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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마야의 손톱이 침대보를 쥐어뜯을 것처럼 갉작였다. 그녀의 발에서 시작된 찌릿찌릿한 전율이 그녀의 하복부를 타고 올라와 그녀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이건……이건 대체……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그녀는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꾹 다물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썼다.

         

       단장님이 내 발에 입을 맞췄어.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보다 그가 그랬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를 더 흥분시켰다.

         

       “반대쪽도 같이 하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처럼 섬세한 동작으로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며 그녀의 발에 입을 대고 부드럽게 혀를 놀렸다.

         

       추릅. 찹. 쭈웁.

       천박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흐읏…….”

         

       만약 원더스타인이 지금 그녀의 얼굴을 봤다면, 자신의 치료가 먹혀들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제나 창백했던 그녀의 하얀 얼굴 위로 분홍빛이 번졌으며, 곧은 직선만 그리던 그녀의 입술은 쉴새 없이 달싹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느라 오물거렸다.

         

       “힛……으흣…….”

         

       그러나 그는 그녀의 발아래에 고개를 처박고 있느라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묵묵히 치료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그녀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느새 발바닥을 모두 핥은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앞서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뭔가 느껴집니까?”

         

       간신히 쾌락에 익숙해진 그녀는 애써 무표정함을 가장하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뇨. 아무것도…….”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더 진행해 보지요.”

         

       조금 더? 조금 더라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마야는 자신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차례대로 핥아 올라오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종래에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는 너무 앞서나간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이 다음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녀의 발가락이었다.

         

       그는 그녀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그의 혀는 발가락 사이를 드나들며 끈적한 타액을 남겼다. 그의 침에 담긴 미약 성분은 상대적으로 두꺼웠던 발바닥보다 그곳에서 더 잘 흡수되었다.

         

       그것은 발바닥을 핥을 때보다 몇 배나 강한 쾌감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우웃!”

         

       비명은 그녀의 손가락과 입술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그녀의 혀 밑에 잔뜩 고여 있던 침 한 줄기가 삐져나와 입술을 타고 흘렀다.

         

       “마야 양?”

         

       이번에는 원더스타인도 그 소리를 듣고 말았다. 마야는 재빨리 침대 위에 몸을 엎드려 그가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피, 피곤해서요……. 계,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려니……허리가 아파서…….”

       “아, 맞아요. 이해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엎드린 자세로 계속하죠. 제가 자리를 옮기면 되니까요.”

         

       그녀는 카디건의 소매로 침 흐른 자국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그녀의 몸을 침대 아래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 멍하니 방금 자신이 느낀 것을 음미하고 있던 마야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유도에 따라 엉덩이를 돌렸다.

         

       “음?”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하반신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란 눈빛을 했다. 마야는 자신이 이렇게 멍청했나 놀라며 재빨리 변명했다.

         

       “여, 염동력을 사용했어요…….”

       “아, 그렇군요.”

         

       원더스타인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녀의 변명을 받아들였다. 평소의 그라면 이렇게까지 상대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한없이 관대해져 있었다. 그녀가 좀 이상한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그는 다 이해한다는 듯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마야는 한 달 동안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친절하게 자신을 돌봐주는 그를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진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계속하겠습니다, 마야 양. 집중해서 뭔가 느끼는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네.”

         

       원래 그녀는 이렇게까지 길게 거짓말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다. 아니, 원래는 거짓말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 시작은 엘라에 대한 분풀이였다.

         

       병동에서 눈을 뜬 마야가 맨 처음 본 것은 원더스타인 옆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서 있는 엘라였다. 기억을 회복했다고 한 그녀는 예전과 같은 태도로 단장님을 대했다.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날 선 말을 툭툭 던졌다.

         

       솔직히 그 순간에는 단장님 곁에 달라붙어 생글거리던 그녀가 사라져서 기뻤다. 그런데 단장님의 태도가 그녀의 신경에 거슬리게 했다. 엘라가 그렇게 따갑게 구는데도 단장님은 난처한 미소만 지을 뿐, 그녀의 태도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았다.

         

       아무리 적의 마법에 홀린 상태였다지만, 단장님을 죽이려고 했던 엘라였다. 그런데 단장님이 그녀에게 약하게 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그를 구하겠다고 다치기까지 했는데……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보며 분을 삭이던 마야는 그래서 의사가 도착했을 때, 홧김에 저도 모르게 다리에 감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엘라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우물쭈물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단장님이 자신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는 것을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가 엘라만 감싸고 돈다고 여겼을까? 그는 처음 보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자기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졌던 사람이었다. 그는 사신과도, 마신의 화신과도 1대1로 붙을 수 있을 만큼 강하면서도 그것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마야는 마력의 흐름이 잠시 꼬여서 착각했다는 식으로 며칠 있다가 거짓말을 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을 시행하기 위해 자신의 스타킹을 내리는 단장님의 모습을 본 순간,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조금만……조금만……즐기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그를 속여온 것이 벌써 한 달이 되었다.

         

       마야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가 자신을 물고 빨고 핥는 것을 즐겼다. 그의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이제 그녀의 새하얀 종아리를 핥고 올라오고 있었다. 침에 범벅이 되어 혀를 놀리는 미남자의 모습을 보고 마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발정난 개새끼 같아.’

