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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8

       절정이라. 언젠가 오르겠노라고 마음을 먹고는 있었지.

       

       언젠가 있을 여러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힘은 갖추어 두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했으니까.

       

       다만 너무 강한 힘은 본인의 재미를 없애 버리니 적당히 절정에서 화경 사이에 머물 셈이었다.

       

       그렇게 계획을 짜고는 있었다만 말이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더구나.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우선 생각나는 것은 본인이 도술을 익히기 위해 여러 수련을 해왔다는 것이겠구나.

       

       본래라면 주변의 내기를 집어삼키며 운기조식을 했을 시간에 바루에게 배움을 얻다 보니 지지부진 할 수밖에 없었지.

       

       여태 본인이 경지를 올릴 필요성을 못 느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지간한 일은 작금의 몸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보니 경지라는 것을 신경 쓸 이유가 사라지지 않으냐.

       

       사실 이러한 것들은 핑계거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지.

       

       그것은 본인이 이미 절정이라는 길을 거쳐보았다는 것이다.

       

       무인이라는 족속들이 경지에 집착하는 데에는 저 마다의 이유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드높은 경지를 바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무공의 성취를 위하여 경지를 원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명성이나 지위를 위해 경지를 갈구하겠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무인에게 각자의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일 뿐.

       

       본인이 지닌 사유는 여러 가지였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른 채 타의에 의해 경지를 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영문도 모른 채 죽게 되리란 공포에 휩싸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 후에는 복수를 위하여 경지를 추구했다.

       

       모두가 본인과 같은 처량한 처지가 되기를 바라며 힘을 길렀더랬지.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호기심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단순히 여태까지 본인이 걸어온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앞으로. 또 다시 앞으로 발을 움직였지.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본인은 여전히 호기심을 따라 길을 개척하는 여행자일지니.

       

       발걸음은 언제나 밟지 못한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내가 이미 지나온 일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지 않으냐.

       

       이미 어떻게 걸어 가야하는 지가 밝혀진 길을 따라 걸어봐야 시시할 뿐인데.

       

       당연한 말이다만 이러한 이야기를 백화령에게 들려주지는 않았다.

       

       저만치 앞에서 걷고 있는 녀석이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거슬릴 뿐이니까.

       

       “본인이 절정에 도달해도 괜찮겠느냐?”

       

       혈도를 폭주시킨 대가로 죽었다 다시 돌아온 본인이 이런 복잡한 심경 대신 내뱉은 말은 실없는 농담이었다.

       

       곰방대를 피우던 백화령은 그 말을 듣고는 한 쪽 눈썹을 치켜들더니 연기와 함께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주 경지를 맡아놓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구나.”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

       

       무인의 경지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내공. 육체. 그리고 깨달음.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무어냐 묻는다면 보통은 깨달음이라 이야기한다.

       

       내공은 다른 수단으로 충분히 보충을 할 수 있고, 육신이야 단련하면 되는 것이지만 깨달음은 그렇게 되지 않거든.

       

       이 깨달음이라는 것은 순전히 재능의 영역이다.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배운다 하여도, 얼마나 고강한 스승을 두었다 하여도, 재능이 없으면 경지의 벽을 넘어설 수 없지.

       

       차기 문주라 여겨지며 전폭적인 지원을 받던 녀석이 깨달음을 얻지 못해 폐인이 되는 것이 무림의 세상이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무인에게 있어 갈망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

       

       허나 본인은 이런 고민에서 한없이 자유롭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미 지나온 길이니 말이다.

       

       단전에 내공을 보충하기만 하면 얼마든 경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 터.

       

       “재수 없군.”

       

       내가 웃으며 그리 이야기를 하자 백화령이 침을 뱉듯이 대답을 했다.

       

       암. 재수 없는 소리지. 본인도 그리 생각을 하느니라.

       

       “다시 물으마. 본인이 절정에 달해도 되겠느냐?”

       

       작금의 본인에게도 승리하지 못하는 것이 백화령 그대다.

       

       본인이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는 순간 그대의 승기는 더더욱 줄어들리라.

       

       그래도 괜찮겠느냐?

       

       그대의 대적자가 저만치 먼 곳으로 향하여도 그대는 좌절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하늘이 더욱 높아졌다하여 천마신공을 배운 무인이 기가 죽더냐? 헛소리를. 하늘이 높아졌다면 응당 기뻐하는 것이 정상이지 않으냐. 올라갈 곳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니까.”

       

       열기가 탐욕이 서린 웃음을 가만 바라보던 나는 도저히 키득거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암. 이래야지.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자라면 응당 이래야하고 말고.

       

       *

       

       백화령을 다시 천마신교에 데려다 준 나는 생각이 난 김에 경지를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있을 여러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건이 생길 때마다 혈도를 누르며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차피 쓰고 버려도 되는 몸이라고 하지만 싸움이 커질 때마다 시한부의 생이 되는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다.

       

       무어. 어찌되었든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을 내린 나는 설아에게 내공을 증진시키기 적당한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 그건 화령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 허나 그래서야 재미가 없지 않으냐.”

       

       천마신공의 내기로 주변을 집어 삼키며 운기조식을 하다 보면 머잖아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겠지.

       

       본인이 어찌 그를 모를까. 허나 그래서야 원래 걸었던 길을 다시 걸을 뿐이지 않으냐.

       

       급할 것도 없는데 굳이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고 싶지는 않다.

       

       본래 무림에 존재하지 않는 기괴한 존재가 된 김에 그에 어울리는 기괴한 방식을 사용하는 편이 재미있지 않겠느냐.

       

       대충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더니 설아가 쓴웃음을 흘렸다.

