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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하하하, 그래서 그리 놀랐던 것이냐.”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었다고.”

    “아까는 진짜 엄청 무서웠다니까?”

     

    시루드와 헬레나의 불평을 들은 루크는, 아이들의 반응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집에 고스트 같은 게 자리잡고 있는 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지 않느냐.”

    “……그래? 너라면 고스트도 연구한다고 어디에 처박아 놓았을 것 같았는데…….”

     

    루크는 시루드의 말에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오늘따라 시루드가 굉장히 날카롭다고 해야하나, 아까부터 툭툭 던지는 말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역시 마법사로서의 성장이 시루드를 변하게 한 것일까?

    그렇다면 긍정적이다.

     

    “날카로운 지적이지만, 아니야. 고스트는 연구할 게 딱히 없거든.”

     

    루크에게는 더이상 고스트에 관해서는 미지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고스트의 특성은 항상 똑같고, 영혼체라는 특성상 변화하거나 성장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없다.

    기껏해야 ‘자신은 어떻게 죽었나’, ‘살아생전 성격은 어땠나’에 따라서 행동의 유형이 조금 달라지는 정도에 그친다.

     

    뭐, 몬스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특이생물학자는 그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마나의 배열이 이뤄내는 현상을 탐구하는 루크에겐 딱히 흥미가 생기는 분야는 아니었다.

    따라서 루크의 눈에 고스트는 항상 똑같은 패턴에, 똑같은 물체로 보였다.

     

    연구할 거리가 없는 한, 고스트는 루크에게 기껏해야 귀찮은 해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다.

     

    그런 걸 대체 무엇하러 모셔두고 있겠는가?

    실제로 이미 있던 악령도 소멸시켰는데 말이다.

     

    “그럼 아까 네 번호로 걸린 전화도 네가 한 게 맞아?”

    “그래, 내가 한 것이 맞다.”

    “어떻게?”

    “텔레파시 마법을 살짝 응용해서, 전화기가 내는 마력패턴을 모사해 실제 전화처럼 전달했을 뿐이지. 그러니까 고스트의 소행은 아니야.”

     

    그렇게 루크가 시루드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자, 헬레나가 불쑥 튀어나오며 묻는다.

     

    “그럼 확실히 고스트는 없는 거지?”

    “그래, 고스트나 밴시를 포함한 그 어떤 몬스터나 침입자는 없어.”

     

    루크가 그리 호언장담하자, 헬레나는 루크의 근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루크 네 옆에 떠있는 그 이상한 파란색 방울 같은 건 뭐야?”

    “뭐?”

     

    루크는 헬레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파이 역시 루크의 시선을 마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헬레나는 오히려 그런 루크의 반응에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왜, 왜 그렇게 놀래? 귀신 같은 거 아니라면서……?”

     

    “헬레나, 이 아이가 보이나?”

    “그야 보이니까 얘기했지……. 뭔데? 이것도 네 이상한 마법 같은 거 아니었어?”

     

    루크의 미묘한 반응에 헬레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시루드를 향해 물었다.

     

    “저기, 넌 저거 안 보여? 루크 옆에 저거! 파랗게 떠다니는 거!”

    “응? 루크 옆에 뭐가 있어?”

    “에? 시루드, 넌 안 보여? 저거!”

    “전혀…….”

     

    맙소사, 시루드가 전혀 볼 수 없는 무언가라니……?

    헬레나는 소름이 돋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에, 에이. 장난치지 마. 하나도 재미없거든.”

     

    헬레나가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리자, 파이는 더욱 더 신났다.

    자신의 정령체가 루크 말고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것이 그리도 기쁜 모양이다.

     

    -헬레나는 내가 보이나봐!

     

    신이 나서 파이가 그리 노래하자, 헬레나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쳤다.

     

    “아, 아까 그 이상한 노랫소리!!”

     

    헬레나의 격한 반응에 루크 또한 입가를 가리며 외쳤다.

     

    “뭐?! 소리까지 들린다고?!”

     

    그러자 갑자기 놀라기 시작한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전혀 종잡을 수 없던 시루드가 마치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헬레나와 루크를 번갈아보며 당혹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뭐야, 너희 둘 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헬레나가 절규하듯 외쳤다.

