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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통일 대한민국에 주술사가 아예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강대국, 선진국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나라.

       괴뢰 집단이 점령했던 이북 지방에 악령과 악귀들이 잔뜩 돌아다닌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찬란한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거기다가 문화 산업이 크게 성공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도 있었고.

         

       그리고 그 말은, 한국에 놀러 오는 사람 역시 많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광객 중에는 주술사가 꽤 많았다.

         

       여타 관광객들처럼 한국 문화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놀러 온 주술사들.

       강령 주술이나 빙의 주술을 사용하거나, 혹은 악귀나 악령을 재료로 주물을 만들기 위해서 방문을 한 주술사들.

       교황청에서 악귀와 악령을 막기 위해 지원을 보낸 신성술을 익힌 신부들.

       그리고, 선택지가 한국밖에 없어서 찾아온 이들.

         

       이중 가장 많은 부류는 바로 마지막이었다.

         

       동아시아에는 주술 연구로 삼기 흥미로운 주제들이 널려있었다.

       

       오랫동안 세계의 중심이라면서 거들먹대면서 찬란한 문명을 일궈왔던 중국에,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면서 온갖 것들을 파괴하거나 긁어모으고 다녔던 몽골제국에, 섬나라라는 폐쇄적인 환경에 더해 세계 2차 대전 당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주술을 긁어모은 일본에, 강대국 사이에서 용케 나라를 유지한 한국까지.

         

       게다가 치안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고, 나라가 가난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로서는 동아시아를 꺼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술사가 동아시아를 꺼리진 않을지언정 주술사를 꺼리는 동아시아 국가는 넘쳐난다는 점에 있었다.

         

       일단 중국.

       공산주의 국가인데다가, 정부의 뜻에 따라 제멋대로 분위기가 뒤바뀌는 국가.

       게다가 문화대혁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짓거리로 주술을 제 손으로 죄다 부숴 먹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으며, 그 이후에는 주술을 어떻게든 복구하겠답시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 주술사가, 그것도 인맥도 없는 외국인 주술사가 들어간다?

       절대 좋은 꼴을 볼 수 없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억류해서 주술을 빼내려고 시도할 것이며, 억류를 할 수 없다면 돈을 주겠다, 권력을 주겠다, 여자를 주겠다 등 온갖 회유를 사용해가며 귀찮게 하리라. 그리고 이러한 짓거리는 중국을 벗어날 때까지 계속되게 되겠지.

         

       게다가 정부만 문제가 아니다.

       과거 중국은 오래전부터 주술사라는 존재를 혹세무민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는 해악이라고 여겼다. 주술을 사술(邪術)이라 부르며 배척하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주술사를 부려먹되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핍박을 이겨냈음에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문화대혁명.

         

       그때 중국에 있던 주술사들은 구시대의 잔재, 혹세무민하는 미신쟁이들 취급받으며 철저하게 탄압받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주술사가 중국에서 사라져버렸다.

       사람이 발을 디딜 수 없는 험지에 몸을 숨기거나, 다른 나라로 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죽음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때의 잔재는 아직까지 나이 든 중국인들에게 그대로 남아있었다.

         

       주술사라는 것은 탄압해야 하는 존재.

       주술이라는 것은 삿된 것.

       보는 즉시 더러운 것을 본 것처럼 멀리해야 하며, 핍박하고 배격해야만 하는 것.

         

       문화대혁명을 겪었던 이들은 현재 중국 정부가 주술을 장려하는 정책을 보이고 있기에 겉으로만 드러내지 않을 뿐, 속으로는 그들을 꺼림칙하게 여기고 더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주술사가 깨달음을 얻는답시고 여행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꼴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주술사라는 것을 숨기고 여행을 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었다.

       예전이라면 가능했지만, 지금 중국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현재 중국은 도시와 관광지를 위주로 감시장비를 촘촘하게 깔아놓은 상태였고, 그것을 통해 철저한 감시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인민들까지 말이다. 게다가 감시장비가 제대로 깔리지 않는 시골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나이 먹은 사람들은 주술사를 꺼림칙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기에 주술사를 보면 즉각 신고할 터.

         

       이런 상황이니 중국에 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몽골은 어떤가 하면….

       몽골 역시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다.

         

       몽골까지 중국의 영향이 닿아 있었으니까.

         

       중국은 내몽골을 이용해 몽골 역시 자신의 역사에 편입, 그 후 정당성을 주장하며 전쟁을 통해 몽골을 먹을 준비를 착실하게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원활하게 하려고 몽골의 고위층에게 온갖 방법으로 뇌물을 먹이면서 자기 말을 듣도록 만들고 있기도 했고.

         

       이 말은 무엇이고 하면….

       몽골에 가도 중국이랑 비슷한 일을 겪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나마 중국과는 달리 시민들에게 배척받지는 않겠지만, 그뿐이다.

       온갖 권력자에, 중국에서 보낸 사람에….

       온갖 날파리들이 들러붙어서 귀찮게 할 것은 분명했다.

         

       일본?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다.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일본에 발조차 디딜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감시를 뚫고 어떻게든 발을 디딘다?

       그렇다면 일본 곳곳에 깔아놓은 감시장비를 통해 어떻게든 주술사를 구별해내고,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제압한 뒤 죽이거나 국외로 추방해버린다.

