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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 ***

         

       새벽.

         

       낭인객잔의 연무장.

         

       “이시이입!!”

         

       “어허! 자네들 제대로 집중도 못하나! 팔 번 동작 사십회! 실시!”

         

       “아아아악!!”

         

       낭인들을 굴리며 나는 참된 아쉬움이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하루종일 훈련하는 병사들과 다르게 사천낭인들은 새벽에 연무를 마치고 일을 나가야 하는 처지.

         

       마른걸레 쥐어짜듯이 굴려버릴 수가 없으니, 아니 수련에 전념할 수 없는 녀석들의 처지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토록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어후, 제길. 이거 진짜 수련이 되긴 하는건가?”

         

       “호천안은 몰라도 당가의 여식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입으로는 투덜거리며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아침밥을 먹기 위해 객잔으로 들어가는 낭인들. 뭐 꼴은 저래도 출근 시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다 회복하고 나갈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 몸 상태가 안 좋다 싶으면 평소보다 쉬운 의뢰를 받겠지.

         

       즐거운 새벽 수련을 마친 뒤 유사연을 포함한 일행들과 둘러앉아 추후의 일을 논의했다.

         

       “호경은 제 수하들이랑 곧바로 사천을 떠났다고 하네요.”

         

       “그렇구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천에 자리잡은 사파의 초절정들이 중상을 입은 호경을 그냥 두겠는가. 호경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바로 사천에서 도망쳤겠지.

         

       호경은 내 공격에 스치지도 않았다.

         

       그냥 무기만 뎅겅 잘렸을 뿐이지.

         

       그래도 꽤 심한 내상을 입었으니 앞으로는 힘조절에 좀 더 신경 써야겠는걸.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세요?”

         

       “음.”

         

       강추모루의 말만 들었을 때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지만 사천성에 와서 이런저런 사건을 몸으로 겪으니 머릿속이 좀 정리되었다.

         

       정확히는 정철이 놓은 수가 어떤 의미인지 견적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야겠지.

         

       정철은 사천성을 덫으로 만들었다.

         

       내 발목을 잡고 시간을 끄는 달콤한 덫.

         

       솔직히 지금 내 상황은 어지간한 무림인이라면 빠져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을 꿀단지였다. 맨날 핍박이나 받던 고향에서 영웅이랍시고 떠받들어주지, 초절정인데 화경 고수는 나타나지 않는 이상적인 환경.

         

       나라는 존재가 사천성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

         

       정철은 내가 사천성에서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길 바란 것이다.

         

       그러니 해야 할 일들만 빠르게 해치우고 사천성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기왕 일을 처리해야 한다면 완전히 말끔하게 처리해 다시 돌아올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처리해야 할 일이 제법 많았다.

         

       “일단은 사천성의 음지부터 정리해야지.”

         

       “그럴 줄 알았어요.”

         

       흑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음지의 상세한 정보가 적힌 서류를 내밀었다. 흑사권 쉬식, 당랑겸 마차, 서복편 직직이 이끄는 세력들의 상세한 정보와 그 외에 잡다한 세력들의 구도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사실 사천성의 정파와 사파의 균형은 이미 사파 쪽으로 기울어 있다 봐도 무방했다.

         

       현 사천성에 있는 정파측 초절정 고수는 두 사람뿐이었다.

         

       사천성의 삼대 초절정 중 한 명이었던 개명부는 여일예의 손에 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까.

         

       정파 세력의 초절정은 둘인데 음지에 사파측 초절정 고수가 세 명이나 자리 잡았고 외부에서는 호경이 설치고 있었으니 사실 사파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고 봐야지.

         

       추가 기운 것도 기운 것도 큰 문제였지만 현재 제일 시급한 문제는 바로 사천성의 암흑가가 포화 상태라는 점이었다.

         

       초절정 고수 세 사람이 암흑가를 꽉 잡고 있으니 사천성으로 유입되는 사파 세력들은 호경처럼 양지에서 포악을 부릴 것이고 그들의 행동은 고스란히 사천성 사람들이 입을 피해로 이어질 테니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빠르게 암흑가를 소탕하는 것이 필수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하며 유사연 쪽을 돌아보았다.

         

       “사천성 문파들의 힘을 빌릴 수 있으려나?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한다고 치더라도 또 음지에 다른 초절정 고수가 자리를 잡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

         

       “사천성의 문파들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야. 사파의 침공을 처음 겪어봐서 초절정들이 자리 잡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경험이 쌓였으니 괜찮겠지. 정파 세력의 힘이 필요하다면 내가 협상해 볼게.”

