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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태어날 때부터 용병단에서 자라온 토비는 감이 좋은 편이었다.

   

   정확하게는 감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해야겠지.

   

   주변의 분위기를 직감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용병단의 형님들에게 얻어맞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재능을 개화해야만 했으니까.

   

   그런 삶을 보냈던 토비는 지금도 자신을 떠보는 듯한 루시의 시선에 등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어.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발을 돌리고 싶은 토비였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먹이를 한 번 포착한 육식 동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상대를 놓아주지 않을 터이니.

   

   짐승의 눈에 들어온 순간 토비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 이빨이 자신의 목을 꿰뚫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뭐해? 멍청이 골렘? 언어기능이 고장 나기라도 한 거야?”

   “그. 두 번째 방에 대한 추측을 말씀드리면 되겠습니까?”

   “푸흡. 방금 한 말도 기억을 못 해서 되묻다니. 너 생각한 것보다 더 멍청한 고물이구나?”

   

   루시의 웃음소리를 들은 순간 절로 목에 핏대가 선 토비였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억눌렸다.

   

   참아야 한다. 여기에서 화를 내는 순간 내 인생이 어디로 굴러 떨어질지 뻔하지 않은가.

   

   “…두 번째 방에서 마주한 늑대가 환각이라 판단내린 이유는 여럿이 존재합니다.”

   

   우선은 직접 검을 맞대어 보았을 때 느낀 기이함이었다.

   

   검이 파고들지 않는다기보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가까운 감각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으니.

   

   그 순간부터 토비는 이 늑대가 평범한 적이 아니라는 의혹을 가졌다.

   

   “다음은 동료가 쫓겨나는 것을 봤을 때 느낀 기이함입니다.”

   “페도 골렘. 너 아카데미의 개허접 던전 공략 안 해봤어? 여긴 위험에 빠지게 되면 자연스레 바깥으로 쫓아내버리잖아.”

   “그것은 죽음에 이를 만큼의 치명상일 경우죠. 두 번째 던전은 달랐습니다. 던전 바깥으로 쫓겨날 상처가 아님에도 강제로 탈출을 당했죠.”

   

   던전을 공략하는 용병단은 보통 선발대의 역할을 맡는다.

   

   누구보다 먼저 던전에 들어가 그 곳의 특성을 알아내고 난이도를 특정해야 하지.

   

   아무리 철저한 준비를 한다 치더라도 미지의 던전에서 항시 안전이 보장될 수는 없으니.

   

   부상자나 사망자가 생기는 것은 용병단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이런 경험 탓에 토비는 치명상과 그렇지 않은 부상을 구분할 줄 알았고. 그가 보기에 당시 친구가 당했던 공격은 분명 치명상이라고 볼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친구는 던전에서 쫓겨났다. 늑대의 이빨에 닿았다는 이유로.

   

   “이 두 가지 사실을 통해 늑대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확신한 전 늑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신의 친구들을 늑대의 먹잇감으로 내어주면서까지 살아남기 위해 발악한 토비는 던전 내에 존재하는 여러 이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어두운 동굴 구석구석을 둘러보다 발견한 여러 마법진이라거나.

   

   빠른 속도로 내달린 늑대가 자신의 털을 남기지 않은 부분이라거나.

   

   거대한 덩치를 지닌 늑대의 발소리가 다소 작은 부분이라거나.

   

   이외에도 몇 가지 특이한 부분을 발견해냈지.

   

   허나 토비는 그 모든 단서를 찾아내고도 던전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자신이 정답에 닿기 전에 늑대에게 따라 잡혀버린 것이다.

   

   “그래도 제 노력이 무의미하진 않았습니다. 여러 단서를 찾아낸 덕에 뒤늦게라도 답을 낼 수 있었거든요.”

   

   그 거대한 늑대가 환각이라면.

   

   작은 늑대를 기반으로 크기를 부풀린 환상에 불과하다면.

   

   던전에서 발견한 이상을 모두 다 설명할 수 있다.

   

   손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치명상을 입은 것도 아닌 친구가 쫓겨난 것도. 늑대의 겉모습과 일치하지 않는 흔적도. 여러 마법진도.

   

   모두 다.

   

   “흐응. 페도 골렘 너는 이미 그 약아빠진 늑대가 환각일 거라고 단정지어둔 상태 아냐?”