         

       그녀는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깜짝 놀라 입을 딱 다물었다. 그것은 평소의 그녀였다면 감히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말이었다. 특히나 존경하는 스승을 그런 식으로 부를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고결하고 훌륭한 사람이 자신의 발밑에 고개를 조아리고, 자신의 명령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며, 자신의 몸을 짐승처럼 탐닉하는 모습을 보니 불경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장님을 지배하고 있어.

         

       그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머릿속에 온갖 야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대로 다리를 들어 그의 얼굴을 꾹 밟아본다면 또 어떨까? 아니면 그의 얼굴 위에 그대로 엉덩이를 깔고 앉아보면? 여기서 오줌을 싼 후에 그의 혀로 닦아달라 하면?

         

       쭙. 추릅. 춥춥.

       그의 혀 놀리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그의 침에서 올라오는 비누 향이 그녀의 코를 간질였다. 그의 혓바닥이 닿을 때마다 그가 자신을 맛보며 관능적으로 주무르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그녀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청각, 시각, 후각, 촉각, 미각이 하나로 어우러진 황홀한 오감의 합주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상상력과 전신을 뜨겁게 달구는 관능적인 감각이 칵테일처럼 혼합되었다. 그것이 주는 강렬한 쾌감은 그녀의 아랫배를 자극했다.

         

       뜨겁다.

       배꼽 아래, 아니, 그보다 더 아래, 그보다 약간 더 깊숙한 곳.

       그곳이 욱신거렸다.

         

       폭죽이 느릿느릿하게 터지는 바닷속이 상상되었다. 뜨겁고 눈부신 불꽃. 그것이 거품처럼 터지는 물 아래에서 그녀는 허우적대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러나 괴롭지는 않았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그 상황이 즐거웠다. 그녀는 실제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아찔한 부유감에 휩싸였다.

         

       어떤 환상도 재현할 수 없는 광경.

       어떤 마법도 자극할 수 없는 감각.

       어떤 논리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

         

       황홀한 전류가 그녀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태워버렸다.

       아.

       그것은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달한 절정이었다.

         

       몇 초, 아니 몇 분이 흘렀을까.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자신이 얼굴을 파묻고 있는 베개가 자신이 흘린 침으로 축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또 다른 곳도…….

         

       “그, 그만!”

         

       마야의 외침에 그녀의 허벅지를 지나 막 엉덩이 아래 접힌 살을 핥아 들어가던 원더스타인의 혀 놀림이 멈췄다. 그는 그녀의 등을 올려다보며 기대를 담아 질문했다.

         

       “마야 양, 혹시……뭔가 느껴집니까?”

         

       마야는 혹시나 자신이 신음을 흘리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미소를 활짝 띠며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정말 하반신에서 감각이 느껴집니까?”

       “……네.”

         

       그녀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자신이 방금 체험한 것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을 수습하려 했으나, 몸은 그녀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부들부들 떨렸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보고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하반신을 못 쓸지도 모른다고 여기다가 회복할 방법이 생겼는데 누군들 기쁘지 않겠는가.

         

       ‘많이 힘들었나 보군.’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목소리 군데군데서 묻어나는 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무감정함을 가장한다고 해도 그녀는 17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애였다.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었는데,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 리 없었다. 괴로웠던 만큼 지금 느끼는 흥분도 클 것이다.

         

       “희망이 보이는군요. 앞으로 이것도 마사지 루틴에 추가하겠습니다. 그러니…….”

       “알았으니까 나가주세요.”

         

       마야가 그의 말을 끊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울먹거림을 비슷한 것을 느낀 원더스타인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나가기 전에 침으로 엉망이 된 그녀의 다리만이라도 닦아주려고 했으나 그녀가 염동력으로 밀쳐 내버렸다. 그는 저항하지 않고 방문 앞까지 밀려났다.

         

       “그럼 편히 쉬세요. 오늘 본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가 문을 닫고 방을 나갔다.

         

       마야는 그의 발소리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죽은 듯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평소대로 돌아왔다는 확신이 든 후에야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그가 던져두고 간 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염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다리를 닦기 시작했다.

         

       그녀의 다리는 그가 흘린 타액으로 뒤덮여 번들거렸다. 종종 그가 남겨놓은 붉은 잇자국을 발견하기도 했다.

         

       다리를 모두 닦은 그녀는 수건을 세탁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흘린 침에 푹 젖은 베개보를 꺼내 역시 그곳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마터면 아까 그에게 들킬까 놀라 소리를 지르게 했던 원인을 꺼내 그곳에 던져 넣었다.

         

       그곳은 오늘 그의 손도, 혀도, 숨결도 닿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다른 어떤 곳보다 그라는 존재가 많이 닿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녀는 아직도 쾌락의 여운이 감도는 그곳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염동력으로 강하게 자극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까와 같은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불감. 그것이 그녀의 몸이었다.

       하지만 열쇠는 있었다.

         

       원더스타인.

       그는 닫힌 그녀의 몸을 열 수 있었다. 오직 그만이 가능했다.

       그녀는 그것이 아쉬운 동시에 기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보랏고개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도로시 님, 50코인 후원! 늘 응원해주셔서 힘이나네요! 감사합니다!

    어제 이 편까지 올리려고 했는데, 이런 파트는 연달아 쓰기가 힘들어서 오늘로 넘어왔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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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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