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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잠시 어수선해졌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러자 벤즈 위헌이 위프에게 물었다.

       

        “미스터 케이지. 덕분에 나라를 좀먹는 테러리스트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요.”

       

        위프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위프의 미소를 앞에 둔 벤즈 위헌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돌아가신 헤이즈 가주께서 왜 거짓 유언장을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납득됩니다. 하지만…….”

       

        “네. 헤이즈가 가주께서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챘는가에 대한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위프가 증기 파이프를 입에 물고 수증기를 들이키…… 려다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파이프를 뒤집어 탁탁 털더니, 한숨을 내쉬며 파이프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 새 증기가 다 떨어진 모양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

       

        “음?”

       

        위프의 발언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탐정인 그가 ‘모른다’라는 발언을 했으니, 저렇게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바라보던 위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가 가주님 본인도 아닌데, 어떻게 그분의 마음을 다 알겠습니까?”

       

        “하긴…….”

       

        “음…….”

       

        벤즈 위헌과 아돌프가 입맛을 다셨다.

        어딘가 아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본인께 직접 들어 보죠.”

       

        “……?”

       

        “응?”

       

        하지만 그런 그들도, 이어지는 위프의 말엔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입을 벌리며 위프를 바라보는 인간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받은 위프는 휘파람을 불며 금고로 다가갔다.

       

        “에스테빈 회사의 제품은, 구매자의 요청에 따라 여러 옵션이 추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옵션 중엔…… 이런 것도 있죠.”

       

        띠리릭! 띠릭!

       

        철컥!

       

        위프가 열려 있는 금고의 다이얼을 조작하자, 무언가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금고 안쪽에 숨겨진 문이 열렸다.

       

        “?!”

       

        “무슨?!”

       

        “금고 문을 연 상태로, 비밀번호를 반대로 입력하는 것으로 숨겨진 공간을 여는 옵션이죠.”

       

        어깨를 으쓱거린 위프가 금고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밖으로 꺼내진 그의 손에는, 헤이즈가 가주가 죽기 전까지 기록한 ‘일기장’이 들려 있었다.

       

        “오오오!”

       

        “이럴 수가!”

       

        “?!”

       

        생각지도 못한 일기장의 등장에, 이곳에 남아 있던 모든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미, 미스터 케이지. 어떻게 그것을 아신 거죠?!”

       

        “아, 뭐…… 저만의 비법입니다.”

       

        “오오오오!!”

       

        인간들이 감탄사를 흘렸다.

       

       

        *            *            *

       

       

        “뭐, 사실은 내가 말해주었기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자 웃기넼ㅋㅋㅋㅋㅋ

        – 이거 그거 아님? 고스트 탐정왕!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고스트 뭐시기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 그런데 그 일기장에는 뭐라고 적혀 있었어요?

        – ㄹㅇㅋㅋ

        – 이제 일기장 내용 말해주세요.

        – 일기장이다!

        – 아, 뭔가 느낌 쎄함.

       

        “그래. 이야기해 주어야겠지.”

       

        그때 일기장에 쓰여져 있던 내용을 떠올려본다.

        아마 그 내용이…….

       

        = 내 아내의 부정을 고발한다.

       

        “일기장의 시작은 이렇게였지.”

       

        – ?

        – ???

        – 어?

        – ?

        – ??

        – ?

        – ?

        – 느낌 진짜 쎄하다.

        – ㅎㄷㄷ

        – ?

        – ?

       

        채팅창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채팅창의 반응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일기장은, 헤이즈가 가주가 사망하기 2달 전부터 기록된 물건이었단다.”

       

        겉으로는 ‘갑자기 사망했다’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사실 헤이즈가 가주는 자기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병을 숨기고 있었고, 그 병은 거침없이 그의 몸을 갉아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고, 일기장 역시 그 일환이었다.

       

        그가 쓴 일기장은, 대부분이 그의 인생에서 한 점의 후회를 남긴 일들이었다.

        하지만 후반부의 4페이지 정도는,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내용이 적혀 있었다.

