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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8

        “그럴 리 없어요!”

       

        위프의 말에 헤이즈 부인이 버럭 소리 질렀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위프의 말을 부정했다.

       

        “남편이 어째서! 왜?! 저를 붙잡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한단 말입니까!!”

       

        “글쎄요?”

       

        위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얼굴에는 미소를 지었는데, 그런 위프의 모습을 본 헤이즈 부인이 뒷목을 붙잡았다.

       

        “부, 부인!”

       

        “어머니!”

       

        “어어억!!”

       

        혈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아, 일시적인 고혈압 증상으로 보인다.

        많이 흥분한 모양이군.

       

        “저는 죽은 가주가 아니기에, 그분의 생각을 알 수 없지요. 하지만 몇 가지 추측해 볼 여지는 있습니다.”

       

        위프가 손가락을 들었다.

       

        “하나. 숨겨져 있던 외손자의 존재.”

       

        기본적으로 결혼한 딸이 낳은 아들은, 외가의 유산 상속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한 가지 경우에 따라 외가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유산을 소유하는 이가 직접 후계로 지목하는 경우로군요.”

       

        “맞습니다.”

       

        “?!”

       

        위프가 벤즈 위헌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고, 벤즈 위헌의 말에 아돌프가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딸을 노려보기 시작한다.

       

        “부인…… 설마?”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헤이즈 부인이 아돌프에게 해명하나, 아돌프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위프는 그런 그들을 향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만약 가주가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헤이~ 조수. 나 대신 대답해 주겠어?”

       

        “……상속법에 따라, 유산은 가주의 동생인 아돌프씨에게 상속되었겠죠.”

       

        “고맙군.”

       

        내 대답에 위프가 내 머리를 톡톡 두드린다.

        위프가 만졌던 자리를 손으로 쓰다듬는 사이, 위프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총관님이 헤이즈가의 재산과 권리를 손에 넣게 되면,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외손자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겠죠.”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돌프에게 아들이 없다면 모를까, 그에게는 무려 3명의 아들이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상속법에 따라, 한 번 아돌프에게 넘어간 헤이즈가의 재산은 그의 가계를 따라 상속되기 시작할 테지.

       

        ‘인간의 상속법이란 이상하군.’

       

        내가 인간의 상속법에 대해 고민할 때, 벤즈 위헌은 깨달았다는 듯이 답했다.

       

        “그럴 때, 헤이즈 부인께서 아돌프씨를 해쳤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가능성이 아니라, 아마 확실하게 해쳤을 겁니다. 상속이 이루어지기 전예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그 순간 헤이즈 부인이 버럭 소리 질렀다.

        그녀는 크게 분노한 상태로 위프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가다니! 제가 왜?! 어째서! 무슨 수로 총관을 죽인다는 겁니까?!”

       

        “……맞는 말이오. 부인에겐 사람을 죽일 힘도, 방법도, 의지도 없소.”

       

        아돌프도 헤이즈 부인의 말이 맞다며 긍정했다.

        오랫동안 부인과 함께 지낸 그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녀에겐 동족을 헤칠 의지는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헤이즈 부인께는 능력이 있습니다.”

       

        “뭣?!”

       

        “?!”

       

        “벤즈 위헌님?”

       

        “……들이게.”

       

        위프의 말에, 벤즈 위헌이 경찰들에게 말한다.

        그러자 경찰 몇 명이 서재를 나서고, 이어서 누군가를 끌고 들어왔다.

       

        “?!”

       

        “맙소사!”

       

        “한스!”

       

        경찰이 끌고 들어온 사람은 한스 집사였다.

        러드 네스트의 일원들과 함께 경찰에 넘겨진 그는, 그곳에서 제법 고초를 겪은 듯 피부 위로 멍이 들어 있었다.

        얼굴에 상처나 부은 곳도 보이고, 이제 보니 손톱도 뽑힌 것 같았다.

        고문이라도 받은 것인가?

       

        “한스! 맙소사! 누가 감히!”

       

        “꺄아악!”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아직 상황을 모르는 헤이즈가 인간들이 크게 놀란다.

        그런 그들에게, 벤즈 위헌이 자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는 러드 네스트의 일원이오.”

       

        “뭣?!”

       

        아돌프가 크게 놀란다.

        그리고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딸도 놀란다.

       

        “현장에서 잡았고, 증거도 확보했소. 여기 있는 미스터 케이지가 직접 잡았지.”

       

        “감사합니다.”

       

        “?!!”

       

        “!!”

       

        위프가 직접 러드 네스트의 일원인 한스를 체포했다는 말에 모두가 다시 한번 놀란다.

       

        “아직 놀라시기엔 이르실 텐데요?”

       

        위프가 한스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를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자. 말해야지?”

       

        “……저, 저희 지부는 헤이즈 부인에게 원조를 받고 있었습니다!”

       

        “?!”

       

        “헉?!”

       

        그렇다.

        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던 러드 네스트 조직에게 자금을 원조하던 이가 바로 ‘헤이즈 부인’이었다.

        그녀는 이 근처에서 제일 부자인 가문의, 가장 높은 직급을 가진 인간 여자다.

