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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8

        

       한 번이 아니다.

       두 번이다.

         

       두 번쯤 되면 슬슬 의심을 해봐도 되지 않은가.

         

       “흠. 이거 이상한데.”

         

       괴물 소동을 조사하는 사람들은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혹시…?’ 정도 수준의 아주 자그마한 의심이었을 뿐이었지만, 그 의심의 방향성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리라.

         

       그리고 이런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

         

       『 인면수(人面樹)

       : 중국, 일본의 요괴.

       깊은 산 속에서 살며 사람 얼굴 형태의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은 계속 히죽 웃고 있기만 하며, 웃을 때 가지가 흔들린다.

       많이 웃으면 떨어지기도 하며, 열매도 맺는다.

       열매를 어떻게 맺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가을에 열리며, 그 맛은 새콤달콤하다고 한다.

       하지만 열매에는 사람의 이목구비가 그대로 그려져 있는 데다가 웃는 모습인지라 불길하여 그것을 먹으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열매를 먹을 때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낸다거나,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 한참이나 웃게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다. 』

         

       『 난쟈몬쟈(ナンジャモンジャ)

        : 일본 곳곳에 전승이 존재하는 요괴.

       정체불명의 나무 요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전승에 따라 모습이나 성질이 다르나, 나무에 흡사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무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나무와 차별점이 존재하는데, 인면수처럼 사람 얼굴이 박혀있는가 하면 몸통에서 눈알을 끄집어내 사람을 노려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가장 유명한 난쟈몬쟈는 이팝나무와 쿠로가네모치(IlexrotundaThunb) 형태이다. 』

         

       둘에서 셋.

       셋에서 넷.

         

       조사를 시작할수록 ‘괴물’들이 전부 일본의 요괴였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니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일본을 의심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죄다 일본 요괴인데?’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이 정도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하나도 아니고 넷이다.

       무려, 넷!

         

       의심을 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의심하기에는 또 걸리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대놓고 ‘이번 일은 일본이 꾸민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세요.’라고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아닌가. 너무 의도가 노골적인지라 일본이 한 짓이 맞는지조차 의심이 될 수준이었다.

         

       “쓰읍. 이거 참.”

       “애매한데…?”

         

       애매하다.

       일본 짓 같은데, 일본 짓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테러 같은 짓을 벌일 거라면 최소한, 정말 최소한 정체를 숨기려는 성의라도 보이는 것이 정상이었다. 자국의 것이 아닌 주술을 사용한다거나, 실행범을 외국인으로 만든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사고로 위장하기라도 하던가.

         

       그런데 이건 뭔가.

         

       그냥 대놓고 일본의 요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속 깊숙한 곳에 풀어 넣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등산로에 떡 하니 박아놓기까지 했으며.

       심지어 사람들을 죽이지도 않고, 영상이나 사진에도 대놓고 찍히면서 널리 퍼지기까지 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중국 짓인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중국도 주술 개판 나지 않았습니까? 문화대혁명 때 죄다 박살이 난 걸로 알고 있는데….”

       “요새 다른 나라 주술 긁어모으고 있다고 하더구먼. 그거 생각해보면 중국이 범인일 가능성도 있잖아?”

       “그렇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째 사용된 게 죄다 일본 주술이라서….”

       “그치?”

         

       그렇기에 정부는 다른 용의자를 의심했다.

         

       한국에게 이런 짓을 벌일 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성정 때문에 일을 저지를 때 증거를 줄줄 흘리는 데다가, 최근 주술을 긁어모으고 있는 유력한 국가를 말이다.

         

       하지만 중국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도 애매했다.

         

       “일본 놈들이 얼마나 정신병자처럼 주술 관리하는데….”

         

       일본이 얼마나 주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정부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빼앗아 간 주술에 대한 기록물이나 주물을 돌려달라고 하면 온갖 핑계를 대고 돌려주지 않으려고 발악했으며, 강제로 돌려줘야 하면 기록물이나 주물을 실은 배를 침몰시켜버리기도 하는 것이 일본이었다. 심지어는 기록물과 주물을 돌려주지 않는 대가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담당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줘서 회유하거나 가족을 납치해서 협박까지 했다.