       

        “……라고 하더구나. 난 관심이 없어서 몰랐지만 말이지.”

       

        – ㅎㄷㄷ

        – 무슨 막장 드라마여?

        – 난 탐정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막장 드라마였던 거임.

        – ㅋㅋㅋㅋㅋㅋ

        – 관심 좀 가지셔욬ㅋㅋㅋㅋ

        – 관심 없는데, 어케 일기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요?

        – ㅋㅋㅋㅋ

       

        “천룡안으로 가주가 죽기 전의 과거 장면을 보고 있는데, 가주가 금고 안쪽에 일기장을 숨기더구나. 그래서 그냥 지나가듯 말해줬단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위프는 곧바로 얼굴을 굳히더니, 미리 일기장을 확인해 보곤 입을 쩍 벌렸었다.

        ……도대체 일기장의 내용이 뭐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 그래서 내용이 뭐였는데요?

        – 내용 좀.

        – 우리도 알 권리가 있다!!

        – ㅋㅋㅋㅋㅋ

        – 빨리 이야기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뭐였더라…….”

       

        잠시 기억을 떠올려본다.

        딱히 관심이 없었던 내용이라서 기억해 두지 않았더니, 그 내용이 뭐였는지 아리송하다.

        하지만 곧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고, 나는 말했다.

       

        “헤이즈 부인과 아돌프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셋째 딸은 다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내용이었지.”

       

        – 미친

        – 중요한 내용 맞잖아요!

        – 갸아아아악!!

        – 막장 드라마였네!!!!

       

        “……응?”

       

        갑자기 분노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모습에,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            *            *

       

       

        위프의 일기장 낭독이 끝났다.

        경찰들에 의해 포박되어 있던 셋째 딸과 한스, 경찰들, 벤즈 위헌이 모두 창백한 얼굴로 헤이즈 부인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의 대상이 된 아돌프와 헤이즈 부인의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다.

       

        “허허…….”

       

        벤즈 위헌이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고.

        위프는 씁쓸한 감정을 흘리며 일기장을 덮었다.

       

        “보다시피…… 돌아가신 가주께서는 모든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총관과 부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도, 셋째 딸은 전혀 다른 남자와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라는 것까지 말입니다.”

       

        털썩!

       

        헤이즈 부인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져 있었고, 온몸에서 힘이 빠진 상태였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절…… 상태라고 해야 할까?’

       

        “부, 부인?!”

       

        “정신 차리십시오!”

       

        주변에 서 있던 사용인들이 황급히 헤이즈 부인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래 봤자 그냥 기절한 것이 전부이기에,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정신적 충격에 의한 기절일 뿐이었으니까.

       

        물론 인간들에겐 이런 ‘기절’조차도 놀라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겠지.

       

        ‘아니, 기절하는 동안은 무방비해지니…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당연한 일인가?’

       

        나도 몇 번 기절한 적이 있었는데 말이다.

        인간들 속담에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던데…… 지금의 내가 딱 그 짝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하는 사이에도 인간들의 시각은 흘러간다.

       

        위프는 일기장을 벤즈 위헌에게 넘기며 말을 이었다.

       

        “정황상, 헤이즈 부인은 한스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돌프씨를 노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렇겠지.”

       

        “…….”

       

        벤즈 위헌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아돌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            *            *

       

       

        “그렇게 사건이 종료되었지.”

       

        – ㅋㅋㅋㅋㅋ

        – 왜 탐정물에서 막장 드라마로 변했냐곸ㅋㅋㅋ

        – 나만 상황 이해 못한 건가?

        –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된 거임?

        – 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 아, 난독증 있어서 이해 못했다고!

       

        채팅창을 확인해 보니, 이번 사건의 내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보였다.

        내가 제대로 설명을 못 한 것인가?

       

        “흠…… 그렇다면,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 주마.”

       

        – 오!

        – 대황라나!

        – 감사합니다!

        – 정리 좋아용!

        – ㅋㅋㅋ

       

        “이번 이야기에서, 인간들끼리의 관계를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된단다.”

