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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분대장.”

        

       “내가 그리웠나?”

        

       “하하, 물론이지요. 아무튼 막내가 확보한 정보까지 전부 다 확인했을 거라고 믿고, 본격적으로 시설 청소나 하러 가시죠.”

        

        

        

        공항 서쪽, 렌탈 카 픽업 지점.

        

        주변을 경계하던 적들은 이미 두개골이 박살난 채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외부에서 주변을 정찰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하던 정찰조와 합류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제부터는 모든 인원들이 빠짐없이 교전에 돌입할 시간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궂은 일은 언제나 발현자들 몫이다. 장갑차 및 전차에 폭탄을 설치하고 기숙동 환풍구에 음습한 짓거리를 하는 등의 일 말이다. 대신 오늘의 정찰조는 작전통제실을 기습하여 중요한 정보를 전부 탈취하고 수뇌부를 전부 제거해버릴 것이었지만. 이 역시도 참수 작전이다.

        

        간단하게나마 각자의 임무를 말해보자면, 정찰조였던 이들은 작전통제실을 기습하고 군수참모를 심문하여 이 기지에 있는 전술병기 목록을 확인, 우리에게 보내줘야 했다. 반면 우리는 중국군 및 카르텔이 주거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처리하고 적의 병기가 가동되기 전 미리 손을 쓰는 것이었고.

        

        

        행운을 빌라는 말과 함께 여섯 명의 인원은 다시 절반으로 쪼개져 각자의 위치로 향한다.

        

        다이스와 하모니가 오웬스의 높은 기준을 잘 통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로렌티나, 로건과 함께 좀 더 북쪽을 향해 전진했다. 흥미롭다면 흥미롭게도, 피닉스-메사 공항 옆에는 엠브리-리들 항공대학교가 있었다. 바로 옆이 공항이기에 방음이 빵빵하게 잘 되는 기숙사 건물도 하나 있었고.

        

        바로 그곳이 오늘의 목적지였다.

        

        아까 전에도 말했듯, 방광과 방음을 개나 줘버렸다는 말처럼, 이 기숙사 건물 역시도 상당히 시끌벅적한 상태였다. 시간이 좀 늦었기에 밖을 돌아다니는 적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지만, 창문에서 빛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아직 건물 안에 돌아다니는 것들은 많겠지.

        

        

        

       ───피이잉!

        

        

        

        무형의 펄스가 건물을 뒤덮는다.

        

        건물 출입구는 네 곳. 옥상에는 환기 시스템 및 환풍구가 설치되어 있었고, 내부 상주 인원은 백수십 명이 넘었다. 건물 자체가 5층으로 되어 있었기에 인원이 꽤 있는 듯했다. 물론 한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 이상을 안에 구겨넣은 탓도 있을 것 같았지만.

        

        문 위쪽을 확인했다. 유사시 완전히 닫아버릴 수 있는 방화 셔터가 있었다. 여기까지도 기억에 있었다.

        

        로렌티나는 꽤나 재밌겠다는 듯 어둠 속에서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환풍구에 수면 가스를 풀어버린 다음, 방화 셔터를 내리고 테르밋으로 용접해버리죠.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하게.”

        

       “끝내주는 아이디어로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닼존에서 이 사람들이랑 안 마주쳐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누나들미쳤어?

       -이쯤되면 진심으로 두려워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들 설마 현실에서도 킬카운트 있는 거 아니지? 진짜죠? 눈나? 대답해!!!!!!!!!!!!!!!!!!

        

        

        

        채팅창이 아주 그냥 난리다. 앞으로 하나가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아무튼, 슬슬 움직일 시간이었다. 건물 위로 올라가는 건 내 몫이었다. 로건과 로렌티나는 내가 수면 가스를 풀자마자 건물 시스템을 해킹해 환기 체계를 교란하고, 철제 셔터를 내려오게 한 뒤 테르밋을 빈틈없이 발라 용접하여 건물 전체를 거대한 관으로 만들어버릴 예정이었다.