     

    “나도 몰라!”

     

    그러자, 루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헬레나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헬레나가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시루드가 그 사이에 눈치빠르게 쟁반을 치워줬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바닥에 내려놓은 루크의 과자와 차를 엎지를 뻔했다.

     

    “오, 오지마! 무서워!”

     

    헬레나는 루크의 경직된 표정이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루크에게 어깨를 붙잡히고 만다.

     

    “헬레나!”

    “꺄악! 뭐야!”

     

    루크에게 붙잡힌 어깨로부터 전해지는 악력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공포가 스멀스멀 타고 올라올 무렵, 마침내 루크가 입을 열었다.

     

    “헬레나!”

    “대, 대체 나한테 왜그래! 그만해, 난 아무런 잘못도…….”

    “너는 정령사의 자질이 있구나!”

    -응! 새로운 정령사야!

    “……뭐?”

     

    그러다 어느 순간 들려온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단어에 헬레나의 입이 딱 멈췄다.

     

    “정령사?”

     

    이게 대체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

     

    루크의 반짝이는 눈빛과 흥분한 듯 한 표정에 휩쓸려 어느순간 자리에 앉은 채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헬레나.

    루크는 그런 헬레나에게 파이를 소개해주며 말했다.

     

    “자아, 이야기가 늦었구나. 사실, 이 녀석의 이름은 파이리스. 나의 동생이지만, 사실은 정령이기도 하지.”

    “안녕!”

     

    파이리스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정령? 진짜 정령이라고?”

     

    정령이라는 것은 동화나 영화 같은 비현실적인 매체에서밖에 접해 본 적이 없는 헬레나와 시루드는 굉장히 놀랐다는 듯 파이리스의 볼을 늘려도 보고, 문질러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귀여워서 볼을 잡아당긴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순수한 학술적인 호기심에 의한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감촉은 그냥 그 또래 아이들의 볼 살과 그리 차이가 없는데…….’

     

    “으엥-.”

     

    볼을 주물거리는 시루드의 손길이 귀찮아진 파이리스가 칭얼대는 소리를 내자, 헬레나가 시루드의 손목을 붙잡아 치우며 눈길을 줬다.

    그러자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실례를 범했는지 이해한 시루드가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너, 여자애 볼을 무슨 찰흙가지고 노는 것처럼 주무른다?”

    “미안, 정령이라길래 신기해서 충동적으로 그만…….”

    “……됐어, 사과는 쟤한테 해.”

    “그래, 미안. 파이리스.”

     

    시루드가 사과의 의미로 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지만, 파이리스는 ‘흥’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시루드가 마법사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정령감수성은 굉장히 떨어지는 전형적인 마법사이기 때문일까?

    파이리스의 입장에서는 최근에 더욱 더 마법사다워지기 시작한 시루드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루크는 그런 파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하, 웃었다.

     

    “하하하. 마법사들의 의지와 정령의 의지는 항상 대립하기 때문에 마법사들 대부분은 사실 정령과 사이가 좋지 않지. 정령에게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단다, 시루드.”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입맛을 다시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루크가 가져온 쟁반에서 과자를 한 조각 집어서 파이리스에게 건넸다.

     

    “미안, 대신 내 몫 줄게. 용서해줄래?”

     

    그것은 과거 루크의 생일파티에서 보았던 파이리스의 식탐이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떠올린 시루드의 계책이었다.

    그러자 아니나다를까, 파이리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루드를 경계하면서도, 과자를 잽싸게 낚아채서 입에 우겨넣는다.

     

    그 모습이 마치 행인에게 간식거리를 받아가는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 같아서, 시루드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우물우물.

     

    마치 먹이를 먹는 햄스터마냥 입을 우물거리는 파이리스를 바라보며 시루드가 묻는다.

     

    “이제 괜찮지?”

     

    -끄덕끄덕.

     

    쿠키 하나로 용서해주는 모양이다.

    참 다행이었다.

     

    그 장면을 곁에서 지켜보던 헬레나는 어딘가 착잡한 느낌을 받았다.

    이 남자애, 여자아이 달래는 거에 생각보다 너무 능숙했다.

