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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 ***

         

       다음날 곧바로 호경의 비무첩이 도착했다.

         

       비무 날짜는 내일 정오.

         

       호경의 졸개에게 타진 의사를 전달해 보내자 사천낭인들이 곧바로 나를 둘러쌌다.

         

       “자네, 혹시 초절정에 올랐나?”

         

       “뭐?”

         

       “그렇지 않으면 초절정인 호경의 비무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낭인들은 나를 둘러싼 채 긴장한 낯빛으로 내 답을 기다렸다. 사천낭인들은 내가 절정에 오른 시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낭인객잔의 연무장에서 절정의 경지에 올랐으니까.

         

       그 뒤로 채 1년도 되지 않을 기간에 않았거들 초절정이라니.

         

       낭인들 입장에는 엄청난 대사건이지 않을까.

         

       나는 나를 둘러싼 낭인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안알랴줌.”

         

       “저, 저…!”

         

       열받은 낭인들의 비난이 난무했지만 한 귀로 흘리며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해 착석했다.

         

       내 실력이야 내일까지 기다리면 비무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으니 저러다 말겠지.

         

       흑묘는 뒤에서 방방 뛰는 낭인들을 보면서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현재 사천성에 대한 구도를 좀 조사해 왔어요.”

         

       “오.”

         

       흑묘가 가장 필요한 정보를 물어다 왔다.

         

       “현재 사천성 정파들은 크게 위축된 상태에요. 뭐 선배도 아시다시피 정파들의 행적이 좋지는 않았으니까요.”

         

       뭐 그렇겠지.

         

       진짜 사천성의 영웅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돕이었으니 사천성 주민들이 느낄 배신감은 장난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는 흑묘가 건네준 서류를 읽으며 사천성 문파들의 현황을 파악했다.

         

       “음, 전체적으로 이 정도만으로 끝난 게 다행이다 싶네.”

         

       “아주 가까운 과거이긴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니까요. 산적토벌로 인해 생겨난 사천개인비무대회에서 깨끗하게 겨루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로 끝났지 개인비무대회나 산적토벌이 없었던 과거의 사천성이었으면 지금의 정파들은 다 현판도 남기지 못하고 공중분해됐을걸요.”

         

       그거 다행이군.

         

       결국 사천성은 사천성의 문파들이 지켜야 한다.

         

       꼴랑 서른 명도 안 되는 사천낭인들이 외부에서 밀려들어오는 사파 세력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사천성의 정파들은 정철이 내건 명분으로 크고 작은 타격을 입었지만 대체적으로 잘 버텨낸 모양이다.

         

       뭐 무력적으로는 부족해도 권모술수에 약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사천성이었으니 알아서 꾀를 냈겠지.

         

       “다음은 사파세력에 관한 정보에요.”

         

       나는 다음 서류를 읽어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벌써 사천성에 초절정 고수가 넷이나 들어왔다고?”

         

       이제야 초절정 고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줄 알았는데 이미 많은 초절정 고수들이 사천성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사파들의 세력확장이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티가 안 났을 뿐이었군.

         

       “선배가 비무첩을 받은 백호도 호경이라는 자는 사실 사파 세력중에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사천성의 유흥가 쪽은 무주공산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음지의 영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루, 도박장, 그 외에 빈민촌이나 떳떳하게 거래하기 힘들 물건들이나 범죄로 먹고 사는 이들 등등.

         

       사파가 없는 사천성에서 그런 음지의 영역은 빈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사파 세력 자체가 없으니 있는 건 흑도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조무래기들뿐.

         

       초절정 고수가 이끄는 사파 세력이라면 단숨에 음지의 영역을 점령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흑사권 쉬식, 당랑겸 마차, 서복편 직직이 각기 사천성의 음지를 차지하고 다툼을 벌이고 있어요.”

         

       정파가 손을 대기 힘든 고전적인 사파의 영역권에는 벌써 사파 세력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 비교적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호씨는 아늑한(?)음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돈을 갈취하며 세력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었을까.

         

       “딱 시기적절했군.”

         

       “그러게요.”

         

       음지에서부터 차오른 사파의 힘이 양지로 넘쳐흐르기 시작하는 시기에 도착했다. 앞으로 몰려들 사파 세력들은 음지에 자리가 없으니 본격적으로 양지를 공격할 테고 그 과정에서 사천성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피해가 발생했겠지.

         

       “그래,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는 듯한 당소열의 물음.

         

       나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뭐 일단은….”

         

       불명 어르신은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고 말씀하셨지.

         

       그 말이 맞다.

