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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그런데, 이번 교전은 전부 다 날려버리는 게 신기하네요. 이전까지 했던 것들은 전부 도시 내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티후아나는 멕시코의 도시지 미국의 영토가 아니라서 그래요. 그리고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애초에 민간인들은 더 이상 이 근방에 없을 거예요.”

        

       “왜요?”

        

       “바이러스, 그리고 방사능 때문이죠.”

        

        

        

        샌디에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해군력이 강한 군사도시였던 찬란한 과거를 사그라뜨리는 데는 바이러스와 핵미사일이라는 두 번의 강펀치가 필요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던 통계적 사실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이 잿더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뻔했다. 첫 번째 펀치인 오메가 바이러스로 인해 눈이 아플 정도로 빡빡하게 밀집한 집들은 전부 텅 비게 되었다. 설령 완전히 텅 비지는 않았겠지만 침대 위는 사람이었던 자국만이 남아있겠지.

        

        그 상태에서 어찌저찌 살아남아 산발적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던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이었던 곳으로부터 두 개의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고, 샌디에이고는 그렇게 그 어떤 도시보다도 망가졌다.

        

        이는 샌디에이고 바로 아랫쪽에 위치한 멕시코의 도시인 티후아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그 누구도 핵을 두 발이나 맞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지는 않을 터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미라마르 군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총지휘관이 앞뒤 가릴 것 없이 미사일부터 이야기한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닌 셈이었다. 더 이상 부수적인 피해 집계로 들어갈 시민들도 없었으니 이 기회에 확실히 참초제근을 해버리겠단 마인드가 아닐까.

        

        

        아무튼 결론이 무어냐 하니,

        

        

        

       “지금 이 시점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전부 적이라고 간주하면 편하단 소리예요.”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겠네요. 아무튼 저희도 계속 움직일게요. 무선 침묵합니다…이렇게 하면 되죠?”

        

       “잘 했어요. 이따 봐요.”

        

        

        

        아무튼, 가상현실 기준 현재 시각은 오전 3시 가량.

        

        스텔스 고속정을 통해 바다로 침투한 여섯 명의 인원은 두 명씩 조를 이루어 흩어진 뒤 티후아나를 본격적으로 들쑤시기 시작했다.

        

        적들 중 꽤나 상당한 숫자가 나름 괜찮은 복장들을 갖추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게 증여받은 물품이겠지만. 그 점을 유념하긴 했지만 사실상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저들에게는 야간투시경이 없었고, 프로의식도 없었다. 요컨대 경계는커녕 잠자기 바빴단 소리.

        

        설령 깨어있다고 한들 담배나 마약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거나 그거나였지만.

        

        

        

       “웨이포인트 표시. 네 위치에서 남동쪽으로 129미터. 해당 위치에서 상당한 숫자의 열원이 감지된다. 이전에는 영화관이었던 모양이로군.”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 이번에는 헛다리가 아니면 좋겠네요. 체크리스트 결과는 어떤가요?”

        

       “잠시 대기.”

        

        

        

        그와 동시에 어둠이 짙게 서린 곳에 적당히 앉아서 기다린다.

        

        몇 분 가량이나 지났을까, 오웬스가 만족스럽게 숨을 흘리면서 답했다.

        

        

        

       “빙고. 주변에 다수의 적 차량이 밀집한 공터 포착. 적들은 해당 영화관을 일종의 다목적 건물로서 운영하고 있는 듯한 모양이다.”

        

       “확인. 폭격 좌표 지정 해제, 지금부터 침투하지요. 손 비면 내려와서 도와주시겠습니까?”

        

       “생각해보지.”

        

        

        

        피식 웃으며 알겠다는 대답을 남긴 후, 설정된 웨이포인트로 방향을 돌린다.

        

        한편 그건 그렇고, 체크리스트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었는데 – 요컨대 단순한 적 밀집 구역인지, 혹은 직접 침투를 통해 습득해야만 하는 정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인지를 판가름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만약 전자라면 굳이 싸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총알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미사일이 깔끔하게 쓸어내버릴 예정이었으니. 하지만 후자라면 이야기가 좀 달랐다 – 언급한 적 있었지만, 코르테스 해에는 중국군의 잔존 항모전단 일부가 있었고, 카르텔에게 군사훈련 및 무기 증여를 시행 중이었다.

        

        어지간하면 거기까지 미사일이 닿기 때문에라도 해당 좌표를 정확하게 확보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러한 인텔 수집 과정이 필요했다.

        

        

        

       “영화관 진입 중.”

