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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설아가 알려준 장소는 구석진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이 곳을 거점으로 하여 활동을 하는 파벌인가. 마을에 발을 들인 나는 느긋이 안의 모습을 살폈다.

       

       – 진짜 시골 느낌이네.

       – 역사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음.

       – 이런 데서 어떻게 사냐.

       

       마을의 시설은 분명 객관적으로 열악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시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이 곳의 시설이 어찌 좋을 수 있겠는가.

       

       허나 본인은 이것보다 더한 풍경을 수도 없이 보았다.

       

       무림의 세상은 현대와 다르다. 법보다 흉기가 가까운 장소이며 윤리와 도덕에 대한 결여가 당연시되는 곳.

       

       정파놈들의 속이 썩어있을지언정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까닭은 이러한 것이다.

       

       놈들은 겉으로라도 자신들의 면을 챙기려하거든.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파벌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

       

       허나 사파는 다르다. 저들은 의니 협이니 하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이 답답해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뭉친 곳인데 왜 다른 사람 눈치를 보겠는가.

       

       보통 사파의 무리는 자신들이 내키는 대로 망나니마냥 움직이기 마련.

       

       그러니 그들이 도사리는 영역에는 보통 지옥도가 펼쳐져있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사파에 속한 이들에게는 천국이며 그 지배를 받는 이들에게는 차라리 죽기를 바라게 되는 장소가 말이다.

       

       수많은 사파 무리를 일소해 보았던 본인의 경험담이니 믿어도 좋다.

       

       그런 본인의 입장에서 이 곳은 사파의 지배를 받는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했다.

       

       집이 제 형체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이 돌아다닌다. 일을 하는 아낙의 얼굴은 고되어 보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생활의 힘듬일 뿐. 고통이 아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사람들의 얼굴에 굶주림이 보이지 않는단 것이다.

       

       “신기하군.”

       

       도대체 이 곳은 지배하는 사파라는 녀석들은 어떤 무리인 것일까.

       

       물론 정파도 정파 나름이고 사파도 사파 나름이라는 것을 본인이 모르지 않는다만.

       

       곰방대를 입에 문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내 앞에 꼬맹이 하나가 다가왔다.

       

       신기한 일이었다. 보통 본인은 누구에게나 겁을 주는 인간인지라 아이가 먼저 다가오는 일은 흔치 않은데 말이다.

       

       녀석은 반짝이는 눈으로 바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쓰다듬고 싶으냐?”

       “…네!”

       

       아아. 그렇군. 이 녀석은 딱히 본인이 두렵지 아니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본인을 향한 두려움보다 바루를 만지고 싶단 욕구가 더 컸을 뿐.

       

       벌써부터 바루의 귀여움을 깨닫다니. 크게 될 녀석이구나.

       

       내 마음 같아서는 그대에게 바루의 보드라움과 따뜻함을 알리고 싶다만 지금은 바루 녀석이 깨어 있어서 말이다.

       

       “바루.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본인을 애완동물 취급하지 말거라.”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설마 여우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는지 아이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바루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내 어깨에서 뛰어 내려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

       

       “좋아해주어 고맙구나. 허나 보다시피 본인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거든.”

       

       아이는 바루의 변화에 놀라서는 저 멀리로 도망을 쳐버리고 말았다.

       

       눈이 잔뜩 상기되어 있는 것이 나중에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겠구나.

       

       그러다 거짓말 하지 말라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성을 내게 될 터이고.

       

       “좋은 곳이구나.”

       

       바루는 뛰어가는 아이의 등을 보다가 그리 이야기를 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고, 부러운 일이기도 하지.

       

       어린 나이에 걸맞는 순수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본인에게는 불가능했던 일이기에 더더욱 그리 느껴지는구나.

       

       으음. 역시 이 곳은 사파가 도사리는 곳치고는 지나치게 좋아.

       

       이 곳에 머무르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지? 호기심이 생겨나는 군.

       

       아이가 걸어간 발자취를 지나쳐 짙은 내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설아야. 있느냐?”

