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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본인이 처음부터 백화령에게 자랑거리를 읊을 생각은 아니었다.

       

       왜 굳이 그러겠는가. 어차피 본인의 행복을 자랑할 장소야 여기저기에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당장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늑늑이의 포근하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기분 좋음을 설파할 수 있었고,

       

       그 곳에 자리했던 여러 사람들과 함께 늑늑이의 털을 매만지며 행복을 즐길 수 있었거늘.

       

       자랑이랑 자랑은 이미 다 하고 왔는데 왜 굳이 백화령을 찾아가서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겠는가.

       

       본인은 그 정도로 교양 없는 인간이 아니다.

       

       그럼 어찌하여 일이 이렇게 되었는가.

       

       그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우선 백화령이 이 곳에 먼저 찾아왔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구나.

       

       쓰레드 스트리머 서버를 알차게 즐기고 나온 본인은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엔리에게 내릴 벌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녀석에게 자신의 도박이 이런 결과를 낳았음을 뇌리에 단단히 새겨줄 작정이었지.

       

       단순히 녀석을 겁주는 것이야 할 수 있지만 머릿속에 새겨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 말이다.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화룡무인의 세상에 접속한 본인이었다만 화산의 본관에 손님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화령 그 녀석이 백주가 내어주는 차를 마시며 본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녀석은 심심찮게 화산에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으니까.

       

       사유도 그 때마다 달랐다.

       

       어느 날에는 은인을 만나러 찾아왔다 이야기를 했고.

       

       또 다른 날에는 맛있는 것을 내 놓으라 소리쳤으며.

       

       또 어떤 날에는 바루와 장난을 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공통점은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유희를 끝마치고 나면 항상 나와의 대련을 요구한다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 다른 것들은 모두 핑계거리일 뿐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저 대련이겠지.

       

       한 때 백화령과 같은 경지에 머물러보았던 나다. 그녀의 심정에 공감하지 못할 리가 있나.

       

       생각해보라. 백화령은 지금 사실상 천하제일의 자리에 올라선 상태다.

       

       물론 검선을 비롯한 여러 기인들이 그녀와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대등한’ 승부다.

       

       작금의 백화령을 상대로 압도하며 가르침을 내려줄 수 있는 자는 존재치 않는다는 소리다.

       

       심지어 여러 환경적 제약 탓에 대등한 승부조차도 겨루기 어려운 것이 백화령의 현실이지.

       

       그런 상황에서 나라는 존재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 것이다.

       

       자신이 감히 추측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지에 도달한 자이자.

       

       자신과 똑같은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이이자.

       

       대화가 통하는데다가 바란다면 언제나 대련을 해주는.

       

       힘 조절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전력을 내지를 수 있는 상대가.

       

       이런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어찌 백화령의 눈이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것을 아는 본인이었기에 어지간하면 백화령의 대련 요구에 어울려주려 하곤 했다.

       

       그녀와 하는 대련이 마냥 내게 손해로 다가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요즈음의 세상에 녀석만큼이나 본인에게 투쟁의 즐거움을 주는 이가 어디 흔하더냐.

       

       그리고 녀석은 아직 나아갈 길이 창창한 녀석. 자꾸 어울려주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의 멱을 따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래서 본인은 따분한 얼굴로 차를 마시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서 오늘도 대련을 하러 왔구나하고 확신했다.

       

       본인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모를래야 모를 수 없기도 했다.

       

       “무얼 하다 오는 것이냐! 본좌의 시간은 실로 귀중하거늘. 그런 본좌를 이리 기다리게 하다니!”

       “그리 급하면 떠나면 되겠구나. 잘 가거라. 아니면 본인이 직접 보내주랴?”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으냐.”

       

       투덜거리며 곰방대를 입에 무는 녀석을 보고는 그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백주가 기다렸다는 듯 내 앞에 찻잔을 놔주었다.

       

       “이 놈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느냐?”

       “얼마 안 되셨어요. 대충 30분 전쯤?”

       “제자 놈에게 그대가 여기 올 거란 이야기를 듣고 대기한 것이니 말이다.”

       

       한서우 녀석. 만날 바쁘다는 이야기를 지껄여 대더니 자신의 스승이 바라는 바에는 아주 열성적이구나.

       

       두고 보자. 이 놈아. 다음에 우리가 만났을 적에는 내 최선을 다해 그대를 괴롭혀 줄 터이니.

       

       본인이 백화령보다 더 두려운 존재임을 각인시켜 주도록 하겠다.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기에 곰방대를 입에 물었던 나는 불이 붙지 않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가 이 곳이 쓰레드가 아님을 깨닫고 헛웃음을 흘렸다.

       

       자동으로 불이 붙는 곰방대에 너무 익숙해졌구나.

       

       “대체 어디서 무얼 하다 왔기에 이런 푼수 짓을 하느냐.”

       

       내가 다른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백화령이 삼매진화를 가지고 담뱃잎에 불을 붙여 주었다. 푼수 짓이라니. 어휘가 너무 과감하구나.

       

       “여기와는 다른 세상에 있다가 와서 말이다.”

       “외부인이 본래 거주하는 곳 말이더냐?”

       “그와 비슷한 게지.”

       

       백화령은 한서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듯 외부라는 세상에 익숙했다.

       

       그래서 이런 외부의 이야기를 꺼낼 때에도 녀석은 의문을 품기보다는 호기심을 먼저 비추었다.

       

       “차도 남았겠다. 이야기를 해주랴?”

       “하고 싶으면 이야기를 해 보거라.”

       

       본인이 백화령에게 쓰레드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경위는 이러했다.