         

       게다가 주술사임을 철저하게 숨긴다고 하더라도 감시는 이어진다.

       아브라함 계통 종교인들은 항상 일본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오랫동안 일본에 머무르는 이능을 익히지 않은 외국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 순찰 루트에 외국인 거주지를 끼워 넣어 수시로 감시하게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불심검문을 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이능력이나 상식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기묘한 사건이 일어나면 외국인이 최우선으로 용의선상에 올라가게 되기까지 한다.

         

       혹자는 이를 노골적인 외국인 차별이라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무공이나 소환술, 마법 같은 이능을 익히고 있다면 이러한 감시 수위는 확 낮아졌으니까.

         

       그저 일본은 주술을 경계할 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편집증적으로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주술사가 동아시아에 가려고 한다면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통일 대한민국.

         

       주술사가 들어오든 말든 상관도 안 하고, 기업가들이 가끔 접촉하는 것 말고는 귀찮게 하지도 않으며, 주술사에 대한 호감도 어느 정도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치안이 안 좋아서 강도나 미친놈들이 덤벼드는 것도 아니고, 재주를 부려서 돈을 벌어도 마피아니, 갱이니 하는 이상한 놈들이 꼬이지도 않는다.

         

       그러니 외국인 주술사는 통일 대한민국에서 드물게나마 볼 수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기행으로 보이는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이 주술사라는 능력자이니만큼, 드물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지라 사람들에게 꽤 친숙해지기까지 했다.

         

       진성이 이상한 차림으로 돌아다녀도 주술사구나, 기행이구나 하고 이해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였다.

         

       하지만 외국인 주술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것이랑,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그 외국인 주술사에게 부탁해서 해결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외국인.

       거기다가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지도 모르는 주술사다.

         

       뭘 믿고 맡기겠는가.

         

       정부 입장에서 보는 ‘외국인 주술사’는 걸어 다니는 주사위 같은 존재였다.

         

       낮은 숫자가 뜨면 사고를 치고, 높은 숫자가 뜨면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주사위 말이다.

         

       주사위가 1이 뜨면 악령이나 악귀를 부리고 싶다며 다짜고짜 파주의 군부대에 찾아간다.

         

       주사위가 3이 뜨면 보육원에 찾아가서 고아들에게 축복을 내려준다.

         

       주사위가 6이 뜨면 대한민국의 산맥 곳곳에 박힌 말뚝을 제거해줄 테니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주술 기록물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그렇다.

       도무지 종잡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존재가 바로 주술사라는 작자들이다.

         

       그렇기에 정부 입장에서는 주술사를 믿을 수 없다.

         

       능력을 못 믿겠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 종잡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지라 정부는 외국인 주술사에 의지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정부에서 주술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주술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민속학자나 문화인류학자 등의 연구자를 통해 대처하는 것이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기록물들에는 주술이나 주술의 기원이 되는 것들이 적혀 있었고, 그것을 본다면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으되 어림짐작을 통해 어떻게든 대처하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정부의 오판이 있었다면 인위적으로 주술사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히 주술을 사용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다.

       그냥 정확한 방법만 알고, 대가만 각오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 주술을 업으로 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대가를 각오한다를 넘어서, 아예 대가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의 고통을 일상으로 삼을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냥 고통이 아니다.

       주술마다 주는 고통도 다르고, 같은 주술을 써도 대가가 다르게 들어올 때가 부지기수다.

       절대로 익숙해질 수 있는 부류의 고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것을 평생, 죽을 때까지 사용하면서 정부에게 부려 먹히라고?

         

       그게 되겠는가.

         

       협박이나 세뇌?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북 지방이 죽음의 땅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주술사라는 작자들은 누군가가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약속하는 것?

       그래도 소용이 없다.

         

       부와 명예를 원한다면 공부해서 판검사, 의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게 더 낫다.

       이능력에 재능이 있다면 무공을 익히거나 마법을 익히면 그만이다.

         

       왜 굳이 주술을 업으로 삼겠는가.

         

       그러니 정부가 주도해서 주술사를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주술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를 바란다?

       그것도 힘들었다.

         

       주술에 대한 흥미를 느끼려고 해도 뭐가 있어야 관심을 가질 것 아닌가.

       주술에 대한 자료도 없어, 시험 삼아 사용해볼 만한 주술도 없어, 관심을 두고 찾아보려고 해도 구할 수조차 없어.

         

       이러니 주술사가 나올 수나 있겠는가.

         

       메말라버린 땅에 꽃씨가 내려앉아도 꽃을 피우지 못하듯, 대한민국은 그렇게 악순환에 접어든 상태였다.

       주술 불모지라는 환경이 주술사가 탄생하지 못하게 막고, 주술사가 탄생하지 못해서 주술 불모지라는 환경이 점차 악화가 되고….

         

       그런데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갑자기 주술사가 튀어나왔다.

         

       토종 한국인에, 재벌이 보증하고 있으며, 젊은 데다가 전면에 내세우기 좋은 잘생긴 외모까지 가지고 있는 주술사가 말이다.

         

       이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전도유망한 젊은이이자, 주술 유망주인 박진성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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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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