       <네! 있습니다!>

       “여기가 정말 사파가 맞느냐?”

       <네?>

       

       본인은 말이다. 신교에서 빠져나오고 난 후 수도 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을 만났다.

       

       당연하게도 사파의 무리도 자주 마주했지.

       

       그렇기에 본인은 사파의 무공이 보편적으로 지닌 특성을 안다.

       

       사파라는 족속들은 말이다. 정파의 방식을 구닥다리라 치부하며 거기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강해지려 하는 이들이다.

       

       옳고 그름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강해질 수 있다면 족하다 생각하는 무리의 집합이란 말이다.

       

       그런 놈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대개 정순하지 못하고 정순할 수도 없지.

       

       허나 이 곳에 도사리는 내기는 무척이나 고요하고 정갈하며 침착하다.

       

       – 무알못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정갈한 사파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님?]

       

       그런 것을 설아와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만 아무래도 어렵지.”

       

       간단한 이야기다. 굳이 정의 길에서 벗어나 사로 향하는 이들이 이러한 무공을 배우려 들겠느냐?

       

       그럴 리가. 사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바라는 것은 말이다. 정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다.

       

       다른 이들의 비난을 들을 것을 각오하고 정을 떠난 이가 사의 길에서 정을 찾아 헤맬 리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런 곳은 유지되기가 어렵다.

       

       정을 바라는 이는 이런 외진 곳에 들를 바에야 정을 찾아갈 테고, 사를 바라는 이들은 이런 곳에 들르지 않을 터이니.

       

       “세력을 가진 누군가가 문파라 소리친다면 문파가 될 수 있는 곳이 사파이기는 하다만 결국 문파라는 것은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마을을 세력으로 삼은 이들이라면 더더욱. 사람이 없다면 언젠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으니까.”

       

       사파의 세력을 이끌며 생길 변수야 무수히 많다.

       

       정파의 세력이 습격을 해올 수도 있고, 다른 사파가 이 지점을 노리고 올 수도 있고, 관군에 의한 토벌이 생길 수도 있지.

       

       이외에도 생길 수 있는 위협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유저라는 변수가 생긴 이 세상이라면 더욱 그럴 터.

       

       처음에는 이러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인원이 없으면 결국에 무너진다.

       

       그게 정상이지. 뿌리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데 어찌 나무가 자라나겠는가.

       

       허나 이 곳은 다르다. 사파의 명패 뒤에 정파의 내공을 가르치고 있으나 제대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 하나 없는 것을 보아라. 이 세력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지가 보이지 않나.

       

       “그렇기에 묻는 것이다. 이 곳이 진정 사파가 맞느냐?”

       <네. 맞아요. 자기들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른 문파에서도 똑같이 이야기하거든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신기하군. 설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곳이 유저에게 알려진 곳도 아닌 듯 한데. 어찌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일까.

       

       본래는 그저 내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찾아온 것이다만 생각보다 재미있어 질 듯 하구나.

       

       투박한 흙길을 걸은 끝에 사파의 본관에 도착한 나는 닫혀 있는 문을 당당히 열어 재끼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안에서 수련을 하던 이들의 시선이 내 쪽에 꽂혔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

       

       내가 무작정 문을 열 줄은 몰랐던 듯 멀뚱히 날 바라보던 바루가 뒤편에서 목소리를 냈다.

       

       “무어가.”

       “우리는 객의 입장이지 않은가.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으냐는 게지.”

       “이 정도면 본인의 기준에서 충분히 조심스러운 편이다.”

       

       보라. 바깥에서 살의로 건물을 짓눌러 사람이 나오게 한 것도 아니고. 문을 박살내며 선전포고를 내건 것도 아니고. 아무런 경고 없이 슬쩍 문주의 얼굴을 보러 간 것도 아니잖은가.

       

       별 것 없이 정문으로 당당히 얼굴을 들이밀었으면 아주 예의가 넘치는 것이지.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바루가 손바닥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당당해서 꼴받는데 그럴 힘과 권력이 있어서 뭐라고 할 수가 없네.]