        당연히 그녀 개인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도 상당한 수준이고, 러드 네스트라는 작은 조직을 지원하는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아, 아니에요! 저, 저는 저자가 그런 불한당이라는 것은 몰랐다고요!”

       

        “맙소사…….”

       

        헤이즈 부인이 비명을 지르듯 해명하려 하고, 아돌프는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푹 숙인다.

        아마 같은 무리 소속원이 잘못을 저질렀으니, 그것 때문에 저렇게 얼굴을 구기는 것이겠지.

       

        벤즈 위헌이 굳은 얼굴로 헤이즈 부인에게 소리쳤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면, 한낱 집사에게 그만한 돈을 매달 줬다고요?! 아무 이유 없이?! 지금 장난합니까?!!”

       

        “히익?!”

       

        “잠깐만요. 벤즈 위헌님.”

       

        “……미스터 케이지?”

       

        위프는 증기 파이프를 들이키며 말했다.

       

        “헤이즈 부인이 한스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겁니다.”

       

        “??”

       

        위프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벤즈 위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프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렇다면 왜 그에게 그만한 돈을 줬단 말이오?”

       

        “그야…… 사위에게 그 정도의 돈을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위?”

       

        “?!”

       

        모두의 시선이 위프에게서 한스, 이어서 헤이즈 부인의 딸에게 향한다.

        매우 놀란 것처럼 보였다.

       

        반면에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 딸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자기 몸을 끌어안았다.

        저건…… 부끄러워하는 것인가?

       

        위프가 말했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됩니다.”

       

        헤이즈 부인의 딸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다.

        그 대신 그녀는 한스 집사와 눈이 맞았고, 결국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그 사실을 처가에 들키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아이를 몰래 숨겨, 이곳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 친정에서는 가주의 죽음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장례식이 이루어졌고, 곧 유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로 이어진다.

       

        “헤이즈 부인은 지속해서 한스에게 돈을 주었죠. 핑계는 많았을 겁니다. 사업 자금이라든지, 혹은 입막음이라든지.”

       

        아무리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딸과 한스 사이에서 생긴 아이는 어디까지나 ‘사생아’에 불과했다.

        ‘결혼’이라는 문화가 존재하는 지성체들의 처지에서, 정상적인 ‘결혼’을 맺고 태어난 아이가 아닌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불명예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이라는 이름의 ‘약속’을 깬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스가 헤이즈 부인에게 돈을 받기는 쉬웠을 것이라고…… 위프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벤즈 위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되는군. 그렇다면 아돌프씨가 위험하다는 소리도?”

       

        “네. 한스는 러드 네스트의 일원이고, 그 힘을 이용한다면 아돌프씨의 목숨을 노리는 것도 쉬운 일이겠죠. 동기도 충분하고요.”

       

        한스의 처지에서는,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딸이 헤이즈가의 유산을 상속받는 쪽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쥘 수 있을 테고, 그것을 러드 네스트에게 공급할 수 있었을 테니까.

        당연히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아돌프를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 수 있습니다.”

       

        “뭣?! 그게 무엇인가?”

       

        모두가 위프를 바라본다.

        증기 파이프를 빨아들이며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은 위프는, 이내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한스는 자신이 러드 네스트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죠. 실제로 함께 일해온 헤이즈가의 일원들도 속였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과연 헤이즈 부인의 따님도 몰랐을까요?”

       

        “?!”

       

        “설마?!”

       

        모두의 시선이 위프에서 헤이즈 부인의 딸에게 향한다.

        그제야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 딸이 버럭 소리 질렀다.

       

        “아, 아니야! 저도 몰랐어요! 몰랐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위프가 아기의 볼살을 살살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왜 숨겼습니까?”

       

        “그야…… 불결한 아이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용인들에게서도 숨기는 것은 과했습니다. 은밀하게 드레스룸을 비워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아이를 숨겼죠.”

       

        그것은 아이를 모두의 눈에서 숨기려는 의도가 보이는 행동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아직 유언장이 없다는 것도 모르던 때였다.

       

        “유언장이 존재한다고 믿고, 헤이즈 부인에게 유산이 상속될 상황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죠. 그런 상황에서도 아기를 숨긴다고요?”

       

        “…….”

       

        “…….”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딸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무엇보다…… 이미 그 부분은 이 친구가 다 불었습니다.”

       

        “?!”

       

        위프가 한스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한 말에, 헤이즈가의 인간들이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위프의 말에 벤즈 위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아…….”

       

        털썩!

       

        셋째 딸이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로, 경찰들이 밧줄을 든 채 다가가기 시작한다.

       

        “당신을 테러 혐의로 체포합니다.”

       

        “…….”

       

       

        *            *            *

       

       

        – 와.

        – 이게 이렇게 되네.

        – 맙소사

        – ㅎㄷㄷ

        – 그럼 사건 해결인가요?

        – 이제 어케되는 건가요?

       

        “아직 사건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란다.”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음료수를 마시며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죽은 가주가 왜 유언장을 지어냈는지에 대한 답이 남았지 않았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 최종 정리는 마지막 쯤에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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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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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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