        

        건물을 올라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발열 스틱이 달린 핀을 가동시킨 뒤 벽에 지긋이 눌러 박으면 벽이 녹으며 핀이 안에 박힌다. 이 또한 이카루스의 기술력이었다. 고층 건물은 올라갈 수 없어도 어지간한 높이의 건물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다.

        

        손에 하나씩, 그리고 신발에 하나씩. 조금 기이한 형태의 등반이긴 했지만 불과 1분 가량도 안 되어 20m가 좀 넘는 건물의 옥상에 발을 올릴 수 있었다.

        

        

        

       “등반 완료. 어디 보자, 캐니스터가 어디 있더라…30초 안에 설치할게요.”

        

       “느긋하게 해요, 느긋하…어라. 잠시만요.”

        

        

        

        그와 동시에 인컴을 타고 울리는 픽 소리. 누가 봐도 소음기 달린 권총으로 쏜 아음속탄 소음이었다. 바닥에 털퍼덕 엎어지는 소음이 거의 동시에 들리고, 그 다음으로는 바닥에 뭔가 질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렌티나가 큭큭대며 담배 피러 나온 친구 한 명을 밤하늘의 별로 만들어줬다며 되도 않는 농담을 하는 사이, 나는 할로타닌과 벤조디아제핀이 적당히 혼합된 수면 가스통을 낚싯줄에 조심스럽게 묶고는 핀을 뽑아 환풍구 안에 살그머니 집어넣었다.

        

        대충 던져넣어 환기구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음이 나면 안 되니까.

        

        

        

       “설치 완료. 환기 시스템 부탁드려요.”

        

       “물론이죠.”

        

        

        

        결과를 구태여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자동으로 켜진 내부 에어컨 등을 통해 건물의 모든 방 안으로 쏘아진 수면 가스는 자신의 역할을 실로 탁월하게 해냈다. 몇 번 펄스를 돌려 확인해본 결과 내부는 마치 영안실을 방불케 하는 인영으로 가득했다.

        

        그 와중 테르밋을 사용해 문을 용접해버린 로건과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내부 인기척 없음. 마무리하고 내려오세요. 격납고로 갑니다.”

        

       “금방 내려갈게요.”

        

        

        

        물론 여기서의 ‘마무리’는 그 의미가 조-금은 달랐다.

        

        파우치를 열어 환기구에 폴리우레탄 수류탄을 하나씩 쏟아붓는다. 그 숫자는 총 다섯, 거기다가 화학물질 발사기 캐니스터까지 끌어왔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았건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배 이상 부피가 늘어난 그것이 환풍구 안쪽을 완전히 메웠다.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에게 한 개 받아온 테르밋 스틱을 꺼내어 착화. 야간 사용을 대비하여 불꽃은 없었지만 이미 스틱은 수천 도 이상으로 타오르고 있을 것이었다. 옥상을 돌아다니며 폴리우레탄 폼에 슬그머니 지져주자 해당 지점이 녹아들더니 이내 시원하게 타올랐다.

        

        유독성 가스가 환풍구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옥상 근처에 널려있는 종이판 등으로 여러 개의 환풍구를 완전히 막아버린다. 아마 계속해서 타들어가겠지. 내부에는 환풍구끼리 이어지는 통로도 있었기에 산소가 모자라 불이 꺼지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모든 폴리우레탄 폼이 타들어가면 반응 결과물인 유독성 가스는 에어컨을 타고 모든 방에 흩뿌려질 거고.

        

        

        이게 뭔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에게 덧붙였다.

        

        

        

       “파이널 챔피언십 듀오 및 스쿼드 경기가 이뤄지는 주중에 한국 대표팀에게 말한 적이 있었지요. 폴리우레탄 폼을 태우면 유독한 가스가 나온다고.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몬가…몬가 알거같은데….

       -아니싀1부ㅏㄹㄹ 이거 태우면 청산가스나오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

        

        

        

        용케도 정답을 맞추었다.

        

        폴리우레탄 폼을 태우면 사이안화수소, 다른 말로는 청산 가스가 나온다.

        

        그 가스가 환기 시스템을 타고 기숙사동에 가득히 유입되었으니 결과는 상당히 뻔하리라 – 물론 이걸 보고 낚찌 드립을 치는 친구들은 가차없이 밴을 먹여주었다. 그건 홀로코스트지만 이건 최소한의 준비를 통한 적의 완전한 무력화였으니까.