       

       – ㅋㅋㅋㅋ

       – 어허. 채팅 예쁘게 치세요.

       – 무례한 게 왜 문제임? 나한테 힘이 있는데?

       – 꼬우면 나보다 강하든가.

       

       “그래. 그대들의 말이 옳다. 무례가 불만스러우면 본인보다 강해야지.”

       

       본인을 고개 숙이게 만들 강함을 가지고 있다면 내 기꺼이 예를 표해주도록 하겠다.

       

       – 아찔이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예의가 뭔지 아는데 귀찮으니까 안한단 소리잖아.]

       

       “그렇지.”

       

       얼굴마담이긴 했다만 한 무리의 수장이었던 본인이다. 어찌 예에 관해 모르겠느냐. 알고서 안 하는 게지. 할 필요가 없는데 왜 해야 하느냐.

       

       – 그럼 진짜 악질이잖앜ㅋㅋㅋ

       – 진짜 너무 상식 바깥이라 할 말이 없다.

       – 방송 컨셉이겠지?

       – 넌 저게 컨셉으로 보이냐?

       – 현실에선 나름 정중하잖아?

       – 정?중

       

       “이보시오.”

       

       본인을 안내해줄 자를 기다리고 있었더니 한 남자가 말을 걸러 왔다.

       

       흠. 머리가 허해 보이긴 한다만 그를 제한다면 인상이 나쁘지 않아.

       

       옷을 입은 것도 정갈하고. 신체 내부에 돌아다니는 내기의 흐름도.

       

       하. 이 놈 정파군.

       

       자연스레 행하고 있는 심법을 보면 자연스레 그것이 보여.

       

       조화를 이루는 데에 치중하는 것을 보며는 아마 소림 쪽인가.

       

       “이 곳은 신림의 건물이오. 아무런 용무 없이 외부인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실수로 찾아온 것이라면.”

       “용무는 있다.”

       

       품 안을 뒤져 설아가 내게 건네주었던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특정한 문양이 새겨진 패였다.

       

       “이 패는… 나설 공에게 드린 것인데.”

       “녀석이 준 물건이다. 이를 보여주면 안으로 들여보내 줄 거라 하더군.”

       “아. 나설 공의 지인분들이셨습니까? 실례를 범했군요.”

       “괜찮다. 신경 쓰지 말거라.”

       

       – 화령이 사과 받는 게 맞나?

       – 암튼 잘 해결됐으니까 된 거 아닐까.

       – 난 이제 모르겠다~

       

       내게 묵권을 하며 고개를 숙인 남자는 자신을 정유라 소개했다.

       

       “그 패를 가지고 오셨다는 것은 의뢰를 수행하시기 위해 오셨다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따라오시지요. 안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정유를 따라 걸으며 수행을 하고 있는 이들을 살폈다.

       

       확실하군. 이곳은 소림에서 파생된 곳이다.

       

       저들이 수련하고 있는 무공에는 분명 그 뜻이 제대로 남겨져 있으니 착각할 수가 없어.

       

       형을 바꿈으로써 그를 감추려 한 듯 하다만 본인의 눈을 속일 수는 있을 리가.

       

       기이한 일이구나. 무공의 형을 바꾸면서 그 뜻을 남길 정도라면 곁눈질로 소림의 무공을 배운 이는 아니다.

       

       최소한 장로급의 인물이여야 이런 기행을 저지를 수 있을 터.

       

       소림이라는 거대 문파에서 그만한 지위에 오른 인간이 자리를 버리고 이런 구석인 곳에 새로운 문파를 건립했다?

       

       그것도 스스로를 사파라 자칭하며?

       

       “흥미롭군.”

       

       으음. 이 세상의 정파가 개판 난 것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

       

       그래도 재밌구나. 볼 때마다 재밌어.

       

       소림에는 또 어떤 난리가 난 것일까.

       

       부디 그 놈들에게 엿을 먹일 방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상인 곳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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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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