       

       “유저의 방식으로 내공을 증진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정확하다.”

       “화룡무인 유저 사이에서 쓰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긴 해요.”

       

       화룡무인을 하는 이들이 내공을 증진시키는 데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퀘스트라는 것이었다.

       

       그 단어 자체는 익숙한 것이었다.

       

       본인을 화산으로 이끌었던 것이 퀘스트였고, 지난 번 도술 수련을 위하여 낭인 객잔에 향했을 때에 받았던 것도 퀘스트였으니까.

       

       지금도 본인이 확인하지 않아서 그렇지 퀘스트라는 것이 잔뜩 밀려 있을 것이다.

       

       “퀘스트로 내공을 늘린다고?”

       “네. 내공을 상승시켜주는 퀘스트들이 있거든요.”

       

       허어. 벌써부터 신선하군.

       

       그렇잖은가. 보통 내공을 증진시킨다고 할 때에는 영단을 먹는다거나 운기를 한다거나 하는 내용일 터인데 퀘스트라니.

       

       그것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장소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일만을 반복하는 것이더냐.

       

       하하. 이 놈들은 도대체 무림을 무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게임답다면 게임답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림인의 입장에서는 살짝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듯한 느낌이구나.

       

       본인이 설아와 같은 유저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한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웃음 아닌 웃음을 짓고 있는 동안에 설아가 말을 이었다.

       

       “좀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화령님 같은 경우엔 조건이 쉬우면서도 까다로워서.”

       

       설아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본인은 어지간한 의뢰는 모두 다 받을 수 있다. 어떤 난관이 앞에 닥친다 하더라도 그걸 해결할 능력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단순하지. 본인이 여태까지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쌓아온 업이다.

       

       “정파 쪽 퀘스트는 싹 다 못 받는다고 봐야 하잖아요?”

       “그렇지.”

       

       지난 번 무림맹을 한 번 뒤엎었던 본인이다.

       

       명분도 있었고 복수의 대상도 명확했고 그 이상 끼친 피해도 크지 않으니만큼 공식적으로 척을 지진 않았다만 딱 그 정도다.

       

       서로의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 봐도 무방하지.

       

       그런 본인이 정파에서 의뢰를 받는다? 될 리가 있느냐. 공격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이름을 감추고 얼굴을 변화시키고 사용하는 무공을 바꾼다면이야 못 할 일도 아니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거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구나.

       

       “안 그래도 사파 쪽에 좋은 반복 퀘가 있는데 잘 됐네요. 저 혼자 꿀 빨려고 감춰뒀던 거지만 특별히 화령님에게는 알려 드릴게요!”

       

       본인을 만나기 전에도, 본인을 만난 후로도 설아는 화룡무인의 세상에 무척이나 열성적인 아이였다.

       

       수명을 깎아가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며 하린이가 질려했을 정도로.

       

       그러니만큼 설아는 화룡무인의 세상에 관해 아는 것이 많았다. 저 반복퀘라는 것도 분명 그녀가 알고 있는 특별한 지식 중 하나겠지.

       

       설아의 설명을 들은 본인은 별 어렵잖은 일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주어 고맙구나. 슬쩍 다녀오도록 하겠다.”

       “네!”

       “아 참. 하나 물을 것이 있다만 이 과정을 방송으로 내보내도 되겠느냐?”

       

       본인의 시청자들은 모난 구석이 많은 녀석들이라 말이다.

       

       본인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절정의 경지에 이른 후 모습을 드러내면 분명 난리를 피우리라.

       

       이전에도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다. 이제는 녀석들이 어떤 식으로 헛소리를 할지 훤히 보이는 듯 하구나.

       

       “상관없어요! 예전이라면 그런 거 하나하나에 민감했을 테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저한테는 화령님이 있으니까요!”

       

       반짝거리는 눈으로 본인을 바라보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그래. 그대의 마음은 잘 알겠다.

       

       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그대를 굴려주도록 하마.

       

       *

       

       “그리하며 오늘은 화룡무인 방송이니라.”

       

       – 이야. 오랜만이네.

       – 근본냄새.

       – 드디어 경지 올리는 구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여태까지 화룡무인에서 일류였다고? 거짓말 치지 마셈.]

       

       – 구라도 적당히 해야지.

       – 말이 안 되긴 해 ㅋㅋ

       – 일류로 벌인 일들이 워낙 화려해야지.

       – 여기서 더 강해지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는 거야.

       

       저들끼리 노는 아해들을 내버려 두고 본인의 목 부근에 자리를 잡는 바루를 쓰다듬어 주었다.

       

       원래는 굳이 바루를 데려 올 생각이 없었다. 본인이 하려는 일은 지루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니까.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잘 자는 바루를 깨워 무엇하겠는가.

       

       허나 본인의 예상과는 다르게 바루가 먼저 내 쪽으로 다가오더구나.

       

       혼자서 어디를 갈 생각이냐면서.

       

       평소 무심하던 녀석이 이리 달라붙는 것을 보면 저번에 늑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바루의 질투심을 자극한 게 분명했다.

       

       이것이 요즘 아해들이 이야기하는 밀당이라는 것인가 싶었지. 생각보다 즐겁더군.

       

       꾸벅거리며 졸다가 내 손길이 닿자 얼굴을 들이미는 바루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럼 움직여보자꾸나. 절정 따위를 달성하는 일에 시간을 오래 들여 무엇 하겠느냐.”

       

       이를 빨리 처리하고 바루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먹여줄 것이다.

       

       정색을 하고서 움직일 터이니 재미가 없다거나, 실망스럽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숨쉬듯 비틱을 하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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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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