        

        환기구에 로프를 단단히 연결한 뒤 바닥으로 스르륵 내려오자 두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분대장 쪽도 무사히 작전통제실을 장악했다고 하니, 빠르게 격납고로 이동하죠. 장비에 탑승할 인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때는 설치해뒀던 걸 전부 떼야겠죠. 미군 친구들의 품에 들려줄 선물이 이만큼 생기겠어요.”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한편, 그 와중 다이스는 정말로 머리가 반짝반짝한 군수참모를 보면서 뜬금없이 웃음 참기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기에 덧붙였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내버려둬요.”

        

        

        

        아무튼, 아직 정찰조와 합류할 때는 아니었다.

        

        목적지는 A-23 격납고. 아까 로렌티나가 심문했던 엔지니어가 제대로 된 답변을 들려주었는지를 확인해볼 시간이었-으나, 구태여 확인해볼 필요조차 없었다. 저 멀리 살그머니 문이 열린 격납고 너머로 몇 명이 주변을 오갔고, 더 나아가 그 사이로 몇 대의 적 병기가 힐끔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는 간단했다. 격납고에 상륙한 세 개의 허리케인은 내부에 잔존하는 모든 병력을 깔끔하게 청소했고, 우리는 20대가 넘는 탱크와 장갑차의 포신과 탄약고 등등에 일일이 테르밋과 시커 마인, 드릴 차지 등을 설치했다.

        

        대략 5분 가량의 시간을 들여 해당 과정을 마무리하는 와중,

        

        

        

       ───투두두두두!

        

        

        

       “아이구.”

        

        

        

        누군가가 총을 격발했다.

        

        AK 특유의 총소리. 그러나 정찰조와 침투조 중 그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공항 전체에 사이렌이 울려퍼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이 넓은 곳을 지나다니는 모든 인원을 전부 관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언젠가는 들키게 되어있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를 정하는지가 바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었으며 – 전력의 절반 이상이 가만히 앉아 몰살당했고, 이 공항 기지에 속한 대부분의 지상병기들에 트랩을 설치한 시점에서 알아차렸다는 건 적들 기준에서는 좀 많이 늦은 뒷북이었다.

        

        

        

       “시작됐네요.”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제 마무리 작업을 할 때였다.

        

        격납고 한 켠에 세워진 모터사이클에 가까이 다가가 시동을 건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저와 막내가 먼저 SAM 포대 근처를 청소하죠.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죠, 북극곰?”

        

       “물론.”

        

        

        

        다행히도 오토바이는 실로 견고했고, 발현자 두 명을 태우고 달리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격납고 문을 비집고, 전조등조차 꺼진 오토바이가 활주로 위를 달렸다.

        

        피닉스-메사 공항 탈환 작전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습격! 적 습격이다!”

        

       “일어나라, 이 굼벵이 깜둥이 새끼들아!”

        

       “전 경계 병력에게 알린다. 기지 내부에 적이 침투했다. 숫자 불명. 수상한 거동을 목격할 시 즉각 발포하라!”

        

        

        

        오후 10시의 기지가 미친듯이 부산스러워진다.

        

        하지만 기지에 상황이 발생한 것과 범인을 찾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한가로이 쉬고 있던 카르텔 연합군과 중국군 전원이 황급히 무장을 마치고 공항 이곳저곳으로 뛰쳐나와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기 시작했음에도 보이는 것은 오직 시체 뿐이었다.

        

        작전통제실은 마치 초자연적인 누군가가 사람만을 어딘가로 데려간 것마냥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텅 비어있었고, 분명히 수많은 아군이 뛰쳐나왔어야만 할 기숙사동은 그저 조용했다. 정문과 옆문, 후문 전부가 실로 단단히 용접되어 있었다.

        

        내부 손상을 감안하고서 총을 수백 발씩 사격해 철문을 뜯고 들어갔지만 참혹한 현장만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덤이었고.

        

        

        하지만 의문은 아무런 것도 풀리지 않았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인력이 언제 기지를 습격했는가?