        

        

        

        외관만으로는 여타 건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외로 내부에는 전력이 돌고 있었다. 그러나 불이 거의 꺼진 탓에 사실상 거기서 거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내부로 진입하자, 이곳저곳에 마치 시체처럼 널브러져있는 적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다들 깊게 잠에 빠진 탓인지 알아차리는 낌새 따위는 없었다. 건물에 딱히 난방이 돌지는 않는 것인지 아예 드럼통으로 화로를 만들어놓은 것도 상당히 가관이었다.

        

        저러면 보통 질식해서 죽든 화재가 나서 타죽든 할텐데, 그럼에도 저렇게 멀쩡하게 놔두는 걸 보아하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외관만을 보았을 땐 이런 누추한 곳에서 뭔가 얻을 수 있기라도 하나 싶긴 했지만, 오히려 그 진가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알림 : 저규모 트래픽 감지.]

        

        

        

        수상한 냄새가 난다.

        

        일단 멸망한 세상에서 통신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접근할 만한 빌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인프라를 통째로 들고 다니는 이들이 아니라면 애시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게 가능한 이들을 알고 있다.

        

        바로 군대였다.

        

        해당 사실은 즉각적으로 오웬스에게도 전해졌고, 그는 영화관으로 이어지던 발걸음을 멈춘 뒤 근처에서 여전히 작동 중인 통신탑 같은 게 있는지를 확인해보겠다고 언질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잠입의 시간이다.

        

        

        

       ───퍽!

        

        

        

       “커흐윽…!”

        

        

        

        때마침 술인지 마약인지에 취해 비틀거리며 일어난 카르텔 친구 한 명의 명치에 가볍게 원인치 펀치.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엎어진다. 아마 늑골이 산산조각나 파편이 폐를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저대로 놔둬도 곧 죽을 것이었지만, 확실하게 끝마무리를 한 뒤 비상계단 방면으로 움직였다. 비상등조차 켜져있지 않아 실로 조용한 계단을 오른다. 그러나 바로 옥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는데, 계단 위쪽에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여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릭을 써야 하는 법이 아닐까.

        

        

        

       ‘옥상까지는 앞으로 1층. 그러면….’

        

        

        

        더 위로 올라가는 대신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평범하게 휴게실 같은 것들밖에 없었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옥상을 지키는 이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반복적인 소음 발생을 통해 적들이 이쪽까지 가까이 오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때마침 층 내부에 사람도 없었고, 불도 깜깜했으며, 카르텔이 벽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듯한 스프레이 캔도 주변에 널려있었다. 낚싯줄로 통을 가볍게 묶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해서 달그락거리게 만들면 끝이었다.

        

        딸깍, 딸깍, 딸깍. 그렇게 거슬리는 소리가 몇 분 가량 복도에 울려퍼진다. 원래 거슬리고 반복적으로 울려퍼지는 소리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법이었고, 그 결과는 실로 빠르게 나타났다.

        

        

        

       “그냥 쥐새끼가 스프레이 캔 가지고 노는 소리겠지, 무슨 이딴 걸 가지고 일일이 확인까지 하러 내려보내는 거야.”

        

       “빨리 확인이나 해.”

        

        

        

        두 명의 인원이 내려왔다.

        

        손가락에 쥐고 있던 낚싯줄을 그 자리에 버려두고, 조심스럽게 뒤로 돌아갔다.

        

        한 명은 허벅지에 충격탄을 박아 기절시킨 뒤, 다른 한 명의 목에 토마호크를 조심스럽게 들이대고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별 일 아니라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그는 실로 프로페셔널하게 아무 일 없다고 대답했고, 다음 순간 허벅지에 충격탄이 박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혹시 비얌 종류가 아나콘다가 아니라 방울뱀이십니까?????

       -요즘 비얌은 다른종으로 전직도 가능한www

       -진짜 이런 거 볼때마다 감탄만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딴 방법을 실시간으로 떠올리는 것도 신기하네 진짜 ㅋㅋ

        

        

        

        뭐 이런 걸 가지고.

        

        아무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옥상에서 근무하던 중국군 통신과 인원들은 전부 서슬퍼런 도끼날을 맞이해야 했고, 그로부터 5분도 안 지났을 즈음 좌초된 항공모함의 위치와 카르텔 주요 활동 지점, 그리고 어제 먹은 전투식량의 반찬 종류가 몇 가지였는지조차 몽땅 털어놓은 뒤 영면에 들게 되었다.

        

        목적지는 푼타 반데라, 티후아나로부터 서쪽에 위치한 해안가 바로 앞의 작은 마을이었다.

        

        

        

       “티후아나에서의 작전 중지. 지금부터 타고 갈 차량이나 모색해보도록.”

        

        

        

        오퍼레이션 채리엇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목표 위치 도달. 좌초된 항공모함까지 앞으로 300m. 그쪽 상황은 어떠한지?”