         

       쥐어패지를 못하니까 머리를 혹사시켜서 계책을 짜 내는 거지. 간단한 해결책은 늘 존재한다. 다만 그 해결책을 사용하기 위한 힘과 역량이 부족할 뿐.

         

       “다 족치고 볼까요.”

         

       머리는 잠깐 쉬고 있어.

         

       지금부터는 몸의 시간이다.

         

       *** ***

         

       황금가의 장원이었던 부지를 뜯어고쳐 만들어진 사천비무대회장.

         

       매일 벌어지는 비무에 늘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고 백금대전이라 불리는 상위 절정고수들의 대결이 잡히는 날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는 했던 곳.

         

       그러나 정철의 격문이 돌아 사천성 문파들의 민낯이 드러난 이후 점차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었고 무인들의 참여 역시 시들해지며 사람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어느때와 다르게 사천비무대회장에 사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사천낭인 이십팔호가 귀환했다지?”

         

       “이십팔호가 그 정철에게 일갈했다는 낭인이라지?”

         

       “오늘 호경을 완전 묵사발을 내버리겠다고 선언했다는데?”

         

       “그래? 나는 사천성에 자리잡은 사파들을 모조리 쓸어내겠다고 들었는데?”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 몰려든 사천인들!

         

       누군가는 정말 사천낭인 28호가 정철을 물리칠 수 있는 실력인지 궁금해했고 누군가는 정말로 사천성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사파세력을 물리쳐 줄 것인지 궁금해했으며 누군가는 사파의 인물이 공개적으로 비무를 신청한 것에 분개해 달려왔다.

         

       각자의 이유와 감정을 담고 모여든 사천인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공통 분모가 하나 있었으니.

         

       사천낭인 28호의 승리와 호경의 패배를 기원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온다!”

         

       “사천낭인들이다!”

         

       “몇 명이지? 저들 중에 28호가 있는가?”

         

       무리 지어 나타난 흑립의 무리를 보며 군중들이 분분히 연무장으로 가는 길을 터주었다. 연무장 아래 늘어선 사천낭인들 중 한 사람이 흑립을 매만지며 비무대에 올랐다.

         

       “저 대검! 사천낭인 이십팔호가 분명하다!”

         

       “와아아아아아!!”

         

       고대하던 사천낭인 28호의 등장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직까지 사천인의 환대가 익숙하지 않은 호천안이 흑립을 눌러 썼지만 그걸 인사 동작으로 착각한 사천인들의 환호성은 더욱더 커졌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사천낭인들이 비무대에서 얼을 타는 호천안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관중들에게는 흑립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그런 행동을 기척으로 감지안 호천안이 이를 갈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비켜라 비켜!”

         

       “바쁜 형님의 길을 막지 마라!”

         

       길을 트기 위해 마구 행패를 부리는 호경 일당!

         

       “호경이다!”

         

       “저, 저 극악무도한 놈!”

         

       우-! 우-!

         

       사람을 밀치고 두들겨 패며 열은 길을 타고 호경이 비무대 위에 올라왔을 때 엄청난 야유가 주변을 뒤엎었다. 호경은 그 야유를 들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

         

       내공이 담긴 웃음이 좌중을 짓눌렀다.

         

       “나의 승리를 보기 위해서 많이도 몰려왔구나! 똑똑히 보아라! 네 녀석들이 그리 기대를 걸던 사천낭인 28호가 바닥을 기는 모습을 말이다!”

         

       우-!

         

       여전히 관객들은 야유를 내질렀지만 울려 퍼지는 야유의 목소리는 한참이나 줄어들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 대전에서 호경이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경의 고수인 정철을 향해 일갈한 사천낭인 28호의 이야기는 사천인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그렇다 해서 현실까지 잊은 것은 아니었다.

         

       사천낭인 중에 초절정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사천인들이 잘 알았다.

         

       지금까지 절치부심하여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사천낭인 28호는 초절정의 초입일 것이 뻔했다.

         

       그에 반면 백호도 호경은 오랫동안 초절정 고수로 이름을 날렸던 자.

         

       호경과 28호중 어느 쪽이 강할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 자연히 기세가 꺾이고 야유 소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저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28호가 호경을 꺾어주길 바랄 뿐!

         

       관중들이 간절함을 담은 눈으로 비무대를 응시했다.

         

       “크흐흐흐…드디어 이 사천성이 내 손안에 들어오겠구나.”

         

       호경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도를 뽑아들었다.

         

       “네놈만 이기면 이 호경 님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 터! 사천성을 도모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겠지.”

         

       “이길 수 있다면 말이야.”

         

       “하하하하! 승패가 명확하거늘 아직도 허세…를…”

         

       호경의 안색이 급격히 흐려졌다.

