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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인터넷에 올라온 추측글 하나.

         

       그 글을 시작으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야! 이 글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당장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일단 사료 있는 것들 한 번 찾아보고, 자문할만한 사람도 몇 명 알아봐.”

       “어떤 분에게 연락할까요?”

       “민속학, 인류학, 문화인류학, 고고인류학, 역사학…. 많잖아. 알아서 해.”

       “알겠습니다!”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있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앞길을 밝혀주는 등대요, 어둠을 밝혀주는 환한 횃불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람들은 간신히 찾은 실마리를 희망으로 삼아 미친 듯이 움직였다.

         

       관련 자료가 있을법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사료들을 확인하고, 일본 문화나 요괴에 관해 잘 알 법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골 태생인 사람들은 마을의 이장에게 연락해서 이런저런 일이 있는데 알만한 분이 없냐며 묻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노력은 보답받았다.

         

       『 칼봉산_메기_조사_죽다리마을_구전_녹취1.wmw

         

       (치익-삐. 녹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녹음 시작하는겨?

       그려 보자. 물괴기 스님 이야기해달라고 했지? 그 뭣이냐 나 때는 말이여, 그것을 이와나보즈라고 했었어. 엄청 유명한 녀석은 아니었는디 그 산 깊숙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한테는 은근히 퍼져있었다 카더라만.

       

       그 왜정 시절에 내가 보통학교를 다녔는데 말이여, 그 옆에 칼 차고 당기던 센세이(先生, せんせい)가 있었어. 맨날 조센징(朝鮮人), 가이치진(外地人)을 입에 달고 살던 놈이었는디 지 맘에 들지 않으면 학생들 뺨따귀를 후리는 건 기본이었고, 칼집으로 애들을 패기도 했었지.

       

       이노마가 성질머리는 더럽기는 했는데 거 묘한 사명감이 있는 놈이었으야. 못 배워먹은 외지인을 잘 교육해서 대동아의 일꾼이 되게 해야 한다나?

       그래서리 수업 중에 집중을 안 하면 어찌나 지랄 지랄을 하던지 아주 지금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려, 치가 말이여.

       

       그런데 이노마가 가끔 기분이 좋을 때가 있었어. 아마 높으신 분한테 애들 잘 가르친다고 칭찬이라도 듣고 온 날이었을겨. 그때마다 이노마가 내지(内地, ないち)의 우월한 문화라면서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었는디, 그때 들었던거이 바로 이 이와나보즈 이야기여.

       

       어떤 낚시꾼이 한밤중에 낚시하고 있는데 웬 스님이 나타나서 주의를 줬다는거여. 이런 곳에서 함부로 낚시하믄 안 되고, 함부로 물고기를 잡아먹어서 살생을 저지르면 안된다는겨. 그런데 이 남자도 그냥 살생하기 위해서 잡는 것은 아니었으니 스님한테 양해를 좀 구하고, 가지고 온 오니기리(おにぎり)를 반 뚝 잘라서 나눠줬다고 혀. 그러니까 스님은 주의하라는 말만 남기고 그거 먹고는 그대로 갔다는 거지.

       그런데 그 뭐여, 시간이 지나서 웬 붕어가 잡히대?

       그래갖고 이 낚시꾼이 기뻐하면서 그거 들고 집으로 가서 그것의 배때기를 쩍 갈라보았거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여, 배를 쩍 가르니까 아까 스님한테 준 오니기리가 툭 튀어나오네?

       그때 낚시꾼은 깨달은 것이지.

       아까 그 스님이 이 붕어였다고 말이여.

       이것이 바로 스님인 척하는 물고기 요괴, 이와나보즈 이야기여.

       

       이만하면 됐는감? 』

         

       『 이와노보우즈 후쿠시마현 구전.hwp

         

       오래전 산골짜기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강에 모여 물고기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스님이 그들을 만류하면서 살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게다가 그냥 그렇게 말하고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눌러앉아서 끊임없이 설교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경단을 꺼내 그 스님에게 드렸고, 그러자 스님은 그것을 맛있게 먹고는 그대로 사라졌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저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스님은 참 오랜만에 본다면서 두런두런 뒷담을 하고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그렇게 물고기를 잡기를 한참.

       그들은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곤들매기를 잡았다.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곤들매기를 들고 마을로 갔고, 마을에 도착해서 손질하기 위해 배를 갈랐다.

