.

        

       현재 메를린도 치료 받고 있겠지.

        

        

       “메를린은 상태 어때요?”

       “현재 치료 중이긴 합니다만, 다행히 괜찮으신 것 같습니다. 워낙 몸이 튼튼하신 분이니까요.”

       

        

       다행이네. 안도감이 들었다.

       

       지금은 두 사람 다 편히 쉬게 하는 편이 좋으리라.

        

        

       “두 사람은 나중에 보러 가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헉!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 일로 제게 감사를 표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연히 알려드릴 걸 알려드렸을 뿐입니다!”

       

       

       호위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슴과 허벅지가 맞닿을 것처럼 내게 상체를 푹 숙였다.

       

       깜짝 놀랐네….

       

       문득 케리드나에게 존댓말을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걔도 그때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었지.

       

       나도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 아니…. 예. 수고하세요.”

       “편히 살펴가십시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황실 기사의 깍듯한 경례를 받은 뒤, 나는 그곳을 떠나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황실 호위병들이 붙더니 내 곁을 지켰다.

       

       부담스러웠다.

       

       

       

       ……

        

        

        

       올드렉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

        

       아카데미 다섯 곳은 모두 올드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올드렉은 하룻밤 사이에 눈에 띄게 복원되어 있었다.

       

       황실과 황국의 거물들이 힘을 합쳐 마법을 다루며 한창 보수 중이니 그럴 만도 했다.

        

        

       “빙제님!!”

        

        

       갑자기 거구의 사내가 다급히 날 찾아왔다.

        

       붉은 머리. 한스 맥그리거였다.

        

        

       “몰라 뵙고 덤벼들어서 죄송했습니다!”

       “뭐야?”

       

       

       한스는 지면에 달라붙을 기세로 절하며 박력 있게 사죄했다.

        

        

       “제가 오만했습니다. 뭣 모르고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발이라도 핥으라면 정성껏 핥을 테니…!”

       “아니, 그건 됐어…. 네가 내 발 핥는 거 상상하니까 소름 돋는다….”

        

        

       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충격 요법이긴 했지만, 나름 인생 경험이 됐겠지.

        

       그나저나 너무 부담스러웠다. 대충 대답하고 등을 돌리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슬쩍 뒤를 돌아봤다. 한스는 여전히 고개를 땅에 처박은 채 주변 학생들의 시선을 고루 받고 있었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악!!”

        

        

       한스의 애절한 외침.

        

       달려가서 놈의 아구창을 한 대 갈길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이작 님!”

       “오.”

        

        

       이윽고, 카야가 바람을 타고 내게 날아왔다.

        

       반묶음 담녹색 머리카락의 나풀거림이나, 외출복으로 꾸민 모습이 무척 예쁘장했다.

        

        

       “짐은 다 챙겼어?”

       “네! 가, 가시죠! 제 목숨을 걸고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목숨은 안 걸어도 될 것 같은데….”

        

        

       카야는 사명감마저 깃든 서비스 정신을 내보이려 했다.

        

        

       “어차피 힐드 타고 갈 거야. 바람 마법으로 장거리 이동하는 건 너무 힘들잖아.”

       “아…!”

        

        

       이제 알았냐. 당연한 거 아닌가.

        

       올드렉에서 메르헨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길. 나는 카야와 함께 들릴 데가 있어서 따로 돌아가겠다고 페르난도 교수에게 미리 허락 받았다.

        

        

       ─ ‘알아서 하거라. 원래는 안 된다만, 네가 당장 들러야 할 곳이 있는데 뭐라 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거다.’

        

        

       사실상 이 세상에서 날 통제할 수단은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은 내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니, 사실상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인간이 된 셈이었다.

        

        

       “가자.”

       “네!”

        

        

       나는 빙설룡-힐드를 소환했다.

        

       커다란 백룡이 하늘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감탄하며 그 자태를 쳐다보았다.

        

       나와 카야는 바람을 휘감고 날아올라 빙설룡-힐드 위에 올라탔다.

        

        

       “와아….”

        

        

       내 뒤에 앉은 카야는 빙설룡의 탑승감이 신기한지 하얀 비늘을 쓰다듬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스트레앙 공작령으로 가자.”

       [알겠다. 안내를 부탁하지.]

       “아, 아이작 님…! 혹시 그 존귀하신 옥체를 저따위가 감히 만져도 되겠습니까…?!”

       “호들갑 떨지 말고 빨리 잡아.”

       “흐야앗!”

        

        

       나는 카야 손을 잡아 끌어당겼고, 그녀는 내 등에 풀칠한 것처럼 꾹 달라붙었다.

        

       빙설룡-힐드는 백옥빛 날개로 날갯짓하며 아스트레앙 공작령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헤헤…. 좋아아….”

        

        

       카야는 나와 달라붙어서 기분이 좋은지 행복감에 취했다.

       

       

       ‘경치 좋네.’

        

       

       상공에서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구경하니 기분이 썩 상쾌했다.

        

        

       “아. 아이작 님, 근데 왜 저희 공작령에 가시는 겁니까? 혹시 사, 상견례는 아닐 테고요…?”

        

        

       빨리도 물어본다.

        

       카야는 내가 아스트레앙 공작가에 있는 제랄드 아스트레앙을 찾아가 상견례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했다.

        

       뭐, 그것도 재밌긴 하겠다. 지금 나는 인류 최강자라는 위치에 서 있으니.

        

        

       ‘따님을 제게 내놓으십시오.’

       ‘드, 드리겠습니다…!’

        

        

       이런 일도 마냥 허구라고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는 아스트레앙 공작가가 아니었다.

        

        

       “너희 집은 안 가. 가려는 데는 생명의 언약.”

       “네?”

       “실피아 만나러 갈 거야.”

        

        

       카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나는 화록청의 요정 실피아에게서 8성급 사역마 계약진을 받을 생각이었다.

       

       이제 전력 보강을 위해 암갑귀-고르모스와 계약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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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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