         

       이런 저런 요구 사항과 요청 사항을 유사연에게 전달했다.

         

       사천성 문파와 협의하는 일은 나보다는 유사연이 적임이다. 사천 정파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유사연에게 맡겼다.

         

       자 그럼 계획들은 사천성 문파들과 협의가 끝나면 확정 짓도록 하고…우선은 사파 세력을 타격해 볼까.

         

       나는 암흑가의 세력도를 펼쳐 보이며 타격 목표를 물색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개인적으로는 여기부터 시작하는게 어떨까 싶은데요.”

         

       나는 흑묘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렇네.”

         

       오늘 밤 방문할 곳이 정해졌다.

         

       *** ***

         

       “공사 다망하신 분들께서 이리 모여 주셔서 감사하군요.”

         

       “아니오. 이 사천에서 회장 만큼이나 바쁜 이가 몇이나 있겠소.”

         

       유사연의 소집한 사천정파회의.

         

       백금 문파의 문주들 전원이 참가했고 황금 문파 중에서도 많은 문파들이 참석했다.

         

       한바탕 덕담을 주고받은 뒤 유사연은 지체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천낭인 28호에 대한 소문은 다들 들으셨겠지요.”

         

       “물론이오. 지금 사천을 달구는 가장 뜨거운 소문을 어찌 모를 수 있겠소.”

         

       공개적인 장소에서 백호도 호경을 꺾은 사천낭인 28호. 뇌검낭인이라는 별호도 생겨 순식간에 사천성 내부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28호가 암흑가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정확히는 세 사람을 쓰러트리겠죠.”

         

       “으음…! 사천의 사파를 뿌리뽑기 위해 돌아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나쁘지 않은 소식이로군.”

         

       암흑가에 자리잡은 초절정 고수를 쓰러트리기 위해 28호가 움직인다는 소식에 모두의 안색이 밝아졌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소.”

         

       묵주문의 문주 묵강탄의 발언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암흑가에 자리잡은 세 사람은 28호에게 위협을 느끼고 합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오. 아마 셋이 나란히 손을 잡기보다는 28호가 경쟁자 한 명을 제거한 뒤에 둘이 손을 잡고 28호를 공격하지 않을까 싶소.”

         

       각 문파장들이 묵강탄의 발언에 동의했다.

         

       “혹시 그 부분에 대해서 대책이 있소? 28호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적지에서 초절정 고수 둘을 상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오. 게다가 초장부터 세 사람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그렇군. 나 단면도 연유 역시 힘을 보탤 의향이 있소. 혹여 우리에게 제공해 줄 적절한 명분만 있다면야 28호의 곁을 지킬 의향이 있소.”

         

       유사연은 묵주문의 문주 묵강탄과 자장문의 문주 연유를 바라보며 새삼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사천낭인과 나란히 서겠다는 문파장들이라니.

         

       “의기는 감사합니다만,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다.”

         

       유사연은 요새 낭인객잔에서 머물고 있는 호천안 일행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낭인객잔에 머무르고 있는 초절정 고수가 몇인데 그들의 수작을 막지 못할까.

         

       “으음. 그렇구려.”

         

       유사연의 대답에 묵강탄과 연유는 아쉬움을 담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사천성의 문파들에게는 공적이 절실했다.

         

       사천인들에게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적을 쌓아야 하건만 영 기회가 오지 않았다.

         

       “대신 두 분에게는 다른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유사연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

         

       영상루의 루주 사채용은 힘없는 눈길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거! 사기 아니야!”

         

       주루의 단골손님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런 손님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두 쪽이 난 주사위가 보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인 사채용의 눈에는 현장의 주사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래서 벌어지고 있을 일은 뻔했다.

         

       “주사위에서 추가 나왔다고! 언제부터 영상루가 이런 저급한 수작을…!”

         

       사채용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저급한 수작이라는 말이 사채용의 심장에 박혀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골의 말 그대로였다.

         

       ‘그 쥐새끼가…’

         

       영상루는 서복편 직직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사채용은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정철의 격문으로 인해 사파 세력이 사천성에 유입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사실 사천성에 자리잡아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특수를 노려왔던 것이지 본래 이런 기루나 주루 도박장 사업을 하면 사파 세력이 끼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호세라는 추가 지출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장사 자체는 이어나갈 수 있겠지.

