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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8

    부엌으로 내려온 루크는 그 즉시 차와 과자를 꺼내 준비하기 시작했다.

     

    루크의 손놀림은 분주했지만, 동시에 역시나 노련했다.

    다과회의 준비는 오랜 귀족생활과 다과에 환장하던 레니에의 영향으로 그동안 참 많이도 해 왔기 때문에 능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시루드와 헬레나에게 자신이 만든 차를 100%로 선보이며, 상품화의 이야기도 슬쩍 꺼내 놓을 생각이었으니 절대 허투루 준비할 수는 없었다.

     

    비록 최고급 찻잔세트는 이미 전에 있었던 리브와 파이리스의 싸움(?)건으로 모조리 깨져버린 상태라 일반적인 컵과 주전자로 따라낸 차라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다과이지만, 그래도 루크는 여전히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파이가 아니다.

     

    -루크, 너무해!

     

    아니나다를까, 루크의 곁에 다가오는 푸른 형체에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파이, 그대 줄 것은 없으니 돌아가거라.”

     

    마치 날파리를 쫓는 것 같은 루크의 손짓에 정령체 상태인 파이는 서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울듯이 말했다.

     

    -너무해! 왜 나만 빼 놓고 차랑 과자 먹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파이리스의 모습은 항상 통통대듯 쾌활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축 늘어진 채로 굉장히 기가 죽고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저렇게 불쌍하게 쳐다보면 좀 줄 법도 하지만, 루크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그대가 날 그리 보아도 소용없어, 이제 이게 다란 말이다.”

     

    왜냐하면, 이미 사온 당일 날 파이리스가 자신의 몫은 전부 먹어 치워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자신이 ‘내일 아이들이 오면 먹을 것도 남겨둬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루크는 혹시나 식탐이 많은 파이가 남은 과자를 다 먹어버릴까봐 보이지 않는 곳에 잘 숨겼는데, 파이는 기어코 숨겨놓은 과자마저 찾아내서 전부 먹어버리고 만다.

    때문에 현재 남은 과자는 이 한 접시에 올릴 수 있는 정도의 양이 전부.

     

    아마 루크가 그것까지 생각해서 여러 군데에 나눠 숨겨두지 않았다면, 아마 이 조금의 과자도 남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만 방해하고 가서 혼자 놀거라. 네 방에 메루루도 틀어주지 않았느냐.”

     

    -하지만, 혼자서는 재미없단 말이야.

     

    “어쩔 수 없다. 잠시 혼자서 놀거라.”

     

    -히잉…….

     

    계속해서 쫓아내는 듯 한 루크의 반응에, 파이는 이내 힘없이 좌우로 비틀거리며 계단을 날아올라갔다.

    방에 들어가면 루크가 틀어 준 메루루의 환상이 재생되고 있겠지만, 그래도 기운은 나지 않았다.

     

    올라간다고 해 봤자 같이 메루루를 봐 줄 디아나도 없고, 그동안 먹을 과자나 차도 없었으니까.

    굉장히 쓸쓸하다는 느낌이 든 파이는 쉽사리 자신의 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느새 루크에게 찬 밥 신세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서럽기도 했다.

     

    파이는 자신의 방 맞은편에 위치한 문, 루크의 방 문을 스윽 바라보았다.

     

    -정말로 안 좋아해?

    -사실은, 인형 좋아해…….

    -하하하! 그래?

     

    그렇게 즐거운 감정이 가득 담긴 대화가 루크의 방 문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방이 더욱 더 초라해 보이기 시작하는 파이.

     

    파이는 자신의 회색이 어울릴 것 같은 칙칙한 방과 루크의 분홍빛이 감도는 느낌의 방 사이에서 잠깐 멈추었다.

    고민은 짧았다.

    파이는 더 이상 참지 않고 곧장 루크의 방 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팡!

     

    -아야!

     

    곧바로 문에서 튕겨나고 말았다.

    파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통과할 수 없는 물체라니?

    그것은 루크의 방이 강력한 보호마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마법이라고!’