        

        아직 기지에 남아있긴 한 것인가? 이미 모든 일을 마치고 퇴출한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목적인가?

        

        조립해야만 하는 퍼즐의 크기는 너무나도 방대했고, 중국-카르텔 연합군이 수집한 퍼즐 조각의 숫자는 너무나도 적었다. 게다가 수상한 거동을 목격할 시 즉각 발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짐에 따라 아군 오사도 쉽게 발생하는 판이었다.

        

        암구호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본래라면 묶일 이유조차 없었던 카르텔과 중국군이라는 두 세력의 신뢰 관계는 실로 얄팍하기 그지없었고, 나름대로 정해졌던 암구호는 아주 간단하게 무시되었다. 그 결과 그나마 체계가 잡힌 중국군이 카르텔에게 먼저 발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결과 발생한 것은 말 그대로의 내전이었다.

        

        

        

       “씨발, 저 칭키 새끼들이 우리한테 쏜다!”

        

       “그럴 줄 알았지. 형제들이여, 시날로아의 이름 아래 저 망할 잡놈들 전부 죽여!”

        

       “빌어먹을, 저 깜둥이들이 발포한다! 응사하겠다!”

        

       “아편이나 팔아먹는 저 쓰레기들을 숙청할 때가 됐군. 전부 갈아버려!”

        

        

        

        아비규환이 몇 번이나 겹치고 겹쳐, 피닉스-메사 공항에서 지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로렌티나와 유진이 탄 오토바이는 활주로를 가로지르며 SAM 포대 인근으로 빠르게 접근 중이었다.

        

        

        

       “고개 숙일게요. 전부 바람구멍 하나씩 내주자구요.”

        

       “여부 있겠습니까.”

        

        

        

       ───픽! 픽! 픽!

        

        

        

        부우우웅!

        

        우렁찬 엔진음 사이에 섞여든 발사음. 서프레서에 의해 한층 줄어든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날아간 M110A1의 7.62mm 나토탄. 모래 포대 사이에 엄폐 중이었던 경계 병력의 머리가 시원하게 뚫린다.

        

        고속 기동 중 별다른 반동 억제 장치도 없는 사격. 본래라면 맞을 확률보다 맞지 않을 확률을 먼저 세는 것이 더 높았지만, 이미 인류의 한계 이상으로 가다듬어진 사격 실력은 그것을 간단하게 가능케 만들었다.

        

        기괴한 소음과 함께 모터사이클이 포대 근방을 크게 돌았다. 유진 역시도 발과 꼬리를 통해 무게중심을 섬세하게 조정하는 한편, 미사일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조차 않는 남은 적을 그대로 끝장낸다.

        

        

        물론 SAM 사이트는 하나가 아니었고, 현재 부설된 숫자는 – 중국군 군수참모를 들들 볶아 나온 결과에 의하면 여섯 대. 이 모든 곳을 전부 처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방향을 전환한 이륜 차량이 순식간에 가속하며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포대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유진은 마치 평지에 서있는 것마냥 안정적으로 사격을 해댔고, 로렌티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저 멀리서 픽픽 바닥으로 쓰러지는 적 경계 병력을 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아하하하! 이 기분 오랜만이네요! 실로 상쾌하군요!”

        

        

        

       -이 사람 진짜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 공략팀에서 로렌티나만큼 이미지 확실한 사람은 없을듯wwww

       -광기!끝없는광기!아아아아아악!!!!

       -모든 방송이 올타임레전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야 유진선생님이 5일간 방송을 묵혔던 이유를 알겠읍니다!!!!!!!!

        

        

        

        유진은 앞에서 들려오는 로렌티나의 광기어린 웃음소리와 인컴을 통해 들리는 ‘저 또라이 새끼….’라는 발언 전부를 무시하며 연속적으로 사격했다.

        

        신들린 듯한 사격 솜씨를 통해 순식간에 절반 이상의 포대에서 연합군이 자취를 감췄다. 그 와중 정찰조 역시 카르텔 및 중국군 연합 수색조와의 첫 교전을 치르고 있었고.