       그러자 그 곤들매기의 배에서 아까 스님에게 주었던 경단이 나왔다.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그 곤들매기를 먹지 않았고, 스님이 나타나면 경계하게 되었다고 한다. 』

         

       사람들은 이와나보우즈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알고 나자 자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노인에게 이야기를 듣고, 자료들을 구하고, 외국 대학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자료들을 쉽게 긁어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수도권의 명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문화인류학 교수에게 나왔다.

         

       [ 아, 이와나보우즈. 나름 유명한 요괴에 속하는 녀석이지요.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는 한데…. 이거는 저보다는 전공을 한 사람에게 듣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아마 한 20년 전쯤 인가였을 겁니다. 그때 도쿄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게이오기주쿠 대학(慶應義塾大学)에 민속학을 전공한 교수 한 명과 친분을 나누게 되었죠.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인데, 한 번 연락해보겠습니다. 아마 이와나보우즈에 대한 이야기나 그런 것보다는 요괴의 모습이나 특징, 그 요괴를 숭배하거나 퇴치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술이나 미신이 궁금하실 것 같은데….]

         

       그 교수는 기꺼이 자신의 인맥을 정부를 위해 사용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 아, 사토 교수랑 이야기했더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일단 이와나보우즈에 관련된 주술은 일본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정식 명칭은 이와나보우즈 그림자 초환술법(岩魚坊主影形招喚術法)이라고 하는데, 후쿠시마에 있던 한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주술이었다고 합니다. 가마쿠라 시절부터 이어온 공가(公家) 가문이었다고 하는데, 점차 세를 잃다가 일제 시절 대가 끊겨버렸다고 하더군요. 듣기로는 유일한 아들이 몰락해가는 가문을 일으키려고 참전했다가 그대로 요절한 것 같다고 하는데…. 글쎄요. 당시 주류였던 유신지사(維新志士)들이 아이즈번을 끔찍할 정도로 차별하고 탄압했던 것, 유신지사들이 군에서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는 것, 그리고 아이즈번에는 후쿠시마가 속해 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그 후계자라는 사람은 전쟁을 핑계로 제거당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하하. ]

       

       [ 아이즈번 사람들은 경찰 조직에서 힘을 쓸 수는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기들 구역도 아니고, 게다가 군대라는 조직의 세가 하늘을 찌르기까지 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전쟁 중에 가문 하나 사라지는 거야 뭐 그리 이상한 것도 없는 일이지요. 그렇게 가문 하나는 손쉽게 멸망했고, 가문이 보유하고 있던 보물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중에는 주물(呪物)도 있고, 주술에 대해 기록해놓은 기록물들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대부분은 권력자의 손에 들어가거나 음양사에게 흘러가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이와나보우즈 그림자 초환술법 말입니다만. ]

       

       [ 이것 역시 딱히 기록은 남아있지는 않지만…. 예, 무사히 권력자나 음양사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그 당시 가문 하나를 찢어버리고 가지고 있는 보물을 분배받을만한 권력자들은…. 아마 우리가 우익, 혹은 전범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가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겠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경찰 조직의 손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기는 합니다만, 아마 그렇게 경찰 조직으로 흘러간 것은 음양사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일 뿐입니다. ]

         

       교수는 이와나보우즈에 대한 조사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있을법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해준 것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빌어먹을 소동을 저지른 흉수가 누구인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아주 큰 것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는 것.

       흐릿한 달빛에 의지하며 앞으로 걷는 것.

         

       이 두 가지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윤곽은 점점 조사함에 따라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부장님! 영인산에 나왔던 인어 있지 않습니까!”

       “어, 그 인어. 왜?”

       “일본 요괴를 살펴보다 보니 이런 걸 찾았습니다!”

         

       『 아마비에(アマビエ)

        : 구마모토현의 요괴.

       바닷속에서 빛과 함께 나타나 풍년과 역병을 예고하는 요괴이다.

       기다란 머리카락에 인어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얼굴은 새와 닮았고 부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 말을 할 줄 알며 사람에게 우호적이다.

       사람들의 앞에 나타나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 자신을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면 역병을 피해 갈 수 있으리라 말하였다. 그 말대로 역병이 돌기 시작했을 때 아마비에의 형상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보거나 간직하니 그 사람들에게는 역병이 침범하지 못했다고 한다. 』

         

       “이것도 일본 요괴네?”

       “예, 그렇습니다.”

       “허, 두 번이나 일본 요괴라고…? 잠깐만, 잠깐만…. 이 새끼들 봐라…? 이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싸한 느낌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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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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