       

        ● 가주 – 헤이즈 부인 = 첫째 딸, 둘째 딸 탄생.

       

        ● 아돌프 – 헤이즈 부인 = 불륜 관계.

       

        ● ??? – 헤이즈 부인 = 셋째 딸 탄생.

       

        ● 한스 – 셋째 딸 = 외손자 탄생.

       

        드래곤인 내가 봐도 이리저리 얽혀 있는 관계다.

        그리고 그 감상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 어우

        – 이렇게 정리하니까 개 역겹네

        – 진짜 막장 드라마네

        – 이 익숙한 맛…… 이것은 막장의 맛이로구나!

       

        “가주는 어떤 경로를 통해, 헤이즈 부인과 아돌프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과 셋째 딸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불치병에 걸려 죽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주는 헤이즈 부인이 셋째 딸이 불륜으로 낳은 남자아이에게 헤이즈가의 재산을 넘겨주려 하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

       

        – 동생에게 말은 안했대요?

        – 그거 그냥 동생에게 전부 말하면 되지 않나?

        – ㄹㅇㅋㅋ

       

        “나도 그 부분이 이해되지 않아서 위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단다.”

       

        비록 내가 과거의 장면을 직접 관찰할 수는 있으나, 안타깝게도 나는 인간들을 공감할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라는 것은 알 수 있으나, ‘이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위프는 제법 괜찮은 인간이었지. 정답을 찾는 능력은 없어도, 정답만 알면 나머지는 전부 짜맞추어 정답을 유추하고는 했으니까.”

       

        – ㅋㅋㅋㅋ

        – 갑분 칭찬ㅋㅋㅋㅋ

        – 그래도 재능 하나는 괜찮았나 보네.

        – 이거 완전히 환상의 콤비 아님?

        – 정답만 못 맞추는 명탐정이라닠ㅋㅋㅋ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꾸나.”

       

        위프가 뭐랬더라?

        ……아!

       

        “……아마, 가주가 아돌프에게 모든 사실을 말했어도, 아돌프는 가주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더구나.”

       

        그 당시 가주와 아돌프 사이는…… 굳이 따지자면 나쁜 쪽이었다고 한다.

        가주가 헤이즈 가문을 물려받을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심지어 아돌프가 짝사랑하고 있었던 헤이즈 부인을 형에게 빼앗긴 탓이라나?

       

        – 아닠ㅋㅋㅋㅋ

        – 왜 파면 팔수록 막장이 튀어나오는뎈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저건 또 어떻게 알았댘ㅋㅋㅋㅋ

       

        “그렇기에 가주는, 아돌프를 지키기 위해 가짜 유언장을 만들어낸 것이란다.”

       

        우선 비싼 돈을 들여 금고를 사들였다.

        그리고 금고를 잠그고, 그 열쇠를 헤이즈 부인에게 넘겨주며 ‘유언장’에 대해 언급한다.

        ‘모든 재산을 부인에게 상속한다’라는 내용의 유언장이 있다는 말과 함께.

       

        – 아.

        – 그러네. 어차피 재산이 들어오니까, 따로 행동할 필요가 없어지는구나!

        – 와씨.

        – 생각 잘했네.

        – 그러네. 자기 핏줄도 아닌 놈에게 재산이 흘러 들어가느니, 차라리 동생이 가지는 게 낫지.

       

        “그렇게 가주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헤이즈 부인이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붙잡아 둘 수 있었지.”

       

        하지만 그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한스’의 존재였다.

       

        “설마 한스가 빠른 유산 상속을 위해, 가주를 살해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지.”

       

        – ?

        – ??

        – ?

        – 어?

        – 아니, 지금 뭐라고요?

        – ??

        – ???

       

        “응?”

       

        나와 시청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말 안 했던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몸이 많이 힘들어서…. 너무 늦게 썼네요.

    아마 다음편이 진짜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본래라면 내일이 마지막편 연재일이 되어야겠지만…. 몸이 너무 힘든 관계로 내일은 휴재입니다.

    월요일에 뵈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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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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