         

       이러한 태도를 한국에만 보이느냐?

       그렇지 않았다.

       중국에도 아주 평등하게,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는 격분한 중국이 전쟁하고 싶냐며 위협을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중국이 외교적, 군사적으로 압박을 넣겠다며 협박하자 음양사를 잔뜩 끌어모아서 대주술 의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며 ‘네 맘대로 해라. 하지만 우리 땅은 축복받은 땅이고, 그 축복을 받아서 대주술 의식으로 너희에게 크게 한 방을 먹일 수도 있다.’라며 맞불까지 놓기까지 했다.

         

       물론 이러한 짓을 대놓고 벌이지는 않았다.

       은근하게, 하지만 상대방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음험하게 행동했다.

         

       상대방의 신경을 살살 긁는 듯한 그 짓거리는….

       정말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릴 정도였다.

         

       그나마 ‘세계 속의 일본’, ‘평화로운 일본’, ‘일본은 평화를 사랑한다.’, ‘일본은 평화를 사랑하는 인종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훼손시키고 싶지는 않은 모양인지 공론화의 기미가 보이자마자 재빠르게 꼬리를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음험한 짓거리는 멈추지 않았다.

         

       반환하는 기록물과 주물에 수작질을 부린 것이다.

         

       기록물을 훼손하고, 주물에 수작을 부려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하고, 일본의 주술을 덧씌워서 폭탄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복원 과정에서 약간의 손상이 있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으나 우수한 일본의 기술력을 통해 이 정도나 복원을 한 것이다. 도리어 감사를 들어도 모자라다.’ 같은 말이었다.

         

       이러한 일본의 행동을 보면서 당시 한국 정부는 ‘누가 히틀러 동맹 아니랄까 봐 자기가 갖지 못하면 때려 부수려 하는 짓거리를 아주 잘 배워먹었구먼.’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오직 주술에만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

         

       무인들의 교류, 소환사의 교류, 마법의 교류, 학문의 교류….

       다른 이능에 관련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물론 마도 과학이나 첨단기술 같은 것은 다소 제한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니 크게 이상한 것은 없었다. 기술을 보호하는 거야 상식 아니겠는가.

         

       그러니 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하하호호 웃으며 잘 지내던 작자가 주술과 관련만 되면 미친개처럼 날뛰면서 온갖 지랄발광을 해대는데 황당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주술 관련해서 슬쩍 관심만 보이면 누르면 발작하는 버튼을 후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날뛰니….

         

       “흠. 생각할수록 이상한데.”

         

       그렇기에 더더욱 이상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주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동시에 그러한 태도가 공론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일어난 소동을 보라.

       대놓고 자기네들 주술을 사용하고, 공론화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런 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건 우리가 생각할 사이즈를 넘었는데?”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위로 올려. 그분들이 알아서 하겠지.”

         

         

         

        * * *

         

         

         

       “이런 빌어먹을. 재수가 없으려니까.”

         

       지뢰를 밟았다.

         

       고위공무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 지뢰 아닙니까, 지뢰.”

       “일본의 짓이어도 문제, 일본 짓이 아니어도 문제.”

       “이게 대체 뭔 짓거리입니까?”

         

       일본의 짓이라면 골치가 아프다.

       대놓고 선전포고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전쟁하자면서 멱살을 잡은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일본 짓이면 이거 전쟁하자는 겁니다, 전쟁.”

       “선전포고나 뭐, 전쟁 기미 같은 거 안 보이지 않았습니까?”

       “저 새끼들이 언제 그런 거 따지고 전쟁했습니까?”

       “하긴 그렇지요.”

         

       게다가 일본의 유구한 전통도 있었다.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하는 것.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유구한 전통이었다.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일본의 짓이라면 전쟁을 준비해야만 했다.

       최대한 빠르게 말이다.

         

       하지만 만약 정말 다행히도 일본의 짓이 아니라면?