       

       백화령이 먼저 호기심을 비추었기에 본인이 물음을 던졌고 백화령이 허락을 했기에 말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중간에 늑늑이의 귀여움과 그 털이 지닌 보드라움을 설파하다보니 혀가 좀 길어지기는 했다.

       

       처음에 부러움이 새겨졌다가 그것이 점차 짜증으로 변하는 백화령의 얼굴을 보는 게 즐겁기도 했고.

       

       허나 일련의 과정에 담긴 업이 본인의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백화령의 허락 하에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내뱉은 것이니까 말이다.

       

       “민가. 네놈은 나보다 윗선에 있단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박살을 내버렸을 테니까.”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백화령은 이빨을 으득 가는 소리를 내며 본인을 위협했다. 자신의 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려는 것처럼.

       

       “그것 참. 백화령 그대가 약해빠졌다는 사실에 감사를 해야겠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인은 그에 대해 약간의 위협도 느끼지 않았다. 하룻강아지에게 겁을 먹는 범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나오거라. 오늘이야말로 그대의 얼굴에 비참함을 새겨 줄 터이니.”

       

       백화령은 그리 말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흠. 오늘은 녀석이 내미는 권이 좀 더 가열 차겠군. 재밌겠어.

       

       피식 웃으며 그 뒤를 따라가려던 나는 문 앞을 가로 막는 바루의 모습에 발을 멈췄다.

       

       녀석이 이 집의 지붕에 있다는 것은 알았다만 깨어 있었던 것이냐? 평소처럼 자고 있으리라 생각했다만.

       

       “반갑구나. 바루야.”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바루는 고까운 듯 나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무어냐. 왜 기분이 나빠 보이는 게지? 내가 바루에게 무언가를 했던가?

       

       가만 돌이켜 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최근 쓰레드를 한다고 화룡무인에 머무르는 시간이 좀 적었던 것 정도일까.

       

       허나 본인이 그러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은가.

       

       불만으로 가득해 보이는 바루의 표정이 곤란하여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바루가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평소에 감추어 두던 자신의 귀와 꼬리를 드러내더니 내 앞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

       

       “쓰다듬어라.”

       “허?”

       “쓰다듬으라 하였다! 본인의 매력이 그까짓 늑대 놈에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 줄 터이니!”

       

       아니.

       

       허.

       

       그러니까 지금 바루가 질투를 한 것이냐?

       

       본인이 방금 전 백화령에게 늑늑이의 매력을 자랑했다는 사실에?

       

       “푸하하.”

       

       그를 깨닫고 나니 기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여 웃음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하아. 이 귀여운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꼬.

       

       “왜 웃기만 하는 게냐!”

       

       양 볼이 벌게진 녀석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그 머리를 다소 거칠게 쓰다듬었다.

       

       바루는 손이 너무 우악스럽다며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그렇다 해서 머리를 뒤로 빼지는 않았다.

       

       뭣보다 꼬리가 제멋대로 휙휙 움직이는 것이 내 손길이 그리 기분 나쁜 것도 아닌 듯 했다.

       

       바루야. 내게는 그대가 제일이다.

       

       본인을 겁내지 않고 다가오는 녀석은 그대밖에 없으니 말이다.

       

       늑늑이 그 녀석의 털이 매력적이기는 했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온기가 넘치는 인형이라는 의미에서 좋았을 뿐이다.

       

       항시 본인의 눈치를 보며 벌벌 떠는 짐승에게 어찌 애정을 주겠느냐.

       

       허나 바루 그대는 특별하지.

       

       본인이 현대에 와서 잘한 일을 손에 꼽으라면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와 그대를 만난 것이 무조건 들어갈 정도로.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 녀석을 금방 처리하고 올 테니 맛있는 것이나 먹으러 가자꾸나.”

       “그래.”

       

       바루에게 기다려달라 부탁을 하고 백화령 쪽으로 향했더니 녀석의 표정이 한층 더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허어. 아주 악귀가 들렸구나. 이러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이겠어.”

       “잡설은 되었다. 빨리 가지.”

       

       *

       

       초토화 되어 있다 해도 무방한 대지 위에 서서 엉망이 되어 있는 손을 바라본다.

       

       내기를 손 위에 덧씌운 후 여러 묘리를 사용해 공격을 흘려냈을 터이거늘 본인의 손에 전해지는 부담이 크다.

       

       본인이 길을 비춰주었기 때문일까. 확실히 성장이 빠르군.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성장이 더뎌질 수밖에 없음을 생각해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야.

       

       이대로 간다면 머잖아 천하제일이라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어. 그래도 아직까지 본인에게 닿을 수는 없지만.

       

       대지에 드러누워 손 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백화령을 가만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달래던 녀석은 이윽고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수고했다. 그 짧은 새에 많이 늘었군.”

       “쓰잘데기 없는 위로는 되었다. 그런다 하여 본좌가 패했단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은가.”

       

       꽤나 진심을 담은 칭찬이었다만 백화령은 그것이 맘에 들지 않는 듯 투덜거릴 뿐이었다.

       

       성이 나는 것을 달래기 위해 품 안의 곰방대를 꺼내려던 그녀는 잔해가 되어버린 자신의 물건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더니 그를 바닥에 내던졌다.

       

       “하나 꺼내 주랴?”

       “부탁하마.”

       

       본인이 여분으로 마련해 두었던 곰방대 중 하나를 건네주었더니 녀석이 그를 받아들고는 연기를 피워 올렸다.

       

       “민가.”

       “왜 부르느냐.”

       “그대는 대체 언제 절정에 도달할 생각인가.”

       “흐음?”

       “아무리 그래도 본인이 천마고,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존재거늘. 일류 끝자락의 무인에게 진다는 것이 얼마나 치욕스러운 지 아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화룡무인 속 경지를 올리는 겁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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