     

    파이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다.

    마치 루크에게 거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감각을 비교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엄마와 함께 잘 수 없게 되어버린 어린아이와 같았다.

     

    파이는 문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외쳤다.

     

    -너무해! 들여보내 줘어어어!!

     

    요구도 부탁도 아니었다.

    그저 절규.

    파이는 안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소리를 듣고서 문을 열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내부의 반응은 파이의 생각과는 살짝 달랐다.

     

    -야. 시루드, 놀리지 마!

    -응? 내가 뭘?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방금 네가 나 인형 좋아한다고 놀리는 노래 부른 거 아니었어?

    -내가?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래?

     

    그 대화에 파이는 눈을 (정령체인 지금은 딱히 눈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번쩍 뜨며 외쳤다.

     

    -너, 내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대단해!

     

    이 시대에서 정령상태인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거의 없었다.

    루크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만한 정령 감응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문 너머에 있는 아이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흥분한 파이는 그 즉시 루크의 ‘보호마법’을 몸을 이용해 비집기 시작했다.

    훌륭한 정령사가 될 수도 있는 존재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앙!

     

    -흐엑!

     

    또 다른 반발력에 의해, 파이는 휘청거리며 날아갔다.

     

    그 반발력의 정체는 바로, 외부의 충격을 감지한 ‘케이트’의 보조마법이었다.

    케이트는 파이에게 정보를 쏘아보냈다.

     

    ‘침입감지, 파이. 그대는 이 공간에 접근이 거부됨.’

     

    -왜! 한번만 들어가게 해 줘!

     

    ‘주인의 명령이 우선적. 본 객체는 그대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음.’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케이트의 말에 노발대발하여 위아래로 크게 떠는 파이.

    그 골렘 특유의 감정이라고는 먼지만큼도 섞이지 않은 정보 그 자체의 전달에, 파이리스는 모욕적이라는 느낌마저 받았다.

     

    ‘어쩔 수 없음. 불만이 있다면 주인에게 요구할 것.’

     

    -…….

     

    그것은 루크가 허가를 해 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파이는 답답한 느낌에 분통을 터트리다가, 이내 한가지 꾀를 내었다.

     

    -아!

     

    루크의 집은 현재 숲의 마력을 통해 운용되고 있었다.

    정령인 자신은 비록 마법사의 의지로 가공된 마나에는 손을 댈 수 없지만, 가공되지 않은 자연적인 마나는 파이리스의 손아귀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마력을 끊어버리면, 이 문에 걸린 보호마법도 뚫을 수 있어!’

     

    굉장히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파이는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아주 만족했다.

     

    ——–

     

    그 시각, 루크는 다과를 준비하고 있었다.

     

    “흐음, 좋아.”

     

    루크는 쟁반 위에 펼쳐진 자신의 다과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쟁반 위에는 설탕을 조금 탄 찻잎과 과자의 달콤한 향기가 기분좋게 코를 자극하고, 슬슬 따듯한 김이 찻주전자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있다.

    향만 맡아도 성공적인 제품 어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중간에 파이가 날아와서 살짝 귀찮게하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친밀감도 서로 잘 쌓고 있었겠지.

     

    “이제는 잘 마무리해서 대접할 일만 남았군.”

     

    그렇게 루크가 쟁반을 들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탁.

     

    돌연 저택의 불이 뚝 꺼지고 말았다.

     

    “꺄아아악!”

     

    그리고 위에서 들려오는 헬레나의 공포에 질린 비명과 우당탕거리는 소음.

     

    “이게 무슨……?”

     

    갑자기 저택의 불들이 모조리 꺼져 버리는 당황스러운 일에, 루크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공급되던 숲의 마력이 갑자기 증발했다……?’

     

    갑작스럽게 저택의 마나가 나가버린 이유는 바로, 갑자기 숲의 마력이 끊겨버린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저택은 발전소에서 보내는 마력으로 소비를 충당하기에 별 문제는 없겠지만…….