   “그렇습니다.”

   “그럼 직접 공략해보면 되잖아? 왜 던전에 안 들어가? 설마 늑대를 마주하면 오줌을 지릴 것 같아서 그래?”

   “함께 파티를 맺었던 친구들이 던전에 들어가기 싫다 그래서 말입니다.”

   

   토비도 직접 검증을 해보고 싶었다. 허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어쩔 수 없이 루시를 찾아온 것이다.

   

   공략을 할 수 없으니 최소한 자신이 내린 답이 맞는지 아닌지라도 확인받기 위해서.

   

   “언제 다시 던전을 공략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라도 재밌는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싶습니다.”

   “…재밌었다고?”

   “예. 용병단에서 자라나며 수많은 던전을 공략해 본 저입니다만 그만큼 고민하는 재미가 있는 던전은 오랜만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지금도 던전 안에 들어가 있고 싶군요.”

   

   이 부분은 아부가 아닌 토비의 진심이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던전을 비롯해 여러 아카데미에서 시험으로 출제된 던전과 여러 던전학 교수들이 제작했던 던전까지 닥치는 대로 공략을 해보았던 그의 입장에서도 루시가 설계한 던전은 흥미로웠으니까.

   

   “흐응. 그렇단 말이지. 좋아. 변태 골렘. 시험 끝나면 다시 나한테 오도록 해. 착하디 착한 내가 특별히 파티원을 구해주도록 할 테니까.”

   “…예? 굳이 그럴 필요는.”

   “설마 내 호의를 거절하겠다는 거야? 페도 변태 골렘 주제에?”

   

   살짝 찌푸려진 루시의 미간을 본 순간 토비는 자신에게 선택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여기에서 고개를 내저었다가 알른 영애께 밉보이면 아카데미에선 영애께 괴롭힘을 당하고 방학 때는 아버지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을 것 아닌가.

   

   그건 곤란하다.

   

   “…아뇨.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 때의 토비는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골랐다고 판단했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흩어져 버렸다.

   

   “…알른 영애. 이 평민을 데리고 가라고요?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영애분들이 계셔서 그건 좀.”

   “흐응. 이제 내 명령을 거부할 정도로 담이 커졌구나. 좆밥 영애? 알겠어. 네가 제멋대로 하겠다니 나도 제멋대로 하는 수밖에.”

   “아뇨! 아뇨!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영애! 제가 이 평민을 포용하겠습니다! …으으. 이 빌어먹을 평민 때문에 내가 왜 고생을 해야 하는 거야.”

   

   럼리 영애께서 뒤통수를 째려보는 것이 너무도 따가워 위장에 구멍이 뚫릴 듯 하다.

   

   알른 영애께는 찍히고 럼리 영애께는 명백한 미움을 사게 된 것인가.

   

   한 번의 실수로 두 백작 영애께 눈총을 받게 되다니.

   

   앞으로의 아카데미 생활이 어떨지 눈에 훤하구나.

   

   그렇다고 아카데미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난 안전할 수 없다.

   

   두 백작 영애에게 찍혔다는 것을 아버지께서 아신다면 난 분명.

   

   …

   

   가출할까?

   

   *

   

   점심을 거르고서까지 던전의 두 번째 방에 도전한 아서일행이었지만 그들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처음 늑대를 만났을 때처럼 속수무책으로 휩쓸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여 늑대를 뛰어넘지도 못한 것이다.

   

   물론 아예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늑대를 상대로 발악을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단서를 찾아낸 것이다.

   

   그 늑대의 털이 괴악할 정도로 튼튼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파고 들 수 없도록 되어 있단 점이나. 동굴 이곳저곳에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 같은 것을 말이다.

   

   “마법진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더라면 일이 편했을 텐데.”

   

   아서는 조금씩 두 번째 방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 늑대는 겨우 두 번째 방의 장벽일 뿐이다.

   

   그 곳에서 이토록 고난을 한다면 세 번째 네 번째 방에 넘어가서는 얼마나 헤맬 것인가.

   

   이러다간 루시 알른에게 복수를 하긴 커녕 기말고사가 끝날 때에 루시 알른의 비웃음을 들을 미래밖에 그려지지 않아.

   

   쯧. 한 번 도박수를 둬보도록 할까. 목숨을 내던져가며 마법진을 분석한 후에.