        

       “트랩 설치도 끝났고, 위장 및 가림막도 전부 끝났지. 적당히 소란을 일으킬 테니 빠르게 들어갔다 나오도록. 탈출 지점은 사전에 통보했으니,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만나도록 하지.”

        

        

        

        오전 4시, 세상이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인 순간.

        

        나 – 하모니는 다이스, 그리고 오웬스라는 유진 씨의 지인 분과 함께…그리 높지 않은 산맥 위에서 좌초된 항공모함을 스코프를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는 대략 400m 가량. 그리고 좌초 지점의 바로 앞, 본래는 작은 마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일종의 군 기지로 탈바꿈된 상태였다.

        

        그리고 항공모함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해수면 아래에서 IFF가 깜빡이며 유진 씨와 로건, 그리고 로렌티나 씨가 항공모함을 향해 천천히 접근 중이었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건 저 세 놈들이 알아서 다 할 거다. 보이는 적들만 족족 머리를 맞추고, 더 이상 표적지가 없을 때는 미리 숨겨두었던 박격포 터렛으로 좀 더 이목을 끌어주면 끝이다. 그리 어려운 건 없겠지.”

        

       “네,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일종의 양동 작전.

        

        이목은 나와 오웬스 씨, 그리고 다이스가 끌 것이고, 저쪽 팀은 대응하느라 소홀해진 항공모함 내부를 소탕한다. 일종의 빈집털이 비슷한 것이었다. 물론 그 규모가 좀 거대하긴 한데.

        

        아무튼, 딱히 은닉을 신경쓸 필요도 없이 그저 보이는 걸 잡으면 된단 말에 마음은 가벼웠다. 작전 시작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올려두고 있던 도중, 드디어 기다리던 사격 명령이 떨어진다.

        

        

        

       “현 시간부로 자율사격 개시. 야간투시경이 있는 친구들 위주로 괴롭혀줘라.”

        

       “알겠습니다. 자율사격 개시.”

        

       “사격합니다.”

        

        

        

       ───피잉!

        

        

        

        투웅!

        

        수백 미터 바깥에서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친구들을 십자선에 놓고, 그대로 발사. 착탄 지점은 이카루스 기어가 알아서 계산해줬기에 신경쓰지 않고 십자선에 적들을 놓은 채 사격하면 대다수가 적중했다.

        

        한 번에 한 발씩, 그러나 인원이 셋이었기에 세 발의 탄환이 거의 동시에 발사된다. 그리하여 세 명의 적들이 그 자리에서 몸 어딘가가 꿰뚫려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고, 담배를 피거나 경계 근무를 하던 적들은 그 순간 화들짝 놀라 경보를 발령한다.

        

        왜애애앵 하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적들이 사방팔방에서 우루루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격은 일임하지. 위험한 물건을 들고 있는 친구들을 정찰 드론에 우선적으로 표기하겠다. 그 녀석들부터 잡도록.”

        

       “네네!”

        

        

        

        픽, 픽, 픽.

        

        탄환 소모는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탄통에 예비탄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들고 온 탄창 수만 해도 90개 가까이 되었기에 그저 신나게 표적 사격을 하면 끝이었다.

        

        그 사이, 선생님네 팀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초된 항공모함 뒤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 더 가열차게 사격하며 다른 누군가가 침투한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우와, 많기도 해라…!”

        

       “말벌집을 제대로 건드렸네요.”

        

        

        

        워낙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굳이 적을 찾을 필요조차 없었다.

        

        그나마 똑똑한 이들은 한 자리에 멈춰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건물 안이나 벽면에 은폐했지만, 방향을 잘못 잡은 탓에 오히려 정면으로 몸을 대준 몇몇은 그 자리에서 머리가 관통당해 싸늘한 시체가 되곤 했다.

        

        소음기에 아음속탄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소리가 흩어져버린 터라 중국군이 우리들의 실제 위치를 어림짐작하기까지는 무려 7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그 즈음 우리는 이미 박격포 터렛까지 운용하고 있었다.

        

        

        

       ───콰아앙!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두꺼운 폭탄 덩어리가 벽을 통째로 박살낸다. 집 안에 숨은 이들은 유리창에 소이탄을 쏴넣으면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오는 편이었다.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건 꽤나 어려웠지만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맞추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 푸젠함 갑판 위에서 선생님 식별. 저희들에게 손을 흔드는데요?”

        

       “저 꼴통 자식들….”

        

        

        

        물론 그 와중에도 로렌티나 씨는 계단을 타고 뒤따라 올라온 적들에게 총알비를 선사해주고 있었지만.