         

       “게다가 일본 짓이 아니면 이거 더 복잡해집니다.”

       “우리한테 이 짓 할만한 게 몇이나 있습니까?”

       “북한 잔당, 중국, 뭐 이 정도 아닙니까?”

         

       일본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벌일만한 용의자는 크게 둘이었다.

         

       이북 지방을 점거하던 괴뢰정권을 다시 만들고 싶어 하는 잔당.

       한국을 보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중국.

         

       이번 일이 소환수나 위치크래프트로 벌인 게 아니라 주술로 벌인 것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지금, 유력한 용의자는 저 둘이었다. 북한은 괴뢰정권이 건재했을 때 일본과 거래를 통해 주술을 얻어냈을 가능성이 있었고, 중국은 지금 주술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국정원에서 확인하였다.

         

       그런데.

       저 둘이 범인이라면 문제가 하나 존재한다.

         

       “북한 잔당이나 중국이 범인이면 말입니다. 지금 우리 방첩망에 구멍이 뻥뻥 뚫렸단 이야기 아닙니까?”

       “우리만 뚫린 게 아니에요. CIA랑 공조를 하고 있는데, 그놈들도 뚫렸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아 그건 모르지요. 그놈들이 정보 숨기는 게 하루 이틀입니까?”

       “아니 그래도 미국이랑 우리나라가 혈맹 아닙니까? 혈맹.”

       “혈맹이고 자시고, 그 CIA 놈들은 우리랑 정보 공유를 잘 안 한다니까요? 아주 음험한 놈들이에요.”

       “쯧, 정보 다루는 놈들은 어느 나라고 아주….”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안보 상태가 개판이 되었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 경우에도 빠르게 손을 써야만 했다.

       국정원의 요원들이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하며, 뚫렸을지도 모르는 망을 전부 재정비하고 새로운 체계로 짜야만 한다. 게다가 첩자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고, 폐쇄적이었던 군대에 돋보기를 가져다 대며 샅샅이 조사를 해야 하기까지 한다.

         

       즉, 이 경우에도 몸을 비틀면서 예산을 짜내 전쟁 준비에 준하는 짓을 해야만 했다.

         

       “이거 골치가 아픈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일본 정부가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한 짓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민간단체요?”

       “예. 조선인은 죄다 붙잡아서 찢어 죽여야 한다며 맨날 시위하는 놈들이라거나. 많지 않습니까?”

       “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데…. 아무리 그치들이 멍청하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일본 요괴들만 사용해서 테러했겠습니까?”

         

       그나마 나은 경우가 있기는 했다.

       일본에서 한 것은 맞는데, 일본 정부가 한 것은 아닐 경우.

         

       즉 정부가 아니라, 그냥 힘을 가지고 있는 단체에서 제멋대로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다.

         

       하지만 외교부 고위공무원 한 명은 이러한 추측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그놈들도 사람인데,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질렀겠냐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상식적인’ 의견에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

       “….”

         

       다들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러자 외교부 고위공무원은 당황해서 눈을 끔뻑거렸다.

         

       “아니, 왜들 그러십니까?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당신 외교부 아냐? 그놈들 멍청한 것도 몰라요?”

       “그것들을 상식선에서 생각하다니, 참.”

       “그래요. 생각해보니까 그놈들 짓일 가능성도 충분하겠습니다.”

         

       다른 고위공무원들은 일리가 있다는 듯 세 번째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사를 조금 여러모로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단 첩자들을 확인해보고, 외교적으로 접근도 하고…. 그리고 진짜로 민간단체가 했을 수도 있으니까, 주술 전문가를 불러서 살펴보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주술 전문가요? 아, 그렇지. 최근에 주술사가 한 명 나타났지요.”

       “그렇지요. 한 번 실력도 확인해 볼 겸, 괜찮지 않겠습니까?”

         

       본래라면 외국에서 주술사를 데리고 오거나, 주술을 사용해본 적도 없는 학자를 데려와서 조사시켰어야 하리라.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대안이 있었다.

         

       이양훈이 보증하는 젊은 주술사라는 대안이.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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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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