   

   “3왕자님.”

   

   아서가 초조함에 자신의 손톱을 씹고 있을 무렵. 그 다급함을 눈치 챈 페이비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서는 목소리를 냈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마세요. 저희는 성실히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때로는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더 빠를 때도 있는 법입니다.”

   

   페이비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은 아서는 방금 전까지 뜨겁던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과연 주신 교회의 성녀님이시구나.

   

   저 분이 옆에서 괜찮다 말해주는 것만으로 이토록 침착해질 수 있다니.

   

   심호흡과 함께 눈을 감은 아서는 머릿속에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던 여러 정보를 정리했다.

   

   방금 전의 실패로 단서는 모였다. 이제는 몇 가지 가정을 세우고 검증을 해나가면 그만이야.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머잖아 두 번째 방을 넘어설 수 있겠지.

   

   마음의 정리를 끝마친 후 다시금 눈을 뜬 아서는 페이비에게 고개를 숙였다.

   

   “성녀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직 기간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벌써 초조해 할 필요는 없겠죠.”

   “도움이 된 듯 해 기쁘네요.”

   “조금 더 쉬고 만전을 기한 후 다시 던전에…”

   

   들어가자고 아서가 이야기를 하려던 순간.

   

   저 멀리에서 소란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아서는 그 소란의 근원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던전학 시험장의 한 가운데에 설치된 나무판. 던전의 공략자들 중 선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그 곳에 변화가 생겼던 것이다.

   

   [애버리 럼리 파티 : 3층 공략 중]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두 번째 방이 공략되었다는 사실을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던전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공략되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곳일지어니.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 누군가의 손에 돌파당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서가 놀람을 표한 이유는 두 번째 방을 공략한 이의 이름 때문이었다.

   

   애버리 럼리.

   

   럼리 백작 가문의 영애.

   

   중상위권 정도의 실력을 지닌 그녀는 수재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아예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만 그렇다고 눈에 띌 정도도 아닌 그저 그런 이들. 그것이 애버리 럼리의 파티였을 터.

   

   그런 파티가 어찌하여 3학년의 여러 괴물들과 형님. 그리고 나를 제치고서 선두를 거머쥐었단 말인가.

   

   아서가 당혹에 빠져 있던 중. 3층을 돌파하는 데 실패한 듯 애버리의 파티가 던전 바깥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즉시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단해요! 영애!”

   “역시 럼리 영애! 저 믿고 있었어요!”

   “대체 어떻게 그 늑대를 쓰러트리신 건가요?!”

   “…오호홋! 이게 바로 저의 능력이랍니다!”

   

   여러 사람들의 칭찬과 호기심 속에서 애버리가 웃음을 흘리는 가운데에서 아서가 살핀 것은 저 파티의 구성이었다.

   

   애버리 럼리를 포함한 영애 셋은 그저 그럴 뿐인 이들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저 곳에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표정의 남학생.

   

   분명 저 자의 이름이 토비였었지.

   

   어느 용병단장의 아들이자 프레이와 함께 무예 특화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녀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에 대련 수업에서 무기를 맞댄 적이 있어서 저 녀석의 실력을 안다.

   

   꽤 재능이 있긴 하지만 프레이나 루시에 달할 수준은 아냐.

   

   저 셋의 그저 그럼을 홀로 보충할 수 있을 만한 천재가 아니란 것이다.

   

   즉.

   

   “두 번째 방을 공략하는 데엔 무력이 필요치 않단 것인가.”

   

   공략을 하고 나온 파티의 구성을 살피는 것만으로 중요한 단서를 포착해낸 아서는 무언갈 고민하는 듯한 토비의 얼굴을 보고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파티원들 쪽으로 고갤 돌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던전에 진입하고 공략과 동시에 깨달은 걸 설명하고 싶다만.

   

   방금 전 성녀님께 다급해선 안 된다는 조언을 들은 참에 그럴 수는 없지.

   

   괜찮다. 아직 겨우 두 번째 방일 뿐이지 않나.

   

   결국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자가 승리하게 될 지어니.

   

   조급해하지 마라. 아서 솔라딘.

   

   “다들 이 쪽을 봐라. 두 번째 방의 공략법을 대충이나마 알 것 같으니 설명해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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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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