        

        아무튼 함교 장악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들은 슬슬 어디선가 박격포까지 꺼내들었고, 심지어는 정찰헬기까지 띄우려고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이륙 전에 몇 번이고 유리창에 사격해서 그런지 조종사는 시동을 걸기도 전에 우리에게 적발되어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는 상어. 통신 로그를 확보했어요. 위성통신 모듈을 조금 만지작거렸더니 코르테스 해에서 얼쩡거리는 잔여 항모전단 위치까지 쉽사리 뱉어주더군요.”

        

       “목표 확보. 미라마르 군사 공항 측에 전송하고, 그 깡통 항모에서 빨리 나오도록. 퇴각 지점에서 합류하지.”

        

       “…저희는 총만 쏜 것 같은데, 뭔가 다 됐네요.”

        

       “그게 저 녀석들이 하는 법이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였지만, 그 말이 맞았다.

        

        퓽 하는 소리와 함께 중국군 측 박격포 사격이 시작되었기에 호다닥 총기만을 회수하였고, 사전에 배치해둔 터렛과 발사기 등은 자율기동 모드로 가동해둔 뒤 수백 미터 가량을 달려 몇십 분 전 타고 왔던 트럭에 헐레벌떡 탑승.

        

        부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차량이 어둠을 가로질렀다. 야간투시 기능이 작동하고 있어 칠흑같은 어둠조차도 우리를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누비며 지도에도 없는 비포장도로를 누빈다. 고물 트럭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덜컹거리며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고 있었다.

        

        

        

       “으악, 엉덩이…!”

        

       “도대체 왜 이런 차를 고른 거예요!?”

        

       “아가씨들이 좀 더 연료가 많은 차량을 찾아왔더라면 이야기가 좀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덜컹거리는 길을 연이어 달리길 20분 가량, 도대체 어떤 길을 가로질러왔는지는 몰라도 어느샌가 우리 눈에는 해안가가 다시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기다리다 졸 뻔했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돌아온 거예요, 대장?”

        

       “총 쏘는 것보다 여기 교통이 더 험했지.”

        

        

        

        한참 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유진 팀과 드디어 합류했다.

        

        티후아나의 서쪽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인 코스타 에르모사, 그리고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멕시코-1D 고속도로. 그곳을 쭉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다보면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선이 나타난다 – 그리고 그 근방의 넓은 공터 중 한 곳에서, 우리를 미국 땅으로 데려다줄 스텔스 블랙호크 한 대가 대기 중이었다.

        

        모래먼지를 가르며 탑승하자마자 이어지는 파일럿의 말.

        

        

        

       “이 근방은 곧 불바다가 될 겁니다. 빨리 탑승하십쇼.”

        

       “가이거 계수기까지 벽면에 달아두고, 아주 난리도 아니군요.”

        

       “살아생전 버섯구름을 실제로 보게 되는 건데, 여부 있겠습니까.”

        

        

        

        철컥!

        

        문이 닫히고 헬리콥터가 날아오른다.

        

        그 순간 UI 위로 떠오르는 <발사 완료> 메시지. 아마 수백 킬로미터, 혹은 천 킬로미터 이상 되는 거리에서 대기 중인 무시무시한 병기들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이곳을 향해 쏘아보낸 것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눈 앞에 착탄까지 남은 시간초가 떠오르더니, 그것이 제로로 수렴하는 순간 어둠을 가르는 선명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

        

        

        

       “와우.”

        

       “150킬로톤급이라더니 역시 강력하네요. 저런 게 티후아나에 두 발이라, 도시를 완전히 갈아엎기에는 충분한 위력이군요.”

        

       “인게임 내의 샌디에이고 땅값이 제로로 수렴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이게 유진 씨 지인들의 대화 수준인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나는 굳이 따지거나 파고들 바에는 그냥 뇌를 빼고 웃어버리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알림 : 오퍼레이션 채리엇 클리어에 충분한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컷신이 재생됩니다.]

        

        

        

       “그럼 그렇지.” 

       

       “뭔가 말했나요?”

        

       “아뇨, 그냥 앞으로 유진 씨만 졸졸 따라다니면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다구요.”

        

        

        

        하아.

        

        그리 말하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떠오르는 태양도 아니고 떠오르는 버섯구름의 화구를 등진 채, 전차 작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게 시발 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핵이요?

       -충격과 공포의 엔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셨습니까 이카루스??????

       -엔딩이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핵피엔딩!!!!!

        

        

        

        

        물론, 오퍼레이션 채리엇의 뉴클리어-밤 엔딩은 실로 숱하게 회자될 반응을 남겼다.

        

        당연하게도 유진은 딱히 별 생각 없이 컷신을 본 뒤 방송을 종료했다.

        

        흔한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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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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