        

        그 와중 UI 위로 떠오르는 SAM 해킹 문구. 로건이 하나둘씩 포대의 소유권을 대거 팀에게 끌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 맞춰 로렌티나와 유진은 더더욱 스피드를 내었고, 이들은 활주로를 족히 시속 100km 이상으로 가로지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지워 없앴다.

        

        그리하여 꼴랑 5분도 되지 않아 활주로 인근의 모든 적이 황천길을 건넜을 때, 적당한 곳에 내려 지대공 미사일을 해킹 중이던 유진이 들은 것은 오웬스의 목소리였다.

        

        

        

       “방위 140에서 네 대의 공격헬기 접근 중. 작전통제실 IFF에는 아군으로 등록되어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

        

       “우리 기준에서는 적이죠. 처리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가 유진을 태우고 5번째 SAM 사이트로 향했다.

        

        현재 로건은 1번째와 2번째를 전환 완료했고, 유진은 6번째 사이트 전환을 끝낸 뒤 로렌티나의 도움을 받아 5번째로 간 상황. 로건이 3번째 사이트, 로렌티나가 4번째로 가게 되면 여섯 개의 지대공 미사일 터렛이 전부 아군 수중에 떨어지는 셈이다.

        

        하나의 터렛에는 8발의 미사일이 달려있었으니, 도합 48발. 적 헬기 4대를 격추하기에는 실로 모자람 없는 숫자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기이잉!

        

        

        

        포대가 돌아가며 자동으로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여섯 대의 터렛이 각각 두 발씩 발사했으니 숫자는 열두 발. 저 멀리 수평선 언저리에서부터 새빨간 플레어가 우박처럼 떨어져내린다. 하지만 숫자는 폭력과 동일한 뜻이었고, 축차로 발사된 미사일을 전부 회피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30초도 지나지 않아 네 대의 공격 헬기는 동등한 숫자의 불덩어리가 되어 어둠을 살짝 밝혔고, 그대로 사막 한가운데에 추락한다.

        

        여섯 개의 포대에 남은 미사일은 총 12발.

        

        물론 지상을 타격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시급히 타격해야 할 지점이 있나요?”

        

       “좌표를 보내주지.”

        

        

        

        기다렸다는 듯 이어지는 오웬스의 말.

        

        그와 동시에 여덟 발의 미사일이 허공으로 치솟았고, 곧바로 지상을 향해 돌격했다. 본격적인 공대지 미사일, 또는 지대지 미사일에 비하면 그 폭발력은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으나 적 병력을 일부 소거하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한편, 그 와중 A-23 격납고에서는 ⅓ 가량의 지뢰와 드릴 차지, 그리고 테르밋 트랩이 작동하며 탑승자와 기체를 전부 불태웠다. 물론 그로부터 몇 분 가량을 더 기다려도 딱히 별 일이 없는 걸 보니 저게 마지막이었나보다.

        

        UI 위로 표시된 공항 내의 적 병력 퍼센테이지는 어느덧 30% 이하. 그마저도 적 병기가 부숴지지 않아 저렇게 표기된 것이었기에 실제로는 좀 더 낮겠지.

        

        유진은 기분좋게 숨을 뱉으며 덧붙였다.

        

        

        

       “이제 피닉스 북부의 미군 친구들만 부르면 간단하겠군요.”

        

       “샌 안토니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네. 수고했다, 유진.”

        

       “실로 수고 많았어요, 막내.”

        

        

        

        물론 덕담을 주고받기에는 조금 일렀는지, 다이스가 빠르게 덧붙였다.

        

        

        

       “서로 칭찬해줄 여력 있으면 여기 와서 좀 도와주세요! 아직 적 많이 남았거든요, 여기!”

        

        

        

        큭큭대던 로건이 덧붙였다.

        

        

        

       “새로 합류한 막내들을 도와주러 가보자고.”

        

       “물론이죠.”

        

        

        

        남은 지대공 미사일 4발이 또다시 어디론가 발사되는 것을 뒤로 하고, 세 명의 인원은 정찰조에 합류하기 위해 공항을 가로질렀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피닉스의 하루는 이제 시작이었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그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환풍구에 가스는 콜오브듀티 싱글플레이 미션 중 하나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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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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