         

       사채용은 그런 생각을 했던 과거의 자신을 두들겨 패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 어 당신들 뭐야!”

         

       “소란 피우지 말고 나오쇼.”

         

       “이거 사기 도박이라고! 내가 가만히…”

         

       단골손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목에 검이 드리워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 이봐. 당신 행동은 영업 방해라고. 영업 방해!”

         

       “아, 알겠소…! 나갈 테니 검을 치워주시오!”

         

       “이 자식 이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영업 방해라니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여서 남의 장사를 망쳐 놓고 그냥 나가겠다고?”

         

       “무슨 소리요! 내가 하던 판의 주사위에서 추가…”

         

       “주사위? 그런 게 어디 있지?”

         

       사파 무인의 이죽거림에 단골손님은 황급히 도박판을 보았으나 이미 주사위는 치워진 뒤였다. 그러나 주사위를 치웠다고 한들 주변 사람들은 쪼개진 주사위에서 나온 무게추를 본 뒤였다.

         

       하지만 단골손님은 그 사실이 자신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 업장인 기루 안에서도 칼을 들고 거침없이 사람을 협박하는 놈들이다. 기루 바깥에서는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놈들을 상대로 누가 원한을 사고 싶을까.

       

       “남의 영업을 방해했으면 어? 배상금을 물어내야지.”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국 단골손님은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몽땅 털리고는 기루에서 쫓겨났다.

         

       사채용은 암울한 눈으로 돈주머니를 쥐고 시시덕거리는 직직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개자식들…’

         

       사채용은 기루를 운영하며 도박사로서의 명예를 걸고 도박의 원칙을 반드시 지켰다.

         

       기루 바깥에서 수작을 부려도 기루 안에 들어온 이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점.

         

       기루 안에서 벌어지는 도박판에는 절대 조작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

         

       기루 안의 도박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떤 손해가 나더라도 그 결과를 인정한다는 점.

         

       그리고 도박장의 관리 역시 오직 도박사의 손기술에만 맡긴다는 점 등이었다.

         

       그런 원칙들을 엄격하게 지킴으로서 상화루는 사천성 제일의 도박 기루로 우뚝 설 수 있었지만.

         

       직직의 탐욕이 그런 상화루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적절한 보호세만 바치면 되리라 여겼던 사채용의 생각과 달리 직직은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 들었다.

         

       사채용을 바지사장으로 전락시킨 직직은 제멋대로 영상루를 운영했다.

         

       높은 임금을 받던 노련한 도박사들은 죄다 쫓겨나고 싸구려 사기 도구를 사용하는 애송이 도박사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니 어디 도박장이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안 그래도 사천성 제일의 도박장으로 여겨지는 영상루였다.

         

       수준 높은 도박사들과의 승부를 기대하며 찾아온 손님들은 싸구려 사기 도구를 사용하는 어설픈 도박사들에게 분노를 터트리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직직의 수하들은 소란을 일으키는 이들에게 칼을 들이대며 역으로 협박을 가한 뒤에 돈을 빼앗았다.

         

       사채용은 직직의 수하들이 왜 저런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건 협박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망하게 만들 테니 상화루를 헐값에 팔고 꺼지라는 협박.

         

       그 협박에 사채용은 굴복하기로 했다.

         

       어차피 늙은 도박사로서 다른 형태로 도박을 즐기고자 세운 기루가 아니던가. 그러니 영상루가 도박사들의 성지로서 남아 있을 수만 있다면 헐값에라도 기루를 넘기고자 했다.

         

       그러나 직직은 헐값에 영상루를 넘길 테니 기존의 운영을 보전해달라는 사채용의 요청조차도 묵살했다.

         

       그 이유 역시 기가 막혔다.

         

       [기껏해야 루주 주제에 감히 이 직직 님에게 조건을 걸어? 썩 꺼지거라!]

         

       “하하하하!!”

         

       사채용은 직직의 수하들의 웃음소리에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로 도박사들의 성지가 엉망이 되는 꼴을 지켜보다가 결국 헐값에 기루를 넘길 수밖에 없는가.

         

       그렇게 사채용이 울분을 삼키고 있을 때였다.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그곳에는 등에 검을 멘 사천낭인이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상루가 어딘지 기억나지 않으신다고요?

    호천안이 도귀와 대결을 벌이며 도박기술을 대성한 장소입니다.

    첫 도박장면이기도 했죠.

    사채용은 모르겠지만 도신이 탄생한 성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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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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