     

    ‘인챈트에서 요구하는 마력을 발전소 쪽의 마나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

     

    루크의 인챈트는 절대 발전소의 공급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과거 300만길이라는 엄청난 수준의 마력세 폭탄을 겪어본 예르나가 ‘차단기’를 설치해둔 상태라면 더더욱.

     

    ‘대체 무슨 일이지?’

     

    일단은 나가서 차분히 상황을 파악…….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우당탕, 콰당!

     

    ……하기 이전에, 당황하고 있을 아이들을 진정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잠깐, 전화기가…….’

     

    루크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하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아.”

     

    루크는 생각해보니 자신의 휴대폰을 방에다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어차피 다과 준비는 금방이라고 생각해서 딱히 챙기지 않았었지.

     

    “흠, 그러면 다시 올라가야 하는가.”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차도 마무리가 다 되지 않았고, 올라가서 말을 전하더라도 마력을 복구하려면 또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루크에게 정말이지 귀찮은 동선낭비였다.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우아하지도 않다.

     

     

    “…….”

     

     

    그래서 루크는 한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바로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단거리 텔레파시 아닌가?

    텔레파시로 간단히 상황을 전달하면 되리라.

     

    루크는 즉시 자신의 서클을 돌리며 아이들에게 전음을 보내려다, 문득 행동을 멈추었다.

     

    ‘잠깐만……. 아이들은 뇌에 직접 쏘아지는 텔레파시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겠지……?’

     

    이 시대의 아이들은 모두 전화기를 통한 텔레파시에는 익숙하지만, 머리에 직접 정보를 쏘아내는 방식의 텔레파시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루드나 헬레나에게 머리에 직접 쏘아내는 방식의 텔레파시는 위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은 바로 루크 자신 때문에 그 방식은 이미 상당부분 금지되어 있는 상태기도 했다.

     

    과거 텔레파시를 악용해 사람의 꿈을 원거리에서 이어버리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취약점이 밝혀진 이후, 그 마법에 대한 대응마법이 우후죽순 떠오르며 밝혀진 사실로는, 만 18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그런 텔레파시 방식이 가치관 형성에 좋지않다는 연구결과도 있었기 때문에, 직접소통 방식의 텔레파시는 아이들의 보호가 법률상 더욱 중요해진 현대에서 더더욱 높은 수준으로 금지된 상태다.

     

    사실, 이것 까지는 루크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텔레파시는 휴대폰으로 보내야겠군.’

     

    그래서, 루크는 매개체를 사용하기로 했다.

     

    ——–

     

    잠시 후.

    숲의 마력의 흐름을 다시 끌어왔으니 불도 조금 있으면 다시 켜질 것이고,  다과의 준비또한 마침내 끝났다.

    루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만족스런 미소를 띄워냈다.

    이제는 얼른 아이들에게 가지고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잠깐 있었던 사고 때문에 아이들은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을 터다.

    어쩌면 갑작스러운 마력차단으로 아직 불안해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과가 중요할 것이다.

     

    루크는 빠르게 계단을 오르고, 자신의 방 문을 얼른 열며 말했다.

     

    -벌컥.

     

    “시루드, 헬레나. 마력은 좀 있으면 복구가 될 거다. 그동안 먹고 마실 것을 가져왔…….”

    “꺄아아악!!”

    “으아아악!!”

     

    루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두 아이들은 얼싸안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이크, 내가 문을 너무 갑자기 열었나…….’

     

    루크는 반성했다.

    아이들이 불안해할까봐 되도록 빠르게 들어온 것인데…….

    문을 열기 전에 노크를 하고 언질을 주었어야 했던 걸까?

     

    그나저나, 벌써 저렇게 껴안게 되다니, 그 잠깐 사이에 벌써 저렇게까지 사이가 좋아진 모양이다.

    “미안하다, 내가 타이밍이 별로 좋지가 않았구나. 벌써 그렇게 서로 애정을 나눌 정도까지 친해지다니…….”

    루크의 사과에, 두 아이들은 버럭 화를 내며 외쳤다.

    “그런 거 아니거든!!”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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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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