         

       호천안이 뽑아든 참암검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협봉검보다 반 배는 긴 길이에 검신의 너비는 세 치가 넘었다.

       

       그걸 한 손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들어 겨누는 호천안의 자세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무인이라도 쉬이 다루지 못할 중병을 한 손으로 다룸에도 그 무게에 휘둘리기는커녕 완벽히 안정된 자세를 자랑하며 한 치의 빈틈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전에는 나보다 아랫길이었는데! 애초에 갓 초절정에 오른 애송이가 아닌가!’

         

       호경은 그런 호천안의 모습을 보고 허장성세라고 판단했다.

         

       “허세가 제법이구나!”

         

       호천안은 말없이 참암검을 까닥였다. 고수가 하수에게 수를 양보하는 듯한 태도에 호경은 노기를 참치 못하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초절정의 기세를 담은 경이 폭발적으로 공간을 장악하는 것과 동시에 돌진력을 모두 담은 내려베기가 펼쳐졌다.

         

       흉맹한 베기가 떨어져 내리며 관중석에서는 비명이 울려퍼졌다.

         

       호경은 도를 내지르며 호천안의 반응을 살폈다. 겉으로는 화가 치밀어 오른 척 강한 공격을 펼치는 연기를 했지만 실제 도에 실린 힘은 크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이길 승부다. 녀석의 함정에 말려들어갈 필요는 없지!’

         

       쩌어엉!!

         

       검과 도가 충돌했다. 그 순간 호경은 뭔가 잘못 돌아감을 느꼈다. 아무리 전력을 다하지 않은 도격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허무하게 막힌 것이 아닌가?

         

       아무리 대검을 들었다고 해도 전혀 충격을 주지 못한 것은 예상 외였다.

         

       내심 당황하고 있던 호경은 호천안의 다음 동작을 보고는 전신에 소름이 쏴악 돋았다.

         

       방어동작 역시 동작이다.

         

       고수가 한 공격은 그저 무기를 들어올린다고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공격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만큼 힘을 주고 중심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호천안은 어떠한가.

         

       분명히 도격을 정면으로 받아냈는데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재빠르게 공세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공격을 어렵게 막아낸 것이 아니라 가볍게 막아냈다는 반증이었다.

         

       나보다 하수가 어떻게?

         

       그런 의문이 호경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여유는 없었다.

         

       호천안의 검이 벌써 목전에 도달한 상태였으니까.

         

       ‘빨라!’

         

       호경은 황급히 도를 들어 막아냈다.

         

       쩌어어어엉!!

         

       “크으윽!”

         

       대응하기도 힘든 빠른 속도로 펼쳐진 호천안의 검에는 막대한 힘까지 담겨 있었다. 완전하지 않은 방어자세로 검을 받아낸 호경은 그 여력을 해소하기 위해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단 한번의 공격에 다섯 걸음이나 밀려난 호경!

         

       ‘무슨 힘이…!’

         

       호경은 도를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오랜 세월 수많은 충격을 감내해 온 손아귀가 통증을 호소했다.

         

       와아아아아아아!!

         

       누가 고수이고 누가 하수인가.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는 구도에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천지를 울리는 함성 소리 속에서 호경은 호천안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실력을 속였구나!”

         

       “당한 놈이 병신이지.”

         

       호천안은 실력을 숨기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일인지 깨달았다.

         

       ‘역시 세상의 진리는 숨겨져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의 실력을 3할은 감추라는 격언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세상에서 어떤 자가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정면으로 달려들겠는가? 못 이기겠다고 판단한 도망이라도 치면 또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는가?

         

       그런데 실력을 숨기면 지금처럼 먹이가 제 입으로 돌진해 준다.

         

       이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인 일인가.

         

       정작 힘을 적게 썼는데 일은 쉽게 풀리는 마법!

         

       호천안은 불명에게 엄청난 꿀팁을 전수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생각했다.

         

       ‘일단은 5할만 쓰고 나중에 좀 더 꿀 빨아야지!’

         

       “올 생각이 없으면 내가 가지.”

         

       콰아아아!!

         

       호천안의 전력의 절반을 담은 검격이 호경을 향해 쏘아졌고.

         

       그런 검격을 받아쳐야 할 호경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미 고인물뇌가 되어버려서 실력의 3할을 숨긴다는 격언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인 마음대로 해석하는 호천안.

    근데 사실 저게 불명의 의도가 맞음.

    결국 불명도 호천안이니까요!

    그러고보니 요새 너무 연참이 없었네요.

    강호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다음주 중에는 연참을 좀 해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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