     

    ‘대체 뭐야? 뭐가 저렇게 자연스러워?’

     

    근데 저게 대체 뭐라고 멋있어보이는 걸까?

    정말 자신이 이해가 안되는 헬레나였다.

     

    “크흠, 큼.”

     

    헬레나는 고개를 젓고 헛기침을 하며 잡생각을 멈추고는, 루크에게 물었다.

     

    “뭐, 그런 얘기는 됐고, 내가 정령을 대체 왜 갑자기 보게 됐는지 설명 좀 해줄래? 나 아직 엄청나게 혼란스럽거든.”

    “아아, 그래. 그 이야기를 좀 해보자꾸나.”

     

    루크는 헬레나에게 정령에 대해 이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헬레나, 갑자기 보게 된 것이 아니야. 네게는 원래 정령사의 자질이 있었을 게다. 하지만, 그동안 정령을 전혀 볼 기회가 없었던 거지. 왜냐하면, 이 시대의 정령은 정말로, 정말로 희귀하거든. 일반적인 생활을 한다면 평생동안 마주치지 못 할 정도로 말이다. 헬레나, 네 정령 친화력은 분명 정령을 보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정령 그 자체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 여태껏 정령을 볼 수 없었던 것 이겠지. 네가 평소에 정령이 많은 숲이나 들, 바다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으음…….”

     

    루크의 말은 그럴 듯했다.

     

    정령은 주로 숲이나 들, 바다와 같은 자연적인 환경에서 서식한다.

    하지만 헬레나는 그런 여행을 다닐 기회도 흔치 않았을 뿐더러, 이동하는 시간은 차에서 보내고, 또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집이나 학교를 전전했으니 정령을 마주칠래야 마주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상태였다.

    당연히 볼 수 없었겠지.

     

    “정말로 희귀한 능력이다. 아주 흥미로워, 나 말고도 순수한 정령체인 파이를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그것도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루크는 환희에 찬, 흥분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 말고도 정령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표본의 확장을 의미했다.

    자신과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재능은 아니었으니까.

    만약에 자신의 몸을 구성한 물질에 정령과 연관된 재료가 있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초월적인 정령감응력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헬레나는 순수한 재능으로 탄생한 존재였다.

    어떠한 조작없이 가능한 범주내에서 탄생한 천재 정령사.

    그렇기에 헬레나는 표본으로는 키메라인 자신보다도 명확한 존재였다.

     

    “헬레나, 넌 정말로 특별한 아이다, 아주 훌륭한 재능이야!”

    “흐, 흐응…….”

     

    헬레나도 사실 그런 루크의 반응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고 하면서 떠받들어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도 평소에 자신이 열등감마저 품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루크 이루시’가 이렇게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헬레나의 심사는 배배 꼬이지 않았다.

     

    헬레나는 괜히 틱틱대며 물었다.

     

    “그럼, 정령사는 대체 뭐가 좋은 건데? 설마 정령을 볼 수 있다는 게 끝은 아닐테고…….”

     

    헬레나의 목소리에 살짝 묻어나온 기대감을 알아차린 루크는 얌전히 웃으며 말했다.

     

    “후후훗. 물론, 정령사만의 좋은 점이 있지. 그게 뭐냐면…….”

     

    그 순간, 시루드가 손을 들며 말했다.

     

    “저기ㅡ, 이야기하는 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마법은 언제 가르쳐 줄 거야? 나는 루크가 재밌는 마법실험 한다고 해서 왔는데…….”

     

    하지만 시루드의 말에 돌아온 루크의 대답은 냉정했다.

     

    “지금 새로운 정령사가 탄생했는데 그깟 마법실험이 중요한가?”

    “……하하하. 그렇지?”

     

    이내 시루드는 체념한 듯 말했다.

     

    “그럼 얘기 끝나면 나랑도 놀아줘.”

     

    대답은 없었다.

    이미 루크는 헬레나를 붙잡고 자신이 아는 정령사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시루드는 한숨을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루크가 말하는 ‘계획’은 어쩐지 제대로 된 적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의 계획은 항상 틀어져서 옆길로 새고 만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은 시루드입니다.
    과연, 이것이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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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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